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16화 (117/224)

116장. 아빠한테 전화해야지.

김인선은 나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놈들 표정을 봐선 분명히 내가 누군지 아는 눈빛들이다.

“저기요.”

“…….”

“아저씨들 나 알죠?”

“…….”

육 형제는 서로 눈치만 볼 뿐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흠. 뭐, 내가 누군지는 중요치 않죠. 내가 지금부터 무슨 짓을 할지가 더 중요하니까.”

내 입에서 ‘무슨 짓’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육 형제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Go 컴퍼니…….”

“Go 컴퍼니?”

“고주몽 대표…….”

어라? 알고 있네.

“의…… 육촌 동생님이라고.”

아…… 내가 아니라 육촌 동생 고주선.

생각해보니 놈들 경호원을 내보내면서 내 입으로 Go 컴퍼니 이야기를 했었구나.

이일 저일 터지다 보니 그걸 깜빡했다.

뭐, 어찌 됐든 간에 약까지 처먹은 놈들이 왜 이리 꼬리를 말고 있나 했더니. Go 컴퍼니라는 이름에 기가 눌렸다는 소리다.

“맞습니다. 나 Go 컴퍼니 고주몽 대표의 육촌 동생 고주선입니다.”

“…….”

“그리고 거기 약쟁이분들이 오늘 건드렸던 아가씨들 말인데.”

“?”

“우리 형 비서실 직원들입니다.”

“어엇!”

“힉!”

“모…… 몰랐습니다. 우리는 그냥…….”

약쟁이들은 날벼락이라도 맞은 사람들처럼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알았든 몰랐든. 그건 중요치 않죠. 우리 형 비서실 직원이 아니었다고 해도 약 먹여서 강간하려고 했던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

“아까 나보고 그랬죠. 아빠에게 이를 거냐고.”

“그건…….”

“또 뭐라고 했더라. 존나 처맞고 싶냐고 했던 것도 같고.”

“시…… 실수였습니다.”

“그건 여기 김영국 이사가 그런 겁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안 했다고요.”

“야!”

다른 약쟁이들에게 지목을 당한 김영국 이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제 보니 나에게 업어치기를 당했던 바로 그 녀석이다.

코끝에 가루약 묻히고 지랄하던 바로 그놈.

“조용!”

내 목소리에 약쟁이들은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 아빠에게 일러주세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클럽에서 약도 빨고 강간도 하고 그렇게 신나게 놀고 싶었는데, 엉뚱한 놈이 나타나서 존나게 팼다고.”

“아…… 아닙니다. 패…… 패다니요.”

“우…… 우리는 맞은 적이 없습니다. 아. 김영국 이사는 아까 업어치기당했네.”

“내…… 내가 언제? 나는 그냥 실수로 혼자 넘어진 거야.”

김영국 이사의 말에 오 형제가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다.

나는 피식 웃음을 짓고 다시 말을 이었다.

“못하겠습니까?”

“맞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냥 우리 이대로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조용히 사라지겠습니다.”

내가 아까 조용히 보내 달라고 할 때는 온갖 이유를 가져다 붙이면서 난리를 치더니, 태세 전환 한번 빠르네.

서로 없었던 일로 하자며 앙앙대는데 룸 문이 열리면서 로버트와 로건 그리고 클럽 관계자들로 보이는 이가 들어왔다.

로건은 끌고 들어온 두 사람을 바닥에 팽개치다시피 던져놓았다.

그런데 상태가 영 부실한 게 아무래도 장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로건이 힘을 좀 쓴 모양이다.

본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떡을 만들어놨다.

클럽 관계자들의 얼굴을 확인한 약쟁이 육 형제는 물론이고 RT 역시 얼굴이 핼쑥해졌다.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늦기는요. 그래. 뭐 좀 나왔습니까?”

로건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방 하나를 내려봤다.

“이게 뭡니까?”

“동영상입니다.”

“동영상…… 이요?”

돌잔치 기념 영상 따위는 절대 아닐 것이고. 클럽 사무실에서 회수했다면 보나 마나…… 나는 재빨리 룸 내부를 둘러봤다.

로건은 손을 들어 룸 입구와 좌우 모서리 부분을 가리켰다.

“허허. 그러니까. 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촬영해서 보관하고 있었다는 그런 말이네요.”

“네. 그뿐만 아니라.”

로건을 테이블 위에 가방을 뒤집었다. 그러자 DVD와 외장 하드 외에도 약봉지가 후드득 쏟아졌다.

“마약입니까?”

“네. 헤로인입니다. 순도는 높지 않지만, 이 정도 분량이면 이만 명 정도가 동시에 투약할 수 있습니다.”

“워~우. 몇 명이요?”

“최소 이만 명입니다. 순도를 더 떨어트리면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직접 약쟁이들을 잡으러 다니며 총질까지 했던 로건의 말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강남에 클럽이 헤드라인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클럽도 비슷하겠군요.”

이건 껍데기만 클럽이지 완전히 마약상이 따로 없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로건은 DVD와 외장 하드 약봉지 사이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건 클럽에 드나드는 VIP 목록이라고 합니다.”

“VIP는 무슨. 약쟁이 강간범들의 리스트겠죠.”

내 말에 약쟁이들이 움찔한 표정이 됐다.

“그나저나. 부킹이 안돼서 망정이지.”

나는 DVD와 외장 하드를 내려다보며 쯧쯧 혀를 찼다.

“RT 씨. 다리 저릴 텐데. 일어나세요. 가이드 업무를 엉망으로 해 주셔서 치욕적인 일은 피한 것 같으니.”

“아…… 네.”

RT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더니 룸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둘 중에 누가 사장인가요?”

얼굴이 빵떡이 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사장’을 찾았다. 그런데 로건이 고개를 흔들었다.

“한 명은 이사고 한 명은 부장입니다. 사장이 있기는 한데 뭐라더라. 팬츠 CEO?”

푸흣. 팬츠 CEO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뻔했다.

바지사장을 로건 나름대로 번역을 한 모양인데 말하는 본인도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아무튼, 서류상으로 만들어 놓은 대표라고 합니다. 실소유주는 로빈 타일러라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정확한 신분은 확인을 못 했습니다.”

로버트가 부르지 않았다면 그 부분까지 확실히 알아냈을 거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클럽 이사와 부장은 입맛을 다시는 로건을 보며 학질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누구 말처럼 진짜 존나게 처맞은 모양이다.

“로빈 타일러? 한국 사람이 아니라 외국인인 모양이군요.”

“한국 사람 맞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살다가 왔다고 하는데…… 바로 확인할까요?”

“당연히 잡아야죠.”

일하다 말 것도 아니고, 손을 대기로 마음먹은 이상 깔끔하게 털어버릴 생각이다.

바지사장을 만들고 뒤에 숨어서 돈을 만지는 작자다.

클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을 리 없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로건은 이사라는 자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곽 이사는 기겁한 얼굴이 됐다.

“아…… 안돼!”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이 자를 막기 위해 가드들이 나섰지만, 모조리 원 펀치에 옥수수가 날아가며 줄줄이 정신을 놔버렸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서나 보던 딱 그 장면이다.

사람이 주먹 한 방에 기절하는 게 말이 되냐며 낄낄댔었는데,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덜컥 겁부터 났다.

힘 좀 쓴다는 가드들도 한 방에 날아가는데 자신은 기절이 아니라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래서 묻는 말에 충실히 답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작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작정 팼다.

원 펀치에 정신을 놔 버린 가드들을 때릴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딱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을 한다는 점인데, 이게 더 미칠 노릇이다. 기절할 만큼 아프지만, 기절은 하지 못하고 계속 맞아야 하는…… 이 끔찍한 공포감이라니!

그런데 그걸 다시 하겠다고 자신을 끌고 나가려는 것이다.

“사…… 살려 주십시오. 다 말씀드릴 테니까. 제발…….”

곽 이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양손을 싹싹 빌었다. 그러다 룸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RT와 눈이 딱 마주쳤다.

곽 이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어?” 하는 소리를 냈다.

곽 이사의 반응에 나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약속이나 한 듯 시선을 쫓아 움직였다.

“사장님!”

“에? 갑자기 그게 뭐…… 뭔 소립니까.”

느닷없이 사장님 소리를 들은 RT는 그야말로 뜨악한 표정이 됐다.

“엉엉. 사장님…….”

곽 이사는 구세주라도 만난 사람처럼 목놓아 울음을 터트렸다.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RT 씨?”

“네?”

“여기 사장이었습니까?”

RT는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양손을 흔들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여기 이사라는 사람이 RT 씨 보고 사장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사…… 사장은 맞죠. 옷가게 사장!”

RT는 지금, 이 상황이 황당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내 저었다.

“엉엉. 다 틀렸어요. 사장님. 우리 이제 망했다고요!”

로건의 손에서 풀려난 곽 이사는 엉금엉금 RT에게 기어갔다.

“나한테 왜 이래요!”

RT는 기겁한 표정으로 곽 이사의 손길을 피했다.

RT는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듯 연신 변명을 늘어놨지만, 곽 이사는 RT만이 동아줄이라는 듯 필사적으로 다리를 잡아당겼다.

“RT…… 로빈 타일러? 햐. 이거 참. RT 씨가 여기 사장님이셨어요?”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RT를 바라봤다.

“아…… 아니라니까요. 내가 왜 여기 사장입니까. 대표님도 보셨잖아요. 나는 밖에서 옷가게 하는 거. 그리고 RT는 리트윗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까요. 이것 참.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네.”

“생각해보세요. 여기가 내 가게라면 내가 왜 가이드까지 자처하며 빌붙어 들어왔겠습니까. 그냥 대놓고 들어오지.”

RT는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누가 거짓말하는진 확인해 보면 알겠죠. 로버트.”

“네. 보스.”

“내가 들렸던 옷가게 알고 있죠?”

“물론입니다.”

“여기 RT 씨가 뭐 하는 분인지 확인해 보시고. 그 가게도 싹 털어보세요. RT 씨 말이 사실이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넘치도록 보상해주고 그게 아니라 여태껏 나를 농락하고 가지고 놀았다면 대가를 치르게 합시다. 아, 그리고 여기 약쟁이들 아빠에게 전화해야 하니까. 통신도 풀어주고.”

“네. 보스.”

로버트는 경호원 두 명을 안으로 들여보내더니 로건과 함께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통신을 복구한다는 말에 스마트 폰을 꺼내 신호를 확인하고 있던 김인선이 ‘신호 돌아왔습니다’하고 보고를 했다.

“거기 부장님이라고 하셨습니까?”

“네네. 이 부장입니다.”

나는 DVD와 외장 하드를 가리키며 씩 웃음을 보였다.

“여기에 이분들도 들어있겠죠?”

이 부장은 약쟁이 육 형제를 힐끔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약쟁이들은 자신들이 클럽에 와서 한 짓이 모두 찍혔다는 말에 반쯤 넋 나간 표정이 되었다가 분노에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됐다.

“너 이 새끼!”

“이 부장. 개새꺄! 내가 팁으로 준 돈만 해도 집 한 채 값이다. 그런데 감히 이런 짓을 해?”

“이 부장이고 곽 이사고 간에 인생 끝났다고 생각해라. 내가 가만있을지 알아?”

나는 귀를 후비적거리며 이들을 진정시켰다.

“자자. 조용.”

“…….”

“약쟁이 여러분. 이게 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진 강간 미수범들이었는데, 이젠 짤 없이 강간범이 되실 것 같습니다만.”

“육촌 동생분이 잘 모르셔서 그러는 것 같은데. 이런 일은 밖으로 알려져봤자 구설수만 늘 뿐입니다. 소란을 일으켜봤자 득이 될 게 없습니다.”

“맞습니다. 육촌 동생분도 다 그렇고 그렇게 놀려고 여기 온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요. 이러지 말고 우리 조용히 마무리 짓죠. 그렇게 해주신다면 여기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화끈한 장소로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약쟁이 강간범으로 만들어주시겠다는 뭐 그런 이야기?”

“네? 아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됐고. 빨리 아빠한테 전화들이나 해라.”

“…….”

“왜? 번호 내가 직접 눌러줘?”

“그러지 말고…… 그냥 좋게 넘어가면…….”

“쯧. 인선 씨.”

“네. 대표님.”

“여기 이 인간들 어느 집 자식들인지 파악해 놨죠?”

“물론입니다.”

“방송국에도 제보하고 검찰청에도 제보하고 경찰서에도 제보하세요.”

“네. 대표님!”

“자…… 잠시만!”

“전화하겠습니다. 전화하면 되잖아요!”

여기저기에 제보 전화를 때리겠다고 하니 그제야 급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약쟁이들이다.

“전화해서 이렇게 말해.”

“…….”

“Go 컴퍼니와 전쟁을 치르게 생겼다고. 그리니까 빨리 달려오라고.”

“저…. 전쟁이라뇨.”

클럽에서 마약에 강간범 놀이를 즐기는 놈들이지만, 밖에선 나름 한 자리씩 꿰차고 앉아 경제 활동을 하는 놈들이다.

고주몽의 Go 컴퍼니와 시비가 걸린 자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이미 소문이 파다하니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막말로 전쟁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Go 컴퍼니가 때리는 족족 다 나가떨어지지 않았던가.

그 대단한 대왕도 한 방에 넘어갔는데 자신들 정도는 옷깃만 스쳐도 사망이다.

“그러니까 빨리 오시라고 해. 영문도 모르고 얻어맞는 것보단, 대화로 푸는 게 좋지 않겠어?”

“네! 네! 지…. 지금 당장 전화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