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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41화 (142/224)

141장. 후임 인사와 면담 요청

기자회견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회견장에 있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긴급 편성된 ‘회견 방송’을 본 국민들 역시 격하게 반응했다.

회견을 마친 주몽은 회장단과 함께 따로 자리를 가졌다.

근 한 달 만의 외출이기도 했고, 천기득이 얼굴 본 김에 한잔하자며 기어코 붙잡았기 때문이다.

“총회장님. 오늘 꼭 만나봐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몽이 청와대에서 총괄 지휘를 하는 입장이었다면, 천기득은 어수선한 재계를 다독이고 후임자들 인선 작업에 집중했었다.

Go 컴퍼니 산하 기업들의 총괄 인사부장 임무를 수행했다고 보면 적절할 것이다.

“봐야 할 사람들이라면…….”

“지분 전쟁은 마무리가 되었지 않습니까. 그룹 총수 자리를 계속 비워 둘 수는 없는 일이니.”

천기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 총수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일가들까지. 지휘관급 인사들이 모두 체포 구금 상태에 있었다.

기업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인사들을 해임 또는 사퇴시키고 새로운 인물을 앉혀야 했다.

천기득 회장이 손짓하자, 대왕 비서실장이 재깍 서류를 내놓았다.

나는 서류를 들춰보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주회사 : Go 컴퍼니

소속그룹 : 대왕 그룹, 미래자동차, CK 그룹, PG 그룹, 롯세 그룹, 코스포, 현화 그룹, 선진 그룹, LS 그룹, 미래 중공업, 세계 그룹, CT 그룹, 진영 그룹, JJ 그룹, 천진 그룹, 대산 그룹, ST 미디어…….

재계 20위 권 내의 모든 기업이 Go 컴퍼니를 지주회사로 하는 형태가 구축됐다.

대왕과 선진, 진영처럼 완전히 귀속된 상태의 그룹도 있지만, 대주주 위치의 지분 획득을 통해 행사권을 틀어쥔 그룹도 있었다.

서류를 살피고 있는데, 천기득이 입을 열었다.

“보시는 것처럼 Go 컴퍼니를 지주회사로 하는 그룹이 삼분지 일. 나머지는 1대 주주 위치를 확보한 형태입니다.”

“영향력 행사는 가능하지만, 다른 기업처럼 완벽한 지배는 어렵겠군요.”

내 질문에 천기득이 부연 설명을 했다.

“그건 잡혀 들어간 회장과 그 일가들이 아직 지분을 손에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사건이 진행 중이다 보니 재판을 거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이 형태가 유지될 겁니다.”

“지금 기소된 죄목이…….”

“국가전복. 쿠데타입니다.”

나와 천기득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실질적으로 저들이 한 짓은 언론 삼사를 통해 청와대를 압박하고 자신들 입맛에 맞추는 ‘로비’가 주된 내용이었지만, 그게 한두 곳이 아니라 이 나라 대기업 대부분이 참여하다 보니 단순 로비를 넘어 정부를 장악하고 불법적으로 대한민국을 운영하려 했다는 죄목이 붙은 것이다.

물론, 국가전복이라는 죄명은 Go 패밀리의 신세계 팀이 만들어냈다.

있는 건 부풀리고 없는 건 그럴듯하게 꾸며서 최대한 그럴싸하게 정리를 한 것이다.

언론 삼사 사주가 감춰두고 있던 증거 자료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큰 힘이 된 것은 청와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간 있었던 일을 증언하고 자신이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는 걸 발표해 버리면서 신세계 프로젝트가 발동될 수 있도록 방점을 찍은 것이다.

실질적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그들이 아니라 주몽과 그 패밀리라고 봐야 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명분 싸움이다.

“대왕 그룹도 이번 전쟁에 총알을 많이 쐈죠?”

“허허. 어쩌다 보니…… 대왕에 필요한 기업 몇 개를 그룹 계열사로 집어넣었습니다.”

천기득은 진영과 선진 그룹 회장들도 눈치껏 기업 몇 개를 추가했다고 했다.

참전한 전쟁에서 승군이 되었으니 전리품을 챙긴 것이다.

“PG 그룹은 대왕처럼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히 전환한 것 같던데. 군 회장님이 생각보다 협조를 잘 해주셨나 봅니다.”

“주식 시장에서 거둬들인 지분에 기관 투자자들과 연기금이 쥐고 있던 주식까지 일부 거둬드렸습니다. 지분율만 따져도 Go 컴퍼니가 훌쩍 앞선 상태죠. 군 회장님이야 시작부터 우리 쪽으로 단추를 끼운 상태라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그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고 말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류를 내려놨다. 천기득은 다시 말을 이었다.

“임시긴 하지만, 일단 지휘관을 임명해 놓고 남은 그룹들도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을 시키시죠. 누군가는 내부에서 교통정리를 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하죠. 지금 대기 중인가요?”

“네. 준비할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대왕 비서실장은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PG 군본석 회장과 JJ 이옥선 회장. 대산 류덕철 회장을 선두로 신인들이 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 회장님과 이 회장님. 류 회장님은 이쪽으로 오시죠.”

신세계 프로젝트에서 숙청되지 않고 살아남은 총수는 이들 셋뿐이다.

저항하지 않고 성문을 연 대가로 숙청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고 지금의 자리도 보장을 받았다.

자신들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한 것인지 불안해할 때도 있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선 그날 호텔을 나서지 않고 자리를 지킨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음을 잘 알고 있다.

군 회장 일행이 소파 옆에 와서 서자, 열네 명의 신인만 남겨졌다.

대왕 비서실장이 인사 파일을 가져왔다.

한 사람씩 소개가 시작됐고 나는 그때마다 소개된 사람의 인사 파일을 확인했다.

셀러리맨으로 시작해 이 자리에 온 사람들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기존 총수 일가와 혈연관계에 있었다.

아마도 천 회장이나 정 회장, 한 회장처럼 방계 또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후계자 중 뽑아 올린 듯싶었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나 ‘가주’란 호칭까지. 이곳에 들기 전, 사전 교육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천기득 회장을 바라봤다.

천 회장은 실룩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코가 이 장면을 봤다면 입이 찢어져라 웃었을 것 같다.

내가 가문을 열겠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환영한 사람이 제이코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살짝 닭살이 돋긴 했지만,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반갑습니다. 고주몽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자, 그제야 다들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미 천 회장님께서 설명하셨겠지만, 나는 소유할 뿐 경영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신인 14명은 내가 하는 말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긴장된 표정으로 집중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죠.”

나는 신인들을 쭉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이익을 볼 때도 있고, 손해를 볼 때도 있을 겁니다. 회사가 휘청일 정도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 일로는 여러분의 자리가 흔들릴 일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일비일희하지 않고 목표한 바를 꾸준히 밀고 나가기를 바랍니다.”

“네! 가주님.”

신인 14인은 신병이라도 된 것처럼 힘차게 대답을 했다.

“다들 아는 것처럼 지금은 비상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정식 인사(人事)는 주변이 좀 조용해지면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가주님.”

“자세한 사항은 여기 천 회장님의 지시를 따르면 될 겁니다.”

평등, 수평 구조. 말은 좋다. 하지만 인간은 둘만 모여도 선후를 구분하는 종족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공이 큰 만큼. 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내 지시에 천 회장이 활짝 웃는 얼굴이 됐다.

대한민국 재계 1위 기업의 회장 명함에 재계 총괄 관리자 직함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다른 방에 식사 자리를 마련해 놨네. 서로 인사들도 나누고 기업 간의 시너지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협력 방안도 이야기하면서 얼굴들을 익히시게.”

천 회장의 지시에 대왕 비서실장이 그들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이동을 했다.

“비서실장이 빠릿빠릿하네요.”

“후임으로 키웠던 아이인데 총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저와 함께 잘려나갔을 녀석이죠. 저에게도 그렇지만 녀석 입장에서도 총회장님은 은인이십니다.”

“이젠 그런 일은 없어져야겠죠.”

나는 내부 정치 싸움에 희생되는 인재가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이야기했다.

천 회장은 물론이고 다른 회장들도 내가 어떤 의도로 이야기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우리 이야기를 해 볼까요?”

나는 군본석 회장 일행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신인들과 면식을 익히는 동안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세 사람은 천 회장 일행 맞은 편에 자리를 잡았다.

군본석 회장이 입을 열었다.

“총회장님. 미래자동차 장문구가 면담을 요청해 왔습니다.”

대왕에 이어 재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미래자동차 장문구 회장.

천기득 회장의 제안을 단숨에 박차고 나가 호텔 로비에서 검찰청으로 직행하셨던 분이다. 이 양반을 믿고 따라붙었던 회장들까지 일거에 소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내 쪽에서 보자면 적잖게 ‘공’이 있는 분이다.

“면담 내용은요?”

“별다를 게 있겠습니까. 선처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선처라…… 내가 딱히 해줄 게 없는 것 같습니다만.”

내가 부정적 견해를 보이자, 천기득 회장이 한마디 보탰다.

“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가지고 협상을 하고자 할 겁니다.”

“의미가 있나요? 징벌적 손해배상금이 떨어지면 그걸 팔아서라도 납부를 해야 할 텐데. 팔지 않고 버틴다고 해도 법원에서 강제 집행해 버릴 거라면서요.”

내 말에 류덕철 회장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그 때문에 협상…… 아니 선처를 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살려는 달라. 뭐 이런 이야깁니까?”

내 말에 회장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흠. 아까 왔던 사람 중에 미래자동차 후임이…….”

“장문구 회장의 넷째입니다.”

나는 천기득 회장을 바라봤다.

혈연관계 그것도 직계 자식을 후임으로 인선했을 때는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됐다.

“능력입니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망나니는 사절입니다만.”

“돌밭에서 금덩이를 줍기는 힘든 일입니다만, 나름 반짝이는 녀석입니다.”

능력도 인성도 나쁘지 않은 직계 혈손이라.

9족을 멸해 버리는 흉악한 짓은 나도 내키지 않는 일이다. 쓸만한 자가 있다면 가문을 이어 갈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한중근 회장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총회장님.”

“네. 한 회장님.”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네. 말씀하세요.”

“장문구 회장이 바라는 것은 어쩌면 넷째 장영수에 대한 지원이 아닐까 합니다.”

“넷째 아들이 후임이 됐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네요.”

“비록 갇혀 있는 처지지만, 연락망이 모두 끊어진 건 아니니 알고 있을 겁니다.”

한중근 회장의 말에 군본석 회장을 바라봤다.

“군 회장님. 다른 회장들도 비슷한 요청이 있었습니까?”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천 회장님은 만나기가 껄끄럽고 아무래도 제가 만만해 보였나 봅니다.”

군 회장의 말에 다들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럴 리가요. 군 회장님이 재계 어른이시니 그런 거겠죠. 그래서 몇 곳이나 연락이 왔습니까?”

“미래자동차 장문구 회장과 롯세 양수기 회장. 미래중공업 최필성 사장과 CT 금융그룹입니다.”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미래자동차와 미래중공업은 본래 한 집안이었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성(姓)이 다릅니까?”

“아, 최필성은 본래 장씨 집안의 사위였습니다. 미래 그룹이 나눠질 때 최필성과 장삼구가 힘을 모았는데, 중공업을 가져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삼구 일가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호, 그런 일이 있었군요.”

동업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일순간 증발해 버리는 통해 어부지리로 최필성이 중공업 주인이 됐다는 소리다.

“그와 관련해서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뭐. 그냥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진 알고 싶지 않군요. 아무튼, 후임 자리에 자신들 가족이 임명된 이들은 대부분 연락이 왔다는 소리네요.”

“네. 그런 셈이죠.”

“만나보죠.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궁금하고. 한 회장님 말처럼 자식을 위해 포기할 것은 포기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일부 응해줄 생각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젠간 그들 보유 지분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일이란 게 질질 끌다 보면 변수가 많아지는 법이니까요.”

내 말에 천 회장과 군 회장이 잘 생각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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