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장. 이명환 대통령님이 말씀하시길…….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Go 컴퍼니 고주몽입니다.”
내가 발언을 시작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다시 한번 폭발을 했다.
“제가 플래시 불빛이 익숙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ISO 높여서 플래시 없이 찍으시면 안 될까요?”
내 말에 기자들이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장난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웠는지 스트로보를 떼어내거니 연결 잭을 분리하는 기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이제야 눈이 좀 편해졌네요.”
기자들에게 미소를 지어 준 나는 곧바로 발표에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서 다들 궁금하셨을 겁니다.”
* * *
방송을 보고 있는 이명환 대통령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이명환 대통령이 젓가락을 내려놓자, 비서관이 ‘마저 식사하시죠.’라고 했다.
“고 회장이 방송에 나오거나 기자회견을 자청할 때마다 큰일이 터졌어. 밥이나 먹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비서관은 칼국수 그릇을 힐끔 바라보고는 한 걸음 물러났다.
굳이 기자회견이 아니더라도 칼국수 그릇은 거의 빈 상태였다.
― 저는 얼마 전 이명환 대통령님의 중대한 결심을 전해 들었습니다.
“중대한 결심? 내가?”
이명환은 저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껌뻑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중대 결심을 하거나, 고주몽에게 의견을 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 그건 대한민국 군대의 개혁과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우당탕.
이명환 대통령이 급하게 몸을 일으키다가 식탁을 건드리자, 올려져 있던 그릇들이 요란하게 떨어져 내렸다.
“저…… 저게 뭔 소리야!”
* * *
웅성웅성.
주몽의 군 개혁 발언에 회견장 내부가 들썩였다.
긴급 회견이라고 하기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 예상은 했다.
고주몽이 입을 열 때마다 폭탄급 사건이 매번 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군대 개혁 문제를 들고나오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그나마 귀띔받은 한성희만 바쁘게 지시를 내릴 뿐이다.
다른 방송국에선 굵직한 글씨체로 ‘군 개혁! 이명환 대통령 중대 결심!’이라는 자막이 흘러나왔지만, JTB 화면엔 그동안 지적됐던 군 문제와 관련된 자료가 주르륵 스크롤 됐다.
그뿐만 아니라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섭외를 했는지 전직 장성과 민간 군사 전문가까지 연결해 놓았다.
다른 방송사들은 그제야 ‘아차!’ 하며 휴민트를 작동시키고 관련 전문가 섭외에 들어갔다.
다른 이들이 이런 발표를 했다면 ‘아, 군 개혁. 그거 하루 이틀 이야기 하나?’ 정도로 끝났겠지만, 고주몽은 차원이 달랐다.
대통령과 손잡고 이 나라 기득권층을 단번에 날려버린 존재 아닌가 말이다.
만에 하나 이 일이 발언 정도로 끝나지 않고 한 달 전처럼 준비된 액션이라면 곳곳에서 일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간 고주몽이 보인 행보만 지켜봐도 예견이 가능한 수준이다.
“군부대 반응 점검하고, 국방부 쪽으로 방송팀 파견해! 당장!”
“PD 노트 애들 예전에 군 비리 취재한 거 있지. 그거 당장 정리해서 가져오라고 하고 군납 비리, 방위 산업…… 뭐가 됐든 ‘군’자 들어간 것은 건빵이라도 확보해놔!”
“이명환 대통령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대한민국엔 월급 장군이 너무 많다.”
― 이명환 대통령! 장성 숫자 줄이겠다!
주몽의 발언에 맞춰 화면 하단에 곧바로 자막이 박혔다.
“대통령님은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군부대 납품은 상품의 질이 아니라 상납금의 질에 달렸다.”
―이명환 대통령 군납 비리 척결 의지!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죠. 기술이전 없이는 무기 구매도 없다.”
―이명환 대통령. 미국 방산 업체에 일갈!
―이명환 대통령. 기술이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미 방산 업체에 경고!
―이명환 대통령. 미국산 무기에 불만 토로!
* * *
“아니 내가 언제!”
이명환은 목덜미를 잡고 비틀거렸다.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
비서관과 비서실장이 재빨리 이명환을 부축했다.
― 이명환 대통령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군대 갈 때는 나라의 아들. 군에서 다쳤을 때는 남의 집 아들!<이명환 대통령. 군의 내로남불에 분노!>
<이명환 대통령. 군에 아들을 맡긴 어머니들에게 깊은 사죄!>
“그런 적 없다니까!”
주몽의 발언도 문제지만, 한 마디 떠들 때마다 화면 하단에 깔리는 자막은 그야말로 MSG가 덕지덕지 잔뜩 뿌려졌다.
―이명환 대통령님께서…….
“이런 썅! 나 그런 적 없다고!”
* * *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방위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많은 거라고.”
― 이명환 대통령 100만 원짜리 USB 다시는 용납 못 해!
― 이명환 대통령 군부대 침상 교체비 6조 8천억이 말도 안 돼!
― 군부대 침상 교체 비용 6조 8천억. 스텔스기 25대와 맞먹어!
― 어군탐지기 달린 군함? 물 위에 떠다니는 고물 함선! 분노의 일갈!
“오래전 그랬다죠. 생활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 비리를 저질렀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웃기지 않습니까? 그걸 용인하고 용납하고 넘어간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 이명환 대통령. 먹고 살기 위해 군인이 됐나?
― 세계 11위 경제 대한민국. 먹고 살기 위해 비리를 저질러야 하는 군인!
“대한민국 사회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이어져 왔다는 걸 여기 계시는 기자님들도 잘 아실 겁니다.”
주몽의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군대 역시 다를 바가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집단보다 청명하고 실력 위주여야 할 군이. 능력과 무관하게 자기 사람 끌어 올리기에 집중하는 이런 행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일이라고 이명환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이명환 대통령. 군내 혈연, 지연, 학연 근절시키겠다.
― 이명환 대통령. 사관학교 분리 작업!
― 이명환 대통령. 사관학교와 삼 사관학교 ROTC의 차별 근절하겠다.
* * *
“아니 사관학교를 분리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이명환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발언’과 ‘논의한 적도 없는’ 결심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지금 당장 막아! 저 방송 막으라고!”
“대통령님. 이거 생방송입니다. 그리고 이미 전국에 송출이 되고 있어서…….”
비서실장의 말에 비서관도 한마디 보탰다.
“인터넷에서도 방송이 되고 있습니다. 막고 말고 할 수 있는…….”
“빌어먹을! 빌어먹을 고주몽! 감히 나를 이런 식으로 엿 먹여?”
이명환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주먹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때 홍보실장이 미친놈처럼 식당에 난입했다.
“대통령님!”
“또 뭔데!”
“대통령님의 지지율이 90%를 넘어섰습니다! 대박입니다!”
“…….”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전 국민 지지를 받는!”
홍보실장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연신 지지율 상승을 외쳐댔다.
“하…… 눈치가 없으면 분위기 파악이라도 좀 하던지!”
이명환 대통령은 빽! 소리를 질러버렸다.
* * *
“이명환 대통령님의 고심 어린 말씀과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대한민국에 대한 걱정에 저는 감격했습니다. 이에, 저 고주몽과 대한민국 재계는 대통령님의 군 개혁에 지지를 선언합니다. 마음 같아선 대통령님과 함께 군 비리 근절에 나서고 싶지만, 민간인인 저는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국민 여러분. 이명환 대통령님의 이런 결심이 힘을 실어주십시오. 군대 갈 때는 나라의 아들! 다치거나 죽었을 때는 남의 집 아들이라니. 이런 황망한 일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겠습니까!”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이명환 대통령님이 군 개혁에 성공한다면. 저는 물론이고 여기 함께하신 회장님들까지 군 첨단화 사업에 한쪽 팔 보태겠습니다. 그게 항공모함이라고 할지라도! 제가 발 벗고 나서서 구매해 드리겠습니다.”
* * *
<이명환 대통령. 남은 임기 군 개혁에 바치겠다.>
<이명환 대통령. 군과의 전쟁 선포!>
<이명환 대통령. 군 개혁은 건국 이래 최대 업적이 될 것.>
<속보! 이명환 대통령 지지율 95% 돌파!>
<이명환 행정부. 국민의 지지 속에 고공행진!>
<속보! 고주몽 회장과 재계― 항공모함이라도 사다 주겠다! 개혁만 성공해 달라!>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왜…….”
이명환은 현기증이 밀려들었다.
비틀거리며 뒷걸음치자 비서관과 비서실장은 더욱 강하게 그를 부축했다.
“비서실장!”
“네? 네. 대통령님.”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 그게 저도 잘…….”
알아도 안다고 말할 수 없는 비서실장은 홍길동의 심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 * *
기자들은 당장이라도 질문을 쏟아낼 듯 주몽을 바라봤다.
몇몇 기자가 손을 들었지만, 나는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각. 대한민국 모처에서 또 다른 비리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이 시각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기자 한 명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사회를 보고 있던 박산호가 한마디 했다.
“언론 책임법을 준수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KBB 방송 김춘열 기자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춘열은 곧바로 질문했다.
“방금 그 말씀은 군 비리와 관련된 어떤 자료 또는 증거를 잡았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밝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기자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보여줘야지. 내가 박산호를 바라보자 기자들의 시선이 나를 쫓아 박산호에게 이어졌다.
“이명환 대통령님의 특명을 받은 국정원 요원들이 보내온 자료입니다.”
* * *
<이명환 대통령! 국정원에 지시해 증거 확보!>
<긴급 속보! 국정원 군 비리 증거, 현장 확보한 것으로 보여.>
“저건 또 뭔 소리야!”
이명환이 당황한 눈빛으로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국정원장 불러!”
“그게…… 국정원장 사표 수리 후 아직 후임이…….”
“아…….”
이명환은 뒤늦게 국정원장이 공석임을 인지했다.
“그럼 차장급이라도 불러! 어떤 놈이 내 지시도 없이 일을 벌여!”
이명환 대통령의 호통에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첩은 기무사나 국정원의 기본 임무입니다.”
비서실장은 굳이 명령을 내리지 않더라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누가 그걸 몰라? 그런 일이 있으면 나에게 보고를 했어야지. 왜 고주몽에게 자료가 넘어갔냐는 말이야!”
이명환 대통령의 외침에 비서관이 ‘어어…… 대통령님. 방송 좀.’ 하며 TV 화면을 가리켰다.
비서관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명환과 비서실장의 고개가 TV 쪽으로 향했다.
* * *
박산호가 손짓을 하자 단상 뒤로 스크린이 내려오고 프로젝터가 빛을 쏟아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용산 모 중식집에서 회동 중인 삼군 장성들과 국방부 장관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스크린에 집중됐다.
“목소리는 들을 수 없는 겁니까?”
“이게 지금 생방송이라는 말인가요?”
“어! 육군참모총장이다.”
“저 사람은 전직 국방부 장관인데. 뭐지?”
나름 눈썰미 좋은 기자들이 회동 중인 인물들의 정체를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화면에 최대한 집중을 하며 회동 중인 인물들이 뭐라고 말을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박산호가 반가운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기뻐해 주십시오. 영상뿐 아니라 음성도 잡아냈다고 합니다.”
이게 기뻐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성영화에 답답함을 토로하던 기자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화면 속 인물들은 술잔을 주고받으며…….
‘대한민국 군대를 위하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장성들과 국방부 장관이 대한민국 군대를 위해 건배하는 것이 무슨 문제겠는가 말은 그 뒤부터 흘러나오는 대화가 점점 심상치 않았다.
“어? 저거 이번에 예산 잡힌 FX 2차 산업 이야기 같은데.”
“미…… 미친. 지금 200억을 쌈짓돈으로 만들겠다고 그런 거지?”
“200억이 아니라. 2,000억.”
“뭐 하는 거야. 위상배열 레이더 기술을 이전하겠다고? 그것도 처남 회사에?”
“이거 방송국으로 바로 송출할 수 없습니까? 스크린을 찍어서 내보내니 화질이 너무 떨어집니다!”
방송국 PD의 외침에 박산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됩니다.”
주몽의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버렸다.
개혁 대상이 된 군은 벌집을 쑤셔 놓은 모양새가 됐는데, 그런데도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다.
육해공 장성들과 전직 장관과 현직 장관이 함께한 중식당 술자리 회동 현장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타 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된 이 난리를 중식집 회동 자들만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왜 연락이 안 되냐고!”
“그게. 계속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말만…….”
“용산으로 달려가! 달려가서 문짝을 뜯어내든 식당을 뒤집어엎든. 이 사실을 알리라고!”
“그러다 국정원과 충돌이라도 하게 되면…….”
“지금 그게 문제야? 우리가 다 죽게 생겼는데!”
‘젠장. 그래서 뭘 어쩌라고. 당신들 살리자고 우리가 국정원 아가리로 달려들어 갈 수는 없잖아.’
지시를 받은 장교는 일단 알았다고 하더니 곧바로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어떻게 될 것 같아?”
“몰라서 물어?”
“내가 언제고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군인이 아니라 아주 돈독 오른 수전노처럼 굴더니만.”
“어쩌면 좋겠냐. 이대로 있다간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갈 것 같은데.”
“고 회장을 찾아가 볼까?”
“미쳤어? 거길 왜 찾아가?”
“아니 그렇잖아. 지금, 이 사달을 낸 사람이 누구야? 고주몽 회장이잖아.”
“고주몽 회장은 나팔수지. 결심을 내린 건 이명환 대통령이라고.”
이명환과 고주몽의 역할 분담에 관해 이야기하자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던 소령 하나가 쯧쯧 혀를 찼다.
“그렇게 눈치들이 없냐.”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고주몽 회장이 나팔수라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웃기고 있네.”
소령이 콧방귀를 날리자, 다른 장교들이 뭐라도 아는 게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며 달라붙었다.
“기무사 쪽에 따로 들어온 정보라도 있는 겁니까?”
“이거 다~ 고주몽 회장의 빅 픽쳐라고 보면 된다.”
“고 회장이…… 왜요?”
기무사 소령이 다들 모여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장교들이 머리를 맞대고 동그랗게 모이자, 소령이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 달 전 긴급조치가…….”
“허엇!”
“그게 진짭니까?”
“뭐야. 그럼 저 방송은…….”
“모르긴 몰라도. 이명환 대통령도 방송 보고 알았을 거다. 자신이 개혁에 결단을 내렸다는 걸. 어쩌면 뒷목 잡고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네.”
소령은 생각할수록 웃긴다는 듯 연신 킥킥거렸다.
“그럼 기무사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아니지. 기무사도 뒤통수 맞았지.”
“그럼 어떻게…….”
“나. 이번에 옷 벗는다.”
“선배.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옷을 벗다뇨.”
“어. 그렇게 됐다. 혈연, 지연도 지긋지긋하고.”
“이번에 진급에서 밀리셨었죠. 진짜 내가 봐도 아니다 싶었습니다.”
“선배. 혹시…….”
“어. 나 Go 컴퍼니로 간다.”
조만간 옷 벗고 나갈 거라는 기무사 소령의 말에 다른 장교들이 눈을 반짝였다.
“저기. 그거 자세히 좀 이야기해주면 안 됩니까?”
“알고 싶어?”
“후우. 적어도 여기보단 나을 것 아닙니까.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내가 나라 지키자고 군에 들어왔지 장군들 똥 닦아 주러 온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아까 방송 보니까. 고 회장이 항공모함도 사줄 수 있다고 하던데. 그거 진짤가요?”
“바보냐.”
“역시 그건 좀 오버죠?”
“뭔 소리야. 고 회장이 가진 재산이면 항공모함이 문제겠냐. 핵잠수함도 셋트로 뽑아 줄 거다.”
소령의 말에 다들 '멍'한 표정이 됐다.
“고 회장님은 한 입으로 두말하는 성격 아니니까. 걱정은 붙들어 매고 너희 말고도 비슷한 생각이 있거나 아직 군에 충성심이 남은 놈들만 따로 추려봐.”
“그래서요?”
“그래서는 무슨. Go 컴퍼니 이야기 듣고 싶다면서.”
“잠시만요. 바로 연락 때리겠습니다.”
기무사 소령처럼 사전 포섭된 영관급 장교들이 전국 곳곳에서 암약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