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39화 (140/224)

139장. 긴급 뉴스.

대통령에게 보고를 마치고 용산으로 이동한 국방부 장관은 인근 중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약된 방에 들어가자 먼저 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장성들이 그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표정을 보아하니 문제가 잘 해결된 모양입니다.”

장성들의 말에 민병석 장관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장성들은 민명석 장관의 표정에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상석에 자리 잡은 민병석 장관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일단 주문부터 하세. 아침 식사도 건너 뛰었더니 배가 등짝에 붙을 지경이네.”

“장관님도 걱정이 많았었나 봅니다. 식사도 건너뛸 정도면.”

“없진 않았지. 지금까지 고 회장의 행보를 보면.”

민병석 장관의 말에 장성 하나가 궁금한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고주몽이야 기업인이니 그렇다 치고.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대통령이라고 별수 있나.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거지.”

민명석은 청와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군 개혁에 관한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말만 무성할 뿐이다.

“아무튼, 큰일 날 뻔했습니다. 고주몽이 대통령의 미끼를 덥석 물었다면 여러 사람 피곤해 질 뻔했으니 말입니다.”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나. 고주몽이 이쪽에 시선을 두었다고 해도 기껏해야 군납 업체 몇 곳 조지고 끝났겠지.”

후배 장성의 말에 선배 하나가 그렇게 걱정할 일도 아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오히려 미끼를 물었으면 했는데.”

“어허. 이 사람 큰일 날 소리.”

“좋잖습니까. 국내 군납 업체 몇 군데 던져주고 그사이에 우리 쪽 사업 후다닥 진행해 버리는 것도.”

“뭐,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변수는 하나라도 줄이는 게 좋아. 아무튼, 별일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니까. 원안대로 진행하자고.”

“자자. 다들 식사부터 하시죠. 별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썼더니 이것도 일이라고 배가 고픕니다.”

곧바로 주문이 들어가고 잠시 뒤, 중식 요리가 하나둘 차려졌다.

“자, 다들 건배부터 합시다.”

“대한민국 군대를 위하여!”

고주몽이든 청와대든 군 쪽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에 백주(빼갈)를 나눠 마셨다.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자 장성들은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닌 말로. 우리 없으면 대한민국은 누가 지킨다고.”

“내 말이. 그나저나 작년에 짓기로 한 골프장은 언제 예산이 나온답니까?”

“전투기 사업 말인데. 그거 꼭 국산을 써야 합니까? 그냥 하던 대로 미국에서 사 오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할 텐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기술이전이니 뭐니 그런 소리 할 시간에 한 대라도 더 사 오는 게 맞지.”

장성들은 국방부 장관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관님. 록히드마틴에선 뭐라고 합니까?”

“뭐라긴. 예전처럼 하자고 하지.”

“예전처럼이라면. 기술이전 사항을 집어넣기는 하지만 날짜는 확정하지 않는 방식 말이군요.”

“일단 그런 내용이라도 들어가야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지. 첨단 무기 구매 사업이 한 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하하. 그건 그렇죠. 일단 포장이라도 잘해 놔야. 다들 혹할 테니 말입니다.”

무기 로비스트로 활동 중인 전직 장성 하나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꺼냈다.

“그나저나 국산 전투기 성능은 어디까지 확인이 된 겁니까? 소문에 의하면 스텔스 기능이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하던데.”

민명석이 백주를 원샷하고는 답을 해 줬다.

“업그레이드가 되긴 했지. 0.5m를 목표로 개발을 했는데, 0.3까지 성능을 개선했더군.”

“이거……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봤자, 미국산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 않습니까. 차세대 전투기(FX) 2차 산업엔 F35―B로 쭉 밀고 가죠.”

“처음 계획했을 땐 300억 정도 추가 금액만 들이면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500억까지 늘어났다고 하던데. 이건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리 수직이착륙 기능이 있다고 해도 국회에서 물고 늘어질 것 같은데.”

“쯧쯧. 장사 하루 이틀 하나. 록히드마틴과는 다 이야기 끝냈으니 걱정들 하지 마. 적당히 뭐라도 있는 것처럼 업그레이드했다고 내용을 덧붙이기로 했으니까. 이번 사업 성사시키려고 열심히 뛰었으니 일한 값은 받아야 할 것 아닌가.”

“이번 사업에 추가로 도입된 전투기 숫자가 20대니. 그러면 2,000억이…….”

“마무리될 때까지 바람잡이 할 인간들도 필요하고. 입막음용으로 얼마간 나가고 나면 1,000억은 우리 앞으로 떨어질 거야.”

“하하. 선배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개발된 위상배열 레이더 말입니다. 그거 기술 제휴해 줄 수 없냐고 여기저기서 물어보는데.”

“어디서?”

“알잖습니까. 우리 처남이…….”

“예산 정밀?”

“네. 솔직히 그거 현화에서 혼자 만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국방연구소 애들도 고생 많았다고 하던데. 국가 예산이 들어간 기술이니 다른 기업들도 혜택을 봐야죠. 막말로 현화 독점보다는 경쟁 업체가 하나라도 있는데 가격 경쟁력에서도 좋고 말입니다.”

“뭐, 일단 들여다는 보지.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

“아이고. 장관님. 아니 형님. 감사합니다.”

“기대하지 말라니까는.”

“예이. 말은 그렇게 하셔도 다 챙겨 주실 거 알고 있습니다. 장관 자리 길어봐야 2년 아닙니까. 청와대 전역하시면 처남 회사에 자리 하나 준비해 놓으라고 해두겠습니다.”

“허허. 이 사람.”

장성들은 다양한 부탁을 늘어놓으며 로비스트로 전향한 전직 장성과 민명석 장관에게 너나 할 것 없이 술을 따랐다.

식당 밖 복도. 종업원 복장을 하고 있던 사내 한 명이 ‘쯧쯧’ 혀를 찼다.

“매번 저런 식이니 나랏돈 눈먼 돈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지. 과장님. 영상, 음성 문제없습니까?”

―깔끔하다. 똥파리들 연락 못 받게 전파 차단 들어간다.

“네. 과장님.”

―차단기 작동시키면 너도 연락이 끊어질 거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식당 내부 유선전화기로 연락을 해.

“알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거 진짜 괜찮은 겁니까? 불법 도·감청…….”

양하석이 피식거리는 소리가 리시버에 그대로 전달이 됐다.

―안 괜찮으면? 내 등에 칼이라도 꽂으려고?

“에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그냥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헛소리 작작 하고 똥파리들 감시나 철저히 해. 이건 대놓고 역적질하는 거야. 다른 놈들도 아니고 나라 지키라고, 세금으로 월급 받아먹는 군인이 이러면 되냐? 국가 반역자들에게 불법, 합법이 어딨어? 이건 방첩 임무나 마찬가지니까 신경 쓰지 말고 놈들 감시나 잘해.

“그래도 이거 문제가 되면 저만…….”

―걱정도 많다. 문제가 되면 이쪽으로 이직하면 되잖아.

“Go 컴퍼니로 말입니까?”

―내가 그 정도 힘은 있다. 이거 잘되면 훈장감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누가 문제 삼아서 너랑 니 팀원들 걸고넘어지면 개운하게 사표 쓰고 나와. 국정원 직원이 방첩 활동에 충실했는데 그걸 뭐라고 하면 더 있을 이유가 있냐?

양하석은 그걸 문제 삼는 게 더 문제라며 국정원 후배에게 걱정 붙들어 매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막말로 저거 간첩 짓이나 다름없는데, 그걸 뭐라고 하면 진짜 더러워서 일 못 하죠.”

* * *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회장들이 주몽의 등장에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 우리 총회장 오셨습니까.”

대왕 천기득 회장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번거로울 수도 있는데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일 하자는데. 이 정도가 뭐 어렵겠습니까.”

천기득 회장의 말에 다른 이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대통령이 그런 결심을 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역대 어떤 정권도 군대는 못 건드렸지 않습니까.”

천기득의 말에 정진호가 한 마디 곁들였다.

“끽해야. 검찰 개혁이니 뭐니 하는 게 전부였죠. 그나마 그것도 전 정권에서야 겨우 손을 댔지 않습니까.”

PG 그룹 군본석 회장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청문회에서 보고 처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허허. 이걸 잘 지냈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PG 그룹 잘 좀 살펴 주십시오.”

“JJ도 잘 부탁드립니다.”

“대산도 잊지 마십시오.”

전격 작전이 시작되기 직전에 주몽을 선택하면서 운 좋게 살아남은 회장들이다.

그때 다른 그룹과 같은 선택을 했다면 이곳이 아니라 전혀 다른 장소에 있게 됐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천기득 회장님이나 다른 회장님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기업 운영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습니다. 세 분 회장님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잘 이끌어 가시면 됩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군본석과 이옥선, 류덕철 회장은 내심 안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 일은 청와대에서 결정을 내린 게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청와대와 이야기된 게 아니란 뜻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 일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짤막하게 설명을 해 줬다.

“허허. 이거야 원. 은혜를 갚지는 못할망정.”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 무덤을 팠네. 쯧쯧쯧.”

천기득과 정진호, 한중근이 한심하다는 듯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군본석과 다른 두 회장은 걱정 섞인 표정이 됐다.

“괜찮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청와대인데…….”

“받은 대로 돌려줄 뿐입니다. 만약 내가 속내를 알지 못하고 이명환 대통령의 꼼수에 말려들었다면 군과 정신없이 치고받고 있겠죠.”

내 말에 회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와대가 하면 괜찮고 내가 하면 안 된다는 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함무라비 스타일을 드러내자, 새롭게 합류한 회장들은 살짝 긴장감 어린 눈빛이 됐다.

그룹의 지주회사가 된 Go 컴퍼니가 어떤 스타일로 운영되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자, 천기득 회장이 나섰다.

“자자, 회포는 기자회견이 끝난 다음에 시원하게 풀기로 하고. 일단 일부터 보도록 하죠.”

그때 몇 걸음 떨어져 있던 박산호가 슬쩍 다가오더니 ‘똥파리 확보됐다고 합니다’라며 말을 전했다.

“회견 준비가 끝났다네요.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 될 것 같은데. 다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나는 회장들을 뒤로하고 단상 쪽으로 이동을 했다.

이제나저제나 하며 내 입만 바라보고 있던 기자들이 눈을 반짝였다.

그간 JTB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고주몽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행을 맡은 박산호가 마이크를 잡고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잠시 뒤, Go 컴퍼니 고주몽 대표님의 긴급 발표가 있겠습니다.”

내가 단상에 오르자,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박산호는 마이크에 입을 대고 ‘지금부터 방송을 시작하셔도 됩니다.’라고 했고 대기하고 있던 JTB 및 다른 방송사 카메라가 영상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 긴급 뉴스 : Go 컴퍼니 고주몽 대표. 기자회견[LIVE]

대왕 호텔에서 신호가 날아들기만 기다리고 있던 방송사들은 곧바로 정규 방송을 중지하고 회견장 장면으로 대체를 했다.

평일 낮인 데다 갑작스러운 방송이었지만, 고주몽 기자회견이라는 문구가 붙자 전국적으로 소식이 알려졌다.

“응? 기자회견?”

“고주몽 대표잖아. 또 무슨 일 있는 건가?”

사람들은 호기심 섞인 표정으로 방송을 지켜봤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소식은 칼국수 면발을 들이키던 이명환 대통령에게도 전달이 됐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청와대 비서관 한 명이 허겁지겁 식당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

“지금 방송에서…… 헉헉.”

“허허. 이 사람. 숨이나 돌리고 말하게.”

“그러니까. 그게.”

비서관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TV 리모컨을 찾아 들었다.

“일단 보시죠.”

채널을 따로 맞출 것도 없이 곧바로 대왕 호텔 기자회견장이 등장했다.

전국 모든 방송사가 같은 방송을 송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응? 저게 뭔가?”

“Go 컴퍼니 고주몽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고 합니다.”

비서관의 대답에 이명환은 ‘뭐? 무슨 기자회견.’ 하는 표정이 됐다.

“비서실장. 아는 거 있어?”

“아니요. 저도 잘…….”

최정민 비서실장은 주머니 속의 소화제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