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장. 5조 줄게.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자 안태완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바쁜 거로 알고 있는데, 또 왔네.”
안태완은 주몽을 바라보며 뭘 이렇게 자주 들락거리냐는 듯 투덜거렸다.
“보고 싶어서.”
“믿기지 않는 소리 그만하고 용건이나 말씀하시지.”
“꼭 용건이 있어야 하나. 보고 싶어서 왔다는데 믿어주질 않네.”
“내가 못 믿는 게 아니라, 내가 못 미더운 거겠지.”
“쯧. 사람 진심을 곡해하면 쓰나.”
주몽은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안태완은 봉지를 힐끔 바라보더니 코를 벌름거렸다.
“병원 밥 지겹잖아. 갈비탕 좀 사 왔다.”
갈비탕이라는 말에 안태완의 울대가 한 차례 흔들렸다.
벌써 병원에 갇힌 지 3개월 차다.
처음 한 달은 치료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3개월간 병원 밥만 먹고 있으니 신물이 나올 지경이다.
“딱히 음식을 조심해야 할 몸은 아니잖아. 상처도 거의 다 나았고.”
“그걸 아는 사람이 지금까지 병원식만 먹였나?”
안태완이 슬쩍 불만을 내비쳤다.
“어쩌겠어. 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병원에선 병원의 법을 따를 수밖에.”
“흥. 그 로마법도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니 더욱 신뢰가 가질 않는군.”
“그만 툴툴대고 이쪽으로 오셔.”
주몽은 봉지를 열고 포장된 갈비탕을 테이블에 올렸다.
달콤하면서 기름진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안태완은 못 이기는 척 침대에서 내려왔다.
종종걸음으로 이동해 소파에 앉자 주몽은 간병인이라도 된 듯 안태완 앞에 식사를 차렸다.
“그간 불편했던 것은 잊어버리자고. 일본 쪽 일이 마무리되면 서로 동맹 관계나 마찬가진데.”
“그래 주면 나도 고맙지.”
주몽이 자신의 몫으로 가져온 갈비탕에 숟가락을 담그자 안태완도 식사를 시작했다.
한동안 후루룩거리는 소리와 쩝쩝거리는 소리만 이어졌다.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갈비탕을 비워낸 안태완은 뿌듯한 표정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네.”
“그러게. 나도 덕분에 맛있게 먹었다.”
“돈 많기론 세계에서 손꼽는 사람이 갈비탕 한 그릇에 그런 말을 하니 별로 와 닿지를 않는군.”
“내 말이. 안 씨 성을 가지신 어떤 분 때문에 3개월째 아주 개고생 중이거든.”
“…….”
“결국엔 그 안씨 성 가진 분 덕분에 마무리할 수 있게 됐고.”
“내가 사과라도 해주길 바라는 건가?”
“그럴 리가. 서로 간의 목적을 쫓아 움직였을 뿐인데. 당한 놈이 병신이지.”
주몽은 사과 따위, 딱히 받을 생각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도 화가 많이 났을 텐데.”
“뻔한 소리는 하지 말자.”
“뭐. 나야 나쁠 것 없지.”
주몽은 주섬주섬 식사 자리를 치우더니 커피 두 잔을 타가지고 왔다.
“담배?”
“서비스가 좋군. 따로 원하는 것이라도 있는 건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안태완이 식후 입가심을 즐기며 주몽을 바라봤다.
“계속 얼굴 붉히며 지낼 수는 없다 싶어서. 앞으로 일에 조언도 구하고 싶고.”
“조언?”
“그래. 조언.”
“후우~~”
안태완은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커피가 담긴 종이컵에 재를 탁탁 털었다.
“조언은 무슨.”
안태완은 동맹 조건을 제외하곤 딱히 해줄 게 없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주몽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부러워서.”
“부러워? 누가? 설마 내가?”
“아무리 그래도 당신이 부러울까.”
주몽은 남은 커피를 단숨에 비워버리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당신 같은 충신을 얻을 수 있는 거지?”
주몽의 말에 안태완은 ‘아아.’ 하는 소리를 뱉었다.
부럽다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았다는 뜻이다. 안태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가문이라도 열려는 건가?”
“딴에는 그러고 싶지. 하지만 그런 쪽으론 아는 사람도 없고…… 당신 같은 사람이 널린 것도 아니고.”
주몽이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제대로 된 가문을 만들려면 세월이 필요해.”
“세월?”
“그래. 세월 그리고 생존.”
안태완은 가문을 여는데 필요한 두 가지 요건을 이야기했다.
주몽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질문을 던졌다.
“사람은?”
“사람?”
“그래. 당신 같은. 충성심 높은 사람. 돈을 준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주몽의 말에 안태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람을 부릴 수는 있어도 살 수는 없지.”
“그러니까. 조언 좀 해 줘. 개도 집 앞마당에선 한 수 먹고 들어간다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계속 이렇게 깨지며 살 수는 없잖아.”
“진심인가 보네.”
“그럼 이런 거로 장난을 칠까?”
주몽은 진지한 표정으로 안태완을 바라봤다.
“내가 왜 그걸 이야기해 줘야 하지?”
“어설픈 파트너보단 확실하게 자리 잡은 파트너가 좋지 않겠어?”
“흠.”
안태완은 마뜩잖은 표정으로 담배만 피워댔다.
“안태완 당신이 몸담은 곳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남의 나라를 들었다 놨다 맘대로 요리할 정도는 아니잖아. 그게 가능했다면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꾸밀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
“일본을 쳐 낸다고 끝이 아니야. 중국과 러시아도 무시할 수 없다고.”
“그건 그렇지.”
“그들을 확실히 견제하려면 적어도 대한민국에선 내가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 좋지 않을까?”
“틀린 말은 아니다만, 조언 몇 마디로 그런 가문을 만들 수 있겠어?”
“좋아. 그럼 이건 어때.”
“말해봐.”
“네가 가지고 있다는 자료 그걸 나에게 줘. 그럼 내가 알아서 자리를 잡아보지.”
“그건 이미 넘겨줬을 텐데?”
“자원데이터 말고.”
“아. 그거.”
“그래. 그거.”
“싫은데.”
안태완은 곧바로 고개를 저어버렸다.
“너희 쪽 사람들은 눈감아 줄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쪽에 붙은 놈들과 내부자들은 안 돼. 그들을 쳐내지 않고선 일본을 물리칠 수도 없고 내가 주도적으로 그쪽을 도울 수도 없어. 틈만 나면 방해를 하려 들 테니까.”
“흐음.”
“당신도 일본 애들이 얼마나 집요한지 잘 알고 있잖아. 거기다 틈만 보이면 비수를 꽂으려 드는 것도.”
주몽은 안태완의 팔다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함께 일을 도모했다면 팔다리를 잘라낼 게 아니라, 어떻게든 지켜줬어야지.”
주몽이 잘린 팔다리를 가리키자 안태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안태완 당신은 할 만큼 했잖아. 메신저 역할도 그렇고 한국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도 충분히 성공시켰지.”
“성공시킬 뻔한 거지 성공한 것은 아니지.”
“이유야 어찌 됐든.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이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어쩌자고. 복수라도 하라는 건가?”
“당신은 복수. 나는 주변 정리. 서로 윈윈하자는 거지. 솔직히 말해서 이번 기회에 일본을 확실히 눌러놓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거다. 마라도 남단은 일본 해역과 엉켜있으니까.”
잠시 말이 없던 안태완이 쯧! 혀를 찼다.
“그냥 달라고는 안 해. 당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것과 맞바꾸자고.”
“내가 원하는 것과 맞바꾸겠다?”
“말도 안 되는 것만 아니라면. 그거 계속 쥐고 있다고 해서 안태완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한국에선 반역자 신세고 일본에선 잡아 죽이고 싶은 대상이라고. 어설프게 꺼내 들었다가 사달이 나느니 나에게 넘기는 게 좋지 않겠어?”
주몽은 어떻게 하겠냐는 듯 안태완을 바라봤다.
“흐음…….”
안태완이 고민하는 표정이 되자, 주몽은 재차 제안했다.
“10억 달러.”
“……!”
“그 자료 한화 1조에 사지. 그 돈이면 어딜 가서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어.”
“내가 왜 다른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지?”
“당신이 아무리 충성심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팔다리 하나씩 잘려나간 몸으로 뭘 할 수 있겠어. 물론 고생했다고 등을 두들겨 줄 수는 있겠지. 먹고 살 수 있게 자리도 잡아 줄 것이고.”
“…….”
“그런데 그걸로 충분하겠어? 보험 정도는 들어놔야 그래도 운신이 자유로울 것 같은데. 이상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
주몽의 속삭임이 반복될수록 안태완의 표정도 계속 변화를 일으켰다.
“당신 말대로 사람을 살 수는 없겠지만, 거래는 할 수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사람은 살 수 없지만, 거래는 가능한 것 아니냔 주몽의 말에 안태완이 입을 열었다.
“30억.”
“원?”
“장난하나! 달러!”
“50억 달러를 주지.”
“뭐?”
안태완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10억 달러를 주겠다는 말에 30억을 달러를 불렀는데, 20억 달러를 더 얹어 주겠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 왜…….”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그 질문에 성실히 답을 해준다면. 30억 달러에 20억 더 얹어 준다.”
“도…… 돈이 많기는 하네. 질문 하나에 2조를 던지겠다니.”
“콜?”
“좋아. 50억 달러. 배신하라는 것도 아니고 못 할 것도 없지!”
“오케이!”
“질문이 뭐지? 뭐가 궁금해서 2조를 더 주겠다는 거냐. 오히려 내가 더 궁금해지는군.”
“언제 어떻게 그쪽과 연결이 된 거야?”
“뭐?”
“아무리 뒤져봐도 흔적이 없어서 그래.”
“지금 그게 2조짜리 질문이라고?”
안태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사람이 바뀌었나 싶어서 DNA 검사도 해봤고 과거 흔적도 뒤질 수 있는 데까지 뒤져봤는데 안태완이 맞더라고.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푸하하하. 부역자들 정보로 1조를 제안했는데, 내 과거 정보는 2조라. 이거 은근히 기분이 좋은데.”
“그만큼 당신이 해낸 일들이 엄청나다는 뜻이지. 1조에 2조 얹고 2조 더해서 5조짜리 거래다. 응할 거야 말 거야?”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말을 늘어놓는지 어떻게 판단하지?”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저 믿을 수밖에. 그래도 양심이 있다면 헛소리 몇 마디로 2조를 받아가진 않겠지.”
“정말 돈 지랄도 무식하게 하는구나.”
“어.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가진 게 돈밖에 없잖아. 이야기해줄 거야?”
“해주지. 대단한 비밀도 아니고.”
안태완은 담배를 꺼내 물더니 히죽 웃음을 흘렸다.
로즈차일드와 어떻게 엮이게 됐는지 최초 사건을 이야기하는 대가로 2조라니. 이걸 못 받아먹으면 병신 중 상 병신이다.
“입양.”
“응?”
“입양됐다고.”
주몽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안태완을 바라봤다.
안태완을 조사하는 과정 그 어디에서도 그가 입양됐다는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했겠어?”
“서류를 조작했다는 말이군.”
“그게 끝일 리 없잖아.”
안태완이 씩 웃음을 흘렸다.
“설마…… 입양된 가정 자체가…….”
“그래. 그들도 마찬가지로 입양아들이지. 나보다 한 세대 더 빠른. 너희들은 날 보며 한국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지만, 애초부터 나는 한국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야. 이 나라가 망하든 흥하든.”
“허…….”
주몽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그래서 세월과 생존을 말했던 거군.”
단순히 돈이 많고 영향력이 있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방법이다.
안태완의 말이 사실이라면 세계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가문의 촉수들이 자라나고 있다는 뜻이다.
재벌들이 그룹 장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나라 곳곳에 사람을 심은 방식도 장난 아니라 생각했지만, 로즈차일드가 사람을 심고 성장시키는 방법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한국에 얼마나 있는 거지?”
“나도 모르지.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소소한 정도로 알고 있다. 한국은 그다지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었거든.”
“그저 놀라울 따름이군.”
“궁금증은 풀렸나?”
“그래. 그런 식으로 시작을 했으니…… 아무리 뒤져봐도 알 수가 없지.”
주몽은 충분히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역자들 명단과 증거 자료는?”
“입금되면 알려주지.”
“계좌 불러.”
안태완은 자신의 비밀계좌를 주몽에게 알려줬다.
“안전한 계좌겠지?”
“물론. 네 말대로 보험 정도는 들고 사니까.”
“좋아. 입금 처리되면 확인시켜주고 자료를 넘겨받도록 하지.”
주몽과 안태완의 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던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질린 표정이 됐다.
“태생부터 조작한다니…….”
“저러니 아무리 뒤져도 알 수가 없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세대를 이어서 사람을 심어 놓다니.”
제이코는 물론이고 로버트와 박산호까지 한마디씩 내뱉었다.
작전실로 쓰고 있는 병실로 이동한 주몽은 곧바로 계좌를 내밀었다.
“확인하세요. 안태완의 비밀계좌입니다.”
“네. 대표님. 저기 그런데…….”
계좌를 받아든 박산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정말 돈을 주실 생각입니까?”
“돈을 받아야 부역자 명단을 넘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저자가 벌인 일들을 생각하면…….”
박산호의 말에 양 과장은 물론이고 부하들을 잃은 로버트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제이코. 설명 안 했어요?”
주몽은 직원들의 불만 섞인 표정에 곧바로 제이코를 찾았다.
“보스가 직접 이야기해 주시죠.”
제이코의 말에 다들 ‘어?’하는 표정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판에 돈을 왜 줍니까? 그 자식 비밀계좌에 있는 돈까지 싹 뺏어버릴 생각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계좌 번호만으론 돈을 건드릴 수 없지 않습니까.”
“비밀번호는 안태완 그자가 직접 입력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구경이나 해요. 제이코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애플리케이션은 다 만들어놨습니다. 뱅크 디자인만 덧씌우면 되니 1시간 정도면 끝날 겁니다.”
* * *
“50억 달러 입금했다.”
“확인은?”
“직접 해.”
주몽은 태블릿 PC를 안태완에게 내밀었다.
태블릿 화면엔 안태완 거래 은행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돼 있었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려던 안태완이 동작을 멈추고 주몽을 바라봤다.
“비켜줄까?”
“그래 주면 고맙고.”
주몽은 편하게 확인하라며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주몽이 자리를 비키자 안태완은 곧바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 * *
“안태완이 정보 입력한다.”
“플란더(plunder: 약탈) 들어갑니다.”
대기 중이던 정보팀 직원이 실행키를 누르자, 안태완이 입력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모니터 위에 그대로 출력이 됐다.
“오케이. 안태완 쪽 딜레이 걸고 잔고 확인해.”
“634만 2천 달러!”
안태완의 거래 은행에 접속해 있던 직원이 곧바로 잔고를 알려왔다.
“잔고 붙여서 입력해!”
“네!”
정보팀 직원이 태블릿과 연동된 컴퓨터 화면에 5,006,342,000$를 입력했다.
“딜레이 풀고 화면에 프린트 해줘.”
“락 풀었습니다.”
“안태완 계좌에 든 잔고는 깔끔하게 털어주고.”
“히히히. 물론입니다.”
* * *
잔고 확인을 누른 안태완은 잔액을 확인하더니 활짝 웃는 얼굴이 됐다.
이리저리 뜯어 모은 돈이 600만 달러 남짓인데, 말 몇 마디에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확인했나 보군.”
“그래. 약속대로 입금이 됐군.”
안태완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쪽도 약속을 지켜야지.”
“내가 넘긴 자료.”
“응?”
“해양자료 중에 사진들 있지?”
“그래.”
“독도 관련 자료 중 26번 사진. 그거 더블 레이어로 작성된 거다. 암호는 따로 없으니까 알아서 풀어봐.”
“이거야 원. 이미 넘긴 자료에 담겨 있었다니. 한 방 맞았네.”
주몽은 허탈하다는 듯 웃음을 보이더니 안태완에게 태블릿을 주라고 했다.
“그건 안될 말이지.”
“뭐?”
“여기에 뭔 짓을 해 놓았는지 알고.”
안태완은 태블릿을 들어 바닥에 내리찍었다.
박살이 나서 복구 불능이 될 때까지 연달아 내리찍은 뒤, 히죽 웃는 얼굴로 태블릿을 건넸다.
“하여간 의심은 많아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래. 그게 마음이 편하다면야.”
주몽은 받아든 태블릿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안태완 못지않게 활짝 웃는 얼굴로 병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