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71화 (172/224)

171장. 횽님 따라 강남 간다.

주몽과 G20 국가들의 연합공격에 일본은 너덜너덜해졌다.

환율은 엉망이 됐고, 닛케이 지수는 단두대에 올라간 양 수시로 모가지가 날아갔다.

해외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던 일본 기업들 역시 폭풍에 휩쓸리기는 마찬가지.

일본의 모기업이 휘청거리니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렸다.

주몽과 일본이 벌이는 쩐의 전쟁은 수많은 관람자를 만들어냈다.

영국와 미국의 갬블러들은 재빨리 판을 벌였다.

느닷없이 복권에 당첨돼 글로벌 벼락부자로 등극한 주몽이 이길지, 아니면 전통의 강자이자 세계 2~3위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이 이길지 판돈이 걸린 것이다.

경제 상류층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은 일본에 배팅했고, 반대편에 있는 이들은 주몽에게 돈을 걸었다.

승률은 주몽 2, 일본 8.

주몽이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경제 대국을 상대론 하룻강아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더 높았기 때문이다.

주몽과 일본의 싸움은 도박판에서만 붐을 일으킨 게 아니다.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사모펀드와 기관투자자들, 그리고 틈바구니에 끼어 떡고물을 노리는 개미투자자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지갑을 열었다.

세계 굴지의 보험회사와 금융회사들은 한국과 일본을 두고 상품을 개발했고, 이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갬블러들이 만든 판이 동네 하우스 수준이라면, 이들 금융회사가 만들어낸 판은 라스베이거스 급이었다.

주몽이 어떤 식으로 공격을 할지에 대해 수많은 예상이 튀어나왔다.

그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소로스가 사용했던 환율공매도.

일본 전체를 상대로 싸우진 못하고 특정 은행이나 금융기관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박판과 금융상품이 완판되고 며칠 뒤, 느닷없이 터져 나온 고주몽 지지 선언.

개인이나 기관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자 일본 쪽에 판돈을 걸었던 이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건 또 뭔가.

가장 유력한 공격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환율 공매도가 아닌 매수가 이어졌다.

“미친 건가?”

“고주몽이 가진 돈이 많기는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 단위, 그것도 준 공용화폐나 마찬가지인 엔화 전체에 전쟁을 걸 정도는 아니지.”

“고주몽이 나이도 어리고 돈 개념도 부족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 옆에 있는 놈들은 말려야 하는 거 아냐?”

“쯧쯧. 복권 당첨자의 저주가 여지없이 발휘됐네.”

“우리야 땡큐지. 배당비율이 높지 않아서 큰돈은 못 벌겠지만, 그럭저럭 소소하게 용돈은 되겠다.”

다들 주몽의 공격을 비웃으며 주몽이 언제 항복을 할지에 대한 상품이 추가로 팔려나갔다.

패배는 정해진 결과이니 언제쯤 무릎을 꿇을지 그걸 맞히는 쪽으로 도박판이 열린 것이다.

그런데 그때 변수가 튀어나왔다.

주몽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던 국가들이 주몽과 함께 엔화를 사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어라? 재들은 또 뭐냐?”

“지지 선언이야 그렇다 쳐.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건 아니지 않나?”

주몽에 이어 G20 19개 국가의 기관투자자들이 엔화 매수에 동참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일본이 잘 버티고는 있는데…… 하, 이걸 버틴다고 해야 하나? 오히려 대박이 난 것 같은데.”

“고주몽 덕분에 일본 경기가 상승해버렸네? 뭐야. 복수 운운하더니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이거 일본이랑 짜고 치는 거 같은데. 처음부터 다 연극을 한 건가?”

주몽을 지지했던 이들도 일본을 지지했던 이들도 각자의 사정에 따라 분통을 터트렸다.

그렇게 석 달째.

금방이라도 돈이 떨어져 무릎을 꿇을 것 같던 주몽은 위태위태하면서도 죽지 않고 자리를 지켜냈다.

“끝났네. 고주몽 현금 동원이 얼마였더라?”

“4,000억 달러. 정보에 의하면 3,500달러를 쏟아부었다는군.”

“역대급 삽질이네. 그 돈이면 작은 소국 정도는 통으로 먹어 치울 돈인데 말이야. 일본만 신났네.”

“어? 이거 뭐야.”

“뭔데?”

“어어어어! 고주몽, 이 미친놈이!”

엔화를 꾸역꾸역 집어삼키며 금방이라도 체할 것처럼 비틀거리던 주몽이 그동안 매수한 엔화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의 엔화까지 빌려다 공매도를 쳐버렸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연달아 엔화를 쏟아내는 고주몽 지지 세력.

휘청!

주몽을 방어하기 위해 끊임없이 엔화를 찍어냈던 일본은 늘어난 돈뭉치에 현기증을 느꼈다.

당장 일본이 망하기라고 할 것처럼 엔화를 쓰레기 취급하며 내다 버리기 시작하자, 가치 절하는 물론이고 쓰지도 않는 돈이 창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엔화만큼 빠져나가는 외화.

일본을 지지했던 세력은 얼굴이 핼쑥해졌다.

일본이 쉽사리 무릎을 꿇지는 않겠지만, 일본 편을 들며 그들과 손발을 맞췄던 사모펀드들 수익이 뚝뚝 떨어져 내린 것이다.

“안돼! 막아! 엔화를 사라고!”

사모펀드들은 전력을 다해 방어에 나섰다.

일본을 위해서도 주몽을 이기기 위해서도 아니다.

자신들 돈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 뛰어든 것이다.

주몽과 일본의 전쟁을 실시간으로 세계에 전송하고 있던 미디어들은 급변한 상황을 전하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펀드가 일본 용병으로 나섰음을 알렸다.

주몽에게 판돈을 걸고 후회와 실망을 반복하던 진영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쳐들었다.

“반격이다!”

“그럼 그렇지.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지!”

“야, 멍청하게 지켜만 볼 거야? 반대편에 있는 놈들이 엔 방어에 나섰다고!”

“고뤠? 그럼 우린 주몽이를 도와야지! 공격 앞으로!”

“주몽이 횽님 따라 강남 가 보자고!”

개인투자자는 물론이고 주몽이 이긴다에 판돈을 걸었던 이들이 용병으로 나선 펀드와 전쟁을 시작했다.

전 세계가 두 편으로 나뉘어 치고받고 물고 뜯는 개싸움이 벌어졌다.

자고 일어나면 어떤 펀드가 파산했다는 둥, 개미 투자자가 대박을 터트렸다는 둥 쉬지 않고 기사가 쏟아졌다.

처음엔 판돈에 걸린 자산을 지켜내기 위해 참전한 전투였지만, 이게 점차 규모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글로벌 쩐의 전쟁이 되어버렸다.

“씨발. 밀리면 다 죽는다! 사돈의 팔촌에 십이장촌까지 다 불러!”

“죽거나 살거나! 둘밖에 없다.”

“오예! JR 펀드 날아갔다! 엔 방어 이러고 있더니. 꼴 좋다!”

“개미들 다 밟아버려! 어디 족보도 없는 것들이!”

“쏴! 돈을 더 쏘라고! 압도적 전력을 눌러버려야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일본이 무너지면 우리가 산 상품은 다 휴짓조각 된다고!”

주몽과 일본의 전쟁은 주몽 지지자들과 일본 지지자들의 전쟁으로 확전됐다.

그걸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큰손 투자자들과 괴물급 금융기관들이 배당비율 계산에 들어갔다.

누가 이겨야 자신들 주머니가 더 두둑해질지 확인하고 이 싸움에 마침표를 찍기로 한 것이다.

“일본이 이기면 2~3?”

“주몽이 이기면 5는 보장, 최대 7까지.”

복잡하게 계산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자신들이 팔아치운 보험 상품은 주몽이 이길수록 손해다.

하지만 주몽에게 직접 투자를 하고 일본 나눠 먹기에 숟가락을 올린다면 그 정도 손해는 갈음하고도 그 이상 남는 장사였다.

“참전한다면 주몽 편. 관전한다면 일본 편.”

“어떻게 할까?”

“뭘 어떻게 해. 당연히 참전이지.”

“그럼 당연히 주몽 쪽이겠군.”

“굳이 주몽이 아니더라도. G20 19국이 주몽을 지지하고 있어. 그들과 척질 필요는 없잖아.”

“엔 방어에 나선 멍청이들도 겸사겸사 털어먹자고.”

“콜!”

느긋하게 전쟁을 지켜보던 금융계의 최종 보스들이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얘들아. 형들이 지원 들어간다.”

대형은행과 보험회사들이 참전을 선언하며 ‘주몽’ 진영에 참여했다.

소소하게 국지전 형태로 총질이 오가던 곳에 대포로 무장한 큰형들이 등장하자, 전세는 순식간에 기울었다.

* * *

“로즈 차일드 사채꾼 새끼들! 수전노 새끼들! 지들 돈만 챙기는 더러운 배신자들!”

믿고 있던 동맹마저 냉정하게 등을 돌려버리자, 야베는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주몽과 그 연합세력도 버거운데, 여기에 군벌이나 다름없는 은행과 보험회사까지 전쟁에 끼어들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엔화는 모조리 내다 버리겠다는 듯 끊임없이 돈을 쏟아냈다.

이러다 엔화로 밥 사 먹는 것은 고사하고 화장실 휴지로나 사용할 판이다.

치솟는 물가에 여기저기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고, 적성 국가 밀수 사건으로 필수 물품에 대한 수입까지 막혀버렸다.

“빌어먹을 반도체!”

강철이 산업의 살이었다면 반도체는 산업의 피다.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물건이 없다 보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제조업종은 그야말로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안 그래도 일본 내 제조업 분야가 힘든 상태인데, 반도체 수입마저 막혀버리자 곧바로 충격이 몰려왔다.

‘언제고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이래서 한국을 경계하고 수출규제까지 해가며 기를 꺾어 놓으려 했던 건데!’

그때 어떻게든 한국을 꿇어 앉혔어야 했다.

“돈으로 안 된다면 힘으로 때리는 수밖에.”

야베는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고 표정 관리를 한 뒤, 의사당에 들어섰다.

* * *

“야베는 아직 연락이 없습니까?”

“네. 아직입니다.”

“이쯤 했으면 물러설 때도 됐는데. 안타깝네요.”

주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나단, 우리 현금 사정은 어떤가요?”

“3,650억 달러가 투자됐고, 234억 달러가 마이너스입니다.”

“와우. 23조나 날려 먹었어요?”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은 없는 법이니까요.”

엔화를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일본을 엿 먹이기 위해서였다. 석 달간 움직인 자금에 비하면 그나마 피해가 적다고 해야 할 것이다.

“대신, 주가지수와 파생상품. 보험 상품 쪽에선 대박이 터졌습니다.”

조나단의 말에 제이코와 로버트가 눈을 반짝였다.

“조나단, 감질나게 하지 말고 그냥 액수를 말해.”

“흐흐흐. 보스. 환율에선 234억 달러 손해지만, 다른 곳에서 470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한화로 50조입니다. 50조!”

환율에서 손해 본 것을 제하고도 25조 이상 이득을 봤다는 소리다.

그것도 단 석 달 만에 25조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닛케이와 뉴욕에 상장되어 있던 일본 기업들 주식도 빗자루로 쓸어 담았습니다. 주가야 엉망진창이지만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일부 상승하는 주식도 있을 것이고 부실한 것은 아예 회사를 조각내 팔아버리면 됩니다. 예상 수익은 180억 달러입니다.”

총 43조가량의 이익을 거뒀다는 말이다.

“손해배상은 아직 받지도 않았잖아요.”

“그건 제이코 고문님 일이지 않습니까. 그쪽 계산은 따로 해야죠. 하하하하.”

조나단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돈을 만지는 금융종사자들의 꿈이 뭐던가. 자신이 입력한 숫자에 너나 할 것 없이 벌벌 떨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정치 권력에 목을 맨다면 금융인들은 시장 영향력에 목을 맨다.

제이코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국 대선과 관련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존 오루크 후보가 보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65%가 넘었다죠?”

“네. 보스의 무기 구매 건으로 공화당 지지자들이 존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가는데, 박산호 부장이 급히 뛰어왔다.

“대표님! 방송을 좀 보셔야겠습니다.”

박산호는 재빨리 리모컨을 집어 들고는 TV 전원을 켰다.

“야베가 평화헌법 개정을 들고 나왔습니다.”

“오, 그래요? 언제 미끼를 무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주몽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방송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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