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64화 (165/224)

164장. 업어치기!

이명환 대통령이 주몽에게 고개를 숙이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민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박수 소리를 점차 크기를 키워 갔고 광화문까지 이어진 시민 행렬이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우워. 내가 청와대를 다 와보고…… 이런 엄청난 장면을 다 보게 되네.”

“오늘 광화문에 안 나왔으면 어쩔뻔했냐.”

“어쩌긴 집에서 TV로 보고 있겠지.”

“쓰벌. 모니터로 보는 거랑 현장에서 라이브로 보는 거랑 이렇게 다르구나.”

“비싼 돈 주고 공연장 가는 이유가 뭐겠냐.”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다.

이명환 대통령의 인사에 주몽도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아닙니다. 대통령님께서 계엄령을 막고자 노력하지 않으셨다면 오늘 이 자리는 결코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주몽은 이 모든 게 이명환 대통령의 노력 덕분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지지도 90%를 훌쩍 넘는 이명환은 주몽의 이 한 마디로 지지도 맥스값을 찍어버렸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는 시민들까지 ‘이명환’ 이름 세 글자를 구호처럼 부르짖었다.

자신의 이름을 반복해 외치는 시민들 모습에 이명환은 밀려드는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선거 유세장에서 불렸던 ‘이명환’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진짜 ‘이명환’이다.

이명환은 고마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진짜, 고주몽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남은 인생은 시궁창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들은 어디 있습니까?”

쿠데타를 일으킨 수도방위사령부 곽준규. 그에게 확인할 것이 있었다.

이명환 대통령이 비서진에게 손짓하자, 청와대 안쪽에서 경호실장과 경호대 그리고 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사이로 이번 사태의 주역인 곽준규 중장과 장성들이 보였다.

주몽의 시선을 쫓아 캔맥주의 카메라가 그쪽을 비췄다.

주몽이 걸음을 옮기자 이명환 대통령과 비서진들이 한쪽으로 비켜섰다.

주몽을 부축하고 있는 성희주와 현장을 촬영 중인 캔맥주가 주몽을 따라 이동했다.

청와대 앞마당까지 함께 온 시민들과 대한민국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이 장면을 라이브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주몽을 뒤쫓았다.

사람들 모두 침묵을 지키며 그 장면을 지켜보는데 그때 주몽의 바지 주머니에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릴리리아~ 릴리리~ 릴리리 맘보~

느닷없이 터져 나온 릴리리 맘보 노래에 주몽은 물론이고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 역시 ‘으응?’하는 표정이 됐다.

“회장님. 저…… 전화요.”

주몽을 부축하고 있던 성희주가 얼굴이 빨개진 모습으로 주몽의 호주머니를 가리켰다.

“벨 소리 죽이네요.”

“…….”

주몽은 웃음 띤 얼굴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제이코의 번호다.

주몽이 전화를 받자, 제이코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 보스!

“네. 제이코. 그런데 지금 전화 받기가 좀 곤란합니다.”

― 하하. 네. 저도 방송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히 알려드려야 할 부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드렸네요.

방송을 보고 있다면 이곳 상황이 어떤 분위기인지도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네. 말씀해 주세요.”

― 한국을 제외한 G20 국가들이 보스의 시민권을 박탈했습니다.

“…….”

시민권을 박탈해?

주몽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 헬기 추락으로 보스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권을 박탈하고 곧바로 자산을 동결시켰습니다.

“어이가 없군요.”

사람이 죽었는데, 진상 파악이나 위로는 못 할망정 돈부터 탐냈다는 소리다.

“제이코.”

― 네.

“이거 스피커폰으로 전환할 테니 방금 했던 이야기 다시 들려주세요.”

― 아, 그럴까요? 지금 전 세계 동시 생방송 중이라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주몽은 스피커폰으로 전환을 하면서 캔맥주에게 손짓을 했다.

“네. 회장님.”

“지금 통화내용 내보낼 수 있죠?”

“물론입니다!”

캔맥주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성희주 전화기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제이코 이야기해 줘요.”

― 오빠. 엘리스예요.

“어? 엘리스?”

― 삼촌은 영어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제가 대신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해.”

갑자기 엘리스 목소리가 흘러나와서 당황했지만,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 안녕하세요. 저는 고주몽 대표님의 수행비서를 맡았던 엘리스 R 고든이라고 해요.

엘리스는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가며 자신을 소개했다.

엘리스의 등장에 인터넷 채팅창이 빠른 속도로 스크롤 됐다.

― 대표님이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얼마 되지 않아 G20 국가들이 대표님의 시민권을 박탈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각국에 투자된 자금과 자산을 동결조치 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바로 옆에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던 캔맥주는 물론이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표정이 됐다.

―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에 애도를 표하지는 못할망정. 대표님의 자산을 강탈하려고 한 겁니다.

엘리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전하고 있지만 그걸 전해 들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분노한 표정이 됐다.

▶ 황당 무지로소이다.

▶ 와, 존나 어이가 없다. 지금 울 회장님 돈 강탈하려고 강도질했다는 거지?

▷ 창피하다. 창피해. 어쩜 사람들이 그러냐.

▷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시민권 박탈하고 자산동결? 이거 어느 나라 법이냐?

▶ 미국. 완전 실망이다. 방송 보는 미국 사람들. 창피한지 아세요.

▷ 트롤프가 트롤프 했네. 임기 말에 똥칠 제대로 해버림.

▶ 미쿸 사람들! 조심하세요. 당신들도 꽥! 하고 죽으면 시민권 박탈당하고 재산을 털릴 수가 있습니다.

주몽의 사망 소식과 함께 미국이 시민권 박탈, 자산 강탈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방송을 보고 있던 미국인들은 왈칵 뒤집혔다.

이 무슨 개망신이란 말인가!

선거를 앞두고 있던 트롤프 진영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됐고 반대 진영은 곧바로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발표 말미에 유명한 멘트 한 줄을 이어붙였다.

<트롤프 유어 파이어드!!>

한때 트롤프의 유행어였던 ‘너 해고’.

이 한 줄 문구는 미친 듯이 SNS로 퍼져나갔고 트롤프의 트위터를 쓰나미처럼 쓸어버렸다.

― 그런데 그보다 저 재미있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더 재미있는 소식이요?”

캔맥주가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

― 미국보다 더 빨리 시민권을 무효화시킨 곳이 있습니다.

“엘리스 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우리 고 회장님이 죽을 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거기가 어딥니까. 아, 제가 맞춰 볼게요. 일본. 일본일 겁니다.”

캔맥주는 엘리스가 답을 하시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 네. 맞습니다.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자산동결을 한 첫 국가는 미국이지만, 그 소식이 전해지기도 전에 시민권을 박탈한 나라는 바로 일본입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 나쁜 놈의 새끼들!”

캔맥주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욕까지 내뱉었다.

“너튜브 라이브를 시청하긴 분들은 모두 알고 계시죠? 울 고 회장님을 공격한 놈들이 누군지!”

▶ 야쿠자!

▶ 쪽빠리!

▶ 섬놈들!

▶ 존나 어이없네.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똑같아 보이는데. 내 생각이 이상한 거냐?

▷ 맞네. 황후 시해 사건 이후로 일본놈들이 확 밀고 들어왔지. 그래 가지고서는 나라가 폭삭 망해 버렸잖아.

▷ 윗분 생각에 저도 한 표 던집니다. 만약 고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면, 쿠데타가 성공했을 거 아닙니까.

▷ 이거 생각할수록 무섭네. 쿠데타는 둘째치고 내전이라도 벌어졌다면…… 제2의 6.25가 터졌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북쪽 애들 앗싸! 좋다고 밀고 내려왔을 수도 있는 거잖아.

▷ 핵 망했던 일본이 다시 살아난 것이 6.25 때문입니다. 지금 일본 폭망 중인데 이걸 빌미로 다시 딛고 일어나려 했던 건 아닐까요?

구독자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군 개혁에 반대하는 장성들 몇몇이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뒤가 구렸다.

음모론 형태로 몇 마디 흘러나오던 것이 나중엔 그게 진실인 듯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 무엇보다. 헬기가 추락한 것은 쿠데타 세력의 미사일 공격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공격당할지 알고 주변을 수색했을까요. 방송에 나왔던 일본 갱스터는 대표님을 확인 사살하려는 듯 행동했습니다.

엘리스는 그저 의구심에 그칠 일이 아니라며 상황을 덧붙였다.

“엘리스.”

― 네. 대표님.

“더 전할 소식이 남았어?”

― 아닙니다. 현재 확인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오케이.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

― 몸은…… 몸은 괜찮은 거죠?

엘리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었다.

“그래. 죽다 살아나긴 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죽을 팔자는 아닌 듯싶다.”

― 다행이에요. 너무 놀라서…… 걱정이 돼서.

“엘리스. 통화는 여기까지.”

― 네…… 대표님.

잠시 머뭇거리던 엘리스는 작게 한숨을 토하더니 전화를 끊었다.

▶ 와, 뭐냐. 차도남이냐?

▷ 너무했다. 걱정해서 저러는 것 같은데. 그걸 단칼에 쳐 내네.

▶ 너무 쌀쌀맞잖아. 그래도 모셨던 대표님이라고 걱정해서 저러는 건데.

▷ 처음에 통화할 때 ‘오빠’라고 했다.

▶ 사귀는 건가?

▷ 이 새뀌들아. 지금 여기서 그런 소리를 하고 싶냐? 하여간 이것들은 틈만 나면…….

엘리스와 통화를 끝낸 주몽은 곽준규 중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몽은 성큼성큼 곽 중장 앞으로 다가갔다.

“곽준규 중장. 아니 이젠 중장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군요.”

“…….”

“곽준규 씨. 설마 나라를 팔아먹으려 한 겁니까?”

곽준규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실룩거렸다.

“내가 왜?”

“내가 왜라고 했습니까?”

“이게 다 너 때문이다!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건 너라고!”

“그래서 일본과 손잡고 나를 죽이려 했다?”

“일본? 그놈들이 여기서 왜 튀어나와!”

곽준규는 일본과의 관계를 부정했다.

“그것참 신기하군요. 헬기가 추락하는 지점에 기다렸다는 듯 칼잡이들이 대기하고 있던데.”

“…….”

곽준규는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됐다. 자신도 왜 그곳에 일본 야쿠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잘 모르는 눈빛이다.

“이용을 당했군요.”

“내가?”

이용을 당했다는 말에 곽준규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그럴 리 없다. 안태완이는…….”

“안태완? 전 청와대 안보수석 안태완?”

예기치 못한 이름이 튀어나오자 주몽은 눈을 부릅떴다.

폐촌 칼부림 사건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유언장을 쓰게 만들었던 바로 그 인간!

▶ 어? 안태완 안보수석이면…… 맞지? 그 지명수배자.

▷ 폐촌 칼부림 사건!

▶ 잠깐만. 그럼 울 고 회장님을 죽여서 나라를 뒤엎으려 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소리네.

▷ 안태완. 조동일보 회장의 사위랍니다.

▷ 조동일보면 친일파 놈들 아냐?

▶ 어쩐지. 지명수배를 내렸어도 안 잡히더라. 일본놈들이 꽁꽁 숨겨 놨었네.

▷ 각 나온다. 각 나와.

▶ 이러다 일본하고 전쟁이라도 하는 거 아냐?

“그러니까. 이번 일에 안태완 그자가 관련돼 있다 이 말이군요. 어디 있습니까? 그 인간.”

“부하들에게 잡아두라고 했다.”

주몽의 눈이 반짝였다.

“잡아두라고 했다는 말은…….”

“일이 꼬이니 나 몰라라 하더군. 쥐새끼 같은 놈.”

“안태완에 휘둘려 나라를 반 토막 내려 했던 분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 것 같군요. 내가 보기엔 당신도 다를 바 없으니 말입니다.”

“나는!”

“닥치세요!”

뭔가 변명을 하려 드는 곽준규에게 주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익! 벼락 졸부 주제에!”

곽준규가 와락 달려들며 주몽의 목을 움켜쥐려 했다.

“어엇! 막아!”

“젠장!”

경호원들이 다급한 외침을 날렸다.

다른 때 같으면 날아드는 손을 꺾어 잡고 업어치기를 날려버렸겠지만, 몸 상태가 엉망인 데다 성희주의 부축까지 받고 있던 터라 곽준규의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죽어!”

곽준규가 주몽의 목을 움켜쥐려는 순간, 주몽 옆에 딱 붙어있던 성희주가 앞으로 치고 나갔다.

“끼요요요욧!”

성희주 특유의 기합 소리와 함께 곽준규의 몸이 허공으로 들썩였다.

주몽과 곽준규 사이를 파고든 성희주가 니킥으로 곽준규의 복부를 올려친 것이다.

“컥!”

곽준규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허리를 숙이자, 한쪽 팔과 옷깃을 움켜잡고는 그대로 업어치기에 들어갔다.

쿵!

“꾸엑!”

개구리처럼 바닥에 팽개쳐진 곽준규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 왓! 시발! 업어치기 존나 멋있어! 검후가 유도도 한다!

▷ 와. 저 미친놈. 어차피 죽을 것 동귀어진이라도 하자는 거냐.

▷ 검후 님! 완존 파이팅!

▶ 어엇! 울 고 회장님 피 난다!

“크읏.”

곽준규의 공격을 피하려 몸을 급하게 움직였더니 임시로 봉합해 뒀던 상처가 다시 찢어져 버렸다.

붕대 사이로 핏물이 배어 나오며 금세 붉게 물들었다.

“이런!”

“회장님!”

경호원들이 재빨리 달려오며 주몽을 부축하는데, 하필 그 순간 한동안 잠잠하던 전이가 시작됐다.

‘윽! 하필 지금!’

“크윽! 으아아악!”

주몽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다른 세상,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기억이 물밀 듯이 밀려들면서 눈앞이 캄캄해졌다.

“의사! 의사 불러!”

“주변 차단해! 어서!”

청와대 본관 입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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