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74화 (175/224)

174장. 엉?

주몽은 집도의를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

“민망한 일을 부탁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가 회장님 입장이었다면…….”

집도의는 마스크를 벗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진짜, 떼버렸을 겁니다.”

백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그러고도 부족해 자신의 가족이 사는 이 나라를 전쟁터로 만들려던 자 아닌가.

“2차로 얼음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불알이 얼어붙을 정도로 서늘하게 만들어 놓겠습니다.”

집도의는 마스크를 올리고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주몽은 비어 있는 VVIP 병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셨습니까.”

양 과장과 함께 노트북 화면을 지켜보고 있던 제이코가 아는 척을 했다.

“접속은 해 봤습니까?”

“주소나 아이디, 패스워드는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는 아직 확인을 못 했습니다.”

“영국 이야기는 들었습니까?”

“네. 양 과장에게. 그런데 진짜일까요? 다른 나라도 아니고 영국이 파산 직전이라니.”

제이코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중요한 건 영국의 재정상태가 아닙니다.”

“그렇죠. 왜 하필이면 보스의 나라인가 하는 거겠죠.”

주몽은 피곤한 눈빛으로 천장을 올려보다가 스마트 폰을 꺼내 천기득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가주님.

“하하. 그 호칭은 여전히 어색하네요.”

주몽은 천기득 회장의 호칭에 웃음을 흘렸다.

― 어색할 게 뭐 있겠습니까. 듣다 보면 익숙해지는 게 호칭입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 말씀하시지요.

“뜬금없는 정보를 하나 얻었는데, 사실 확인을 할 방법이 없어서 말입니다.”

― 뜬금없는 정보요?

“영국의 재정상태가 나쁘다고 합니다.”

― 재정상태가 나쁘다라.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시고요?

“듣기론 파산 직전이라고 하는데. 이게 믿기가 힘들어서 말이죠.”

EU 국가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말에 천기득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

“처음엔 청와대 쪽에 물어볼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경제 쪽으론 청와대보다 대왕 그룹이 더 낫겠더라고요.”

― 뜬금없다고 하셨지만,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 전화를 주셨겠죠. 그룹 정보팀을 움직여보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 네. 말씀하십시오.

“영국의 파산과 한반도의 전쟁 연관성에 대해서 싱크탱크를 돌려봐 주세요.”

― 네? 영국의 파산과 한반도의 전쟁이요? 아! 설마. 이번 일이 영국과 관련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연관성을 논하기 전에 영국의 파산 정보가 신빙성 있는지부터 알아봐야겠지만,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이라면…….”

― 영국이 자국의 경제 위기를 넘기기 위해 공작을 벌였는데, 왜 하필이면 한반도였는지 그걸 확인해보자는 말씀이군요.

“네. 부탁드립니다.”

― 최대한 빨리 확인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주몽이 천기득과 통화를 하는 동안 제이코도 알렉스에게 연락을 넣어 조사를 요청하고 있었다. 재무부 출신 경제 관료니 쓸만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제이코의 연락을 받은 알렉스도 ‘영국 파산 위험’이라는 말에 의아한 반응을 보였지만, 일단 확인을 해 보겠다고 했다.

“대표님. 파일 풀었습니다.”

정보팀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양 과장이 노트북 화면을 병실 대형 TV에 띄웠다.

병실에 있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TV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게…… 뭐지?”

영국 파산 운운하기에 영국과 관련된 자료들이 뜰 줄 알았는데, 화면에 나타난 자료들은 하나 같이 독도와 마라도 인근 해양을 조사한 데이터들이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Methane Hydrate)?”

“이거 불타는 얼음이라는 그거 맞죠.”

“독도 인근에 묻혀있다는 그거 맞는 것 같은데.”

다들 여기저기서 들은 바는 있어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어떤 물질인지는 다들 알고 있는 눈치다.

“수치를 보면, 독도보다 마라도 쪽이 더 대단한데요.”

“독도와 마라도 해역에 묻혀있는 원유와 가스, 하이드레이트 양이…….”

주몽은 물론이고 자료를 살펴보고 있던 정보팀 역시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정도 매장량이면 대체에너지 개발 없이도 천 년은 족히 사용이 가능한 양입니다.”

정보팀 직원 한 명이 매장량과 사용 기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이 천 년간 쓸 수 있는 양이라는 말인가요?”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입니다.”

“허!”

직원의 말에 주몽은 물론이고 제이코와 양 과장까지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다.

“한반도에 문제를 일으키려 한 이유가…….”

“자원전쟁이었군요.”

“그런데 왜 영국이…….”

주몽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스. 영국이 아닙니다.”

“네?”

“로즈차일드입니다.”

“로즈차일드라면…… 세상에서 돈이 가장 많다는?”

“재산 규모만 놓고 본다면 단일 규모론 그렇다고들 합니다.”

주몽은 TV 화면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니까. 로즈차일드 가문이 금융 다음으로 먹어치우려는 게 자원이라는 말이네요.”

주몽의 질문에 다들 말이 없어졌다.

안태완이 가지고 있는 자료가 조작된 게 아니라면 전쟁이 됐든 뭐가 됐든 한반도에 사달을 일으키려는 게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일본과 영국…… 아니 로즈차일드가 손을 잡고 일을 벌였다는 건데. 으… 윽!”

“보스!”

주몽이 신음을 내며 비틀거리자, 제이코가 재빨리 부축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요. 두통이 좀 심해서.”

주몽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신 것 같습니다.”

제이코가 걱정 섞인 표정이 됐다.

“몇 달간 정신이 없긴 했으니까요.”

제이코의 부축을 받아 소파로 자리를 옮긴 주몽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기억이…….’

두통과 함께 흐릿하게 남아있던 전이 기억이 차츰 뚜렷해지면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이 됐다.

‘국가가 아니라. 각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 가문들이 손을 잡았다.’

자원이라곤 쥐뿔도 없어서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임에도 불구하고 역경을 딛고 일어나 선진국 반열에 도달하기까지 했다.

급격한 성장을 겪으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겪고 있지만 반세기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한국이다.

‘자원이 빈약해도 여기까지 달려온 한국이니, 독도와 마라도 해역에서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동북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판도가 뒤바뀌게 될 것이다.

‘자원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은 물론이고 동북아 지역을 6·25전쟁 당시의 폐허로 되돌리는 게 목적이었어.’

주몽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엄지로 꾹꾹 눌러댔다.

“보스. 두통약이라도 준비를 할까요?”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주몽은 제이코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제이코. 만약에 말입니다.”

“네. 보스.”

“로즈차일드나 록펠러 같은 거대 가문들이 한통속이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그들 모두가 에너지 자원을 노리고 손을 잡은 상태라면 우리가 막아낼 수 있을까요?”

“…….”

주몽의 질문에 제이코는 한동안 말이 없어졌다.

“제이코?”

“음…… 보스.”

“네.”

“그들이 모두 손을 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

“로즈차일드가 됐든 모건이 됐든. 그들이 보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면 열에 아홉은 우리가 패배합니다.”

제이코는 깍지 낀 손을 무릎에 올려놓고 말을 이었다.

“그들의 전쟁은 국가 간의 전쟁과 성격이 다릅니다.”

“어떻게 말인가요?”

“국가 간의 전쟁은 말 그대로 보병이 깃발을 꽂아야 마무리가 됩니다만, 이들 가문의 전쟁은 대가리와 수뇌부만 날려버리면 끝나기 때문입니다. 점령전은 그 이후에 전리품처럼 따라올 뿐이죠. 그래도 한동안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그건 왜죠?”

“보스의 암살 모의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지 않았습니까. 세계인의 관심이 보스에게 쏠려 있는데 그런 짓을 했다가 문제라도 생기는 날엔 역풍을 맞게 될 테니까요.”

“그 말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네. 다시 노리려 들 겁니다.”

“하하. 계속 사건을 일으켜서라도 유명세를 유지해야 하겠네요.”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보스가 대외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신분을 갖는 겁니다.”

“대외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신분…….”

“돈이 많은 부자보다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게 조금이라도 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됩니다만, 그게 되겠습니까?”

“그 부분은…… 컴퍼니에서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방금 그 질문들. 안태완의 자료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네.”

주몽의 대답에 제이코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스의 존재는……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변수였을 겁니다. 세상 누구도 하룻밤 사이에 팔천억 달러가 넘는 자산가가 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자산가치만 놓고 본다면, 보스는 중동의 왕가보다 더 부자인 셈이니까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돈이면 어느 정도 부자일까 인터넷을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개중에 비교하기 쉬운 게 중동 부자들이었는지 자신의 당첨금과 그들 왕가의 재산을 비교하는 내용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었다.

“보스.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어떤…….”

“저들과 싸워서 영지를 지켜낼지. 아니면 손을 잡고 자원을 분배할지.”

“자원을 분배한다라. 그런데, 그게 내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내가 준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몽의 말에 제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스의 것이라고 할 수는 없죠. 하지만, 보스의 영향력을 이용한다면 저들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는 있을 겁니다. 솔직히 한국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보스가 나서든 나서지 않든. 저 자원은 쉽사리 지켜내기가 어려울 겁니다.”

“…….”

“보스. 멀리 생각하지 말고 중동을 보시면 됩니다.”

“중동이요?”

“네. 모래뿐이던 사막에 기름이 솟구친 뒤,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전쟁이 벌어졌죠. 자신들 의지와 무관한.”

“한반도라고 다를 것 같습니까? 중동 석유 자원은 길어야 백 년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쉼 없이 분란이 반복됐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무려 천 년의 에너지 패권이 달린 일입니다.”

제이코의 말에 뒤에서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양하석이 답답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 쉬었다.

“양 과장님.”

“네. 대표님.”

“청와대에 연락 좀 넣으세요. 이명환 대통령을 만나야겠습니다. 신당 운영위와 그룹 회장들도.”

연락을 받고 긴급히 모여든 이들은 주몽이 내놓은 독도, 마라도 해양자원 데이터에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가, 이 자원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을 듣자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고 회장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일본을 왜 돕지 않는 걸까요?”

신당 대표 김덕영이 의아한 눈빛으로 질문을 꺼냈다.

“버림당한 것 같습니다.”

“일본을요?”

“매장지 위치를 보면,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엮여있습니다.”

“그거야 오래전부터 그래왔으니…….”

“저들 입장에선 내가 망가져도 좋고, 일본이 치명타를 입어도 나쁠 게 없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일본과 한국이 손을 잡고 사이좋게 공동개발에 들어가 버리면 저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됩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상처 입기를 바라는 거군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분쟁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터지는 것도 내심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주몽의 말에 천기득 회장이 심각한 표정을 입을 열었다.

“한반도는 동북아의 화약고라고 부릅니다. 만에 하나 북쪽이든 남쪽이든 분쟁이 터지게 된다면…….”

“3차 대전에 맞먹는 전쟁이 되겠죠.”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도 국가 체제적으로도 딱 중간에 낀 형태다. 전쟁이 벌어진다면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의 전장이 되는 것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핵이 있어야 하는 건데.”

“핵이요?”

“건드리면 다 죽는다! 이 정도 패는 들고 있어야 저놈들이 꼼수를 부리지 못하죠. 북한을 보세요. 죽이니 살리니 해도 섣불리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가 뭡니까?”

김덕영은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연신 분통을 터트렸다.

거친 표현이기는 했지만, 김덕영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일 갑자기 핵무장을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말이다.

‘기억에 따르면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는 것은 5년 뒤다. 그것도 북쪽에서 시작된 총성으로.’

그 말은 이번 위기는 어떻게든 넘기게 된다는 뜻이고 최대 5년은 대비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제이코의 말에 따르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두 가지요?”

“네. 하나는 끝까지 싸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로즈차일드가 됐든 누가 됐든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 지분을 나눠주는 거죠.”

주몽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데, 로버트가 부정적 의견을 냈다.

“보스. 그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동북아시아 국가 관계에 대해 아직 공부 중입니다만, 러시아와 중국이 절대 구경만 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로버트의 말에 이명환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은 한국이 더 성장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지하자원으로 먹고사는 러시아로선 재앙이 될 수도 있겠군요.”

“거기다 로즈차일드는 대표적 유대 자본입니다. 그 말은 유럽과 미국이 그들과 한통속이라는 말이고 패권 경쟁을 하는 중국, 러시아와는 양립할 수 없는 사이죠. 특히 화교 자본은 유대 자본과 세계 곳곳에서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강해지면 다른 한쪽은 짓눌릴 수밖에 없는 구조죠.”

로버트 입에서 미국을 남의 나라처럼 이야기하는 발언이 흘러나오자 기분이 묘해졌다.

로버트의 말에 제이코가 고개를 흔들었다.

“로버트, 다른 방법이 없는 이상 그 두 가지 대응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군?”

로버트는 주몽을 바라보며 재차 말을 이었다.

“보스. 북한이 있지 않습니까.”

“네? 북한이요?”

로버트 입에서 뜬금없이 북한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주몽은 물론이고 회의에 참석한 이들 모두 ‘엉?’ 하는 표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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