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42화 (143/224)

142장. 니들 보기엔 될 것 같냐?

이명환 대통령은 최정민 실장이 건네준 소화제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물까지 벌컥벌컥 들이긴 이명환은 곧바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쨌든, 일은 벌어졌다.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태를 봉합해 내지 못하면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삼시 세끼 건빵만 먹게 될 것이다.

눈치 없이 까불었다며 된통 깨진 홍보수석과 청와대 대변인은 커튼 밖 기자실을 내다보며 연신 한숨을 쏟아냈다.

이명환 대통령이 워낙 하는 일이 없다 보니, 청와대 기자실은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오죽 할 일이 없었으면 회사에서 책상 빠진 퇴물 기자들이 청와대 출입 기자로 임명을 받겠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잘릴 날만 기다리며 노트북으로 게임이나 해대던 퇴물 기자들은 회춘약이라도 들이킨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공식 발표 안 하나?”

“하겠지. 이명환 대통령의 결심이었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그것뿐이냐. 국방부 장관과 군 장성들이 헛짓거리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국 방송을 타 버렸는데.”

“그나저나 요즘 대한민국 별칭이 바뀌고 있다더군.”

“별칭이 바뀌어?”

“외신들이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을 스펙터클 코리아로 바꿔서 부르고 있거든.”

“크크크. 스펙터클 코리아라.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 보면 딱 어울리는 별칭이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의문이다.”

퇴물 중의 퇴물로 불리던 MBB 방송 나태한 기자가 입을 열었다.

“의문? 뭐가 말입니까?”

“그렇잖아. 이명환 대통령이 허수아비 짓을 하고 있다는 거 여기서 모르는 사람 있었어?”

나태한 기자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퇴물 소리를 듣곤 있지만, 한때 민완 기자로 이름을 떨쳤던 이들이다.

말 그대로 종이 신문이 세상을 지배할 때 시골 구석구석까지 달려 들어가 기사를 작성했던 이들이니 요즘 기자들과 달리 요점을 파악하고 심층을 들여다보는데 특화됐다고 할 것이다.

사실 퇴물 취급받는 것도 이들의 반골 기질과 사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기사를 쓰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손바닥 비비기 좋아하고 윗사람 입맛에 따라 기사, 논평을 냈던 이들은 위로 올라가 모두 한 자리씩 차지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모두 한직으로 밀려난 셈이다.

“지난 한 달 동안 이명환 대통령 지지율이나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고 해도 군대는 함부로 건드릴 곳이 못 되거든. 기업 총수는 잡아넣어도 군 장성은 옷 벗기는 게 전부라는 말이 왜 생겼겠냐.”

나태한의 말에 이야길 나누고 있던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옷 벗는다고 달라질 게 있나. 방산 업체나 로비스트로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이마에 별 달았으면 국가와 군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은퇴자금 마련하는 데 혈안이 되긴 했죠.”

“자, 생각들 해 봐.”

나태완 기자는 몸을 앞으로 당기면서 질문을 던졌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70여 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군이 어떤 위치에 있었지?”

“…….”

동료, 후배 기자들은 나태한 기자의 말에 선뜻 대답을 못 했다.

질문에 답을 해 보려 해도 대한민국에서 군의 위치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재차 깨달을 뿐이다.

“대한민국 법이 통하지 않는 집단.”

나태한 기자는 ‘초법적 단체’라는 말로 대한민국 국군을 정의했다.

“그건 좀 너무 나간 것 같은데. 그래 봐야 대통령 명령 한마디면 따를 수밖에 없잖아. 군은 명령으로 돌아가는 세상이니까.”

“쯧쯧쯧. 그 나이 먹도록 생각하는 수준하고는.”

나태한은 동료 기자를 한심하게 바라봤다.

“아씨. 그러면 뭐? 막말로 우리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에서 군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바로 그거야.”

“뭐?”

“군은 대한민국에 속해 있지만, 정작 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이거 왜 이래. 민간군사 전문가도 있고…….”

“개들? 무기는 빠삭하지. 군 체계도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고.”

기자들의 대화에 나태한이 다시 딴죽을 걸었다.

“그건 말 그대로 지식적인 부분이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까 네가 했던 말 중에 답이 있다.”

“내가 했던 말?”

“그래. 군대는 명령으로 돌아간다는 말.”

“그건 상식이잖아.”

“군대는 명령에 의해 돌아간다. 그것이 부정하고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명령일지라도.”

나태한은 군이 가지고 있는 특성 ‘명령’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쯧쯧. 어이. 나태한이. 그거 모르는 사람이 있나? 막말로 그래서 군대인 거잖아.”

한때 나태한과 특종 경쟁을 벌이던 기자 한 명이 딴죽을 걸었다.

“좋아. 그럼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

“말해봐.”

“그렇게 명령이 잘 먹히고 지상 명제처럼 떠받드는 군대를 왜 지금껏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 거지? 군이 비정상적인 조직이란 건 나도 알고 너도 알아. 하지만 그건 군대가 가지는 생리적 성격일 뿐이지 그게 비리를 저지르고 USB를 100만 원에 구입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잖아.”

“뭐 그거야…….”

“그런데 그런 일이 버젓이 벌어져. 침대 교체한다고 6조를 가져다 쓰는 놈들이야. 인터넷 쇼핑에 들어가 봐. 슈퍼싱글 쓸만한 침대 10만 원이면 산다. 그걸 60만 명에게 지급한다고 해도 600억이야. 군은 대량구매를 기본으로 하니까. 어쩌면 더 적은 금액에 구매할 수도 있겠지.”

“100만 원짜리 침대를 60만 개 산다고 해도 6,000억이면 되네.”

“듣고 보니 웃기네. 침대 바꾸는데 6조를 쓰려면 얼마짜리 침대를 써야 한다는 거야?”

“최소 1,000만 원.”

“미친. 신혼부부가 밤마다 레슬링 뛰는 침대도 그 정도는 아니다.”

“그와 관련해서 누구 처벌받았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냐?”

나태한의 말에 기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사업 집행하는 부서가 날아가고 몇 사람 옷 벗었다고 듣기는 했다.”

“씨발. 6조를 넘게 가져다 썼는데, 몇 사람 옷 벗고 끝났다는 게 문제라는 거다. 거기다 그 돈은? 어디로 갔는지 누가 어떻게 알아. 아무도 몰라. 더 황당한 건, 그 돈도 부족하다며 더 달라고 했다는 거다. 자원외교는 명함도 못 내밀어. 매년, 수십 년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까. 창조경제라고 해야 하려나?”

나태한의 말에 다들 말이 없어졌다.

“이런 군대를 이명환 대통령이 건드린다고? 뭘 어떻게 건드릴 건데. 70년 넘게 썩어 빠진 조직을 개혁한다라…… 내가 보기엔…… 불가능이다.”

“야,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개혁하겠다는데.”

“웃기고 있네. 그래서 검찰 개혁은 얼마나 성공했냐? 검사 숫자는 끽해야 몇만 명이다. 그것도 행정부 관할에 있는 조직이고. 그런데도 수박 겉핥기가 전부였어. 그럼 60만 명이 모여 있는 군 조직은 어떨 것 같아? 검찰이 복마전이라면 군대는 만마전이야. 말 그대로 온갖 귀신들이 득실거리는.”

나태한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이명환 대통령의 결심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최악의 사태?”

“뭔 소리야. 군이 조직적으로 반항이라도 한다는 거야?”

“못할 것도 없지.”

“제기랄.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군이 반발해? 국민이 잘도 놔두겠다.”

“그래. 똥별들 썩은 거야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젊은 장교들까지 그러진 않을 거 아냐. 개들이 총 들고 청와대로 돌진하라는 명령에 순순히 따르겠냐?”

나태한의 말에 기자들이 반발했다.

“뭔 소리야. 군이 쿠데타를 왜 일으켜.”

나태한은 미쳤냐는 듯 기자들을 바라봤다.

“지금 그게 그 소리 아니었어?”

“미쳤냐? 쌍팔년도도 아니고. 국민들이 그걸 지켜보겠냐?”

나태한의 말에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뭔데?”

“그래. 나 기자가 생각하는 최악의 사태가 뭔데?”

“태업(怠業).”

“뭐?”

“태업이라고.”

“…….”

기자들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

“그러니까. 나 기자 말은…… 군대가 파업을 한다는 말이냐?”

“헐. 군대가 파업을 한다고?”

“잠깐. 쿠데타는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나 기자 말대로 태업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잖아.”

기자들은 군대가 파업을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잠시 생각을 해 봤다.

“씨. 팔!”

“쿠데타가 낫겠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좀…….”

“나도 그럴 일은 없기를 바란다만, 이런 일은 시나리오를 쓸 때 최악과 차악을 염두에 두고 써야 하는 거야. 역대 정부가 군대를 못 건드린 이유는 ‘북’쪽 놈들 때문이니까.”

대한민국 군대가 기형적 형태로 성장하게 된 이유? 이것저것 이유를 가져다 붙이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북한’ 때문이다.

안보와 전쟁, 남북 휴전 상태, 북한의 미사일 그리고 핵. 비대칭 무기 전략이 부족한 대한민국은 미국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은 자신들을 대신해 지상전을 펼칠 다수의 인적 자산이 필요했다.

이런 과정이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진 군대가 대한민국의 군대다.

기자들이 머리를 박박 긁어대며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을 무렵. 국무회의를 연 이명환 대통령은 조현병 환자처럼 화를 냈다가 웃었다가.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처럼 침울했다가 화를 내는 종잡을 수 없는 반응을 쏟아냈다.

“대통령님. 아무리 대통령님이라고 해도 이런 일을 말씀도 없이 벌이시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한 게 아니라고!’

“군 개혁이요? 말은 좋죠. 하지만 뭘 어떻게 개혁을 한다는 말입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 변호사 출신이야. 그것도 인권!’

“군은 개혁이 불가능합니다. 60만 명입니다. 현역만 60만. 거기다 예비군까지 포함을 시키면 성인 남성은 모두 군과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단순히 현역만 건드린다고 해도…… 아우! 도대체 어쩌자고 이런 일을.”

‘미치겠네. 그렇다고 고주몽 이 인간이 나 엿 먹이려고 이랬다고 말을 할 수도 없고.’

행정부는 물론이고 국민까지. 고주몽이 자신의 요청을 받아 국가전복을 꿈꾸는 반역도당을 처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계획을 세우고 진행한 사람은 이명환. 요청을 받아 협조한 것은 고주몽이라는 소리다.

만에 하나, 이게 반대로 이뤄졌다는 게 세상에 알려졌다간 그야말로 인생 끝장난다고 봐야 했다. 오죽 무능했으면 그렇게까지 했겠냐는 소리는 당연히 튀어나올 것이고. 국가수반이 일개 기업가에게 휘둘려 나팔수가 되었으니 직방으로 탄핵될 것이다.

‘답답하다. 답답해!’

“국방부 장관. 내 언제고 사고를 칠지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극구 반대를 했었지 않습니까. 다른 사람을 앉혀야 한다고.”

장관들은 피라도 토할 것처럼 결사반대를 외쳤다.

“그럼 어쩌자고. 국민들에게 가서 그거 다 거짓말이었다고 할까?”

“이건 어떻겠습니까?”

행안부 장관이 의견을 냈다.

“뭘 물어보고 그래. 그냥 이야기해!”

“이번 무기사업과 관련된 자들을 군 적폐로 내세우는 겁니다.”

“적폐?”

“네. 군대 전체를 건드렸다간 그에 얽혀 있는 기업, 민간인들까지 경제의 한 축이 무너져 버립니다. 그러니 개혁이라는 단어가 적절히 어울릴 수 있도록 상징적 인물을 몇 골라내 옷을 벗기는 겁니다.”

“그걸로 될까?”

“국민들 보기에 흡족하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행안부 장관의 말에 다른 이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보기에도 대충 그렇게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고주몽이 만족을 할까? 대놓고 지지성명을 해 버린 그놈이.

거기다 개혁이 성공했을 경우 항공모함을 내놓겠다고 공약까지 해 버렸다.

말인즉. 고주몽이 ‘항공모함을 줄 정도는 아닌데요?’라고 해 버리면 개혁은 실패한 것으로 판결이 나는 것이다.

국민들 보기엔 ‘항공모함’이 공짜로 툭 하니 떨어져야 ‘성공’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말이다.

“제기랄! 안돼!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네?”

이명환 대통령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다들 화들짝 놀란 표정이 됐다.

“그런데 국방부 놈들은 왜 한 놈도 안 나타나는 건데!”

장관이야. 현행범으로 국정원에서 잡아갔다지만, 국방부에 장관 혼자 일하는 것도 아니고 차관이라도 달려와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차관이라도 오라고 해!”

“저기…….”

행안부 장관이 머쓱한 표정으로 대통령을 바라봤다.

“뭐?”

“차관도…… 잡혀갔습니다.”

“그럼 그 밑이라도 오라고 해! 누구든 와야 이야기를 할 것 아냐.”

“그…… 그게.”

“뭐? 말을 해!”

“그 밑에도…… 잡혀갔습니다.”

“이런 씨벌!”

평소 온화한 모습을 유지하던 이명환이었지만,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결국 쌍욕을 쏟아냈다.

“국방부 이 개자식들! 행안부 장관!”

“네! 대통령님.”

“이왕 이렇게 된 거 싹 잡아넣어서 탈탈 털어버려! 군 전체는 못 건드려도 국방부 정도는 날려버릴 테니까!”

“에에?”

국방부를 날려버린다고? 그건 장군들 목을 쳐 버리겠다는 말과 뭐가 다른데? 군 개혁이 아니라 전쟁을 선포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연히 군 정보국이 나서겠지.’

이명환 대통령을 건드리지는 못하겠지만, 곧바로 행정부에 반격해 올 것이다.

그 행정부에 누가 있는가. 바로 자신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국내 정보를 다루는데 국정원이 정점에 있다고 알려졌지만, 군 정보국 역시 국정원만큼 무서운 놈들이다.

놈들이 손에 쥐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치고 들어온다면…….

국방부를 날림과 동시에 이명환 행정부 장관들 역시 똑같이 목이 날아간다고 보면 정확했다.

장관들은 마른침을 꿀꺽 집어삼키더니 결사반대를 외쳤다.

“대통령님 진정하십시오. 그건 악수 중의 악수입니다.”

“맞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홍보처장! 홍보처장 좀 데려와!”

“무…… 무슨 일이십니까?”

“언론 쪽에 전화 돌려서. 행정부 찌라시 도는 것 있으면 차단 좀 해 달라고 해. 군 개혁과 관련해 반대파들이 우리를 노릴 수도 있다고.”

행안부 장관의 외침에 홍보처장은 난감한 표정이 됐다.

“뭐? 왜 그런 표정인데?”

“죄송합니다. 언론 쪽은 청와대 말이 먹히지 않습니다.”

“아니 왜!”

“그게…… 고 회장님에게 말씀을 해 보시는 것이.”

“여기서 고 회장이 왜 나와? 지금 그 인간 때문에 청와대 폭파 직전인 거 몰라서 그래!”

홍보처장은 고개를 숙이더니 ‘죄송합니다’하고는 후다닥 달려나가 버렸다.

“뭐…… 저…… 이런 젠장!”

대책을 세우기 위해 시작한 국무회의는 일단, 이명환 대통령의 폭주를 막는 쪽으로 방향이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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