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장. 까!
“흐흐흐. 고문을 하든, 죽이든 맘대로 해.”
안태완은 이제 와서 알게 뭐냐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래!”
주몽은 그 말 진심이냐는 듯 재차 질문했다.
“고문을 하든, 죽이든 간에 상관없다고?”
안태완은 주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뭐 하자는 거야?’하는 표정을 지었다.
“대답이나 해. 정말 그래도 되겠냐고.”
“전쟁 포로도 고문하지 않는 게…….”
“하든 말든 상관없다면서.”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겠다. 그러니 변호사를 불러…….”
“지랄하네. 변호사는 무슨. 야, 너는 이미 부산에서 죽은 거로 돼 있어.”
“뭐?”
안태완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반문을 하는데, 주몽이 그런 안태완의 뺨을 사정없이 올려쳤다.
짜~악!
“컥!”
“전쟁 포로? 변~호사?”
주몽의 손이 연달아 안태완의 뺨을 오갔다.
짝짝―짜악!
“컥! 캑! 캑!”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
쫙!
“크악!”
“인간말종 새끼가 어디서 주둥이를 함부로 털어!”
쫘아악!
“캑!”
주몽의 양손이 풍차처럼 돌아가며 정신없이 귀싸대기를 날렸다.
얼마나 험하게 올려쳤는지, 안태완의 양 볼이 순식간에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야, 이 병신 새꺄. 너 같으면 배때기에 칼밥 먹이려 한 새끼를 인권이니 뭐니 운운하면서 봐주고 싶냐? 뒈질 놈 돈 들여가며 살려 놨더니 어디 배부른 돼지 소리야!”
성질을 못 이긴 주몽이 안태완을 걷어차 버렸다.
퍼억!
“끄악!”
바닥을 뒹군 안태완이 이를 악물고 주몽을 노려봤다.
‘눈 독한 거 봐라. 이런 인간이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안보수석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주몽은 안태완의 정체가 갈수록 의심스러워졌다.
“그러니까. 뭐 하러 살렸냐고. 그냥 뒤지게 놔두지!”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안태완이 딱 그 모양새다.
“몰라서 물어?”
“……?”
“그냥 그렇게 뒤져버리면 내 분통은 어디서 푸냐?”
“뭐…… 뭐?”
“칼잡이를 떼로 보내질 않나. 헬기에 미사일을 날리질 않나. 나라를 반 토막 내서 전쟁을 일으키려 들질 않나. 이 싸이코 새꺄. 내가 널 쉽게 죽여 줄 거 같아? 앙!”
이 망할 놈 때문에 대한민국은 불바다가 되고 자신도 짤없이 죽어 나자빠졌다. 물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절대 일어날 일 없는 그런 일이어야겠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이놈이 시발점이고 원흉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머리 박고 반성은 못 할망정 뭐가 어쩌고 어째?
“대표님. 진정하시죠.”
양하석 과장이 말릴 듯 말듯 모호한 태도로 말리고 나섰다.
“양 과장!”
“네. 대표님.”
“정보니 뭐니 다 필요 없어. 그냥 화풀이나 거하게 할 테니까. 준비한 거 들여와.”
“진짜…… 하실 겁니까?”
“그럼 가짜로 하나?”
빨리 움직이지 않고 뭐하냐는 듯 주몽이 인상을 썼다.
양하석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데……’ 하는 소리를 흘리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안태완은 눈을 껌뻑이며 ‘뭐지? 뭔데 저러는 거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이. 안태완이.”
“…….”
“부탁이다. 끝까지 아무 말도 어떤 정보도 뱉지 마라. 알았지?”
“흥!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에선 어떤 말도 들지 못할 것이다.”
안태완은 독기를 줄줄 흘려내며 콧방귀를 날렸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수술복 복장의 의료진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역시 같은 복장을 한 남자 간호사들이 이동형 수술대를 밀고 들어왔다.
그들을 데리고 들어온 양하석은 안태완을 불쌍하다는 듯 내려봤다.
“뭐해? 잡아 올리지 않고!”
주몽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의사들이 안태완을 수술대 위에 올렸다.
“뭐야! 이거 안 놔? 놓으라고!”
안태완은 어떻게든 간호사들 손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들을 힘으로 이겨 낼 수가 없었다.
간호사들은 안태완을 수술대 위에 꽁꽁 묶어 버렸다.
그런 안태완의 모습을 지켜보던 양하석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되겠냐는 듯 주몽을 말리고 나섰다.
“대표님.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
양하석 입에서 조선 시대 운운하는 말이 나오자 안태완은 바둥거리는 와중에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였다.
무슨 짓을 하려는 진 모르겠지만, 이 상황에 조선 시대가 왜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됐고. 일단 하나 까.”
“아우. 저는 밖에 나가 있으면 안 되겠습니까? 도저히 못 보겠습니다.”
“그건 안 되지.”
주몽은 발을 빼려는 양하석을 잡아 앉혔다.
“혹시 모르잖아. 뭐라도 떠들어 대면 그걸 확인하고 검증해야지.”
“제가 보기엔…… 두 개 다 까고. 잘라내도 입을 열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럼 그것대로 좋고. 화풀이에 복수는 되는 셈이니까.”
주몽과 양하석의 대화에 안태완은 ‘설마……’ 하는 표정이 됐다.
“회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마취는 어떻게 할까요?”
“마취는 무슨. 그냥 하세요. 출혈만 잡으면 문제없다면서요.”
“그렇긴 합니다만…… 소란스러워질 수가 있어서.”
“여기 VVIP 병실이라면서요. 방음 안 돼요? 저 새끼 때문에 경호팀 직원들이 폭사했고 추락해 죽었습니다. 거기다 오늘내일하는 환자들까지 끌어들여 백 명이 넘게 죽었어요.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놈에게 마취약은 무슨.”
“되긴 합니다만…… 자칫 쇼크가 올 수도 있습니다.”
“쇼크라.”
주몽은 아쉬운 표정으로 안태완을 바라봤다.
“어쩔 수 없죠. 두고두고 괴롭혀야 하는데. 그렇게 보낼 수는 없으니. 마취하세요. 전신마취 말고 국부마취.”
“네. 회장님.”
안태완은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마취과 선생. 국부마취 진행하고 바이탈 체크 해주게.”
“네. 교수님.”
“하의를 탈의시키고 소독 준비.”
“네!”
환자복 바지가 벗겨지고 아랫도리가 공개되자, 안태완이 불안한 눈빛이 됐다.
“이봐!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몰라서 물어? 일단 불알부터 까고 그다음에 이야기하자.”
“뭐? 뭘 까?”
“너 같은 배신자 새끼는 이번 기회에 대를 끊어놓아야지 않겠냐?”
“날…… 고자로 만들겠다고?”
“어.”
“야!”
“뭐?”
“미…… 미친 새꺄! 이건 아니지. 그냥 고문을 해!”
“응. 싫어.”
주몽은 시작하라며 집도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스!”
집도의가 간호사에게 손을 내밀자, 곧바로 날카로운 메스가 손에 쥐여줬다.
“야!”
“뭐!”
“하지 말라고!”
“목청 봐라. 아주 쩌렁쩌렁하네. 기대해라. 조만간 내시 같은 목소리로 변해갈 테니까.”
“이런 씨발!”
안태완은 수술대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비틀어댔지만, 얼마나 꽁꽁 묶었는지 꼼짝도 하질 않았다.
“뭐합니까. 일단 하나 떼고 시작합시다.”
“네. 회장님.”
찌릿. 섬뜩. 따끔!
번데기처럼 졸아든 알 주머니에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질감이 느껴지자 안태완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부산 선착장에서 팔다리가 잘리는 고문을 당할 때도 꿋꿋했던 그였지만, 엄습하는 스트레스가 그때완 비교가 되질 않았다.
팔다리 하나 정도는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알과 고추를 떼버리고 살아간다는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스윽―
살가죽 잘리는 소성이 귓가에 그대로 흘러들었다.
마취 때문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 소리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얼마나 걸릴까요?”
“절제, 제거 수술이라 금방 끝날 겁니다. 길어야 10분입니다.”
집도의의 대답에 주몽은 아주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완아. 둘 중 하나 까는 데 10분 걸린단다.”
“아악! 당장 멈춰! 멈추라고!”
“그래. 끝까지 헛소리나 지껄여라. 솔직히 나는 그게 더 좋다.”
“내…… 내 정보가 필요하잖아!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아랫도리에서 올라오는 이질적인 느낌에 안태완은 연신 도리질을 쳤다.
“태완이 네가 병실에 누워만 있어서 뭘 모르는 것 같은데. 야베랑 일본은 내가 이미 거덜 내는 중이다. 정보니 뭐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이런 병신 같은! 이게 일본 혼자서 벌일 수 있는 일인 거 같아?”
“알 게 뭐야. 일단 보이는 놈부터 패는 거지. 지금 네 불알이 짝불알로 변하고 있는 것처럼.”
“영국! 영국!”
안태완은 다급한 표정으로 나라 이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영국?”
“그래!”
“영국이 왜?”
주몽은 의아한 눈빛으로 안태완을 바라봤다.
미국이나 중국을 이야기했다면 ‘뭐 그놈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겠지만, 영국은 예상치를 훌쩍 벗어난 완전히 의외의 등장인물이다.
“파산 직전이니까!”
영국이 파산 직전이라고? 어디에서도 이런 정보는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증거 있어?”
“있다. 있어! 아아악! 쫌 멈추라고! 빌어먹을!”
안태완이 악다구니를 쓰며 소리를 지르는데, 집도의 교수가 ‘아! 이런!’ 하는 소리를 냈다.
“문제 있습니까?”
“환자가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집도의는 쯧쯧 혀를 차면서 안태완을 바라봤다.
“아, 왜!”
안태완이 불안한 눈빛으로 집도의를 바라봤다.
“옆 불알에 칼집이 생겼습니다. 이거 어쩌죠?”
“어쩌긴요. 복구 안 될 정도면 그냥 깔끔하게 그쪽도 까세요.”
“이…… 이건 아니지! 영국이라고 말해 줬잖아!”
안태완은 질색한 표정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우리 쪽 실수가 아니잖아. 네가 발버둥 쳐서 그렇게 됐다는데.”
“이런 썅! 그럼 알이 떨어져 나가는데 멍청하게 있어야 했다는 거냐!”
“나 같으면 발버둥 칠 시간에 하나 남은 알을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
“……망할.”
“교수님. 반대쪽 그거 복구 불능입니까?”
“그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집도의는 아슬아슬하다는 듯 이야기했다.
“다크웹! 접속 넘버 23464.45535.35625! 아이디 스퀘어! 패스워드 뉴월드!”
안태완이 발악하듯 자료 위치를 외쳤다.
“일단 하나는 살려놓으세요. 확인해보고 오죠.”
“네. 회장님.”
주몽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더니 몸을 돌렸다.
“잠깐!”
“또 왜?”
“정보만 받아가고, 끝이면 안 되지!”
“태완아.”
“…….”
“자료는 ‘알 값’이야.”
“…….”
“여기서 뭔가를 더 얻고 싶다면, 증거에 증인을 더해야 협상이 되지 않겠어?”
“그건 안돼.”
“왜?”
“…….”
“묻잖아. 왜 안 되냐고.”
“가족이…… 죽는다.”
가족? 안태완에게 가족이 있어? 아무리 뒤져도 아무것도 나온 게 없는데.
주몽은 의아한 눈빛으로 안태완을 바라봤다.
“태완아.”
“…….”
“너만 가족 있냐? 너 때문에 죽고 다친 사람들도 모두 가족이 있다. 짠한척하지 마. 역겨우니까.”
“부…… 부탁이다. 나는 죽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하지만 뭐?”
“내 아이는…… 아이는 죄가 없다.”
“어디 있는데?”
“…….”
“어디 있냐고!”
“헝가리. 헝가리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뒤져도 없던 자식이라면, 불륜인가?”
“아니다. 결혼 전…… 얻은 아이다.”
“좋아. 지금, 이 상황에 불륜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주몽은 안태완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거짓말 탐지기와 자백제 사용에 동의한다면, 아이가 됐든 뭐가 됐든 내가 지켜주마.”
“자…백제?”
“어.”
생으로 불알을 까버리겠다며 수술대까지 동원해 놓고 이제 와서 자백제 동의를 받는다고? 안태완은 주몽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알 까는 거야. 내 사적 복수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지만. 거짓말 탐지기와 자백제를 쓰려면 공권력을 통해야 하잖아. 정식으로 녹화 과정을 거칠 테니까.”
안태완이 망설이는 반응을 보이자, 주몽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가족? 아이는 죄가 없어? 까는 소리 하고 자빠졌다.”
“거짓말이 아니다!”
“몸에 거짓말 탐지기 연결하고 자백제 맞은 다음에도 그렇게 이야기하면 믿어줄게.”
주몽은 그렇게라도 해 보겠냐는 듯 안태완을 바라봤다.
“…….”
“그럴 줄 알았다. 하여간 틈만 나면 구라를 쳐요.”
주몽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더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양 과장님.”
“네. 대표님.”
“정보팀에 연락해서 자료 확인해봅시다. 거짓말이 생활인 인간이라 또 뭔 수작을 부렸을지 모르니. 접속하는 장비는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물론입니다.”
양 과장이 병실 밖으로 나가자, 주몽은 다시 안태완 옆으로 다가갔다.
“태완아. 너 DNA 검사 좀 해 보자.”
“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아. 우리가 조사한 안태완은 너처럼 팔다리 잘려도 입을 꾹 다물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 말 그대로 평범 그 자체란 말이지. 그런데 지금 봐봐. 알을 까겠다는데도 그 와중에 구라를 치고 있잖아. 마치 어쩔 수 없이 진실을 털어놓는 사람처럼.”
“지금…… 내가 가짜라도 된다는 거냐?”
“확인해보면 알겠지.”
주몽은 안태완의 머리칼을 잡아채더니 사정없이 쥐어뜯었다.
“악!”
“어이쿠. 몇 가닥이면 된다고 했는데, 내가 실수를 해버렸네? 쏘리~”
안태완의 어깨를 다독거린 주몽은 간호사에게 봉투 하나를 받아 머리카락을 집어넣었다.
‘전쟁터 용병으로 전전하다 죽었는지 알았는데, 이런 재주가 있는지 몰랐네.’
주몽은 총 맞아 죽은 다른 세상의 자신이 ‘심문’과 ‘심리전’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뭐가 됐든 지금의 내가 잘 써먹을 수 있으면 그걸로 땡큐다.’
주몽은 대기 중이던 의사에게 봉투를 넘겨주고는 안태완의 사타구니로 시선을 돌렸다.
칼자국은커녕 핏방울 하나 흐르지 않은 멀쩡한 사타구니였지만, 주몽은 못 볼 걸 봤다는 듯 연신 머리를 흔들며 한숨을 내 쉬었다.
“아우. 상상만 해도 아찔한데, 까진 알을 직접 보는 건 끔찍하다야. 태완아. 네 불알 불쌍해서…… 어쩌면 좋냐?”
“…….”
“어쨌든 간에 남은 하나마저 까버리면 빼박 고자 확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