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47화 (148/224)

147장. 습격 1

― 이율 3%.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투자. +10조

“이율은 3%로 하고 이 두 곳도 제가 투자를 하겠습니다. 단순히 무기를 사 오는 것만으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겠습니까.”

이명환 대통령은 순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작성된 제안서도 주몽 입장에선 황당할 일인데, 이율을 낮춰 준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보태 더 큰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로만 보자면 0.5%지만, 60조의 0.5%는 3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돈이 된다.

대한민국을 영지처럼 발전시키고 가꾸겠다는 말이 그저 말장난은 아니라는 소리다.

“고…… 회장님!”

“제 생각엔 이렇습니다.”

“네. 말씀하시지요.”

“대통령님이 이렇게까지 고심을 하게 된 것은…… 솔직히 저 때문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물론, 국방부 장관과 부총리를 이용해 은근슬쩍 저를 건드리신 부분은.”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뭐. 이젠 다 지난 일이기도 하고. 그 부분은 잊겠습니다. 이번 일엔 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니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강매 제안서는 물론이고 그에 더해 국방자력화 부분까지 지원하겠다니. 이명환으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물론, 이 결정이 나기까지 대판 깨지는 과정을 겪었지만 말이다.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이명환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약속대로 항공모함도 준비하겠습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명환 대통령은 주몽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회장님이야말로 애국잡니다.”

“별말씀을요. 나라(영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국민(주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당연히 나서야지 않겠습니까.”

나라와 국민을 들먹였지만, 집무실에 있는 사람들은 그 단어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를 리 없다.

“그리고 우리 쪽 싱크탱크에서 마련한 개혁안도 참고용으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군 개혁은 시간을 두고 꾸준히 해나가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자료가 있다면 진즉에 보내주시지 그랬습니까. 꼼꼼히 검토를 해 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니 너무 몰입하진 않길 바랍니다. 이론과 현실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거기다 개혁이 됐든 뭐가 됐든 북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상황인지라.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명환 대통령의 말에 나 역시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죠. 북쪽을 빼놓을 수 없는 일이죠. 그래도 함부로 나서지는 못할 겁니다. 움직이는 순간 공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제안서는 정식 계약서로 만들어서 도장을 찍도록 하죠. 계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자금을 집행하겠습니다.”

“네. 그래야죠. 하하. 그렇게 해야죠!”

대통령은 주몽의 손을 잡고 연신 흔들어댔다.

주몽과 정부의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그리고 이것과 별개로 군 개혁 말입니다.”

“네. 회장님.”

“제가 사고를 하나 더 치려고 하는데…… 괜찮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사…… 사고요?”

이명환 대통령은 식겁한 표정으로 주몽을 바라봤다.

치는 사고마다 대한민국이 들썩이니 도무지 감당되질 않았다.

“어떤 사고를 치시려는지 귀띔이라도 해 주시면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군 자체 조사 위원회라고 했던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걸 무산시킬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살짝. 총소리가 날 수도 있겠네요.”

“네에? 초…… 총소리라뇨! 설마!”

“아아.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말 그대로 총소리 몇 번? 어쩌면 그럴 새도 없이 마무리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군에도 회장님 사람이…….”

“제 사람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정의구현에 앞장서는 올곧은 군인이 있다고 해 두죠.”

“제가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군에서 일어난 일은 군에서 알아서 한다고 했다면서요.”

“그거야 그렇지만. 방금 말씀하신 일이 벌어지면 사태가 심각해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검찰에 이익현 차장이라고 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주몽과 관련된 일에 매번 등장해서 엄청난 성과를 내는 스타 검사다.

이명환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 이익현 검사를 모를 수가 없다.

소문에 의하면 검찰 총장도 이익현에겐 한 수 접어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쪽 사람들이 정의에 목말라 하기도 하고 또 몸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용감무쌍합니다. 군에 문제가 일어나면 이익현 차장을 출동시키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일시는 언제쯤…….”

“오늘 계약된 내용을 언론에 공표하면서 군 자체 조사 위원회를 해산시키고 검경에 수사를 맡기겠다고 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발표를 하면 군에서 반발을 할 것이고…….”

“별수 있나요. 결국엔 총소리가 들려오겠죠.”

나는 히죽 웃음을 흘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10년 분할상환. 이율 3%. 총금액 60조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10조 투자.

회사 가치보다 더 큰 돈이 투자금으로 집행되자,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형태로 대주주 지분을 확보했다.

지분율만 본다면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도 두 곳도 주몽의 소유가 됐다.

공기업이나 마찬가지라 선뜻 손대기가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마무리한 셈이다.

이공계 투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두 기업은 기존보다 더 활동적으로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호텔로 돌아온 주몽은 정부와 맺은 계약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그냥요.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내 대답에 박산호가 방긋 웃음을 보였다.

“그러는 박 부장은 왜 그렇게 웃습니까?”

“상전벽해라는 말이 떠올라서 그렇습니다. 처음 대표님과 인연이 됐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될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어떻습니까? 재미는 있습니까?”

“재미만 있겠습니까. 요즘엔 제가 지구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벌어지는 일들도 그렇고 매번 돌아오는 결과도 그렇고. 꿈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박산호의 말에 나는 웃음을 보였다. 나 역시 느끼는 바가 그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회식이라도 할까요? 다들 한 달 넘게 정신없이 뛰기만 했으니 많이들 지쳤을 것 같은데.”

“좋죠.”

“계약서 잘 챙겨두시고. 직원들에게 연락 돌리세요.”

“네! 대표님.”

* * *

주몽이 머무는 호텔 인근, 5층짜리 건물에 정체불명의 사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들 중 하나가 차량 진입로에 라바콘을 세우고 ‘공사 중’이라는 팻말을 적어 붙이더니 사람들을 데리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인원 파악을 끝낸 남자 하나가 구형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도착했나?

“네. 모두 모였습니다.”

― 인원은?

“120명입니다.”

― 좋아. 그쪽으로 물건을 보내지. 10분 뒤 받아 볼 수 있을 거다.

“진입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 22시.

“알겠습니다.”

혈관이 파리하게 드러날 만큼 머리를 짧게 깎은 사내가 통화를 끝내자, 근처에 있던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어떻게 한답니까?”

“10분 뒤. 물건이 도착합니다. 진입은 22시입니다.”

머리 짧은 사내의 말에 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

남자는 연기를 내 뿜더니 담배 케이스를 사내에게 건넸다.

“끊었습니다. 폐가 좋지 않아서.”

“훗. 어차피 오늘 이후론 다시 피울 일도 없지 않습니까.”

“뭐.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남자가 담배 케이스를 흔들며 다시 한번 권했다.

“그럽시다. 그쪽 말대로 오늘 이후론 다시 피울 일도 없는데.”

머리 짧은 남자가 담배를 꺼내 물자 담배 주인이 불을 붙여줬다.

“후웁. 쿡. 쿨럭. 쿨럭. 흐으…….”

“간만에 피우는 담배라 핑 도는 모양이네. 나는 전라도에서 온 박용출이요.”

담배 주인이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김일귭니다.”

“나는 위암 5기요. 그쪽은 폐가 안 좋다는 걸 보니 폐암인가?”

김일균이 느릿하게 연기를 내 뿜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니코틴이 혈액을 타고 돌자 현기증이 이는지 벽에 살짝 몸을 기댔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자꾸 피똥을 싸서 병원에 갔더니 왜 이제 왔냐고 지랄을 하더구만. 길어야 반년이라네.”

“그랬습니까.”

“그나저나 그쪽은 얼마나 받았소?”

박용출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5억 받았습니다.”

“뭐, 나랑 같네.”

박용출은 근처에 모여 있는 사내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음을 흘렸다.

낯빛이 어둡고 눈이 탁한 걸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죽을 날 받아 놓은 놈들만 모아 놓은 게 분명했다.

이 와중에도 허우대만큼은 멀쩡하게 보이는 놈들만 가려 뽑은 것을 보면 일을 꾸민 놈들이 나름 치밀하게 움직인 모양이다.

“아까 들어보니까. 여기 모인 사람 숫자가 120명이라고 하던데. 사람 목숨 하나 끊는데 600억을 쓴 건가.”

“계산대로라면 그렇겠죠.”

“니미 씨벌. 누구는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빡셔 죽겠더만, 어떤 놈은 모가지 값만 600억이여. 숟가락 잘 물고 나온 놈들은 뒤지는 것도 돈이 드는 걸 보면 세상 참 불공평하다니까.”

박용출의 말에 김일균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죽을 것. 화풀이라도 콱 해불고 죽을 생각이요.”

박용출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흐흐흐. 다들 죽을 날 받아 놓은 놈들만 모아놨으니. 저 살겠다고 도망갈 놈은 없겠네.”

“도망이라…… 치고 싶어도 못 치죠. 남은 가족들 생각하면.”

김일균의 말에 박용출이 고개를 끄덕이며 ‘히히’ 웃음을 흘렸다.

“형씨 보기엔 누군 거 같소?”

“뭐가 말입니까?”

“수백억이나 쓰면서 사람 죽여 달라고 한 놈 말이요.”

“알게 뭡니까. 어차피 죽을 목숨…… 남겨진 가족들 밥값이라도 쥐여 줄 수 있으면 된 거지.”

김일균의 말에 박용출이 ‘히히히’ 다시 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마냥 돈만 받고 달려온 우리와 달리 통화도 하고 그러기에. 뭐라도 아는 게 있나 싶었지.”

“나도 모릅니다. 그냥 돈 받았으니까…… 일하는 거죠.”

“하기사 그건 알아서 뭐하겠소. 침대에 누워 있어봤자 길어야 석 달인데. 뭐라도 하고 죽는 게 좋긴 하지.”

담배가 필터 앞까지 타들어 갈 때쯤. 김일균의 핸드폰이 부르를 진동을 일으켰다.

피우던 담배를 던지고 액정을 확인하더니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알겠습니다. 몇 사람 데리고 올라가죠.”

김일균이 전화를 끊자, 박용출도 담뱃불을 털어냈다.

“벌써 왔답니까?”

고개를 끄덕인 김일균이 사람들을 모아 주차장 입구로 올라갔다.

검게 선팅된 승합차 한 대가 건물 앞에 도착하더니 이삿짐 담는 조립식 상자 몇 개를 내려놓고 사라졌다.

“가지고 갑시다.”

김일균의 주도 아래 사내들은 상자를 들고 다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각각의 상자를 열자, 도검(刀劍)은 물론이고 권총들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칼은 그렇다 쳐도 권총은 또 뭐다냐.”

박용출이 권총에 손을 대려 하자 김일균이 막아섰다.

“그건 주인이 정해져 있습니다. 박용출 씨는 칼을 잡으세요.”

“아니. 왜? 이왕이면 총이 좋잖아.”

“권총 다뤄 봤습니까?”

“꼭 다뤄봐야 아나. 총이 다 거기서 거기지.”

박용출이 다시 권총에 손을 가져다 대는데,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박용출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뭐여?”

“내 총이다.”

“뭐?”

박용출은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따지려 하는데, 인상 날카로운 사내가 대뜸 칼을 뽑아 박용출 목에 가져다 댔다.

“어차피 죽을 거. 지금 죽여줄까?”

“…….”

“비켜.”

김일균 앞에선 껄렁거리는 모습을 보였던 박용출이 찍소리도 못하고 물러났다.

“씨벌. 뭐 하는 새낀데 눈깔이 저 지랄이여.”

박용출은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구시렁거렸다.

“그러게 주인이 있는 물건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일균은 쯧쯧 혀를 차더니 사람들에게 무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권총 20정은 인상 날카로운 사내 쪽 무리가 하나씩 챙겨 들었고 덤으로 허리춤에 대검도 꽂아 넣었다.

안색이 파리한 것이 이들도 자신들처럼 죽을병에 걸린 게 확실했지만, 움직이는 모양새가 특별한 직업을 가졌던 자들로 보였다.

권총을 만지고 확인하는 동작이 오랫동안 무기를 다뤄본 행색이다.

김일균은 무기 배분이 끝내고 상자 밑에서 작은 박스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건 또 뭐요?”

“약입니다.”

“약? 진통제?”

박용출의 질문에 김일균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일균은 익숙한 동작으로 주사기를 챙겨 들더니 박스에 들어 있는 앰풀을 꺼내 바늘을 찔러 넣었다.

“주사기 다루는 것이 겁나 익숙하네. 그쪽은 의사였소?”

“지금 한 대씩 맞고. 출발하기 전에 다시 한 대씩 맞을 겁니다.”

김일균은 박용출의 질문엔 답하고 싶지 않다는 듯 약과 주사기에 집중을 했다.

준비를 끝낸 김일균이 줄을 서라는 듯 손짓을 하자, 사내들은 묵묵히 팔을 걷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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