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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30화 (131/224)

130장. 자, 투표합시다.

전통 한식집으로 보이는 장소에 익숙한 얼굴들과 누군지 알 수 없는(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모두 잘 알고 있는) 남자 한 명이 등장했다.

“어억!”

“저…… 저게 어떻게.”

“뭐야! 저거 당장 꺼!”

야당 쪽에서 비명과 함께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영상은 멈추지 않았고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신당 법안에 반대를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의원님도 이 법안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고.

― 그건 그런데…… 얼마나 줄 건데?’

― 충분히 드려야죠.

― 충분히가 어느 정도냐고.

― 열 장 준비했습니다.

“지금 저게…… 그러니까, 돈 받고 투표를 하겠다는. 그런 소리지?”

“딱 보면 몰라? 분위기 보니까 로비스트랑 표 거래하는 거잖아.”

신당 의원들 사이에서 비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느닷없이 등장한 영상 하나 때문에 의사당 분위기가 크게 술렁거렸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영상 속 대한당 대표는 연신 입을 털어댔다.

― 장난해?

― 큰 거 열 장입니다.

― 그러니까. 장난하냐고.

대한당 대표의 시큰둥한 발언에 로비스트가 잠시 당황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 씨바. 신당 놈들은 자리만 지키고 있어도 은퇴 축하금이 수십억이야. 그런데 뭐 얼마? 열 장?

― …….

― 액수부터 틀렸다고 전해.

로비스트는 곧바로 어딘가 전화를 했고 긍정적 답을 받아냈는지 미소 띤 얼굴이 됐다.

― 얼마면 되겠습니까?

― 신당 놈들보다는 더 줘야지.

― 드리겠습니다.

로비스트의 대답에 대한당 대표는 물론이고 함께 자리하고 있던 의원들 역시 표정이 밝아졌다.

― 진즉에 그럴 것이지. 솔직히 말해서 누가 저따위 법을 좋아하겠어?

대한당 대표의 말에 야당 의원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하여간 개*지*끼들. 주는 밥이나 퍼먹을 것이지. 정치는 *도 모르는 것들이 시위랍시고.

대한당 대표의 발언에 욕이 섞여 있었는지 몇몇 부분이 삐― 처리가 됐다.

하지만 삐― 처리가 어떤 음절을 담고 있는지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 * *

전국에서 국회 방송을 보고 있던 국민들 표정이 일순간 돌처럼 굳어졌다.

마음 같아선 시위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라는 신분과 학생들 수업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학교를 지키고 있던 김 선생은 연신 눈을 깜빡였다.

“어? 지금 이 인간이 뭐라고 한 거요?”

교무실에서 함께 방송을 보고 있던 다른 선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개삐―지?”

“개돼지겠지죠.”

“삐―끼들은 삐끼가 아니라 새끼들이고?”

“네. 문맥상 개돼지 새끼들이 정확합니다.”

“허…….”

누군가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을 쏟아냈다.

“이런 씨뱅이 새끼가. 지금 우릴 보고 뭐라고? 좇도 모르는 것들이 시위나 하고 자빠졌다고?”

“네. 주는 밥이나 퍼먹으면 닥치고 살랍니다.”

“내가 어지간하면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학교고 뭐고 간에 나도 시위 나간다!”

“나도 같이 갑시다. 더는 못 참겠소.”

“도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저런 놈을 국회의원을 뽑은 거야.”

학생주임이 손에 들고 있던 지휘봉을 바닥에 내 던졌다.

“그리고 보니까. 주임 선생님 학정동 사시죠.”

“그런데요?”

“개돼지 운운한 대한당 대표 지역구에 학정동도 포함됩니다.”

“나…… 나는 그때 바빠서 투표를 못 했어요.”

“했던 안 했던 반성 좀 하셔야겠는데요.”

“에이! 김 선생. 나도 같이 갑시다!”

* * *

대한당 대표의 ‘개돼지 밥이나 처먹지’ 발언에 의사당 내부가 쩍 얼어붙었다.

저게 현역 정치인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올 말인가 말이다.

대한당 대표가 발악하듯 외쳤다.

“신당 놈들은 뭐가 달라! 너희도 돈 받고 반대표 던지기로 했다면서!”

대한당 의원의 외침에 의사당 내부가 웅성거렸다.

그게 사실이라면 국회는 오늘 이후로 개점휴업 상태가 돼버릴 것이다.

분노한 국민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지역 사무실이든 국회 사무실이든 온갖 물건들이 다 날아들 것이다.

“무슨 헛소립니까! 신당이 미쳤어요?”

“저…… 저 자식이 그랬어. 신당 의원들도 돈 받고 표 주기로 했다고!”

대한당 대표는 영상 속 로비스트를 가리키며 악을 질렀다.

그러자 신당 의원 한 명이 ‘아…… 그거.’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장님. 저 잠시 발언 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 그러시죠.”

국회의장도 대한당 대표 개돼지 영상에 충격을 받았지 말까지 더듬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저 위에 방송국 분들 제 이야기 잘 들리십니까?”

“네!!! 잘 들립니다!!!”

의사당 2층 난간에서 방송을 내보내고 있던 관계자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신당 초선 강북구 나원래입니다. 대한당 대표님이 오해 섞인 발언을 하셔서 잠시 해명을 하고자 합니다.”

“해명은 무슨! 너희도 다 똑같은 놈들이잖아!”

야당 의원들이 중구난방으로 외쳐댔다.

“뭘 잘했다고 소리를 지릅니까.”

“돈 받았다고 했다니까!”

야당 의원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도 전에 싸늘한 목소리가 하나가 의사당 내부에 파고들었다.

“저기 나원래 의원님은 곧바로 검찰청에 신고하셨습니다. 받으신 돈은 증거물로 제출하셨고.”

이익현 차장이 의사당에 등장했다.

방송국 카메라가 곧바로 이익현 차장과 동행한 검사, 수사관들을 촬영했다. TV 화면 하단에 이익현 차장검사의 약력이 주르륵 흘렀다.

방송을 보고 있던 국민들은 ‘아! 저 검사가 그 검사야?’ 하는 표정으로 국회 방송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그 외에도 팔십 분의 신당 의원님들 모두가 검찰에 신고하셨고 받은 돈은 증거물로 제출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익현 차장의 외침에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던 야당 의원들은 똥 씹은 표정이 됐다.

“이거. 검사님이 다 말씀을 해 버리셨네요. 초선 나원래는 이만 내려갑니다.”

이익현 차장은 성큼성큼 의사당 앞으로 다가가더니 국회의장을 향해 인사를 했다.

“검사 이익현입니다. 현행범 체포 문제로 이렇게 불쑥 방문하게 됐습니다.”

“아…… 뭐. 그런데 현행범입니까?”

“증거도 명확하고.”

이익현 차장은 의사당 스크린을 가리켰다.

“물증도 넘쳐납니다. 거기다 대한당 및 야당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던 로비스트 역시 현재 체포된 상태입니다.”

“현행범이지만…… 현행범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국회의장이 머뭇머뭇 말을 꺼냈다.

“그래서 체포동의안을 발의해주셨으면 합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국회를 비롯해 국민을 농락한 사건인지라…….”

이익현 차장은 어떻게 하겠냐며 국회의장을 올려다봤다.

“그렇죠. 국회와 국민을 농락한…… 그럽시다.”

의장이 체포동의안을 발의하자 신당 의원들이 곧바로 손을 들었다.

“동의합니다!”

“의원님들. 거수가 아니라 투표 실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떳떳하게 갑시다!”

“재청합니다. 증거와 증인이 넘쳐나는데 이걸 뭐하러 몰래 투표합니까.”

신당 의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었다.

의석수 267석. 신당 의원 전체가 동의를 선언했다.

의장은 의원들의 기립 동의에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사봉을 땅땅 두들겼다.

“체포동의안 통과됐습니다.”

“말도 안 돼!”

“이건 정치적 압박이야!”

“떡검은 인정할 수 없다!”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지만, 이익현 차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돈 받고 투표하기로 한 의원들 명단을 호명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은 재깍 수갑을 채웠고 그렇게 33명의 의원이 의사당 밖으로 끌려나갔다.

* * *

“와. 이익현 검사라고 했냐? 졸라 멋있구먼.”

“이 검사가 대왕 그룹 사주들 싹 잡아들인 바로 그 검사잖아.”

“그것만 있나. 수구꼴통 언론 3사도 이 양반이 잡았다고.”

“그러면 거기다가 현역의원 33명까지 잡아넣었으니…….”

“비리 저지른 놈들에겐 완전히 저승사자가 따로 없다.”

‘개돼지 밥이나 처먹어’ 발언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시위 현장은 이익현 검사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반등했다.

주몽이 고블리스 고블리주란 별명을 얻었다면 이익현 차장은 오늘 사건으로 염라대왕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국회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명단을 호명한 것이 국민들 눈에 엄청나게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마치 염라대왕이 수명부를 손에 올리고 판결을 내리는 모습 같았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익현 차장이 사라지자 의사당 내부엔 오롯이 신당 의원들만 남겨졌다.

“뭐야. 지금 의사당에 신당만 남은 거냐?”

“그러게. 신당 쪽은 돈 받아먹은 놈들이 없나 보네.”

“쯧쯧. 입에 처넣어도 뱉어낼 인간들이다.”

“왜?”

“너 어디 광산에서 석탄 캐다 왔냐? 왜 이렇게 깜깜해?”

“미안하다. 고시 공부하느라 세상과 담쌓고 지내서 그런데.”

“너도 고생한다. 이번이 마지막 시험이지?”

“그렇지 뭐.”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

“어쩌기는 로스쿨이라도 기웃거려봐야지.”

사법고시 준비생 임한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젠장. 그냥 로스쿨은 변호사나 하라고 하고 판사, 검사는 그대로 존치 시키면 안 되나? 그나마 개천에 용 나는 유일한 길인데 그것마저 막아버리면 어쩌자는 건지.”

“됐다. 방송이나 보자.”

임한준은 의미 없는 외침이라며 스마트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란이 잦아든 국회는 곧바로 법안 상정에 들어갔다.

의장의 발언에 맞춰 스크린에 법안이 프린트됐다.

“징벌적 손해 배상이랑 가중처벌 말고도 법안이 많네. 어이 고시생. 설명 좀 해 주라. 나는 공돌이라서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친구의 말에 임한준이 안경을 올려 썼다.

“어디 보자. 징벌과 가중처벌은 이미 알려진 부분이고. 다른 법안은…… 응?”

“뭐? 왜 그래?”

“잠시만.”

임한준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빼 들더니 곧바로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어…….”

“뭔데?”

“신당 이 인간들 미쳤네.”

“에이 씨! 설명 좀!”

“헌법 개정을 들고 나왔어!”

임한준의 말에 함께 있던 친구 말고도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거기 총각. 지금 뭐라고 했는가? 헌법 개정?”

“네. 지금 올라온 법안들 두 부류입니다.”

“두 부류?”

“하나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새로운 법안 상정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헌법을 뜯어고치는 대국민 투표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임한준의 말에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그러니까. 내용이 뭐냐고.”

“개정안에 대통령제와 내각 총리제 두 가지 방안이 올라왔고, 국민투표 나이를 18세로 낮추는 것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감 선거를 일반인이 아니라 학생투표로 하겠답니다.”

“내각 총리제? 대통령하고는 다른 건가?”

“대통령은 의원 선거와 별개로 대선을 통해 뽑지만 내각 총리제는 다수의석을 획득한 정당에서 선출합니다.”

“그러니까. 대통령 없애고 일본처럼 총리제로 간다. 뭐 이런 이야긴가?”

“하하. 네. 그것과 비슷합니다.”

“뭐여. 얼마 전에 총선 끝났는데 2년 뒤에 또 선거한다는 소리여?”

“지금 당장 한다는 게 아니라, 국민들 의견을 묻고 헌법을 바꿀지 아니면 이대로 갈지 투표를 하겠다는 말이죠.”

* * *

“징벌적 손해 배상. 통과!”

“가중처벌법 통과!”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 통과!”

“연령제 통과!”

“교육감 선거제 통과!”

“공수처 설립 통과!”

“내부고발…….”

“형사법 개정안…….”

법안을 만든 것도 신당. 그 법안에 투표한 것도 신당이니 부결될 일이 없다. 수십 개의 법안이 속전속결 그야말로 전광속 같은 속도로 법안이 처리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긴급 조치 명령에 대한 투표가 있겠습니다.”

의장은 연달아 망치를 치며 지친 표정으로 마지막 안건을 올렸다.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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