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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67화 (168/224)

167장. 기간제 회원가입

주몽의 지시를 받고 Go 컴퍼니를 출발한 '특명' 특사들이 G20 국가들로 날아갔다.

“귀국은 신의를 저버렸습니다.”

“일개 개인의 일탈이었습니다. 고주몽 회장님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자산을 동결시켰던 자들은 모두 긴급체포됐습니다.”

상대는 자신과 무관한 아랫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다.

“그런가요? 귀국의 발 빠른 조처에 감사드립니다.”

“고주몽 회장과 한국의 일은 유감입니다.”

“유감입니까?”

“심심한 유감입니다.”

“그렇군요.”

Go 컴퍼니 특사는 ‘쯧’ 혀를 차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도 지금부터 유감입니다.”

“네?”

“귀국은 합법적으로 맺어진, 세계에 공인된 다국적시민 고주몽 회장님의 명예를 땅에 떨어트렸고, Go 컴퍼니 자산을 불법적으로 탐식했으며 상대를 어려움을 틈타 비열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말씀이 심하시군요. 외교적으로 문제가…….”

“외교요? 나는 정부의 공직자가 아닙니다. 사기업의 직원일 뿐입니다. 여기서 외교가 왜 튀어나옵니까?”

“…….”

“Go 컴퍼니는 지금 이 시간부로 귀국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고 세계 제일의 현금 부자이자 자산가인 고주몽 회장님을 위해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할 겁니다.”

“소…… 손해배상이요?”

“그에 더불어 리벤지 파운데이션이 발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소송에 이어 리벤지 파운데이션이 발촉되었다는 말이 튀어나오자 상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리벤지 파운데이션이 어떤 용도로 만들어지는진 굳이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것 보시오! 지금 일개 기업이 국가를 대상으로 복수를 천명하는 것이오?”

“개인이 또는 기업이 복수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사실 힘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지 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님을 알고 계실 텐데요.”

“…….”

Go 컴퍼니 특사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리벤지 파운데이션의 행동 강령을 늘어놨다.

“대한민국 대기업 상위 20개 모두. 고주몽 회장님 휘하에 결집했습니다.”

“20…… 개?”

“아, 아직 모르셨습니까? Go 컴퍼니는 대한민국 상위 20개 그룹의 지주회사입니다.”

“어엇?”

“쉽게 설명해 드리죠. 리벤지 파운데이션의 1차 공격은 20개 그룹의 수출 제한으로 시작될 겁니다. 반도체 시장 70%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입니다. 귀국의 전자, 정밀 산업이 어느 정도 되는진 모릅니다. 솔직히 관심도 없습니다. 어디 반도체 없이 공장을 굴려보시지요.”

“그……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법이요? 그냥 팔지 않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 그리고 보니 귀국에 설립한 자동차 회사도 다른 나라로 이전을 해야겠군요.”

“이보시오!”

“그렇잖습니까. 막말로 장난감부터 자동차까지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분야가 없는데, 우리가 수출을 하지 않으면 다 망해버릴 것 아닙니까. 자동차 산업이 장난도 아니고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니. 당연히 다른 나라로 이전을 해야죠.”

“WTO에 제소하겠습니다!”

“그러시던가. WTO에 제소할 때 꼭 이 말도 덧붙이길 바랍니다. 우리는 그냥 심심해서 유감스럽게 ‘그냥’ 때렸을 뿐인데, Go 컴퍼니가 발끈해서 미친 짓을 한다고. 아시겠죠? 아, WTO에 제소해도 승패를 가리려면 2, 3년은 걸리는 거 잘 알고 계시죠? 그동안 반도체 없이 잘 먹고 잘살아보시오.”

Go 컴퍼니 특사의 배 째라는 발언에 상대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럼 2차는 뭐가 될까요.”

“2…… 2차?”

“반도체 물량이 부족해지면 당신네 전자산업에 구멍이 뚫릴 것이고 당연히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겁니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에이. 다 알면서.”

“지금 전쟁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전쟁이요? 진짜 전쟁급으로 수준을 높여드릴까요?”

“이것 보세요!”

“당신이야말로 귓구멍 씻고 잘 들어!”

Go 컴퍼니 특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2차 공격에 관해 설명했다.

“주가 하락이 시작되면 우리는 당신네 주가지수 하락에 투자할 거야. 그리고 확보할 수 있는 물량을 모조리 매집해서 공매도를 때려주지.”

“미쳤군.”

“멀쩡한 사람을 사망 처리하고 시민권을 박탈하고 사유재산을 강탈하려던 당신네는 정상이고?”

“…….”

“상대를 봐 가면서 때렸어야지.”

“이것 보시오…… 꼭 이렇게까지…….”

“3차 공격에 관해서 설명하겠소.”

“3차?”

1, 2차 공격만으로도 자국 전자산업이 휘청거리고 주식 시장이 흔들릴 지경인데, 여기에 3차 공격을 하겠다고?

“급락을 거듭한 귀국 기업들 주식은 우리가 친절히 매입해 주겠소. 길어야 2년. 짧으면 6개월. 그쯤이면 귀국 전자산업 분야는 우리 Go 컴퍼니 수중에 들어오겠군.”

“…….”

“그리고 그때 마지막 4차 공격을 해 주지.”

“망가트리고 빼앗아갔는데 또 무슨 공격!”

“조각조각 나누어서 다 팔아치울 생각이요. 기업을 모두 해외로 이전할 것이고. 대량해고가 불가해지겠지. 귀국의 경제지표가 바닥을 치는 모습이 눈에 훤합니다.”

“Go 컴퍼니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돈? 으흐흐흐흐.”

Go 컴퍼니 특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쉽게 되었습니다.”

“뭐가 말이요.”

“Go 컴퍼니는 가진 게 돈밖에 없거든. 이번 작전에 투입될 예산은 한화 400조. 미화로 따지면 4천억 달러쯤 되는군요. 그 자금이 일시에 치고 들어갔다가 일시에 빠져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 번 두고 봅시다.”

상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말이 4천억 달러지. 그 돈이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간, 자국 시장은 걸레 쪼가리로 변해 버릴 것이다.

상대는 과거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제2의 IMF가 터질 수도 있었다.

“아직도 심심한 유감입니까?”

특사는 지금이라도 퉁퉁거리는 자세를 바꿔야지 않겠냐는 듯 묘한 눈빛을 날렸다.

“저기…… 우리가 뭘 어떻게 하면…… 리벤지 파운데이션 리스트에서 빠질 수 있겠습니까.”

“흠.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한데…….”

상대는 특사의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

“통한의 사과와 반성을 하겠습니다. 그러니…….”

“리벤지 파운데이션 리스트에서 빠지는 방법은 리벤지 파운데이션의 회원이 되는 것뿐입니다.”

“네?”

상대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리벤지 재단은 고주몽 개인의 사적 복수를 위한 재단이다. 그런데 그 재단의 회원이 된다?

“회원…… 이요?”

“네. 물론 정회원이 되려면 조건이 까다롭습니다만, 기간제 회원도 회원은 회원이니까.”

Go 컴퍼니 특사는 자세를 바로 하고 상체를 앞으로 당겨 앉았다.

“이건 비밀인데 말입니다.”

“비밀이라면 어떤…….”

“기간제 회원만 돼도 굉장한 특혜가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 경제를 망가트리겠다고 온갖 협박을 늘어놓던 자가 회원 운운하며 특혜를 들먹였다.

“크흠. 처음부터 이쪽이 목적이셨군요.”

“그럴 리가요. 끝까지 발뺌하면 리스트 상단에 올려드리려고 했죠.”

“심장 떨리는 소린 그쯤 하시고. 특혜가 뭔지 그것 좀 들어봅시다.”

“일단 회원가입부터.”

“네?”

“가입해야 특혜가 뭔지 알려줄 게 아닙니까.”

“아니, 조건도 모르고 회원가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상대는 살짝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조건은 이미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리스트에서 빠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복수 재단의 공격 대상이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단기 기간제 회원으로 등록하고 특혜를 챙기시겠습니까?”

“그걸 질문이라고 합니까?”

“좋습니다. 그럼, 여기 사인부터.”

특사는 리벤지 파운데이션 마크가 찐하게 찍힌 문서 한 장을 꺼내 들었다.

“6개월 단기 회원증입니다. 여기 사인을 하시면 리벤지 리스트에서 제외됨은 물론이고 경제 보복 조치에서도 당연히 제외될 겁니다.”

문서를 살피던 상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송은…….”

“허허. 이것 보세요. 나쁜 짓을 했으면 벌은 받아야지. 양심에 털 났습니까? 그냥 본래대로 진행할까요?”

“아…… 아닙니다. 그럼요.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죠.”

“그렇죠? 자, 그럼 어서 사인부터.”

강압과 압박에 의한 사인이었지만, 개인이 아닌 국가 공직자의 사인이다.

“축하합니다. 귀국은 열두 번째 리벤지 파운데이션 기간제 회원으로 등록되셨습니다.”

“여…… 열두 번째?”

“설마, 귀국만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이제 회원이 되셨으니, 특혜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특혜…….”

“네. 특혜죠. 일본을 털어먹는 작업에 한 손 거들게 되셨으니 말입니다.”

“아!”

특사의 입에서 일본이라는 국명이 흘러나오자, 그제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았다는 표정이다.

“4천억 달러가 천문학적인 자금이긴 하지만, 이 돈을 G20 국가 모두에게 투사해 버리면 게릴라밖에 더 되겠습니까. 어설프게 총질하느니 대차게 폭격을 하는 게 효과적이죠.”

특사의 말에 상대는 거리를 좁혀 바짝 붙어 앉았다.

“일본을 어디까지 뜯어 먹을 생각입니까?”

“사골까지 우려먹을 생각입니다. 귀국도 동참하셔서 살코기 좀 뜯어 가시죠.”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다.

같은 G20이라고 해도 경제지표만 놓고 본다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강국.

“이번 기회에 한몫 단단히 챙겨가세요. 그걸 귀국 자산에 포함을 시키든 아니면 대통령님의 재산을 불리는 데 사용하시든 우리는 관여치 않겠습니다.”

특사의 말에 상대는, 아니 멕시코 대통령의 표정이 급변했다.

“단기 회원도 회원 아닙니까. 전력을 다해 Go 컴퍼니를 돕겠습니다.”

* * *

미국 민주당 존 오루크 선거진영에 Go 컴퍼니 특사 알렉스가 방문했다.

“알렉스 차관보 아니신가.”

“하하. 차관보 그만둔 지 꽤 됐습니다. 지금은 Go 컴퍼니 미국지부를 맡고 있으니 지사장으로 불러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주몽 회장 사람이 되었다는 말은 전해 들었습니다.”

알렉스는 존과 악수를 나눈 뒤 마주 보고 앉았다.

“그래. 무슨 일로 방문을 하셨을까요?”

“시간이 촉박한 일이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뭐, 그럽시다. 나도 말 돌리는 쪽엔 취미가 없으니.”

“트롤프 행정부가 벌인 일에 정식으로 소송이 들어갈 겁니다.”

“그렇겠죠. 나라도 그런 일을 당했다면 분통이 터졌을 겁니다.”

존은 계속 이야기해 보라며 알렉스를 바라봤다.

“소송 대상은 미 행정부입니다.”

“트롤프가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다고 하지만, 트롤프는 여전히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리고 그의 결정과 판단, 명령은 모두 행정부를 통해 내려진 일이죠.”

“음…… 어디까지 생각을 하고 있는 거요?”

“그들을 법적으로 구속하고 처리하는 부분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소송을 걸었는데, 그들을 처리하는 일엔 관심이 없다?”

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목적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물론입니다. 컴퍼니의 목표는 손해배상금을 최대치로 받아내는 데 있습니다.”

알렉스의 말에 존의 눈 끝이 꿈틀거렸다.

비록 아직은 후보일 뿐이지만, 지금 이대로 선거가 진행된다면 차기 대통령 자리는 자신의 것이다.

손해배상 청구가 하루 이틀에 진행될 일도 아니고…….

“내 임기 동안 골칫거리가 되겠군.”

“아마도 그럴 겁니다. 배상금 지급을 미국 정부가 책임져야 할 테니까요.”

“얼마나 예상하고 있습니까?”

“후보님도 아시다시피 미국은 징벌적 배상제도를 택하고 있습니다.”

“…….”

“고주몽 회장님의 자산 규모는 총 9천억 달러입니다.”

“8천억 달러라고 들었는데…… 언제 그렇게 늘어난 겁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저 역시 깜짝 놀랐지 뭡니까.”

알렉스의 이 말은 농담이 아니다.

한국 정계를 물건 주워 담듯 하더니 어느새 자산 규모가 부쩍 늘어나 있었다.

헐값에 인수하다시피 기업을 집어삼킨 덕에 주가가 정상으로 돌아가자 자산 규모가 상승해 버린 것이다.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4천억 달러는 지금도 현금 자산이다.

그냥 가만히 놔두어도 이자만 수억 달러씩 늘어나는 셈이니 그야말로 화수분이 따로 없다.

“소송금액은 300억 달러,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서 총 1,000억 달러를 예상합니다.”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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