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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58화 (159/224)

158장. 조또마떼!

▶ 어? 어? 어?

▷ 저 여자는 뭐냐? 완존 날라다닌다!

▷ 누님. 나 가지세요. 한눈에 뿅 갔어요!

▶ 설마…… KEF230tm님은 아니겠지?

▷ 에이. 말이 되는 소릴 해라. KEF230tm님은 3년 차 백수. 방콕남이거든.

▷ 그래. KEF230tm님은 아니다. KEF230tm님은 저기 어디엔가 섞여 있으시겠지.

구독자들은 혜성처럼 등장한 긴 머리 청초 미녀에 미친 듯이 환호했다.

조명이 약해서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무리 목검을 들었다고 해도 홀로 칼 든 야쿠자를 상대하는 건 위험천만했다.

다들 ‘어어어!’ 하며 안타까운 소리를 내다가 ‘어어어?’하는 분위기로 채팅창이 반전을 일으켰다.

▶ 고수다. 목검 움직이는 게 존나 빨라.

▷ 나 검도 3단인데, 나랑 삐까삐까한 실력자다.

▷ 저기 횽아들. 목검 든 누나 KEF230tm님 맞아요.(나 철수)

▶ 뭐?

▷ 나니?

▷ 위엣놈 뭐냐? 나니? 한국말 안 하냐?

▷ 쏘, 쏘리…….

― 철수야.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 KEF230tm님이 검후님이라고?

캔맥주는 목검을 들고 나타난 여자를 '검후(劍后)'라고 불렀다.

▶ 오, 검후! 딱 어울리는 명호다.

▷ 캔맥주님 무협지 좀 보셨나봅니다.

▷ 철수님. 그 거짓말 진짜? KEF230tm님이 검후님이라고?

▶ 네. 우리 동네 검도장 최애인기녀이십니다.

채널 주인 철수가 KEF230tm의 정체를 인증하자 채팅창이 활활 불타올랐다.

검후 등장 전까지 주몽의 위기에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90%였다면, 지금은 99% 지분을 검후가 집어삼켰다.

그때 또 다른 구독자 한 명이 ‘어어?’ 하는 반응을 보였다.

▶ 사장님?

▷ 사장님이요? 님 사장님도 저기 나타났습니까?

▶ KEF230tm님이 우리 사장님이십니다.

▷ 에?

▷ 에?

▷ 에?

▶ 백수 방콕남에서 검후로 등극한 지 얼마나 됐다고 사장님이요?

▷ 법원, 검찰청 근처에 ‘블루먼데이’라는 와인빠가 있습니다. 저 거기서 근무합니다.

▶ 미…… 믿을 수 없다! KEF230tm님은 백수시라고!

▷ 사장님 맞습니다.

▷ 배신이다. 배신이야! 나랑 같은 백수라고 하셨다고고고고!

* * *

“한참 신나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뭔 일이야?”

“나도 모르겠습니다. 아가씨가 갑자기 집합을 시켰습니다.”

“또 누가 껄떡거렸나?”

“에이. 껄떡쇠 정도는 아가씨가 알아서 처리하셨겠죠.”

“이거. 혹시…… 강남 애들이 린치 들어왔나?”

“아무래도 의심스럽습니다. 연장까지 챙겨서 튀어오라고 하신 것 보면.”

“젠장. 야! 팍팍 밟아! 아가씨 몸에 생채기라도 났다간 우리 다 향냄새 맡아야 해!”

“밟고 있습니다!”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승합차 세 대가 서초 경찰서 앞을 지나쳐 검찰청 앞을 통과했다.

“빨리!”

“검찰청 지나갑니다. 다 왔습니다!”

다 왔다고 소리치던 운전자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뭐야? 왜!”

“빠…… 빨간불이라서.”

“미쳤냐? 그냥 밟아 새꺄!”

“아 진짜. 벌점 오버인데.”

“뒤질래?”

“갑니다. 가요!”

신호등 앞에 잠시 멈췄던 승합차는 다시 속도를 높여 서초역 사거리에 도착했다.

“내려!”

“저깁니다! 저기!”

승합차에서 내린 사내들은 누가 봐도 ‘조폭’ 포스를 뿜어냈다.

“쓸어버려!”

“네. 형님!”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조폭 무리가 ‘와!’하는 소리를 내며 사거리를 내달렸다.

* * *

너튜브 아이디 KEF230tm. 본명 성희주.

너튜브 구독자들 사이에선 3년 차 백수. 방콕남이지만 고급 와인바 블루먼데이의 사장.

그리고 전국구 조직 강북파를 이끄는 성봉주의 무남독녀.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라 일컬어지던 은막의 여우 이미진의 딸.

성봉주의 피지컬과 이미진의 외모를 물려받은 성희주는 법원, 검찰청의 총각 판사, 검사들의 여신으로 이름이 높았다.

하지만, 조폭 두목 딸과 판검사는 도저히 이어질 수 없는 사이. 물과 기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개중엔 성희주의 출신이 뭐가 됐든 괘념치 않겠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성희주 본인이 고개를 흔들었다.

남성 편력이 있다거나 아니면 판검사보다 더 대단한 위치의 남자를 원해서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워낙 거친 삼촌들 사이에서 자라다 보니 비리비리한 남자엔 딱히 매력을 못 느끼는 삐뚤어진(?) 성격이 된 것이다.

그런 그녀가 최근 열광하고 팬임을 자처한 사내가 있었으니. 벼락부자 고주몽이다.

처음엔 그저 운빨 끝내주는 놈 정도로 평가를 했다가, 최근 그가 보인 행보에 느닷없이 심쿵을 당했다고나 할까.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고주몽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강북파 보스로 어깨 좀 펴고 다닌다는 자신의 아버지도 고주몽 앞에선 티끌만큼도 안 되는 존재로 급락해버렸다.

하루하루 그의 소식을 듣는 재미로 팬질에 여념 없던 어느 날.

고주몽이 탄 헬기가 추락했고 그가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동네 꼬마 철수가 헬기 추락현장에 촬영을 나간다는 말에 채널에 들어왔고, 그 와중에 가로수남이 고주몽임을 알아차렸다.

‘헬기 추락은 사고가 아니구나!’

복잡하게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고주몽이 위기에 처했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

“삼촌들. 서초구 2번 출구로 와요. 연장 챙기고.”

― 네? 아가씨 그게 무슨…….

“라윗나우!”

― 네?

“당장 튀어 오라고요!”

― 넵!

성희주는 목검을 챙겨 들고 곧바로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

가게와 가까운 곳에 집을 장만했기에 택시를 타면 서초역까진 길어야 10분!

법원 앞 6번 출구에 하차한 성희주는 역사(驛舍) 지하로를 내 달렸다.

― 초…… 총이 있습니다.

밖으로 달려나가 목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캔맥주가 ‘총’의 등장을 알려왔다.

나름 몸을 단련해 왔고 목검을 들고 있다고 해도 총은 섣불리 달려들 무기가 아니었다.

선뜻 달려나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고주몽이 총에 맞았다는 내용이 날아들었다.

― 고…… 고 회장님 총에 맞았습니다!

이런!

머뭇거리는 그 짧은 순간, 주몽이 총에 맞다니!

성희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보며 분통이 터졌다.

― 어! 고 회장님 안 죽었습니다! 놈들과 맞서 싸우고 있어요!

벽에 몸을 기대고 좌절에 빠져 있던 성희주는 고주몽 부활 소식에 번쩍 눈을 떴다.

총에 맞고도 야쿠자 칼잡이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 피…… 피가 엄청나게 튑니다!

성희주는 계단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역사 입구에 있던 야쿠자 놈의 정수리에 정의의 일격을 날렸다.

“끼요요요요옷!”

“나니?”

성희주의 등장에 ‘어?’하는 표정을 짓던 야쿠자는 재빨리 몸을 숙였다.

흑단목을 깎아 만든 애검이 슈앙! 소리를 내며 놈의 어깨를 스쳐 지났다.

빡!

“크윽!”

어깨를 비켜 맞은 놈은 주춤 물러서며 손에 든 칼을 휘둘렀다.

“끼욧!”

성희주는 놈의 손목을 짧게 끊어졌다.

팔목을 가격을 당한 야쿠자는 칼을 반대편 손으로 옮기며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주몽이 입고 있는 옷이 칼을 막아낸다는 걸 깨닫자 놈들은 손목과 발목, 얼굴과 목을 집요하게 노리기 시작했다.

주몽은 최대한 방어를 하며 놈들을 떨쳐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칼을 모두 막아낸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스앗!

“큭!”

칼날이 눈가를 스쳤다.

피부가 길게 벌어지며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 정도 상처엔 신경조차 쓸 수가 없다.

눈가에 칼집을 낸 야쿠자 놈의 겨드랑이를 올려치고 칼끝을 밀어 넣는데, 우측을 노리고 있던 야쿠자 놈이 주몽과 똑같이 겨드랑이를 노리고 칼을 찔러 넣었다.

“씨발!”

주몽은 후다닥 물러났다. 야쿠자 놈들도 슬쩍 거리를 벌리며 전열을 정비했다.

“허억. 허억.”

주몽은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칼끝을 내리지 못했다.

자신의 목을 자르려다 역으로 당한 놈 하나. 난전이 오가면서 옆구리에 칼침을 놨던 놈 하나. 미친놈처럼 찌르고 벴다고 생각했는데 나가떨어진 건 그렇게 두 놈뿐이다.

다른 놈들도 상처를 입긴 했지만, 여전히 칼을 들고 있었다.

“칙쇼!”

“엿이나 처먹어.”

주몽은 칼을 든 채 뻑큐를 날려줬다.

잠시나마 체력을 복구한 주몽과 야쿠자들은 재차 목숨을 노리고 맞붙었다.

“우라라라라!”

“코로세!”

“죽여주마!”

챙챙! 차차창! 푹! 스앗!

칼과 칼이 맞부딪치고 살과 살이 갈라졌다.

목을 노리고 날아든 칼을 팔뚝을 내리치는데 날이 쭉 미끄러지면서 어깨를 찌르고 들어왔다.

“크악!”

칼끝이 파고드는 순간 왼쪽 팔에 힘이 쭉 빠졌다.

“으흐…… 아프네.”

주몽은 어깨를 찌른 놈을 잡고 발목을 걷어찼다. 놈이 비틀 중심을 잃는 순간 한 손 엎어치기가 들어갔다.

“우왓!?”

빙글. 시원하게 원을 그리며 허공을 회전하더니 보도블록 위에 머리를 찧고 나가떨어졌다.

쿵! 우두두둑!

요란하게 터져 나오는 뼈 부러지는 소리. 목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결딴난 모양이다.

주몽은 어깨에 박힌 칼을 조심스럽게 당겨 뽑았다.

칼이 꽂혔을 때 함부로 뽑으면 위험하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유로울 때 이야기다.

어깨에 칼을 꽂고 놈들을 상대한다? 턱도 없는 소리다.

‘출혈이 늘고 있다. 최대한 속전속결로!’

속은 바짝 타 올랐지만, 주몽은 야쿠자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어 보였다.

하얗게 드러난 이 사이로 봉숭아 물처럼 핏물이 붉게 맺혔다.

“드루와. 드루와 새끼들아!”

그저 돈 많은 일반인이라 생각했는데, 자신들보다 더 독하게 물고 뜯는 주몽의 반격에 야쿠자들은 슬쩍 질린 표정이 됐다.

‘흐흐. 다른 세상의 내가 아니었다면 죽어도 열 번은 죽었겠다.’

용병인지 군인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전쟁터에서 총질하고 다닐 정도의 이생(異生)이라는 것과 재수 없게 총 맞고 죽었다는 정도? 인생 전반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다른 세상의 주몽이 가지고 있던 스킬 일부는 자연스럽게 체득을 했다.

지금껏 버틴 것도 다 그 덕분이라고 할 것이다.

나름 칼도 좀 다루지 않겠나 싶었는데, 막상 몸을 움직여보니 상상 이상이다.

‘쫓아 오던 놈들이 다섯. 추가로 들어온 놈들이 셋. 아직도 다섯이나 남았네.’

사람 목숨 허망하다는 말처럼 칼로 몇 번 찌르면 죽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막상 이 지경이 되고 나니 질긴 게 사람 목숨 같다.

자신도 그렇지만 놈들도 끈질기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때 타다다닥! 하는 계단 밟는 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었다.

주몽도 야쿠자 놈들도 힐끔 시선이 이동했는데 역사 안에서 웬 여자 한 명이 툭 튀어나와 목검을 휘둘렀다.

끼요요요요옷!

기합 소리치곤 요란하다. 하지만, 덕분에 한 놈이 전선에서 이탈하고 놈들의 시선이 흐트러졌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땡큐다!”

매번 방어적 상황에 있던 주몽이 이번엔 역으로 치고 들어갔다.

우측으로 몸을 날려 놈들 외곽에 자리한 놈에게 칼을 심었다.

푸!

“억!”

“죽어!”

“좃도마떼. 좃도…… 마떼…….”

가슴에 칼날이 박힌 야쿠자 놈이 당황한 눈빛으로 연신 시부렁거렸다.

좆이 뭐가 어떻다는 진 모르겠다만, 봐주고 말고 할 처지가 아니다.

힘주어 푹 찔러 넣었다가 칼을 뽑으려 하는데, 놈이 대뜸 움켜잡았다.

‘이제 보니 등 뒤에서 공격했다가 손가락 잘린 그놈이구나.’

칼을 움켜쥔 손에 손가락 두 개가 부족했다.

재차 힘주어 칼을 뽑으려는데, 옆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젠장.”

주몽은 칼을 놓고 재빨리 물러났다.

안 그래도 왼팔에 힘이 없는데 이젠 칼까지 하나 잃은 꼴이 됐다.

“どけ! どけ!(도케, 도케!)”

가슴에 총알을 선물했던 코지로 놈이 다시 총을 빼 들었다.

“조오킨오 츠쿳테야로오!”

“뭐?”

이 자식들이 일본말 모른다는데. 계속 일본말로 떠들어.

“걸레로 만들어주겠다고!”

코지로 놈은 코 평수를 넓히고 벌렁거리면서 내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누구 맘대로!”

주몽은 재빨리 얼굴을 가리고 시체가 되어 있는 야쿠자 놈의 몸을 번쩍 들어올…….

“아우. 씨발…….”

왼팔에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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