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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51화 (152/224)

151장. 디코이

프런트로 달려간 양 과장은 급하게 지배인을 찾았다.

“왜 그러시는지…….”

“지금 이쪽으로 조직 폭력배로 보이는 흉기 소지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로비를 걸어 잠가야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지배인은 뜬금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 표정이 굳어졌다.

조폭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호텔을 습격할 리 없지 않은가 말이다.

“당장!”

양 과장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지배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Go 컴퍼니 회장님을 공격하려는 자들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무사할 것 같습니까? 호텔의 피해 따위는 신경 쓰지 마세요! 모두 보상해 줄 테니까!”

Go 컴퍼니 회장을 공격하는 자들이라는 말에 지배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호텔 내부로 통하는 입구는 모두 막아야 합니다. 로비 잠그고 엘리베이터 운행부터 멈추세요.”

“아…… 알겠습니다.”

지배인은 다급한 목소리로 무전을 날리기 시작했다.

“계단 쪽 문도 모두 잠가! 인선이 너는 애들 데리고 로비 쪽으로 가!”

“네. 과장님.”

“맞서 싸우려 하지 말고 경고 날려. 무시하고 들어오려고 하면 발포한다.”

“초…… 총을 말입니까?”

김인선은 당황한 표정으로 양 과장을 바라봤다.

“그럼 칼 맞아 죽을래? 숨어서 칼질하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달려드는 놈들이야. 그것도 백 명이 넘어!”

“알겠습니다!”

인선이 팀원들과 함께 로비 입구로 달려가자, 양 과장은 로버트에게 무전을 날렸다.

“로버트 팀장님. 상황 알려주십시오.”

― 1분. 아니 30초 정도면 도착한다.

“발포 명령. 유효합니까?”

인선에게 발포 명령을 내린 상태지만, 양 과장도 내심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거기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총기는 모두 불법이나 마찬가지다 보니 차후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 유효하다. 경고 후. 저항하면 쏴라.

“네. 팀장님.”

― 로건이 경호팀과 내려가고 있으니 어떻게든 버텨.

“대표님은…….”

― 헬기로 이동 중이다. 12층엔 컴퍼니 직원들만 남았다.

“후. 다행입니다.”

주몽이 호텔을 탈출했다는 말에 양 과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과장님! 옵니다!”

로비를 걸어 잠그고 사람들을 피신시키던 인선이 고함을 쳤다.

* * *

양 과장과 무전을 마친 로버트는 CCTV 화면을 지켜보며 곳곳에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는?”

“작동 중지됐습니다.”

“좋아. 로건!”

― 네 팀장님.

“비상계단 쪽에 1팀, 2팀 배치하고 너는 경호팀과 함께 로비로 내려가. 양 과장이나 그쪽 팀들 분위기가 총기에 익숙지 않은 것 같다.”

― 3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로버트는 보안팀에게 손짓하더니 컴퍼니 직원들 상태를 확인시켰다.

“제이코에게 전해. 직원들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관리하라고.”

“네. 팀장님.”

* * *

“12층이다! 잊지 마라! 12층!”

총잡이 한 명이 거친 목소리로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시펄. 이렇게 우르르 뛰어가려면 뭐하러 조를 나눈 거여?”

박용출은 황당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헉헉. 그거게요. 이렇게 뛰어가면 우리 온다고 다 광고하는 꼴인데.”

다른 누군가도 비슷한 의문을 가졌는지 박용출의 말에 공감했다.

“일균 씨. 뭐라도 좋으니까. 아는 게 있으면 말 좀 해봐.”

김일균은 자신도 아는 게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호텔 진입로가 수십 군데도 아니고 로비와 지하 쪽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

“물량으로 밀어붙일 생각인 것 같습니다.”

박용출은 함께 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건 그렇긴 한데……’ 하는 표정이 됐다.

박용출과 김일균의 대화에 조장 역할을 맡은 총잡이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집중! 로비를 뚫고 들어간 다음. 각각 자신이 속한 조와 함께 움직인다. 이동 경로는 조장들이 안내를 해 줄 거다.”

* * *

“온다!”

국정원 출신 직원 하나가 긴장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양 과장은 지배인의 도움을 받아 프런트의 마이크를 이용해 경고 방송을 내보냈다.

<그 이상 접근하면 발포한다! 모두 멈춰라!>

양 과장의 목소리가 호텔 입구 스피커를 타고 크게 울려 퍼졌다.

<경고한다! 더 이상 접근하면 발포하겠다!>

미친놈처럼 달음박질을 쳐 호텔에 도착한 자살대는 느닷없이 흘러나오는 ‘발포 경고’에 움찔한 표정이 됐다.

“멈추지 말고 들어가!”

자살공격대가 움찔한 반응을 보이며 속도를 늦추려 하자, 총잡이 하나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총을 발사했다.

탕!

달려가던 자살대는 물론이고 로비 안쪽에서 경계하고 있던 양 과장 일행도 너나 할 것 없이 허리를 숙였다.

“우리는 어차피 죽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그냥 개죽음이야! 가족들을 생각해!”

마치 독전대라도 된 듯 총잡이들이 자살대의 공격을 종용했다.

“젠장. 로비가 잠겼어!”

“이거 어떻게 하지?”

문을 열고 호텔로 들어가려던 선봉대가 당황한 눈빛이 됐다.

“뭘 멍청하게 보고 있어? 철문도 아니고 유리야. 그냥 깨고 들어가!”

총잡이 하나가 로비 앞에서 머뭇거리는 자살대를 발로 걷어찼다.

“컥! 왜 때려!”

“깨고 들어가라고!”

“시발놈아. 말만 하지 말고 니가 깨고 들어가던지! 우리는 칼이고 너는 총이잖아!”

선봉을 섰던 사내 하나가 답답한 소리 하고 있다며 되레 소리를 질렀다.

탕!

“억!”

욕지거리를 내뱉던 사내가 단말마와 함께 벌러덩 넘어갔다.

“뭐…… 뭐야. 왜 우리 편을 쏴?”

“저 새끼 지금 어디다 총을 쏜 거야!”

사람들은 당황스러움 반, 느닷없는 팀킬에 분노스러움 반이다.

“죽기 싫으면 들어가! 돈을 받았으면 돈값을 하라고! 호텔 밖에서 죽으면 계약 위반이라고! 죽어도 안에서 죽어!”

총을 쏜 사내는 다시 총구를 내밀고 더는 경고가 없다는 듯 방아쇠를 만지작거렸다.

“제기랄!”

로비 앞에 서 있던 남자 한 명이 손에 들고 있던 도끼로 유리를 내리쳤다.

빡!

“어?”

도끼를 내리친 사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유리를 바라봤다.

와장창 깨질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유리는 깨지지 않고 도끼가 박혀 버린 것이다.

“젠장. 이거 강화유리에 선팅까지 된 거잖아.”

누군가 이쪽으로 지식이 있는지 신경질적으로 구시렁거렸다.

도끼를 내리쳤던 사내는 날을 뽑아내더니 재차 내리찍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유리지!”

다른 이들도 도끼남처럼 손에 들고 있는 무기로 유리를 내리찍기 시작했다.

쩌적. 찌지직!

유리 깨지는 소리와 전혀 다른 소리가 여기저기가 터져 나왔다.

연장질이 계속되자 유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됐다!”

“들어가!”

로비는 물론이고 유리로 된 벽면까지 하나둘 깨져나가자, 밖에서 우글거리던 사내들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 * *

CCTV로 로비 상황을 지켜보던 로버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설퍼…….”

“네?”

보안팀 직원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로버트를 바라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Go 컴퍼니 대표를 습격하고자 달려온 자들이다.

그런데 유리문 하나 처치하지 못해서 허둥대다니.

거기다 호텔 진입로는 로비만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극구 정면만 노리고 있다.

백 명이 넘는 숫자가 총칼을 들고…… 마치, 자신들을 바라봐 달라는 듯 말이다.

뭔가를 깨달았는지 로버트의 표정이 핼쑥해졌다.

“디코이…… 였나. 빌어먹을! 헬기에 연락을 넣어!”

로버트의 다급한 목소리가 보안실에 쩌렁 울려 퍼졌다.

* * *

호텔에서 두 블록 떨어진 건물 옥상.

쌍안경을 들고 허공을 지켜보던 안태완이 이빨을 드러냈다.

“낄낄낄. 일이 갈수록 재미있어지는군.”

안태완은 폴더폰 하나를 꺼내더니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어떻게 됐나?

“잠자리 떴습니다. 진행하시면 됩니다.”

― 수고했네.

* * *

*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실.

어깨에 반짝이는 별 세 개가 달린 장성이 작전실을 둘러보며 히죽 웃음을 보였다.

“사령관님 어떻게 됐습니까?”

“잠자리가 떴다. 계획대로 진행한다.”

수도방위사령관 곽준규 중장의 말에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장성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 *

* 군사안보지원사령부(구 기무사). 사령관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쿠데타라니!”

자체조사위원회를 무산시키고 개혁 깃발을 들어 올릴 준비를 하고 있던 한필도 중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대파 장성들이 수방사에 모였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군 개혁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인지 알았는데…….”

“닥치고! 본론만 말해!”

“네. 고주몽 회장을 저격하고 곧바로 청와대로 진격한다고 합니다.”

“미… 친 놈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한필도 소장은 곧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청와대! 청와대 연결해!”

한필도 중장이 전화기를 붙잡고 언성을 높이는 사이, 쿠데타 정보를 가지고 왔던 임수길 소령은 이번 거사에 동참하기로 한 동료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날렸다.

― 수방사. 작전실. 비리군장성 쿠데타 모의. 현 시각!

임수길 소령의 단체 메시지는 일선 장교들과 영관급들에 곧바로 전달됐고, 이번 일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소식이 전파됐다.

― 동료에게 고함.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임수길 소령은 메시지 발송을 마치고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 *

양 과장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호텔 밖을 바라봤다.

제발, 이대로 상황이 마무리되기를!

그러나 그의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끝났다.

로비 문을 열 수 없자, 유리를 깨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지막 경고다!”

양 과장의 외침이 무색하게 로비로 진입한 적들은 미친놈처럼 달려들었다.

누가 됐든 간에 앞을 막아서면 죽이고 지나가겠다는 듯!

“빌어먹을.”

“과…… 과장님. 진짜 쏩니까?”

“병신아! 그럼 칼 맞아 죽을래! 쏴!”

양 과장은 발포 명령과 함께 자신이 들고 있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초탄이 로비 바닥에 흔적을 남기며 먼지를 피워올렸다.

팀원들에게 쏘라고 외치긴 했지만, 양 과장도 선뜻 사람 몸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과장이 총을 발사하자 그게 신호가 됐고, 망설이고 있던 팀원들이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타탕!

로비가 총성으로 가득 찼고 고막이 흔들렸다.

유리를 깨고 들어섰던 선봉대는 양 과장과 팀원들의 사격에 픽픽 쓰러졌다.

“죽어도 안에서 죽는다!”

“밀어!”

“죽여!”

“들어가! 빨리!”

로비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먼저 들어선 이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걸 보면서도 도무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누군가 숨이 끊어지고 피가 쏟아지자, 더욱 흥분 상태가 되어 아귀처럼 달려들었다.

“미…… 미쳤어.”

양 과장은 혼란스러운 눈빛이 됐다.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칼을 흔들며 달려드는 저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양 과장과 팀원들은 쉬지 않고 총을 쐈지만, 그들이 가진 화기로는 저들의 돌격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로비 입구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해 프런트까지 밀려난 양 과장 팀은 남은 총알을 쏟아내고 각기 삼단봉을 빼 들었다.

“빌어먹을. 국정원에 있을 때도 안 겪어본 일을…….”

“과장님. 눈빛들도 그렇고 낯빛도 그렇고. 이거 약쟁이들 아닙니까?”

인선의 외침에 양 과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약쟁이?”

“그러지 않고서야…… 총을 맞고도 달려들잖아요!”

인선을 도끼를 피하며 삼단봉으로 상대의 이마를 내리찍었다.

퍽!

이마가 깨져나가며 핏물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놈은 정신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다시 도끼를 들어 올렸다.

“씨발! 좀비야?”

인선이 질겁한 표정으로 허리를 꺾었다.

머리 위로 흉악스럽게 생긴 도끼가 슝! 소리를 내려 지나갔다.

인선을 한쪽 손으로 바닥을 짚더니 삼단봉으로 도끼남의 무릎을 내리쳤다.

빠각!

도끼남이 휘청 흔들리며 옆으로 넘어가는데, 뒤에 있던 자가 몸을 타고 넘어와 칼을 휘둘렀다.

“돌아버리겠네!”

인선이 게걸음 치며 옆으로 사삭 움직이는데, 그때 놈들 뒤쪽에서 총소리가 터져 나왔다.

탕! 타타탕!

“악!”

날아든 총탄 하나가 인선의 허벅지를 뚫고 지나갔다.

“인선아!”

“아우. 시펄!”

인선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지렁이처럼 바닥을 기었다.

총탄이 혈관을 건드렸는지 검붉은 피가 쭉쭉 쏟아졌다.

인선이 바닥에 쓰러져 비틀거리자, 눈이 빨갛게 충혈된 놈 하나가 군용 단검을 들고 몸을 날렸다.

“제… 제기랄.”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는데, 투타타타타탕! 소총 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졌다. 로건과 그의 팀이 로비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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