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26화 (127/224)

126장.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보통 3부로 마무리되는 김준의 팩트 팩토리에 최초로 4부 방송이 편성됐다.

팩트 팩토리 청취자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지만, 대통령과 고주몽의 방송 출현이라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 준: 청취자 여러분. 예정에도 없던 4부가 시작됐습니다.

긴급편성된 4부 방송은 이명환 대통령과 Go 컴퍼니 고주몽 대표의 대담을 이원 생중계하는 식으로 방송이 됩니다.

평소엔 제가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겠지만, 오늘 방송은 최소한의 질문만으로 두 분 대화를 중계해 드리는 방식으로 진행이 될 겁니다.

이명환: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대통령 이명환입니다.

고주몽: Go 컴퍼니 대표 고주몽입니다. 갑작스러운 방송에 많은 분이 놀라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 준: 고주몽 대표님. 방송 전에 간단한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고주몽: 네. 질문하시죠.

김 준 오늘 대화 주제가 ‘대한민국의 진실’이라고 하셨는데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고주몽: 말씀드린 것처럼 ‘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오늘 방송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에 많은 변화가 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 봅니다.

김준 진행자께서도 오늘 방송은 질문보다는 대통령님의 말씀을 듣는 쪽으로 진행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김 준: 정말 궁금합니다. 어떤 내용이기에 대한민국의 진실이라는 주제를 말씀하셨는지 말입니다.

마음 같아선 조금이라도 스포일러를 해주셨으면 하지만, 두 분 요청에 따라 지금부터 조용히 경청하는 쪽으로 노력해 보겠습니다.

고주몽: 제가 당첨자 신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지금은 신당의 대표지만 당시엔 외교관 신분이었던 김덕영 씨가 저를 찾아온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명환: 벌써 1년이 흘렀군요. 김덕영 영사를 비밀 특사로 보냈던 것이.

당시로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데 고주몽 대표님 덕분에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김 준: 아, 잠시만요. 김덕영 대표님도 오늘 대화와 관련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다들 아시는 것처럼 제 옆에 김덕영 대표님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김 대표님. 대통령님과 고 대표님이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는지 살짝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김덕영: 제 이야기는 두 분 말씀이 끝나고 듣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화 중간에 끼어들면 맥이 끊기니 말입니다.

김 준: 아, 죄송합니다. 질문을 자제하겠다고 해놓고 또 질문하고 말았군요. 대통령님과 고 대표님 말씀이 끝나고 그때 궁금증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김준이 반성하는 목소리로 물러나자, 고주몽이 웃음 띤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고주몽: 네. 그것이 좋겠군요.

주몽의 말에 이명환 대통령도 가볍게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진실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명환: 대한민국은 말입니다…….

이명환 대통령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러지 않을까?’ 하는 음모론적인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있어왔지만, 대통령이 직접 ‘기득권’층을 언급하고 그들의 나팔수 또는 로비스트가 되어 활동해 왔던 ‘언론’까지 꺼내 들자 전국이 술렁였다.

이명환: 선거를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을 때만 해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았습니다.

선거 기간 국민께 내놓았던 공약도 철저히 지키고 싶었죠.

하지만, 이 자리에 올라 진실을 알게 되고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랐음에도 그들을 건드리기는커녕 응징조차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김 준: 대통령님. 조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지금까지 무능한 대통령, 허수아비 대통령 소리를 듣게 된 게 모두 그들 때문이었다는 말씀입니까?

이명환: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막을 수 없었던 저는…… 정말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이명환 대통령은 잠시 목이 멘 듯 말을 멈췄다.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야 ‘어우. 어떻게 그런 일이!’하는 표정이겠지만, 옆에서 이명환을 지켜보고 있는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자신을 뽑아준 국민을 상대로 어떻게 사기를 치냐며 얼굴을 붉히던 사람 어디 갔나 싶다.

김 준: 대단히 충격적이고 놀라운 일입니다만, 여기서 하나만 더 여쭙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명환: 네. 물어보십시오.

김 준: 왜 고주몽 대표였습니까?

이명환: 그들과 엮이지 않은.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김 준: 아아.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러니까, 코리아 카르텔. 아 여기선 카르텔보다는 신디케이트(syndicate)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군요.

간단히 KS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이 KS에 속하지 않은 신흥 재벌이 등장했고 기존 기득권층과 성격이 다른 고주몽 대표를 사전 포섭에 나섰다는 이런 의미로 봐도 되겠습니까?

이명환: 포섭이란 단어는 너무 멀리 간 것 같습니다. 단지, 이런 사실을 알고 도움을 청했을 뿐입니다.

김 준: 고주몽 대표에게 특사를 보냈었다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된 일인지도 이제 이해가 되는군요. 김덕영 대표님. 당시 기억하는 게 있다면 짧게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조용히 자리만 지키고 있던 김덕영이 아련한 목소리로 당시를 더듬듯 이야기를 꺼냈다.

김덕영: 죽을 각오까지 했었습니다.

김 준: 네? 대통령님의 뜻을 전하는 게 목숨을 걸 정도였습니까?

김덕영: 대통령님도 꼼짝 못 하게 만들어놓고 자기들 입맛대로 정국을 움직인 자들입니다.

저 정도는 손가락만으로 눌러버릴 수 있는 존재들이죠. 제 경력은 물론이고 미래까지 ‘특사’ 업무에 모두 걸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 준: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김덕영: 보다시피.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대통령님의 이야기를 들으셨으니 이제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을 좀먹고 썩게 만든 그들과 싸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 신당이 준비한 법안들을 보십시오. 모든 국민이 바라고 또 바라왔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일입니다.

김 준: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님 말씀대로라면 말입니다. 지금 이렇게 방송에 나와 진실을 밝히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것 아닙니까?

김덕영: 그 부분은 대통령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실 겁니다.

맞장구 정도는 얼마든지 칠 수 있지만, 돌아가는 판은 주몽이 컨트롤 하고 있다.

자칫 말실수라도 했다간 파고들기 좋아하는 김준에게 빌미만 줄 뿐이다.

고주몽: 김준 진행자뿐 아니라 방송을 듣고 있는 국민 여러분도 모두 궁금하실 겁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손에 넣고 흔들었던 그들이 이런 방송을 용납할 것인가.

김 준: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예고 없이 편성된 방송이었고 또 기습적 측면이 있어서 여기까지는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 이후론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명환: 그 부분은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명환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명환: 얼마 전 고주몽 대표의 납치, 살해 기도가 있었음을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방송에 나와 리벤지 재단까지 이야기하며 경고를 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범죄를 저질렀던 그들을 일망타진했고 그 과정에 중요한 증거 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김 준: 중요한 증거라면 혹시…….

이명환: 네. 맞습니다. 범죄에 가담했던 자들과 어둠 속에 숨어서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하려 했던 자들의 명단입니다!

김 준: 혹시 그들을 체포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물이었습니까?

이명환: 네. 맞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체포 작전이 진행 중임을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김 준: 어엇! 지금 체포 작전이 진행 중이라는 말입니까?

이명환: 네. 그렇습니다. 언론 삼사를 방패로 내세우고 뒤에서 창칼을 휘둘렀던 그들 모두입니다.

숨죽이고 방송을 듣고 있던 청취자들은 ‘어억!’하는 소리를 냈다.

느닷없이 라디오 방송에 등장한 대통령도 의외였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나라의 통치권자마저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자기들 입맛대로 흔들어왔다는 말에 두려움을 넘어 공포감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꼬리를 잡았고 전격적으로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니!

이명환: 국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그간 대한민국을 괴롭혀 왔던 과거의 잔재를 확실히 씻어내는 중입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매우 놀라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대로 더 시간이 흘렀다간 나라 전체가 썩어들어 망국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에…….

말을 이어나가는 이명환의 모습은 그간 무기력하고 지쳐 보였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이야기하고 또 당위성을 설파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썩어도 준치’, ‘정치인은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준: 들으면 들을수록 놀랍고 충격적이기만 합니다.

그동안 궁금해했던 진실을 알려주겠다던 고주몽 대표님의 말이 더더욱 가슴에 와닿는군요. 고 대표님.

고주몽: 네. 진행자님.

김 준: 솔직히…… 말씀드려서. 존경스럽습니다.

고주몽: 네? 그게 무슨…….

김 준: 고 대표님이 가진 재산은 계산이 안 될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고주몽: 크흠.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김 준: 아, 제가 실수를 했군요.

재산의 규모는 의미가 없습니다.

만주 벌판 저 먼 곳에서 전 재산을 바쳐 무관학교를 설립했던 것처럼. 나라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독립을 위해 싸웠던 그분들처럼!

고주몽: …….

김 준: 고 대표님이 그런 일을 하신 겁니다.

막말로 납치에 칼까지 맞았지 않습니까. 그 많은 재산을 두고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할 수도 있었단 말입니다!

김준의 흥분한 목소리고 전파를 타고 전국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김 준: 더군다나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손아귀에 넣고 흔들던 자들입니다.

당장 밝혀진 범죄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감춰진 내용까지 생각하면 위험천만한 자들과 싸우신 거죠.

고주몽: 그렇게까지…….

김 준: 그뿐입니까? 다른 사람 같으면 그 돈을 들고 한국에 돌아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다른 나라 시민권까지 생겼는데 떵떵거리며 편하게 살지 누가 이런 가시밭길을 걷겠냔 말입니다.

오늘 이 시간부터 고 대표님은 저의 영웅입니다! 영웅!

와, 이 인간 오버하는 것 봐라. 아주 신이 났구나. 그대로 두었다간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겠네.

나는 이쯤에서 방송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옆에 앉아있던 이명환 대통령이 김준에게 맞장구를 쳤다.

이명환: 네. 맞습니다. 김준 씨 말대로 고 대표는 이 나라의 큰 복이고 또 영웅입니다.

고 대표님의 살신성인과 막대한 투자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절대 오지 못했을 겁니다. 다들 아실 겁니다.

대왕 그룹 일가를 비롯해 대기업 사주 일가의 비리가 터졌을 때 주가를 지켜낸 사람이 누구인지.

그때 고 대표님이 손해를 무릅쓰고 주가 방어에 나서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수많은 투자자와 가장들이 궁지에 몰렸을 겁니다.

김덕영: 그것뿐이겠습니까. 저 흉악한 정치인들을 국회에서 몰아내고 국민을 위한 법을 완성할 수 있게 물심양면 도와주신 분이 고주몽 대표님입니다.

어마어마한 이공계 투자도 그렇고 지역 개발에 도움이 되라며 성큼 내주신 사비만 해도 계산이 안 될 정도입니다. 김준 씨 말대로 고주몽 대표님은 이 시대의 영웅입니다!

김덕영까지 한술 거들며 거하게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과 국정원까지 동원된 유례없는 검거, 수색, 압수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말에 순식간에 전국이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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