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27화 (128/224)

127장. 수확의 계절

긴급 편성된 팩트 패토리 4부 방송은 고주몽 찬양가로 마무리가 됐다.

라디오 방송을 끝낸 이명환 대통령은 미리 작성해 둔 성명서를 들고 내가 데려온 방송팀 앞에 섰고 이 장면은 긴급속보로 전국에 방영이 됐다.

청와대에 주차된 Go 컴퍼니 차량엔 엄청난 양의 정보가 오가기 시작했다.

대기 중이던 검찰의 긴급 체포 작전 결과는 물론이고 국세청 조사단의 압수 작전. 기득권층의 손발 노릇을 하며 범죄를 저질러왔던 자들을 싹쓸이하듯 잡아들이는 경찰들. 헤드라인에서 입수한 일명 VIP들의 약물, 강간 리스트가 JTB 방송을 통해 폭로됐고 이 내용은 받아쓰기를 통해 다른 방송국과 인터넷을 타고 전국을 강타했다.

저녁때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던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쏟아졌다.

월차와 반차를 내는 직장인들이 늘어나자, 어떤 회사들은 긴급 휴일로 지정해 아예 사장까지 거리로 나오는 곳도 생겨났다.

이런 내용 역시 곧바로 방송을 탔고 개혁을 넘어 혁명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거리 곳곳을 메우기 시작했다.

땔감은 불이 탈 때 넣어야 한다는 말처럼 곳곳에 포진 중이던 방송팀과 기자들이 미친 듯이 기사 송고를 시작했고, 등록된 기사마다 미친 듯이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들 기득권층의 범죄 행위와 맞서 싸우기 위해 목숨까지 고주몽이 목숨까지 걸었다는 게 알려지자 젊은 층을 시작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고블레스 고블리주’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물론 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거나 기득권에 동조했던 이들은 ‘물고 빠는 것도 적당히’라는 댓글을 들고 나왔지만, ‘그러면 너도 칼 좀 맞고 오던지’라는 댓글로 깔끔히 씻겨나갔다.

“검찰청 앞에서 한성희가 전해 드립니다. 미래 자동차 장문구 회장을 시작으로 CK 그룹의 정명선 회장, 롯세 그룹의 양수기 회장까지. 재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회장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경찰청 앞에서 채널 TV가 전해드립니다. 전략사업부 또는 그 비슷한 이름으로 운영되었던 대기업 지휘부는 물론 계열사 사장들이 속속 체포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모습입니다!”

“대기업 하청 업체로 등록이 되어 있지만, 사실상 기업형 조폭으로 신분을 감추고 있던 용역 업체에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천진 그룹 일가가 공항에서 긴급 체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국정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해외에 나가 있던 사주 일가의 체포, 송환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여론 조성을 위해 가짜 뉴스를 배포해 왔던 인터넷 언론사에 압수 수색을…….”

“기존 여, 야 전직 국회의원들의 비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체포된 전진 의원들 숫자가 벌써 백여 명에 달하며…….”

TV 방송은 물론 라디오와 인터넷까지 엄청난 양의 뉴스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은 ‘다시 태어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로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특파원으로 한국에 들어와 있던 외국 언론사와 방송사 기자들은 ‘언벌리버블!’, ‘크레이지!’를 반복하며 각국으로 기사를 날려댔다.

신세계 프로젝트 컨트롤 타워가 된 Go 컴퍼니 지휘 차량은 그야말로 불난 호떡집이 따로 없었다.

“주가지수!”

“3포인트 하락입니다!”

“투자팀 보고해!”

코스피 하락장을 관리하고 있던 투자팀에서 곧바로 보고가 올라왔다.

“현재 스코어 730억!”

“타겟 기업 주가 보고해!”

“일률적으로 하락 중입니다.”

“좋아! 공매도 때려! 낮출 수 있는 데까지 낮춘다!”

“네!”

투자팀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작전에 들어간 사이, 언론 쪽을 담당한 직원이 재빨리 지시를 내렸다.

“코멘트리 관리!”

“부정적 코멘트리. 매크로 감지되었습니다!”

“아이피 추적해!”

“확인됐습니다. 경찰로 넘깁니다!”

“오케이!”

“부정적 논평을 내는 방송사는?”

“아직은 없습니다. 쏟아지는 속보를 감당하기도 벅차 보입니다.”

“방심하지마.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네!”

검찰 쪽 정보를 확인하고 있던 직원이 소리를 질렀다.

“기업 총수 및 사주 일가에 대한 체포 작전 70% 마무리됐습니다.”

언론팀에서 곧바로 말을 받았다.

“JTB에 증거 자료 넘겨! 체포 리스트에 맞춰서 실시간으로 내보내라고 해!”

“발송했습니다!”

“해외 반응 보고해!”

“현재까지는 속보를 전하는 정도입니다.”

“무슨 소리야! 누가 언론 체크하래? 강대국 정치권 반응을 체크하라고!”

“아. 네!”

“각국 관리팀 소식 들어온 거 있어?”

“미국과 영국에서 보고서 들어왔습니다.”

“내용 정리해서 제이코 고문에게 전달해! 보스의 지시가 떨어지면 2차 작전 들어간다!”

“네. 팀장님!”

“일본 관방장관입니다!”

“관방장관이 뭐?”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노스 코리아를 언급합니다.”

“노스 코리아? 북쪽?”

“네. 사우스 코리아가 혼란스럽고 나라가 위태로워서 전쟁 위험이 있다고…….”

“뭔 개소리야! 여기서 전쟁이 왜 나와? 일본 관리팀 보고서는?”

“지금 넘어왔습니다.”

“이리 줘!”

팀장은 문건을 확인하더니 ‘쯧’하고 혀를 찼다.

“하여간 정치하는 놈들은…… 잠깐만. 관방장관은 자민당 소속이 아니잖아.”

“자세한 사항은 조사를 해 봐야겠지만, 극우성향을 지닌 자로 판단됩니다.”

일본에서 날아든 보고서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한국의 상황을 발판 삼아 자민당에서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한다’였다.

그때 투자팀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지수 5포인트 더 떨어집니다!”

“타겟 기업들 공매도 시작했습니다.”

“지수 2포인트 하락!”

“외국계 자본이 움직입니다!”

“들어오는 거야. 나가는 거야?”

“빠져나갑니다!”

“한국 보유외환 체크해!”

“아직은 괜찮습니다만…… 현상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저들이 움직이는 자금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기다려!”

팀장은 곧바로 고주몽에게 연락을 넣었다.

“보스. 투자팀입니다!”

― 그래. 무슨 일인데?

“해외 자본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환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을 끝내고 이명환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던 나는 ‘뭐?’하고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자, 다른 쪽에서 만회할 생각으로 보입니다. 그들 입장에선 아무런 기미도 없이 갑자기 터진 악재니 말입니다.

“환율은?”

― 현재 1,320원!

외환이 줄어들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 대표. 무슨 일입니까?”

주몽의 표정이 좋지 않자, 이명환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외국계 자본이 혼란을 틈타 장난을 치려는 모양입니다.”

“외국계 자본이요?”

“네. IMF 때처럼 말입니다.”

“그게 무슨…….”

“보유 외환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이명환 대통령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적들과 전쟁을 치르다 보면 손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내에 한해서 벌어져야지 외국까지 끼어들면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팀장. 하나 물어봅시다.”

― 네. 보스.

“이게 호잽니까. 아니면 악잽니까?”

― 우리가 먼저 환차익 실현을 하면 호재가 됩니다.

“저쪽에서 치고 들어오기 전에 먼저 치자는 이야기죠?”

― 네. 보스!

“그럼 뭘 망설입니까.”

― 그게…….

“머뭇거리지 말고 그냥 말해요.”

― 환율 방어를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면 안 되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 이대로 진행이 된다면 타겟 기업들을 더 싼 값에 인수할 수 있게 됩니다.

“아…… 자금경색을 일으키자는 말이군요.”

― 시장에 외환이 말라버리면 기업들 입장에선 손발이 묶이게 됩니다. 과거 동남아 시장과 한국이 그 과정을 통해서…….

팀장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싼값에 기업을 인수 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긴 했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자금이 부족한 회사는 오히려 부도 처리가 될 것이다.

대기업들이야 유보금을 이용해 어떻게든 버텨내겠지만 중소기업들은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가 있는 것이다.

이명환 대통령을 앞세워 기존 세력을 일소하는 것까진 나쁘지 않은 수지만 그 때문에 실업자나 부도 기업이 늘어난다면 이건 부메랑이 될 수도 있었다.

거기다 빠졌던 외국계 자본이 먼저 치고 들어오면 노리고 있던 주식마저 빼앗기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팀장.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요.”

― 네. 보스.

“자칫 타이밍이 어긋나면 이 일에 무관한 기업들이 쓸려나갈 수 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죠?”

― 네. 자본이 부족한 기업들이나 상환 날짜가 코 앞인 기업들은…….

“내가 그런 꼴 보자고 일을 시작한 게 아닙니다.”

―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한 가지 더 물어봅시다.”

― 네. 보스.

“장난을 치고 있다는 자본 말인데. 어느 쪽인지 확인해 보시고. 그들이 투자, 소유한 기업을 조사해 주세요.”

― 혹시…….

“싸우자면 싸워줘야죠. 이번에 나가야 할 돈이 만만치 않은데, 다른 데서 수혈 좀 받아봅시다.”

솔직히 그들 입장에선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거나 다름없는 입장이지만, 그들도 기회만 되면 수시로 남의 집구석을 흔들던 자들이다.

어차피 주식 시장과 환율 시장은 내로남불로 점철된 시장이니 당한 놈이 바보일 뿐이다. 당연히 측은지심 따위는 존재치 않았다.

― 저기 보스. 거기까지 작업을 하기엔 인원이 부족합니다.

“충원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일단 방어부터 합시다. 지금 환율만 먹어도 적은 돈이 아닙니다.”

― 네 보스!

통화를 끝낸 나는 곧바로 천기득 회장에게 연락을 넣었다.

― 예정에 없던 방송이지만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하하.”

― 그런데 무슨 일로?

“급하게 부탁을 드릴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나는 외국계 자금의 움직임과 그들이 빠져나간 구멍을 메꾸는 부분까지 설명했다. 그리고 역으로 그들 자금이 돌아올 수 없게 틀어막는 부분도 설명했다.

― 월세금 좀 떨어트려 보겠다고 집주인을 협박하는 모양새군요.

“아예 방을 빼 버릴 생각입니다.”

― 이쪽에서 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그쪽도 정신없다는 거 압니다만, 대왕 증권 인재들 좀 빌려주십시오.”

―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저희 쪽 팀장 연락처 보내드리겠습니다. 시간이 급박하니 바로 연결 좀 부탁드립니다.”

내가 통화를 끝내자, 이명환이 걱정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과거엔 달러를 가져올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눈앞에 달러 부자가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곧바로 방어에 들어갈 겁니다.”

“후우.”

이명환 대통령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와대 내부 인사는 어떻게 정리 좀 되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말단의 말단까지 그들과 연결된 이들은 모두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프락치 짓으로 먹고살았으니 이제 대가를 치러야겠죠.”

“잘 처리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이제 국회로 가 보셔야죠.”

“그래야죠. 가서 탈당도 하고 입당도 하고.”

“하하하. 법안이 오늘 통과될 겁니다. 긴급조치도 부탁드립니다. 신당도 대통령님을 적극 지지할 겁니다.”

“신당뿐이겠습니까. 국민 외침이 여기 집무실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이명환 대통령은 속이 후련하다는 듯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저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 오늘 하루 청와대 주차장과 영빈관을 저희 쪽에서 사용해야 할 것 같은데…….”

대통령 아저씨는 어서 가서 신당 뒤치다꺼리 좀 해 줘요. 나는 나대로 판을 벌였으니 수확 작업에 들어가야 하니까.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사용하십시오!”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제이코와 함께 주차장 쪽으로 이동했다.

“영빈관 쪽에 있는 팀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휘 차량을 보조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관리와 자료 정리를 해서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중입니다.”

“이익현 차장에게 연락은 왔습니까?”

“아직입니다. 그쪽도 정신이 없을 테니.”

지휘 차량에 도착하자 팀장들이 아는 척을 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네. 보스!”

옆에 자리를 잡은 제이코가 보고서를 펼쳐 내 앞에 내밀었다.

“일본 쪽에서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군요.”

“전쟁?”

“네. 북쪽에서 남쪽의 혼란을 노릴 수도 있다고 선동하는 중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네?”

“아닙니다. 그래서요?”

“그래서 북쪽 반응을 확인했는데 ‘남쪽 자본주의 병자들의 최후!’ 뭐 이런 방송이 나오고 있다는군요.”

생각보다 약한데? 북쪽 논평은 상대국 대통령도 대 놓고 욕해버리는 무지막지한 인간들 아닌가 말이다.

“북쪽 반응은 그렇다 치고. 일본 쪽 이야기를 계속해 보세요.”

“자료에 따르면…… 자민당이 전통의 강자군요. 이번 한 차례 의석수 부족으로 총리 자리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80%가 넘는 것 같습니다.”

“스즈키 말에 따르면 현 총리는 나름대로 합리적 사고를 지녔다고 하더군요.”

“네. 우리 쪽 분석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한국에서처럼…….”

“아니요. 일본에선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한국과는 국민성 자체가 달라요. 무엇보다 정치에 무관심하기도 하고.”

“일단 로버트 쪽으로 돌려놓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지금은 한국에 집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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