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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63화 (164/224)

163장. 콘텐츠 제공에 동의하십니까?

고주몽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한 시간 뒤, 백악관은 이어진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뭐? 고주몽이 살아있다고?”

“네. 여기.”

CIA 국장은 너튜브 실시간 채널을 띄웠다.

“이게 뭐지?”

“헬기 추락 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고주몽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영상입니다.”

국장의 설명에 트롤프는 물론이고 자산 강탈 작전에 들어갔던 국무위원들 역시 시선을 집중했다.

화면을 지켜보던 트롤프가 국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라이브?”

“네. 너튜브에 실시간으로 등록된 영상입니다.”

“미치겠군.”

트롤프는 난감한 표정이 됐다. 멀쩡히 살아있는 고주몽을 사망 처리하고 그의 시민권과 혜택까지 무효로 돌렸다.

명령을 내린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고주몽이 멀쩡히 살아있음이 알려졌다.

이게 첩보 형태로 알려졌다면 꼼수라도 부려보겠는데,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그의 생존이 알려지자 대응할 방법이 없어졌다.

“고주몽을 쫓는 게 누구지?”

“일본 야쿠자라고 합니다.”

“야쿠자? 일본? 그놈들이 왜?”

트롤프의 질문에 국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파악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일본과 관련돼 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오! 저런!”

“홀리 쉣!”

국무위원들이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트롤프 역시 재빨리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왓 더!”

트롤프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다.

헬기 사고로 죽었다던 고주몽이 살아난 것에 뜨악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번엔 실시간으로 총 맞고 죽는 장면이 떴다.

일본 야쿠자라는 놈이 주몽을 향해 총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후우. 지랄 맞은 장면이지만 우리에겐 천만다행이로군.”

트롤프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멀쩡히 살아있는 고주몽을 사망 처리해 버린 트롤프다.

고주몽이 살아 돌아와 문제를 제기한다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플 뻔했는데, 일본 멍청이들이 깔끔하게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다.

갈증을 풀기 위해 콜라를 마시는데, 국무위원들이 다시 목소릴 높였다.

“워워워워!”

“와우!”

“푸웁!”

입에 머물고 있던 콜라를 뱉어낸 트롤프가 황당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총 맞았잖아!”

“아무래도 입고 있는 옷이 방탄 슈트인 것 같습니다.”

“제길. 돈이 많으니 별 걸 다 입고 다니는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콜라로 목을 축이기도 전에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고주몽이 멀쩡히 살아나 야쿠자와 칼부림을 한 것이다.

“자…… 장난이 아닌데요.”

“저 정도면 우리 특수부대와 맞먹을 정도로 아닙니까?”

“그보다 더 대단하다고 봐야죠. 총을 들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다수와 칼로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국무위원들은 잘 만들어진 갱스터 무비를 관람하는 것처럼 연신 소감을 떠들어댔다.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고주몽이 살아 돌아온다면 망신살이 뻗칠 판인데!”

국무위원들의 반응에 트롤프가 버럭 소리를 내 질렀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저렇게 실시간으로 방송이 나가고 있는데.”

“…….”

주몽의 생환 소식은 백악관만 뒤집어 놓은 게 아니다.

주몽을 사망 처리하고 법적 효력을 무효화시켰던 각 나라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궁지에 몰린 나라는 바로 일본이었다.

“빠가야로! 무슨 놈의 일 처리를 저따위로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 당장 할복을 해도 모자랄 판에 죄에에에송?”

이틀 뒤, 선거를 앞둔 민자당 야베 전 총리가 입에서 불을 뿜었다.

“사이토에게 당장 연락을 넣어!”

“하이!”

보좌관은 이번 작전을 설계하고 실행한 사이토의 번호를 눌렀다.

“사이토 사마. 지금 이게…….”

“이리 내!”

야베는 전화기를 뺏어 들더니 신경질적으로 말을 건넸다.

“사이토 군. 일을 어떻게 처리하기에 저런 방송이 인터넷에 뜬단 말이오!”

―그러게 말입니다.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튀어나왔네요.

“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요?”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이토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물이라며 지금은 선거에 집중할 때라고 했다.

―고주몽 일은 아쉽게 됐지만, 그래도 선거엔 도움이 될 겁니다.

“고주몽에게 칼질을 하는 게 일본인이란 게 알려졌는데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야쿠자와 고주몽을 한데 묶어서 깎아내리면 됩니다. 저들이 삼합회나 마피아여도 결과는 같습니다. 고주몽이 불법적인 일에 연루된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하지만, 일본인이…….”

―총리님. 과거 여우 사냥도 일본 사무라이들이 벌인 일입니다만, 그래서 뭐 문제가 됐었습니까?

“크음…….”

야베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사이토는 거침이 없었다.

―미개한 국가입니다.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나 일어날 법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어요. 이렇게 불안한 나라와 어떻게 이웃하고 살겠습니까. 이번 기회에 국교를 단절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사이토는 파격적인 말을 농담치 듯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졌다. 그런데 이걸 또 ‘그건 그렇지’ 하면서 날름 받아 삼키는 야베다.

“북쪽도 그렇지만, 남쪽도 엉망진창이야. 이래서야 우리 일본의 안전을 어찌 지켜내겠는가 말이지.”

―맞습니다. 정말 불안하고 불편한 나라죠. 평화헌법을 고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습니까.

야베는 사이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을 잘만 이용하면 그간 실패를 거듭했던 헌법개정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그렇게 진행합시다. 사이토 군은 언제 본국으로 돌아올 거요.”

―안 그래도 이동 중입니다. 워낙 날 잡겠다고 설치는 놈들이 많아서. 하하하.

통화를 끝낸 야베는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봐.”

“하이.”

“나는 사이토가 바다를 건너지 않았으면 해.”

“네?”

보좌관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야베를 바라봤다.

“사이토 님은…….”

“사이토가 머리는 좋은데 너무 건방져. 일국의 총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예의를 지킬지를 몰라.”

“…….”

“바다 위에서 죽어버리면 누가 알겠어. 우리 입장에선 쓸데없이 증거나 증인을 남길 이유가 없잖아. 기회가 있을 때 치워버려.”

정확히는 전(前) 총리라고 해야 맞다. 하지만, 야베는 자신이 지금도 일본의 총리며, 이번 선거에서 다시 그 자리를 탈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돌아가는 분위길 보면 진짜 그렇게 될 분위기다.

강한 일본, 잃어버린 일본의 부활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총리 시절보다 더 큰 지지를 얻고 있었다.

“…….”

“퇴각 조가 부산에서 대기 중이지?”

야베는 씩 웃는 얼굴로 보조관을 바라봤다.

“하이. 지시를 내려놓겠습니다.”

“좋아. 그건 그렇고. 고주몽 시민권은 어떻게 됐나.”

“외무부 대신께서 처리하셨습니다.”

“호시노는?”

“선거 이틀 전입니다.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리고 있어서 다른 쪽으론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호시노 총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요시!”

야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트롤프 덕분에 큰돈을 만지게 됐군’ 하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너튜브 실시간 방송은 한국을 넘어 각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인 고주몽이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도 놀라웠는데, 죽었는지 알았던 고주몽이 살아나 야쿠자들과 칼부림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너튜브 채널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구독자가 늘어났다.

“트래픽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뭔데? 무슨 일이기에!”

“한국 쪽 서버입니다. 이러다 서버 다운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너튜브 서버는 영상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서버들보다 더 많은 서버가 책정돼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채널 하나에 수십, 수백만이 접속을 하는 경우는 애초부터 계산에도 없던 일이다.

특정 방송을 위해 서버를 할당하고 유지한 적은 있지만 듣도 보도 못한 채널에 회선이 집중되자 문제가 터진 것이다.

“어떻게든 분산시켜! 다른 곳도 아니고 너튜브야! 서버 다운은 있을 수 없다!”

“네!”

콘텐츠 담당자는 곧바로 채널 주인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몽을 따라 청와대에 들어선 캔맥주는 채팅 화면에 날아든 ‘관리자 메시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채널을 분산해 다중방송으로 전환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설마 채널을 닫겠다는 말입니까?>

<서버 한 곳에 회선이 너무 많이 몰렸습니다. 채널을 늘려서 회선을 분산시키겠다는 뜻입니다.>

<아! 이해했습니다.>

<콘텐츠 제공에 동의하십니까?>

<물론입니다.>

<수익은 정해진 약정에 따라 지급이 될 겁니다.>

캔맥주는 수익이란 말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 역사적인 장면을 자신이 직접 찍고 또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오케이다.

너튜브 콘텐츠 담당자는 캔맥주가 찍어 올리는 화면을 곧바로 방송사 채널에 할당했다.

현장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현재 철수의 채널뿐인데 이걸 마음대로 가져다 썼다간 차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방송사들은 곧바로 너튜브 콘텐츠 담당자에게 연락을 넣었고 채널을 분산시켜야 할 상황에 있던 담당자에겐 호재가 됐다.

―콘텐츠 제공 회선당 200만 달러―

담당자의 제안에 방송사들은 곧바로 오케이를 외쳤고 캔맥주가 찍어 올리는 현장 상황은 전 세계로 송출이 됐다.

이명환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본관 앞으로 나와 주몽과 시민들을 맞이했다.

“회장님…….”

이명환 대통령이 눈물을 글썽이며 주몽의 손을 잡았다.

‘임기 말에 계엄령이라니. 인생 완전히 쫑날 뻔했습니다.’

주몽은 눈물을 글썽이는 이명환을 보며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입니다. 무사하셨군요. 걱정했습니다.”

▶ 와, 지금 이명환 걱정할 때냐? 고 회장님. 본인 몸부터 좀 챙기시란 말입니다!

▷ 그래요. 반역자들도 모두 잡았다면서요. 병원부터 가자고요!

▷ 이명환 정부는 고 회장님 아녔다면 어쩔. 아주 누워서 떡을 뜨시는구먼.

▷ 캔맥주 님. 카메라 각도 좀 잘 잡아봐요. 검후 님이랑 고 회장님이랑 같이 나오게.

▷ 그 말 나도 찬성일세. 이명환 말고 검후 님이랑 투샷으로 오케이?

▶ 흑흑. 대한민국에도 영웅이 태어난 건가. 찌질한 새끼들. 고 회장님 물고 뜯으면 인생 쫑날지 알아라.

▷ 나도 동감이요.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도 되지만, 울 고 회장님이 땅 사면 손뼉을 쳐 줍시다.

▷ 고 회장님이 땅 몇 평에 관심이 있을랑가는 모르겠는데. 구국의 영웅은 확실한 듯.

▶ 아 쫌. 이명환 얼굴은 그만 찍고 검후 님이랑 투샷해 달라니까!!!

이명환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정중한 모습으로 주몽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고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이 나라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군홧발에 짓밟힐 뻔했습니다.”

▶ 워워워. 이명환 찍어! 이명환. 지금 이거 전 세계 실시간 송출 중이야. 역사에 남는 순간이라고!

▷ 어… 그래. 검후 님에겐 죄송하지만…… 이명환 찍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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