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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11화 (112/224)

111장. 신세계 프로젝트 초안

주몽 입에서 새로운 작전이 언급되자 다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 됐다.

“이야기하기 전에…… 한 국장님?”

“네. 대표님.”

“잠시 자리를 피해 줬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제가 들으면 안 될 이야기인가요?”

“들으면 다시는 뒤돌아설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들어선 안 될 이야기가 아니라, 들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

한성희는 눈을 껌뻑이며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번엔 제이코를 바라본다.

“한 국장님?”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고 하셨죠?”

“네. 그렇게 될 겁니다.”

“대표님이 보시기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미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널리스트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대표님을 제외한 영역에선 저널리스트로 살아갈 겁니다.”

이건 또 뭔 소리냐. 나를 제외한 영역? 나는 한성희에서 시선을 돌려 제이코를 바라봤다.

“제이코?”

“험험.”

제이코는 헛기침하며 내 눈치를 봤다. 역시나 쌀이 익어서 밥이 된 건가?

그것참. 처음 만났을 땐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싸우더니만, 남녀 관계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좋습니다. 한 국장님.”

“네.”

“듣기만 하세요. 한 번이라도 입을 열거나. 대화에 끼어드는 순간. 나는 한 국장님을 죽이라고 명령내릴 겁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한 국장님이 선택할 길은 한 가지뿐입니다. 죽거나. 아니면 영원히 내 쪽에 서거나. 그래도 남아 있을 겁니까?”

“!”

한성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농담하는 게 아닙니다. 이 결정은 제이코라도 바꿀 수 없습니다.”

한성희가 제이코를 바라보자, 제이코는 내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중요하고 위험한 이야기겠군요. 이곳에 있겠습니다. 그리고 허망하게 죽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좋습니다. 일정 부분에선 한 국장님 역할도 필요한 일이니…… 일단 기회를 드리죠.”

“기회라면 어떤…….”

“그건 들어보면 알 겁니다.”

나는 한 국장과 대화를 끝내고 참석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역사에 가정(if)은 의미가 없다. 이런 말 들어보셨죠?”

다들 들어는 봤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꺼내는진 모르겠지만, 이게 질문 비슷한 것이라 여긴 김덕영이 나름대로 답을 내놨다.

“지나간 일은 후회해 봤자 의미 없다는 말과 상통하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지나간 일에 후회라.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하려는 말과는 조금 다릅니다.”

내가 몸을 앞으로 당겨 앉자, 참석자들도 조금씩 거리를 좁혀 앉았다.

“그래도 한 번 가정을 해 보죠.”

다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복권 당첨자가 말입니다.”

“네.”

“내가 아니라, 아. 그러니까. 여기서 나는 한국인이고 대단한 집안의 자식도 아닌 평범한 사람입니다.”

“네.”

다른 이들은 조용히 듣고 있지만, 김덕영은 추임새라도 넣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네’를 반복했다.

“영국이나 미국. 또는 순위권 국가라 할 수 있는 나라 출신이고 그 안에서 유서 깊은 가문의 자식이라고 가정을 해보죠.”

복권 당첨자의 신분에 대해 말을 꺼내자,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다.’라는 말을 왜 꺼내 들었는지 대충 감을 잡는 분위기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제임스가 슬쩍 입을 열었다.

“네. 제임스.”

“혹시, 새로운 작전이라는 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문을…… 만드실 생각입니까?”

“그 부분도 포함이 되겠죠.”

“포함…….”

“네. 포괄적 의미로 본다면.”

내 대답에 로버트가 입을 열었다.

“제임스. 일단 보스 말씀을 다 듣고 이야기하자. 질문은 그다음에 해도 될 것 같으니까.”

로버트가 내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보자고 했다. 제임스는 ‘그래……’하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다물었다.

“다들 감을 잡은 듯 보이니.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네. 보스.”

“말씀드렸다시피. 내가 강대국 국민이고 그 안에서도 정점에 있는 가문의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대놓고 미인계니 뭐니 해가면서 무례한 짓을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

“툭하면 끼어들어서 재산을 빼앗으려고 궁리도 못 하겠죠. 속된말로 한국이 만만하고 이 나라 국민이 만만하고 그 안에 속하는 나도 만만하니까 이런 짓을 벌이는 겁니다.”

내 말에 천기득 회장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문뜩 내가 가진 불안감이 그저 기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기우라면. 어떤…….”

“돈도 많고 기업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나름 명성도 얻었죠.”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안정감이 없어요.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주변 분위기도 그렇고. 마치 모래성 위에 집을 지은 것처럼 이 모든 게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그런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더군요.”

고백이라면 나름 고백이지만, 이게 사랑 고백이 아니다 보니 다들 표정이 심각해졌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주몽을 배경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배경으로 생각하는 그 사람이 스스로 기댈 곳이 없어 비틀거린다고 고백을 하니 자신들 역시 모래성에 들어선 것처럼 불안감이 밀려왔다.

“보스…….”

“하하.”

제임스의 부름에 나는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이런 내 모습이 불편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 겁니다. 이대로 계속 시간을 보내다간 언젠간 터져버릴 것 같거든요.”

내 말에 천기득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공감은 되는 이야기네.”

천기득이 입을 열자, 사람들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고 대표는 불안감이라고 표현했지만 나는 압박감이라고 말하고 싶군.”

“압박감이요?”

정진호 회장이 질문했다.

“그래. 압박감. 그리고 이건 고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지. 여기 모인 우리도 모두 같은 처지라고 봐야 할 것 같으니.”

“같은 처지라…… 네. 천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각각 서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우리는 총회장님을 등에 업고 있으니 말입니다.”

“총회장님이 흔들리면 우리도 버텨내기 어렵겠죠.”

진영그룹 한중근 회장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 대표. 새로운 작전이라는 거 말일세.”

“네. 천 회장님.”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네. 그러니 편하게 이야기를 해 줬으면 좋겠군. 로버트나 제이코처럼 고 대표 사람들도 그렇고. 여기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네. 고 대표의 성공이 우리의 성공이니까.”

천기득 회장은 나에게 눈치 볼 것 없이 편하게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이 모임의 주인은 나일지라도 가장 연장자가 지지 발언을 해주니 확실히 말하기가 편해졌다.

“이번 작전명은…… 작전이라기보다 프로젝트라는 말이 어울리겠군요. 이번엔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치고 올라가야 하니까요. 오래전부터 생각은 해 왔지만, 이렇게 직접 입에 담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입을 열게 되네요.”

나는 사람들 눈을 하나씩 마주쳐가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물론이고 내 사람들과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작전명 신세계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작전명 신세계?”

“뉴프런티어 프로젝트?”

“프로젝트 이름만 신세계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나와 여러분들의 미래를 안정시키고 지켜내기 위해 꼭 진행되어야 할 프로젝트입니다.”

“가문을 만드는 것도 포괄적 의미에 들어있다는 말씀 이제 이해가 됩니다.”

제이코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 생각하시는 겁니까?”

로버트가 질문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나와 내 사람들은 지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다시는 그 누구도 나와 내 사람을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 겁니다. 그 첫 번째 타겟은 대한민국입니다.”

“?”

대한민국을 첫 번째 타겟으로 한다는 말에 호기심 섞인 표정을 보이기도 하고 그게 신세계 프로젝트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천 회장님.”

“네. 총회장님.”

공적인 자리에선 총회장이라고 부르겠다던 천기득이다. 그가 고 대표가 아닌 총회장이란 호칭을 사용했다는 것은 지금부터 주몽이 하는 말을 ‘지시’ 또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재계 쪽을 맡기겠습니다. GO컴퍼니를 도와주세요.”

“기업 인수 합병 쪽입니까?”

“일부는 그렇게 진행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건너편 방에 있는 마약 강간범 기업은 그에 속할 겁니다. 대왕 사주 일가가 그랬던 것처럼 자격 없는 자들이 돈과 권력을 손에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를 저지르는 걸 더는 두고 보지 않겠습니다.”

“나머지 기업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경영자들을 교체하진 않겠지만, 그들 역시 컴퍼니 산하에 들게 할 겁니다. 지분율 50.1%를 목표로 합니다.”

“네. 총회장님!”

“선진도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진영그룹도 힘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재계 1위와 8위, 13위 대기업이 힘을 모으고 주몽의 자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순식간에 풍비박산 내 버릴 수도 있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주몽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부터 대한민국 재계에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김덕영 대표님.”

“네. 총회장님.”

김덕영은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재계 1위 대왕 그룹 회장에게 재계 평정을 지시했으니, 자신에게도 그와 비슷한 지시가 떨어질 것을 직감한 것이다.

“지침 사항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네. 소속 의원들 모두 전방위적으로 법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막말로 신당의 의석수라면 원숭이도 대통령으로 만들고 나라를 파산으로 몰고 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겉보기만 민주주의지 일당독재 국가라 해도 이상할 게 없으니 말입니다.”

“민주주의를 뒤집어쓴 일당독재라.”

“4년간은 변함없는 진실입니다. 다른 의원들이 파행하든 반대를 하든 법적으로 우리를 막아낼 방법이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폭주의 끝이 절망이라면 다음 기회는 없을 겁니다.”

4년간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지만, 그 결과가 비참하다면 다음 총선은 없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반짝스타처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정당이 되어 조용히 잊힐 것이다.

주몽이 어떤 명령을 내리든 일단 따르긴 하겠지만, 다음 총선도 고려해 달라는 일종의 부탁이라고 할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이 나라를 왜 파산시킬 것이며 군부 독재자도 아닌데 사람들 잡아다 고문이라도 하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꺼내겠습니까.”

“…….”

김덕영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말씀 내려주십시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법적 평등을 보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계시죠?”

“법적 평등권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비슷합니다만, 다릅니다. 나 역시 그 범주에 속하는지라 무조건 평등만 주장하기는 어렵거든요.”

“하하. 네…….”

“하지만, 사회적 질서에 대해선 꼭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사회적 질서요?”

“예를 들면 건너편 방에 있는.”

“아…….”

“클럽 장부와 관련자들을 확인하고 있으니 아마 증거는 차고 넘칠 겁니다. 어쩌면 저 방에 있는 자들을 빼고도 더 많은 마약 강간범이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네.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됩니다.”

“검찰 쪽에서도 노력은 하겠지만 말입니다.”

“철퇴를 내릴 수 있도록 신당이 나서겠습니다.”

“그와 관련해서 징벌적 손해 배상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기업 또는 사회지도층이 사회적 질서에 반하는 아, 말을 바꾸죠. 일반적인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 또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말 그대로 철퇴를 내릴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

“국회를 장악하고 있으니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법을 시행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부분은 제가 처리하죠. 대통령령이라도 받아낼 테니. 머뭇거리지 말고 진행하기 바랍니다. 재계와 정계를 정리하는 데 필수적 방안입니다.”

“아…….”

김덕영은 천기득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 갑자기 징벌적 손해 배상을 들고나오나 했더니 범죄와 관련된 기업들부터 싹 털어버릴 생각인 것이다.

대왕 사주 일가와 같은 자들은 발붙일 틈을 만들지 않겠다던 말이 이렇게 연결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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