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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55화 (156/224)

155장. 殺せ(코로세)

제이코는 호텔 입구가 봉쇄당했다는 말에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그것도 정보 분석팀이 아니라 로비를 정리하고 있는 양 과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로버트. 이 정도면 우리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

군은 워낙 폐쇄적이고 접근이 쉽지 않은 조직이다 보니 내부 움직임은 곧바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중대 규모의 병력이 대놓고 이동을 했는데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이건 문제가 심각했다.

“Go 컴퍼니 정보팀이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다고 해도… 이건 무능하다고밖엔 할 수 없는 거 아닌가? 그게 아니면 정보팀에 배신자가 있던가.”

제이코는 충분히 의심스럽지 않냐며 로버트를 바라봤다.

로버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로건에게 손짓을 했다.

“네. 팀장님.”

“경호팀 데리고 분석팀 확인해.”

로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경호원들을 데리고 보안실을 나섰다. 그리고 잠시 뒤, 굳은 로건은 굳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분석팀에 배속됐던 KCIA 요원 두 명이 사망했습니다. 두 사람 다 동맥이 끊어졌습니다.”

“…….”

로건의 보고에 로버트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됐다.

“로버트. 칼 로이건의 신원 보증에 자신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추궁하듯 이야기하는 제이코의 태도에 로버트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칼 로이건은 Go 컴퍼니 정보팀을 만들기 위해 어렵게 스카우트해 온 인물이다.

과거 경찰 국장으로 있을 때 맺은 인연으로 자신이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 부탁하다시피 모셔왔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아 버렸다.

“할 말이… 없다.”

“셈 해밀턴은 어디 있지?”

NSA 출신 칼 로이건을 정보분석관으로 스카우트했다면 셈 해밀턴은 요원 교육을 위해 초빙을 해 왔다.

정보를 다루는 칼과는 영역이 다르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도 신뢰할 수 없는 상태다.

“셈은 한국에 없다. 함께 일할 동료들을 구하는 중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이 문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지. 로건.”

“네. 고문님.”

“칼이 구축한 정보라인은 지금 이제부터 모두 무시한다. 그리고 로버트.”

“그래.”

“넋 놓고 있을 건가? 군 병력이 호텔로 진입하면 우린 모두 끝장이다. 보스가 타고 있는 헬기에 미사일까지 날린 놈들이 우리라고 살려줄까?”

“후우…….”

답답함을 풀어내려는 듯 연달아 심호흡을 뱉은 로버트가 입을 열었다.

“제이코. 각국 관리팀에 지원 요청을 부탁한다. 우리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니 외부 도움이라도 받자. 보스에게도 여기 상황을 전달해.”

“알았다. 엘리스. 너는 보스에게 이곳 상황을 전해.”

“네. 그럴게요.”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엘리스는 스마트 폰에 남겨진 착신 번호로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제이코는 알렉스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몽은 물론이고 Go 컴퍼니 직원들 대다수가 미국인이니 대사관이나 주한미군에 도움을 청할 생각이다.

“로건, 양 과장 팀에게 저항하지 말고 즉시 올라오라고 해. 공간이 넓은 로비에선 우리가 불리하니 12층 진입로에서 막는다.”

“네. 팀장님!”

* * *

제이코와 통화를 마친 주몽은 다시 옥상으로 올라갔다.

부상을 입은 젠슨을 확인하고 컴퍼니 경호팀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건너편 옥상으로 막 건너가려는데 서성거리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

“……?”

어둠 때문에 서로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주몽은 상대방이 의문의 추적자임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주몽은 그대로 뒤돌아 뛰기 시작했다.

‘젠장. 하필이면 딱 마주쳐서는!’

미친 듯이 달려 건물 내부로 들어간 주몽은 날다시피 계단을 내려갔다.

잠시 뒤, 뒤쫓는 소리가 들려왔고 수시로 무전을 주고받는 소리도 들려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추적자의 무전기에서 일본어가 흘러나왔다.

‘일본?’

주몽은 자신을 쫓는 자들이 군부 쿠데타 세력이거나 살아남은 기득권 세력의 비선 조직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연달아 들려오는 일본어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적의 등장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탈출하듯 건물을 나온 주몽은 곧바로 대로변으로 뛰쳐나갔다.

놈들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을 쫓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면 함부로 행동할 수 없으리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건 완벽한 착각이었다.

건물 밖까지 쫓아 나온 상대는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을 꺼내 들었고 망설일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퓩! 퓩! 퓩!

보도블록과 건물 벽면에 푹푹 총탄이 박혀 들었다.

“미친!”

주몽은 머리를 숙이며 재빨리 가로수 뒤에 몸을 숨겼다.

경고도 없고, 이렇다 할 요구도 없이 무조건 총부터 쏴 재끼다니. 어떻게든 자신을 죽이고 보겠다는 소리다.

길 가던 사람들이 ‘뭐지?’ 하는 표정으로 나와 상대를 바라봤다.

여기가 미국이라면 다들 화들짝 놀라 도망을 쳤겠지만, 한국인은 ‘총’에 대한 경각심이 미약했다.

총격전은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지 한국에선 한평생 칼부림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도망쳐요! 진짜 총입니다!”

주몽은 급한 대로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몇몇은 ‘어어?’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몇몇은 슬쩍 거리만 벌릴 뿐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들이다.

개중엔 ‘오오!’ 하면서 스마트 폰을 주몽 쪽으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젠장. 안전불감증은 그렇다 쳐도 이 와중에 영상 촬영은 너무하잖아.’

주몽은 젠슨이 챙겨준 권총을 빼 들고 숨을 골랐다.

‘상대는 내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단숨에 제압을 해야 해.’

근거리라고는 해도 권총 사격은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

얼굴을 조준해서 맞추기보단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몸통을 노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군. 로버트가 방탄 슈트로 갈아입으라고 할 때는 오버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조금씩 거리를 좁히자, 주몽은 가로수 밖으로 몸을 날리며 권총을 발사했다.

퓩퓩!

타탕!

두 자루 권총이 각각 발사음을 쏟아냈다.

그제야 구경꾼 모드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행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달아나기 시작했다.

고막을 흔들어대는 진짜 ‘총’ 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이다.

“윽!”

“컥!”

주몽과 추적자 모두 신음을 토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주몽은 격통에 몸을 움츠렸다는 것이고 상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대로 쓰러졌다는 점이다.

“아으…… 더럽게 아프네.”

주몽은 총탄이 박힌 자리를 문지르며 상대를 살폈다.

“젠장…… 죽은 건가.”

정당방위는 분명한데, 자신이 쏜 총에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찝찝해졌다. 다른 세상의 자신이 군인으로 복무하면서 총격을 주고받은 기억이 있긴 하지만,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과 직접 자신의 손으로 사람 몸에 총알을 박아 넣은 것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그때 건너편에서 놈과 비슷한 복장의 사내들 세 명이 후다닥 모습을 드러냈다.

“아우. 시발…….”

주몽은 소음기 달린 권총도 마저 챙겨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츠카마에로!”

“고주몽데스!”

“삿사토!”

사내들 입에서 주몽의 이름과 주몽을 잡으란 외침 소리가 거칠게 쏟아졌다.

“아 왜! 쪽빠리 새끼들까지 튀어나오고 지랄이냐고!”

주몽은 다시 도주를 시작했고, 놈들은 앞서 나타났던 놈들처럼 거침없이 총을 꺼냈다.

퓻퓻! 퓻퓻퓻!

거리가 있어서 명중률은 뚝 떨어졌지만, 동시에 세 놈이 쏴 대니 한 발, 두 발 등 짝을 두들겨 팼다.

“크윽!”

* * *

― 여러분. 저는 지금 고주몽 회장의 헬기가 추락한 곳으로 이동 중입니다.

너튜브 BJ로 활동 중인 한철수는 서초구 길거리 풍경을 보여주며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도망쳐요! 진짜 총입니다!>

― 어? 이게 무슨 소리죠? 갑자기 총이요?

BJ 한철수는 가로수 뒤에 기대서서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발견했다.

― 여러분도 궁금하죠. 저 철수가 직접 확인을 해 보겠습니다.

철수는 스마트 폰 카메라를 가로수 쪽으로 비췄다.

― 뭐죠? 잔뜩 긴장한 것으로 보이는…….

<퓨슝! 퓨슝!>

<탕! 탕!>

― 어엇!

철수는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총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숙였다.

― 여러분! 방금 들었습니까? 이거 진짜 총소리 맞죠? 군대 다녀온 횽님들. 방송 보고 있으면 누가 설명 좀 해 줘요!

▶ 뭐야. 진짜 총소리야?

▶ 소총은 아니고 권총 소리 같은데.

▷ 그걸 한 번 듣고 어떻게 알아?

▷ 이거 왜 이래. 나 이래 봬도 군대에서 권총 쏘던 남자야!

― 횽님들! 누가 쓰러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막 도망가고 있어요. 보이십니까?

▶ 철수야. 사람들 말고 아까 그 남자 다시 비춰봐.

▶ 뭐야. 한국에서 그것도 대로변에서 권총이 웬 말이냐.

▷ 권총 들고 탈영했나?

▶ 철수! 아까 그 남자 비춰보라고!!!

― 횽님. 저도 피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거 분위기가 장난 아닙니다.

▶ 에이. 진짜. BJ가 생방 뜨다 보면 총소리도 듣고 그러는 거지! 쫄지마!

▶ 야! 아까 그 남자 비추라고! (KEF230tm 님께서 10,000원 쏘셨습니다)

― 아, 진짜. KEF230tm님 만 원 감사합니다. 요청하신 대로 가로수 그 남자 보여드립니다.

▶ 어? 어! 어어어어어!

▷ 에이. 뭔데? 잃어버린 동생이라도 찾은 거요?

▶ 저거 고주몽 회장 아니냐?

▷ 뭐? 여기서 고 회장이 왜 나와. 고주몽 죽었다며!

▷ 나 지금 뉴스 보고 있는데. 고주몽 죽었다고 계속 나오고 있다.

▶ 철수! 다시 비춰! (KEF230tm 님께서 10,000원 쏘셨습니다)

― 옛설! 비춥니다.

▶ 맞는데. 맞는 거 같은데…… 다들 잘 좀 살펴봐. 고주몽 회장 맞지?

▷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 그러게. 그런데 고주몽은 죽었다니까. 그냥 닮은 사람이겠지.

― 어? 가로수남 도망가는데요.

▶ 철수야. 쫓아가자.

▷ 가긴 어딜 가? 권총 든 탈영병에게 총 맞을 일 있냐? 너도 빨리 피해.

▷ 그래. 그건 아닌 것 같다. 너무 위험해.

▶ 철수야. 가즈아!(KEF230tm 님께서 100,000원 쏘셨습니다)

― 아. 미치겠네. KEF230tm님 자꾸 그러시면…… 가즈~아!

헬기 추락 사고로 고주몽 회장이 죽었다는 말에 그 장면을 직접 찍어서 보여주겠다며 거리에 나섰던 BJ 철수는 방 제목을 ‘가로수 권총남 추적방송’으로 테마를 변경했다.

SNS에 이미 총격 사건이 알려졌는지 철수의 너튜브 채널에 점점 구독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 가로수 권총남 뭔가에 쫓기는 듯 뛰기 시작합니다. 헉헉.

BJ 철수는 저질 체력을 인증이라도 하듯 얼마 뛰지도 못하고 벌써 헉헉대기 시작했다.

▶ 더 빨리 뛰어!

― 헉헉헉. 검은 양복남 세 명이 가로수 권총남을 추격 중입니다. 가로수 권총남. 그는 범죄자일까요?

▶ 가능성 있는 추론임. 그럼 양복남들은 경찰?

▷ 야. 양복쟁이들 손에 저거 뭐냐?

▷ 어…… 소음기 맞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거…….

<퓨슝! 퓨슝! 퓨슝!>

▶ 쐈다! 쐈어!

▷ 가로수 권총남 비틀거린다. 맞은 거냐? 맞은 거야?

▷ 다시 뛴다.

― 히익. 아…… 안 되겠어요. 진짜 총이라고요. 이러다가…….

▷ 철수야. 실시간 구독자 3,000 넘었다!

―에? 삼천이요?

▷ 버텨! 너 지금 서초구 총격전 실시간 방송 소문나서 사람들 엄청나게 몰려오고 있어!

― 진짜요? 에라 모르겠다. 헉헉.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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