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장. 야베가 노믹스를 원한다면.
주몽의 발표에 일본 열도가 들썩였다.
야베 총리와 민자당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주몽 무시하기에 나섰고 일각에선 이래서 ‘조센징은 안돼’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일본은 조선의 근대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은혜를 갚지는 못할망정. 이 무슨 망발이란 말입니까!”
“군부독재에 신음하던 한국에 투자하고 돈을 빌려주고 또 기술지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고주몽 일당은 증거도 없이 일본을 범죄 국가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유일 전쟁 없는 국가. 세계 유일의 평화 헌법을 가진 나라가 일본입니다. 21세기에 군부 쿠데타나 일어나는 나라완 비교할 수 없는! 월등한 시민 정신을 가진 나라가 바로 일본이란 말입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합니까!”
“한국 정부는 일한 양국 우애를 망가트리고 망발을 일삼는 고주몽을 즉시 체포해야 합니다.”
“한국 정치인들은 바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만약 고주몽이 일본에 대한 공격을 벌인다면, 일본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고주몽을 앞세워 일본을 공격하려는 한국의 술수로밖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정치권은 나름 순화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재야인사들과 인터넷에선 필터링 자체가 없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천박한 사상을 지닌 고주몽은 세계 평화를 좀 먹는 벌레다!”
“일본의 피 한 방울은 적들의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을 점령하자! 불쌍한 한국인들을 위해 일본이 나서야 한다!”
“재일한국인은 열도를 떠나라!”
“고주몽이 자신의 아방궁에 일본의 여인들을 소집하려 한다.”
“조센징 따위. 얼마든지 덤벼라. 사무라이 정신으로 단칼에 목을 쳐 주마!”
재야인사와 인터넷이 지원사격에 나서자, 야베가 중대 발표를 이야기하며 단상에 올랐다.
“일본이! 우리가! 보통국가만 되었어도!”
야베는 침통한 표정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국가도 아닌 일개 기업이 일본을 무시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옳소!”
“위대한 일본은 더는 무시 당해서도 안 되고 무시당할 생각도 없습니다! 이에 본인은 평화 헌법 개정을 요구합니다!”
야베의 발언에 너나 할 것 없이 반자이(ばんざい)를 외치며 기립 박수를 쳤다.
야베는 잠시 박수 세례를 즐기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쓰게 된 것은! 일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야쿠자들 때문입니다.”
방송을 보고 있던 일본인들은 ‘그렇지. 야쿠자 놈들이 함부로 설치니까. 나라 꼴이 엉망인 거야!’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의 국격을 떨어트리고 외부의 적을 만들어낸 야쿠자입니다. 저는 이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야베는 연설문에서 눈을 떼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방송을 보고 있던 일본 경시청 관료들은 ‘어?’하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말하는 분위기가 마치 범죄와의 전쟁이라도 선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긴장된 표정으로 야베를 바라보는데 그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자위대는!”
검·경이 아니라 자위대라고?
“지금 당장! 야쿠자 박멸에 나설 것을 명령합니다. 야쿠자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야베는 매서운 눈길로 카메라를 노려보며, 야쿠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와 동시에 한국에 외교 전문 하나가 날아들었다.
●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그러나 이웃 국가에서 벌어진 이번 일은 안타까운 일이며 이에 심심한 위로를 표합니다. 법치국가인 일본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야쿠자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이는 고주몽 회장과 Go 컴퍼니에 일본 정부가 보일 수 있는 작은 위로임을 말씀드립니다.
* * *
일본에서 날아든 전문은 외교부에서 청와대로 청와대에서 주몽에게 전해졌다.
“응?”
주몽이 고개를 모로 꺾었다.
“흐음…….”
짤막한 내용이지만, 주몽은 몇 번에 걸쳐 내용을 다시 읽었다.
“웃기는 놈들이네.”
주몽의 입에서 피식 실소가 흘러나왔다.
“작은 위로의 의미로 야쿠자와 전쟁을 벌인 다라…… 각하께서 꼼수 대왕 자리를 야베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네.”
주몽의 중얼거림에 다들 호기심 섞인 표정이 됐다.
“나름의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화해요? 그럴 리가요. 혹시 야베노믹스라고 들어봤습니까?”
주몽의 질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의 경기 회장과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야베가 동원한 경제 조치를 이야기한다.
미국이 달러를 찍어서 경제 위기를 넘어갔다면 야베는 엔화를 찍어내 경제 불황을 탈피하겠다는 전략.
야베는 일본 경제의 근본 문제가 과도하게 높게 평가된 엔화 가치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는 어느 정도 적중했다.
야베의 이런 경제 정책에 세계 경제 학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내 비췄지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썩 괜찮은 정책이었다.
“그런데 야베노믹스는 왜…….”
주몽은 전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엔화 정책이 공식적인 경제 조치였다면, 야쿠자와의 전쟁은 비공식 정책이라고 봐야 합니다.”
“범죄조직과 전쟁을 하는 것이 야베노믹스의 다른 방편이라는 말입니까?”
경제 쪽 지식이 부족한 제이코와 로버트는 둘 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로는 나를 위해 야쿠자를 응징하겠다고 표현했지만, 실질적으론 그 핑계를 들어 법치국가 운운하고 국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겁니다.”
“예를 들면 어떤?”
“우리는 이번 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자국 범죄조직이 연관되었다는 정황이 있으니 이를 응징하겠다. 우리도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허허허.”
로버트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제이코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과 야베노믹스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야베는 일본의 지하금융을 손보려는 겁니다.”
“아! 야쿠자가 운용하는 자금을…….”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버트가 곧바로 구골 검색기를 돌렸다.
“야마구치 구미 연간 수입이 800억 달러?”
로버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번 액수를 확인했다.
“야마구치 구미? 그게 일본 야쿠자입니까?”
“정확히는 야쿠자 조직 중 하나죠.”
주몽의 말에 제이코는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야쿠자 전체도 아니고 일개 조직 자금이 연 800억 달라요?”
“정상적인 수입이 아닙니다. 그러니 감춰진 자금은 더 크다고 봐야겠죠. 일본 야쿠자는 여타 범죄조직과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에선 아무리 잘나가는 조폭이라도 검·경이 나서면 순식간에 박살이 납니다. 하지만 일본은 오히려 야쿠자 자금이 정·재계를 장악하고 있어서 이들이 움직인다면 거꾸로 정치인이 박살 나는 경우도 적지 않죠.”
“우리 쪽 공격 자금 규모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상황이니. 그것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군요.”
“그렇죠.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면 ‘이게 뭐지?’ 하는 표정이 될 겁니다.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군요.”
“결국, 야베가 하고 싶은 것은…….”
“네. 위로니 뭐니 하는 것은 핑계고, 이번 기회를 통해 지하 자금을 모조리 끌어모아 나와의 전쟁에 대비하겠다는 겁니다. 국제 사회엔 ‘법치’ 운운하며 억울하다는 심정을 드러내고 이번 사태와 연관이 있는 야쿠자를 때려잡아 ‘반성’이 아니라 ‘위로 또는 노력’하고 있다는 걸 대외적으로 선전한 겁니다. 겸사겸사, 명분과 기회를 잡았으니…….”
“일거양득을 노렸군요.”
“거기다 경찰이 아니라, 자위대를 움직였습니다.”
“이 와중에 평화 헌법을 개정해서…….”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죠.”
“그래서 꼼수라고 하신 거군요.”
“네. 꼼수죠. 하지만 꼼수는 꼼수일 뿐입니다. 야베 입장에선 야쿠자 자금을 끌어다 방패막이로 쓰겠단 전략을 내세웠지만…….”
“일본을 노리는 것은 Go 컴퍼니 만이 아니죠.”
제이코 역시 ‘씩’ 웃음을 흘렸다.
“야베 똥줄을 태워 볼까요? 국제 사회에 ‘노력’ 중이라고 호소를 했지만, 그게 다 쓸모없는 짓이었다는 걸 알려줘야지 않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각국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 * *
야베의 긴급 발표가 있었던 직후,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던 G20 국가들이 약속이나 한 듯 성명을 발표했다.
― 마피아? 삼합회? 야쿠자? 이들의 공통점은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벌인 일이 야쿠자에게 무슨 이익이 있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 야쿠자와의 전쟁? 사과가 먼저 아닐까?
― 심층취재. 야베노믹스 2탄! 일본 지하금융을 노리는 야베. 추정되는 야쿠자 자금만 1,000억 달러! Go 컴퍼니와의 전쟁자금?
― 일본 국가부채가 GDP 250%! 쩐의 전쟁이 벌어지면 국가 부도 사태도 가능!
야베는 각국 신문 사설에도 콧방귀를 날렸다.
“그래봤자, 고주몽이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4,000억 달러다. 그 정도 자금은 충분히 방어가 가능해!”
각국 유수 언론사들이 1면 전체를 할애해 한국에서 벌어진 일과 이와 관련된 배후를 ‘일본’으로 지목하며 비평을 싣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뒤, 느닷없이 Go 컴퍼니 지지 성명이 터져 나왔다.
― 멕시코 대통령, 정의는 정의로울 때 정의롭다! Go 컴퍼니 지지 선언! 고주몽 회장은 멕시코의 훌륭한 시민. 자국 시민에 대한 위협 용납 못 해!
― 독일 총리!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의 또 다른 얼굴. 고주몽 회장과 Go 컴퍼니 지지한다!
― 미 대선 후보. 존 오루크. 고주몽 회장은 영웅! 그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를 지켜냈다. 3차 대전을 막아낸 용감한 미국인, 그를 지지한다.
― 중국 주석. Go 컴퍼니 일본 공격에 한 손 거들 듯.
Go 컴퍼니야 공격을 선언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국가들까지 주몽 편을 들자 야베는 ‘억!’ 소리가 나왔다.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 니들이 왜!!!”
* * *
시시각각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주몽이 드디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자, 이제 분위기는 만들어졌으니 엔화 좀 사 봅시다.”
야베는 엔고 현장을 저지하고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엄청난 양의 엔화를 찍어냈다.
주몽은 일본에 대한 공격 중 하나로 엔화 가치를 높이는 쪽에 투자했다.
주몽의 움직임에 발맞춰 리벤지 파운데이션 단기 회원들 역시 엔화를 사들였다.
막대한 자금이 엔화 매수에 나서자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 환율 시장 들썩. Go 컴퍼니 엔화 매도가 아닌 매수?
조지 소로스가 그랬던 것처럼 엔화 공매도로 공격할 거란 예상과 달리 반대로 엔화 매수에 나서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야베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다.
“이거 공격 맞아?”
어마어마한 자금이 엔화 매수에 나서자, 순식간에 엔화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야베는 공매도를 방어하기 위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었는데, 주몽이 반대로 치고 들어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국 화폐인 엔화는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어이없게도 외화가 금고를 가득 채우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엔화를 사자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자,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고주몽, 이 미친놈!”
화폐 가치는 너무 하락해도 문제지만, 너무 가치가 올라가도 문제가 생긴다.
물건값이 싸면 가계에 도움이 되지만, 필요 이상의 소비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낮은 가격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기업은 손해가 발생해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물건값이 상승하면 기업의 수익이 늘어날 것 같지만, 가계가 위축돼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팔리지 않는 물건이 늘어나면서 이 또한 기업에 타격을 주게 된다.
그래서 각국은 자국 화폐의 가치를 적정선에서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
“가진 게 돈밖에 없다더니 같이 죽자는 거냐!!!!”
주몽과 주몽을 지지하는 G20 국가들의 엔화 매수는 야베가 그토록 막고 싶었던 엔고와 디플레이션을 불렀다.
“더 찍어! 엔화를 더 찍어내라고!”
밖으로 빨려 나가는 엔화를 보충하기 위해 야베와 재무성은 미친 듯이 엔화를 만들어냈다.
자국 시장에 화폐가 부족하게 되면 경직 현상이 오게 될 것이다.
주몽이 공매도 공격에 나섰다면 그럭저럭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쟁에 임했겠지만, 역으로 행동을 하니 오히려 배가 터질 지경이 됐다.
찍어내는 족족 주몽과 G20 국가가 엔화를 사주자, 오히려 재정이 풍족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주몽의 엉뚱한 공격에 일본의 경기가 갑자기 활황 상태가 된 것이다.
주몽의 리벤지 파운데이션이 벌이는 기행에 경제 학자들과 세계 각국 정부,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으론 공격을 선언해 놓고 하는 짓은 오히려 일본 경기를 잔뜩 끌어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끌어모았지?”
“우리 쪽이 3,200억 달러, 리벤지 단기 회원국이 된 19개국이 8,500억 달러입니다.”
“뒤통수 레버리지는”
“최대치로 당겼습니다. 타이밍에 맞춰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면 일본 증시는 휴지쪼가리가 될 겁니다.”
“좋습니다. 손해를 봐도 상관없으니 지금부터 닥치는 대로 팔아 치워요!”
한 푼 두 푼 끌어모아 엔고를 만들어냈던 주몽은 Go 컴퍼니와 단기 회원국에 매도를 지시했다.
가지고 있는 물량은 당연히 내다 던졌고 공매도까지 잔뜩 끌어모아 엔화를 패대기쳤다.
엔화를 사들일 때도 그렇더니 팔 때도 거침없는 주몽이다.
최대치에 다다라 있던 엔화가 시장에 풀리자, 가치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야베 노믹스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엔화 물량이 많은 상태였는데, 여기에 11,800억 달러 가치의 엔화가 더해지자 엔화 홍수가 나버렸다.
엔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엔저를 위해 노력했던 야베 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반길 일이지만, 과거와 상황이 달랐다.
상황이 계속된다면 엔화가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갈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10엔 하던 한 끼 식사를 100엔에 사 먹어야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디플레이션보다 더 최악의 사태가 인플레이션이다.
야베는 그간 획득한 외화를 동원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처음 엔화를 팔 때 비해 더 높은 가격에 자국 화폐를 거둬들이는 상황이 발생하자, 보유 외환이 순식간에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빠가야로! 고주몽!”
“총리님. 도…… 돈이 부족합니다.”
“아니 왜!”
“팔 때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들이다 보니…….”
바보라서 비싸게 사는 게 아니다.
사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기니 울며 겨자 먹기로 엔화를 방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과거 영국이 멍청해서 소로스에게 당했겠는가.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었고 결국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었다. 그리고 지금 일본이 그 입장이 되어버렸다.
“뭐?”
주몽이 엔화를 매수할 때는 엔저를 유지하고 있을 때다. 하지만 지금은 천장을 뚫고 하늘까지 엔고가 된 상태다.
“이대로 상황을 지속한다면 지급불능 상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1달러에 100엔 수준이었는데, 180엔까지 치솟았습니다.”
“총리님! 주…… 주식 시장이!”
“또 뭔데!”
“사모펀드로 보이는 세력이 닛케이 지수 하락에 베팅한 것이…….”
“가치가 떨어진 주식을 외부 세력이 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주가지수 변동합니다!”
“아악! 지수 상승에 베팅한 세력도 있습니다.”
주몽과 협력 세력들이 주가 시장은 자기들 입맛대로 올렸다가 내리길 반복하며 돈을 털어먹기 시작했다.
“기업들 주식이…… 저들에게 넘어갑니다!”
“막아! 막으라고!”
“돈이 부족합니다! 기업들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습니다.”
“아악! 고주몽이 일본에 수출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 일본이 믿을 수 없는 국가라서 반도체 수출을 모두 금지하겠답니다.”
“뭐?”
“야쿠자들이…… 밀수를 하다 적발되었습니다.”
“여기서 야쿠자들이 왜 튀어나와. 그놈들은 세 달 전 모조리 잡아 처넣었잖아!”
“그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입니다. 돈을 모조리 빼앗기고 목줄까지 쥐고 흔드니…… 먹고 살기 위해 엉뚱한 짓을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과 밀수를 하다 적발이 되었다는 보고입니다.”
“이런 머저리 새끼들!”
“한국과 G20 국가들이 화이트 국가 제외 선언을 했습니다! 이유는 적성국가에 대한 첨단장비 밀수출입니다!”
“억!”
자신이 과거 벌였던 화이트 국가 제외 제재가 역으로 돌아왔다. 호시노가 총리가 되면서 정상화 되었던 관계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일본 시장에 불어닥친 혼돈의 폭풍이 기업과 주식을 제멋대로 찢어 먹기 시작했다.
주몽이 공격 명령을 내린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일본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경제 대국이니 뭐니해도 일본 홀로 연합세력을 막아낸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과거 2차 대전 때 했던 오판과 실수를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한 것이다.
얼굴이 창백해진 야베는 집무실로 달려 들어가더니 보안 회선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그쪽에서 도와주기로 약속을 하지 않았소! 중국 시장을 그쪽에 넘기는 대가로 한국은 우리가 먹기로 굳게 약속을 해 놓고!”
― 그게……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뭐라?”
― 아무튼, 미안하게 됐소.
상대는 ‘쏘리. 쏘 쏘리’란 말만 남긴 채 무심하게 전화를 끊었다.
미안하게 됐소? 지금 이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로즈차일드! 이 개자식들이!”
야베는 굳은 표정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그래. 돈으로 하는 전쟁은 고주놈 네 놈이 이겼다. 하지만 총으로 하는 전쟁도 이길 수 있는지 한 번 두고 보자! 보좌관!”
“하이!”
“의사당에 다 불러 모아! 구국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