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79화 (180/224)

179장. 판떼기

야베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중국에 전해. 제주도 점령을 인정해 준다면 우리도 센카쿠를 넘기겠다고.”

“총리 각하!”

각료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야베를 바라봤다.

“센카쿠 열도 열 개보다 제주도와 마라도 해역을 우리가 장악하는 게 더 이익이다. 다들 모르진 않을 텐데?”

“하지만 이는 영토와 관련된 일입니다.”

각료들은 한 치의 땅도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멍청하기는. 중국과 한국이 손을 잡으면 센카쿠는 센카쿠대로 날아가고 해양자원 독식도 포기를 해야 한다는 걸 왜 몰라! 센카쿠 열도 때문에 대일본의 천연자원 부국을 포기하자는 건가!”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일본의 천년대계가 걸린 일이다. 소소한 것을 탐하다 대승적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라!”

“하이!”

“총리대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한국에 추월을 당하게 됩니다. 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이며 이번 기회에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야베 총리의 비서실장이 급히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고주몽이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야베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실장은 곧바로 TV를 켰다.

― 야베 총리는 들어라.

“총리대신께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능력자인 비서 한 명이 재빨리 통역에 나섰다.

“얼마든지 들어주지.”

야베는 마음껏 떠들어 보라는 듯 히죽 웃음을 보였다.

― 창피한 줄 알아라. 말로는 세계평화 운운하면서 전쟁하고 싶으니 헌법부터 고치겠다는 생각은 도대체 무슨 발상이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아니고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겠다. 마지막 경고다. 즉각 사죄와 피해 보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일본은 국제 사회에 다시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주몽의 막 나가는 발언에 비서는 움찔한 표정이 됐지만, 최대한 부드럽게 통역을 진행했다.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야베는 한심하다는 듯 주몽을 바라봤다.

“사과와 배상? 조선 놈들은 반세기가 흘렀어도 매번 같은 소리만 반복하는군. 발전이 없어. 발전이.”

―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길 바란다.

통역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애매한 말투로 통역을 이어갔다.

“한국 속담인 것 같은데…… 정확한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뉘앙스가 있을 것 아닌가?”

“하이. 말투와 흐름을 따져 볼 때, 이 역시 경고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 증거가 없지 않냐고 오히려 큰소리치는데, 그러지 마라.

“증거 운운하고 있습니다.”

“증거? 고주몽이 증거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아, 그게 아니라. 우리 쪽에서 증거가 없다는 증거를 대지 못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웃기는 소리.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증거를 대야지. 우리가 왜 증거가 없다는 증거를 대야 한단 말인가. 기본도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저러니 반도 놈들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야베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 그래서 증거가 없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는 일본을 위해 친히 증거를 보여주겠다.

“어?”

“뭔가?”

“고주몽이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합니다.”

“나니? 무슨 증거?”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 내가 증거를 보이는 순간, 일본의 국격은 바닥에 떨어지다 못해 땅을 뚫고 들어갈 것이다. 나는 이런 불상사를 원치 않는다. 나는 물론이고 한국은 이웃 국가와 평화로운 공존을 원하기 때문이다.

“증거를 보이면 일본의 국격이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원치 않으며 일본과 친하게 지낼 것을 바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크하하하하.”

비서의 말에 야베는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결국, 증거가 없다는 소리 아닌가.”

야베의 말에 각료들 역시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맞습니다. 공수표를 날리고 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모양이군요. 저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걸 보니.”

“우리 일본에서 뺏어간 재화를 다 토해내게 될 겁니다. 고주몽과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우리가 배상 청구를 해야 할 것 같군요.”

― 하루의 여유를 주겠다. 내일 정오까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배상에 나서라. 내 말을 우습게 듣지 말기 바란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틴다면 이번 일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넘어 여전히 봉합되지 못한 과거의 일까지 한꺼번에 사과를 받아낼 것이다.

“내일 정오까지 사과하라고 합니다.”

― 나의 관대한 처사에 야베 총리는 고마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

“왜 통역을 하지 않지?”

“그게…….”

“뭐라고 했든 상관없다.”

“고주몽 말이…… 자신은 관대하다고…… 그래서 고마움을 느껴야…….”

비서는 연신 눈치를 보며 주몽의 말을 통역했다.

― 그래서 제안한다.

“뭔가 제안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제안?”

― 이미 발언했던 것처럼. 이번 일에 일본 정부가 관련이 없다면 나는 내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비서의 통역에 야베가 눈을 반짝였다.

― 하지만 이렇게 말로만 떠들어선 공신력이 없지 않나. 그래서 제안한다. 정식으로 문서를 만들어 이번 일에 대해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는 걸 말뿐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공증을 받겠답니다.”

“고주몽의 재산이 어느 정도라고 했지?”

야베의 질문에 재무대신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현금 자산이 대략 45조 엔. 현물, 기업 자산도 45조 엔가량 평가되고 있습니다.”

“90조 엔이라. 멍청하고 무식한 놈이지만 가진 재산만큼은 진짜로군.”

“하이.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천둥벌거숭이처럼 떠들고 있는데.”

“흠.”

야베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 야베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사과와 배상을 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내가 사과와 배상을 해야겠지. 오늘까지 평가된 내 총 재산은 한화 912조. 이 재산을 야베 당신에게 배상금으로 내놓겠다.

“90조 엔이 넘는 재산을 배상금으로 내놓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상금을 일본이 아니라 총리대신에게 내놓겠다고 합니다.”

“응?”

야베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비서를 바라봤다.

“배상금 수령자를 총리대신으로 하겠다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비서는 재차 주몽의 말을 통역했다.

“일본이 아니라 나에게?”

“하이.”

각료들은 예상치 못한 ‘배상금 수령자’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총리대신!”

“90조 엔입니다. 90조엔!”

“전년도 일본 총예산이 95조였습니다. 고주몽의 재산을 빼앗아 올 수 있다면…… 와우.”

재무대신은 눈을 반짝이며 연신 90조 엔을 중얼거렸다.

― 어떤가? 직접 만나서 서로 간에 진검승부를 해볼 생각이 있는가?

“직접 만나서 진검승부를 하자고 합니다.”

― 나는 내 모든 걸 내놓고 올인을 선언했다. 이를 받고 당당히 승부를 겨루거나, 아니면 다이를 선언하고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할 것이다.

“주몽이 올인을 선언했습니다. 승부를 받지 않으면 패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합니다.”

― 말로만 사무라이 정신 운운하지 말고, 용감하게 나서라! 당신이 정말 위대한 일본국의 위대한 일본인이라면! 물러서지 않고 승부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무라이 정신으로 승부를 하자고 합니다. 당당한 일본인이라면 승부를 피하지 말라고…….”

“사무라이 정신이라.”

“하이.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 내일 오전까지 연락이 없다면, 스스로 패배자임을 인정한 것으로 알겠다.

“내일 오전까지 승부에 임하지 않는다면…… 패배한 것으로…….”

“칙쇼!”

야베가 신경질적으로 언성을 높였다. 비서는 움찔 고개를 숙이며 한 걸음 물러났다.

― 한국엔 이런 말이 있다. 쫄리면 뒈지시던가! 하하하하.

주몽이 통쾌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자, 야베가 비서를 바라봤다. 뭐라고 했기에 저런 웃음을 보이는지 묻는 것이다.

“한국말에 자신 없으면 두말없이 도게자하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호미, 가래 속담은 옛말이라 알아듣지 못했지만, 쫄리면 뒈지라는 통속어는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워낙 자주 듣던 말이라 어렵지 않게 통역을 마쳤다.

“빠가야로! 고주몽! 지금 나를! 대 일본국을 도발하는 것인가!”

야베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욕을 뱉었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도게자를 하라는 말인가! 그럴 바엔 면포를 입에 물고 배를 가르고 말겠다.

대 일본국의 총리가 반도 국가의 졸부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은 죽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총리대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각료들은 하나같이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야베를 바라봤다. 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듯 승부에 임해야 한다는 그런 표정들이다.

“조사실장.”

“하이!”

“주몽이 증거를 손에 넣지 못했다는 것. 확실한가?”

“하이! 만약, 고주몽 손에 증거가 들렸다면, 저렇게 도발까지 해가며 발악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증거를 내밀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 그만이니 말입니다.”

“하긴, 그건 그렇지.”

“세 달간 벌어진 경제 침략에 세간의 시선이 좋지 못하니, 그걸 무마할 생각에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각조사실장의 말에 야베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쌍하군.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저렇게 떠들어대기만 하니. 비서실장.”

“하이.”

“우리도 성명을 낸다.”

비서실장은 곧바로 수첩을 꺼내 들었다.

“고주몽과 한국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억측과 우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의 명예는 물론 경제까지 공격을 받았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치욕적인 일이다. 계속해서 억측과 우기기를 반복한다면 일본은 더는 관대함을 보일 수 없다. 한국 국민은 지금부터 일어나는 모든 불행이 한국 정부와 고주몽에게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하이!”

“고주몽과 한국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와 억측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지만, 일본은 세계평화를 사랑하고 또 지키고자 노력하는 나라다.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이. 하이.”

“대일본국 총리이며 사무라이의 후예인 나 야베는 고주몽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하이! 총리대신 각하!”

비서실장이 받아쓰기를 마치고 흥분한 표정으로 달려나갔다.

* * *

주몽의 ‘올인’, ‘쫄리면 뒈지시던가?’ 발언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주몽의 재산이 무려 912조나 된다는 것에 한 번 뒤집히고, 이 돈을 탈탈 털어 도박에 가까운 승부에 올인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뒤집힌 것이다.

▶ 사우디 왕가의 재산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

▷ 2,008,444,000,000,000 원.

▷ 에이 *발! 공공공쳐내고 이해하기 쉽게 적어봐!

▷ 우수리 떼고 2천조?

▷ 저거 공신력 있는 숫자냐?

▶ 떠도는 말에 저 정도라는 소문은 들었다.

▷ 에이. 뭐야. 울 회장님보다 세배나 부자라고? 괜히 짜증 나네.

▷ 바보냐. 왕가의 재산이 2천조라고 해도 그건 말 그대로 왕가의 총 재산을 말하는 거다. 개인 자신으로 따지면 울 회장님이 일등이지.

▷ 애들아. 만소로 형 재산이 40조에서 100조 사이란다.

▶ 포브스 부자 순위만 놓고 이야기한다면, 젭 존스가 119조 일등이다.

▷ 119조? 응급구(조)도 아니고. 포브스는 빼고 이야기하자.

▶ 멍청이들아. 지금 울 회장님 재산 순위 고민할 때냐? 이거 자칫 잘못하면 울 회장님 땡전 한 푼 없는 거지가 될 상황이라고!

▶ 일본은 쫄려서 뒈질 가능성이 큼. 고로 회장님 승!

▶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쫄려서 뒈지면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하니 곧 죽어도 고! 할 것임.

▶ 뻥카는 이렇게 치는 거다!

▶ 라스베이거스랑 유럽 도박사 사이트까지 발칵 뒤집혔음.

▷ 누가 청와대 게시판에 요청 좀 해라. 일회성이라도 좋으니까. 고주몽 토토 좀 발행해 주라고.

▷ 토토는 무슨. 지금 고주몽 테마주 폭등 중이시다. 거기다 투자해라~~~

설왕설래 온갖 말들이 오가는 와중에, 일본에서 대응성명이 발표됐다.

쏼라쏼라 붙인 말이 많기는 했지만, 핵심만 이야기한다면 고주몽의 ‘승부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대표님. 야베가 떡밥을 물었습니다.”

“그럼 호구를 판떼기에 올려 볼까요?”

곧바로 고주몽의 2차 제안이 바다를 건너 일본에 전해졌다.

주몽: 우리끼리 떠들어 봤자, 답 나오겠어? 잘잘못을 가리려면 심판이 있어야 하잖아.

야베: 그래서 어쩌자고?

주몽: 유엔본부에서 만나자.

야베: 유엔?

주몽: 어설프게 몇 명 불러놓고 떠드는 것보다,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각각 주장을 펼치는 게 확실하지 않겠어?

야베: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있나?

주몽: 얼렁뚱땅 두엇 모여서 야합하듯 승부할 일은 아니지 않나?

야베: 어… 얼렁뚱땅?

주몽: 900조짜리 판돈이 우스워? 아마추어처럼 왜 이래.

야베: 누가 아마추어냐!

주몽: 그래. 그러니까 프로처럼 승부를 하자고. 서로 발표 끝내고 각국 대표들이 투표에 참여하면 깔끔하고 좋잖아. 결과에 불복했다가는 전 세계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어때? 공신력도 있고 강제력도 있으니 뒷말 따위는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야베: 일을 번거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

주몽: 크크크. 쫄리면 뒈지시던가.

야베: 도발이냐?

주몽: 쫄리면 뒈지라니까. 말했다시피 나는 관대함으로…….

야베: 칙쇼!

주몽: 자신 있으면 콜 하시던가.

야베: 코오오오오올!

주몽: 오케이. 이틀 뒤. 유엔본부에서 보자고.

야베: 뭐? 이틀 뒤?

주몽: 왜 자신 없어? 쫄리면 뒈…….

야베: 으드득. 그래. 이틀 뒤. 유엔에서 보자!

주몽의 올인 선언에 야베가 콜을 불렀고, 승부는 유엔본부에서 보기로 결정이 됐다는 말이 흘러나오자 세계의 시선이 405 E 42nd Street (46th St & 1st Ave) New York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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