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장. 스탠바이. 액션. 스타트! 1
강남 클럽 룸에서 제안된 주몽의 신세계 프로젝트는 Go 컴퍼니 본사는 물론이고 G20에 흩어져 있는 지사와 세계 곳곳에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까지 스탠바이에 들어갔다.
천 회장의 대왕 그룹과 전진, 선진 그룹이 참가했고 그간 주몽 휘하에 든 검찰 지휘관들도 손발을 맞췄다.
이뿐만 아니라, 천 회장과 대왕 그룹이 쌓아온 인맥이 총동원됐는데, 여기엔 대왕 장학생으로 통칭하는 공무원 사회의 인적 자산도 포함됐다.
국회를 장악한 신당 역시 김덕영의 지휘 아래 밥 먹듯 야근을 반복했는데, 이는 프로젝트 발동과 함께 전격적으로 법안을 상정 통과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제대로 발동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대통령의 협조가 필수였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까지 총동원된 작전이라고 해도 이를 움직이기 위해선 공식적인 ‘명령’이 있어야만 했다.
그에 더해 대통령의 이런 명령이 권력 남용이나 정권 수호를 위한 협잡이 아니라, 공명정대한 사회,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거쳐 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결단이 되기 위해선 국민의 대대적인 지지가 필요했다.
국민저항에 부딪히기라도 하는 날엔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방송과 언론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동원해 대국민 여론전을 펼쳤다.
사회지도층의 반복된 범죄 행위와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국민은 그간 가슴속에 쌓고 있던 불만과 분노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그에 발맞춰 신당이 전면에 나섰고 매번 말만 무성했던 개혁 법안들을 하나둘, 꺼내 들기 시작했다.
클럽 헤드라인의 마약, 강간 미수 사건이 벌어진 지 15일째.
거리로 나서기 시작한 국민의 시위는 광화문 광장을 거쳐 여의도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 있어 프로젝트 요원들이 프락치로 동원됐다.
요원들의 펌프질이 반복되자, 시민들의 요구는 그저 몇 가지 법안을 만드는 것을 넘어 헌법까지 뜯어고치자는 쪽으로 발전을 했다.
사건 20일째.
마약, 강간 미수 사건에서 ‘미수’라는 단어가 빠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이 같은 범죄를 저질러왔고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존재하고 있음이 언론에 알려진 것이다.
국민의 분노 지수는 한층 높아졌고 프로젝트 요원들은 청와대를 타겟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무능한 정부. 있으나 마나 한 대통령. 공약이라곤 하나도 지키지 않는 입만 산 정치인!
급기야 대통령 하야 요구가 터져 나왔다.
시위대 일부는 여의도에 자리를 잡고 신당에 탄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시작은 재벌 2세의 방탕한 범죄 행위였지만, 종국엔 대통령 탄핵과 헌법 수정까지 요구가 이어진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자,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간 원 없이 해 처먹으며 떵떵거리며 살아왔는데 자칫하면 그간 누려왔던 부와 권력이 단숨에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공식적으론 존재치 않는 로비스트가 하나둘 기어 나와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은 몰라도 한국에선 존재 자체만으로 불법인 자들이 기업의 요구를 받아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로비스트들의 목표는 ‘신당’
법안을 만든 것도 상정한 것도 이걸 통과시키는 것도 신당이었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사회지도층에 대한 가중처벌 등을 막아내기 위해선 신당의 의원들을 포섭하는 게 필수였다.
하지만, 신당 의원들은 하나 같이 ‘정치인 고용 계약서’에 사인을 한 사람들이다.
이는 자신들이 발의한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가중처벌법의 원안이나 마찬가지 계약서였고 이를 위반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인생을 끝장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그때 신당 지도부에서 은밀하게 지시가 내려왔다.
‘로비스트의 접근을 허락할 것.’
응? 이 무슨 입에 수류탄 물고 핀 뽑는 소리야!
당 지도부의 지시에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최대한 협조할 것.’
지부도 미쳤어? 죽으려면 니들만 죽어. 어디 협조할 놈들이 없어서 로비스트 놈들과 손을 잡아!
‘로비스트의 끈이 어디까지 연결됐는지 파 볼 것. 할 수 있다면 로비 대상자를 확인할 것.’
어? 뭐라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 줘.
‘불법적 로비스트와 그들을 고용한 원흉들을 리스트로 만들라고. 돈이 오가는 증거도 확보하면 금상첨화고.’
아아아아! 아이 언더스탠드. 오케이.
지도부의 은밀한 결정이 뭘 목표로 하는지 이해하자, 신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로비스트와 기업들은 이런 신당의 움직임에 ‘그럼 그렇지.’ 하며 더욱 가열하게 로비에 들어갔다.
의석수가 줄어들어 교섭단체 지위마저 잃어버린 기존 정당들 역시 로비스트가 놓아둘 리 없다.
국민의 요구가 거칠어진 이때, 이들도 눈치껏 신당 법안에 동조하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속마음까지 같지는 않았다.
‘우리 밀어줄 거지. 돈 많이 준다. 노후도 보장해 주고.’
‘음…….’
‘에이. 왜 그런 표정인데. 막말로 이거 법 통과되면 우리만 불편해? 의원님도 졸라 불편하잖아.’
‘그건 그런데…… 얼마나 줄 건데?’
‘마~~~아~~~니. 준다니까.’
‘그러니까. 그 마~니가 어느 정도냐고.’
‘열 장.’
‘장난해?’
‘큰 거 열 장인데?’
‘그러니까. 장난하냐고.’
로비스트들은 ‘법안 투표하는데 언제부터 10억이 장난이 되었지?’라는 표정들이다.
‘씨바. 신당 놈들은 자리만 지키고 있어도 은퇴 축하금이 수십억이야. 그런데 뭐 얼마?’
‘…….’
‘액수부터 틀렸다고 전해.’
로비스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만 기다려 봐. 내가 바로 물어볼게’ 하더니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끝낸 로비스트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얼마면 되겠어? 얼마면 널 살 수 있는데?’
‘신당 놈들보다는 더 줘야지.’
‘콜.’
로비스트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자 의원들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오케이. 사실은 나도 저 법이 싫었어.’
이미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왔던 로비스트와 정당 의원들은 질펀하게 술을 나눠 마셨고 그 장면은 Go 컴퍼니 정보팀에게 고스란히 포착됐다.
대한민국 전체가 복마전으로 변한 지 한 달째.
드디어 주몽의 청와대 방문이 잡혔다.
스탠바이 상태가 된 각 ‘부처’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번 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인 대통령 섭외가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전쟁터로 변할 것이다.
강북 모처에 이익현 차장과 긴급 차출된 검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스마트 폰만 바라봤다.
“차장님. 성공할까요?”
부장 검사 하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마!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움직이면 그만이야. 뭘 그렇게 긴장해?”
“하이고. 지금 그런 말이 나오십니까? 이거 실패하면 우리 목이 그냥 날아갑니다.”
“그래서 뭐? 목이 날아간다고 네 인생까지 날아가는 건 아니잖아. 검찰에서 쫓겨나면 Go 컴퍼니로 이직하면 되는데 뭐가 걱정이야?”
“하하.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이왕이면 검사 명찰 달고 있을 때 화끈하게 판을 벌이고 싶어서 그렇죠.”
이 차장은 검사들을 쓱 둘러봤다.
“애들아.”
“네. 차장님.”
“너희 학연도 없고 끌어 주는 선배도 없고 비빌 언덕도 없어서 한직으로 맴돌던 놈들 아니었냐.”
“그러게 말입니다. 갑자기 특수부 파견 근무가 떨어져서 얼떨떨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명이 뭐라고?”
“신세계입니다.”
“그래. 신세계. 이게 성공하면 공신인데 실패하면 역적이야. 다들 알지?”
“네. 차장님.”
“그러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물이라도 한잔 떠와.”
“목마르십니까?”
“뭔 소리야. 물 떠놓고 기도라도 하자고.”
이 차장의 말에 검사들이 ‘프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너희가 걱정하는 건 알겠는데. 공신이든 역적이든 프로젝트가 발동해야 결과도 있는 법이다.”
“그렇죠.”
“섭외가 실패하면 조용히 본래 자리로 돌아가서 살던 대로 살면 돼. 그러니까. 쫄지 마라.”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네요.”
“차장님 질문 있습니다.”
“또 뭐?”
“그런데 우리 만으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겠습니까? 차장님 말씀대로라면 기업인 한둘 잡아넣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네. 저도 그게 좀 걱정입니다. 언론 삼사를 로비스트 창구로 이용했던 놈들 숫자만 따져도 수백은 넘습니다.”
검사들의 걱정에 이익현 차장은 씩 웃음을 흘렸다.
“걱정하지 말아라. 이런 프로젝트에 우리만 동원됐을 것 같냐? 다른 팀들도 여기저기 흩어져서 꼴깍꼴깍 침 삼키고 있을 거다.”
“다른 팀이라면…….”
“알아서 뭐하게? 너희들 맡은 임무나 잘해.”
“하하. 네.”
“병력은 걱정하지 마. 일단 대통령 재가가 떨어지면 우리만 움직이겠냐?”
“하기야. 그것도 그렇네요.”
“우리는 선발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쟁 시작과 동시에 ‘대가리’만 따버리는 선발대.”
“금적금왕이군요.”
“쫌 아네. 맞아. 그동안 사익 추구를 위해 로비에 나섰던 놈 중에 대가리들은 우리 것이다. 잔챙이들 백 명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는 거 잘 알고 있지?”
“물론이죠.”
“그러니까. 신속 정확! 벼락 치듯 밀고 들어가야 한다.”
“네!”
이번 프로젝트에 동원된 검사들은 이익현 차장 쪽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인천지검장과 지검 에이스 검사들도 모처에 모여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번 일에 포섭 또는 참여 의사를 밝힌(하나 같이 반골 기질이 다분한) 경찰, 국세청 인력 역시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
띠링!
“왔다. 메시지 왔어!”
곳곳에 대기 중이던 공격조 책임자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액션. 스타트!]
“오케이!”
“됐다!”
“와우. 진짜 대통령을 섭외했다고?”
“리스트 다시 한번 확인해!”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알았냐!”
“가자!”
프로젝트 발동 문자를 날린 제이코는 곧바로 Go 컴퍼니 투자팀에 연락을 넣었다.
―조나단입니다.
“시작됐다.”
―오후 장부터 혼란이 시작되겠군요.
“공매도와 주식매입을 동시에 진행한다.”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나단과 통화를 끝낸 제이코는 이번엔 알렉스에게 연락했다.
―어떻게 됐습니까?
“계획대로.”
―대통령 성명 발표와 함께 이쪽에서도 긴급으로 다루도록 하죠.
“부탁합니다.”
―훗. 부탁하고 말고가 있겠습니까. 가주님과 함께 하기로 했으니 전력으로 달릴 뿐입니다.
“그도 그렇군요. 미스터 피트의 미래가 걸린 일이니.”
제이코는 웃는 얼굴로 통화를 마치더니 이번엔 전 경제부총리이자 원내대표를 맡은 함상호 의원에게 연락을 넣었다.
“의원님. 저 제이코입니다.”
―아. 네. 연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섭외 마무리됐습니다. 늦어도 1시간 뒤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겁니다.”
―후우. 대단하군요. 진짜 대통령을 섭외해 내다니.
“그런데 작은 변수 하나가 생겼습니다.”
―벼…… 변수요?
이번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나라를 뒤집어엎는 작업이다. 작은 변수 하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다.
“보스와 대통령의 대화가 라디오 방송에 나갈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라디오라뇨.
“이동 중에 갑작스럽게 결정이 된 거라서 말입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결정을 한데는 이유가 있겠죠?
제이코는 주몽과 대통령이 만들어낼 작은 ‘연극’ 한 편에 관해 설명을 해 줬다.
―아아…… 이거 그렇게 되면.
“네. 방송으로는 속보처리가 전부지 않습니까. 제대로 된 스토리가 알려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니.”
―그 전에 대통령과 고 회장님 사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 놓겠다는 말이군요. 국민 반응이 엄청날 것 같은데…… 하하. 이거 이러다가 우리 고 회장님 국민적 영웅으로 우뚝 서시게 생겼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당 차원에서도 대비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