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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10화 (111/224)

110장. 새로운 작전이 하나 있는데…….

나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부하직원들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이라고 다를 것 같습니까?”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룸 문이 열리며 제이코가 들어섰다.

“저들은 절대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제이코는 다섯 사람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여자를 붙였다는 건 결혼 또는 아이를 가짐으로써 보스의 재산을 강탈할 의도가 있었다는 겁니다. 이혼 위자료 또는 상속과 관련된 금액만 산출해도 수백억 달러입니다.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그 비용 모두를 소송에 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십억 달러는 받아 낼 수 있습니다.”

제이코의 설명에 다들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는 단순히 사기 결혼, 임신 협박 등의 문제와 관련해 보스가 입은 피해 부분입니다. 그 외 국가 기관이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것과 그 민간인이 사회적 국가적 지위가 높다는 점을 들어 정부 자체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소송과 별건으로 말이죠.”

“듣고 보니 장난 아니네요.”

내가 슬쩍 맞장구를 쳤다.

“그것뿐 이겠습니까.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풉. 이번 일에 동참한 국가들은 온갖 망신을 다 당할 겁니다. 외교부에서 암살자를 보낼지도 모르겠군요. 국가 이미지 개선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말입니다.”

제이코는 알렉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당신은 그걸 감당할 수 있나?”

알렉스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입에 총을 물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다.

“거기 아가씨들도 각오하는 게 좋아. 이건 명령을 받아서 지휘에 따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거든.”

조용히 묻어버리겠다는 로버트의 말에 심상치 않은 일에 참여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시무시한 후폭풍이 존재하는 작전이라곤 누구도 생각지 못했었다.

몇몇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결국 울어버렸다.

제이코가 말한 것처럼 일이 진행되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보스. 최대한 빠르게 왔습니다.”

“네. 비행기라도 타고 온 겁니까? 연락한 지 얼마나 됐다고.”

“하하하. 5분 대기조였습니다.”

“네?”

“보스는 외출만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도 비상 근무 중이었죠.”

“하하…… 하.”

외출만 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거 이러다 내 트레이드 마크가 되게 생겼다.

“천 회장님도 오실 겁니다.”

“네? 아니 천 회장님이 왜…….”

“근처에 모임이 있으셨다는군요.”

근처에서 모임? 어떤 모임?

“다른 회장님들도 함께 오실 겁니다.”

“망신스럽네. 하필이면 이런 날,”

“하하. 망신은요. 보스가 간만에 바깥바람 쐰다고 나갔다고 하니까.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던데요.”

“기대요?”

“네. 함께 술자리 한 지 오래됐다고.”

아이고. 그 술고래들이랑? 내 쪽에서 사절이다.

연애는 고사하고 유흥마저 이 모양 이 꼴인데, 이제 노인네들과 놀아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제이코가 지시를 내려 달라는 듯 눈을 반짝였다. 마치 간만에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같은 표정이다.

제이코가 이런 일에 환호하는 성격이라는 걸 깜빡했다.

엘리스 사건 이후로 눈칫밥 먹는 분위기였는데 오랜만에 실력 발휘할 일이 생겼으니 없던 힘도 만들어서 뛰어다닐 것이다.

“일단.”

“네. 보스.”

“여기 아가씨들 말입니다.”

“네. 싹 털어버릴까요?”

제이코의 말에 여자들 표정이 시체처럼 칙칙해졌다.

“파견근무를 받을까 합니다.”

“에? 뭘 받아요?”

로버트가 그랬던 것처럼 제이코 역시 ‘이 무슨 헛소립니까?’ 하는 표정이 됐다.

“장가갈 겁니다.”

“…….”

“왜 그런 표정입니까?”

“자…… 장가? 그러니까 결혼을 하시겠다는 그런 말씀입니까?”

“나도 나이가 서른입니다. 이러다 연애는 고사하고 혼자 늙어 죽겠어요. 내가 제이코처럼 독신주의자로 살기를 바라는 겁니까?”

“아니요. 그런 의미가 아니지 않습니까. 보스가 결혼하는 것과 저 여자들이 컴퍼니에 파견을 나오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그걸 묻는 겁니다.”

“나를 꾀려고 했다잖아요.”

“네. 들었습니다. 미인계요.”

“네. 그걸 대놓고 하라는 겁니다.”

“네?”

“제이코. 지금 내 상황을 봐요. 외출만 하면 사고가 납니다. 연애하든 결혼을 하든 사람을 만나야 뭐든 해 볼 게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이건…….”

나는 제이코의 말을 막고 이번 작전에 투입된 여자들을 가리켰다.

“인물 좋고. 요원으로 발탁될 정도면 능력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고 봐야죠.”

“보스…….”

“거기다 나이도 어리고.”

“에헤이. 보스. 그래도 이건…….”

나는 제이코 귀에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제이코. 나 숫총각입니다.”

“에에!”

제이코는 정부 요원들을 파견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엘리스를 붙인 이유가 뭐였습니까. 돈 보고 달려드는 여우들 경계하자고 그랬다면서요.”

“그…… 그렇죠.”

“요원 교육을 받은 재원들이 내 옆을 차지하고 있으면 어떨 것 같습니까.”

“…….”

“어설픈 것들은 접근도 못 할 겁니다.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더 노력할 테니까요.”

“그건 그렇겠지만…….”

“연애 좀 한다고 결혼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요? 겸사겸사 나도 여자에 대한 내성도 높여 놓고, 말입니다.”

흠칫.

“보스…… 설마.”

“험험. 재능있는 여자들입니다. 각국 연결 고리로 사용하기도 딱 좋고.”

“크흠.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제이코와 나의 귓속말이 끝나자 다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 됐다.

특히, 이번 작전을 주재한 책임자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는데 내가 파견근무를 이야기를 꺼내자 머리 굴리는 소리가 룸을 가득 채울 정도다.

만약 이번 사태를 그렇게 마무리 지을 수만 있다면 열 명이 아니라 백 명이라도 파견시킬 생각이 있다.

하지만, Go 컴퍼니 2인자라 할 수 있는 제이코가 반대하자 표정들이 굳어졌다.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고주몽의 결정을 유일하게 뒤집을 수 있는 자가 바로 제이코다.

제이코는 로버트와 잠시 귓속말을 나눴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던 로버트가 ‘흠’하는 소리와 함께 책임자들 그리고 작전에 투입된 요원들을 바라봤다.

“파견근무라…….”

로버트 입에서 흘리듯 파견근무란 단어가 흘러나오자, 다들 마른침을 집어삼켰다.

“보스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룸 안에 안도의 한숨 소리가 쏟아졌다.

나는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알렉스.”

“네. 회장님.”

“파견근무.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걸 막아서는 놈이 있다면 자신이 나서서 치워버리겠다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분들은?”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책임자들은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요원들 문제는 그렇게 해결하기로 하고…….”

요원들 문제? 파견근무로 이번 사건을 퉁치는 것 아니었나? 뭐 이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표정들 뭡니까?”

내가 미간을 찡그리자, 책임자들은 곧바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여기 아가씨들 표정을 보면, 이번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맞죠?”

“…….”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나선 것 아닙니까. 시키는 놈이 나쁜 놈이지 직장생활에 충실한 사람들이 나쁜 건 아니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어딘지 핀트가 어긋난 말이긴 했지만, 누구 한 명 그걸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로버트가 조용히 묻어버리자는데. 당사자들 처지에선 얼마나 억울한 일입니까. 운 좋게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도 제이코가 소송으로 탈탈 털어버릴 테고. 그야말로 인생 막장 되는 거 순식간이죠.”

내 말에 여자들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듣고 보니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결과가 기다리는지도 모르고 그저 접근해서 측근 또는 고주몽의 여자가 되려고 했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일이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해도 금세 들켰을 것 같지만 말이다.

결국, 파견근무라 지칭된 주몽의 요구사항은 이번 사태에서 자신들을 문제에서 빼 주겠다는, 그런 의미였다.

말로는 대놓고 꼬셔보라며 결혼이니 어쩌니 하고 있지만, 결론만 놓고 본다면 덕분에 구사일생했다고 봐야 했다.

“어른 싸움에 멋모르고 끼어든 아이까지 패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부터가 본론이라고 했다.

“워……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최대한 맞추겠습니다.”

영국 쪽 책임자 윌리엄 조드가 다 내려놓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걸 내가 왜 이야기합니까.”

“네?”

“먼저 제시하세요.”

협상의 조건. 첫 번째. 절대 먼저 제시하지 마라!

내가 입을 여는 순간 그걸 기점으로 최대한 값을 깎으려 들 것이 분명했다.

내가 왜 그런 바보 같은 협상을 해야 한단 말인가.

현재 내 위치는 증거와 증인을 손에 넣은 울트라 갑! 저들은 탈탈 털리는 일만 남은 을도 아닌 병들이다.

“이번 일을 조용히 처리하는 대가로 그쪽에서 뭘 내놓을 수 있는지. 그걸 들어보고 대화를 하든 아니면 파투를 내든지 하겠습니다.”

사건을 무마할 방법을 제시하라는 내 말에 책임자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말로는 먼저 제시하라고 했지만, 이미 가이드라인은 다 정해진 상태 아닌가.

제이코가 룸에 들어서면서 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최대 수백억. 최소 수십억의 배상금. 정부의 공식 사과. 대외적 망신은 덤.

원하는 게 있다면 최대한 맞추겠다고 이야기했던 윌리엄 조드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뭘 내놓아야 그 조건들을 상쇄시킬 수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을 드리는 게 좋겠죠?”

“부탁드립니다.”

“로버트. 이분들 다른 방으로 모셔다드리세요. 그리고 아가씨들도 잠시 자리 좀 피해 주세요.”

클럽 밖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진 모르겠지만, 헤드라인 룸 복도는 우리 쪽에서 꽉 잡고 있다.

일시적이지만 외부인 출입금지 상태랄까. 호텔도 아니고 클럽 룸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게 웃기긴 했지만, 이런 일은 뒤로 미뤄둬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궁지에 몰렸을 때. 깔끔하게 처리를 해버려야 뒷말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엔 국외 업무가 아니라 국내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다.

“제이코.”

“네. 보스.”

“여기 클럽 사장이 누군지 알고 싶은데.”

“사장을 말입니까?”

“네. 뭐 하는 작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술값에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물론이고 망나니 약쟁이들을 불러다 마약 잔치를 벌이지 않나. 그놈들에게 클럽에 온 여자들을 재물로 가져다 바치기까지 하더군요. 면상을 좀 봐야겠습니다.”

“건너편 방에 있다는 자들이 바로 그 약쟁이들입니까?”

“네. 놈들 신분도 파악해 주세요. 법적으로 문제 생기지 않게, 이익현 차장 쪽 사람들 오면 함께 움직이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탈탈 털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제이코와 클럽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로건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보스. 김덕영 대표와 천기득 회장님 일행이 도착했습니다.”

“여기 직원들 다니는 뒷문이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 시선 끌지 않게 그쪽으로 부탁해요.”

“네. 보스.”

로건이 문을 닫고 나가자 제이코가 ‘저기 보스.’하며 나를 바라봤다.

“네. 제이코. 말씀하세요.”

“그게 말입니다. 한 국장도 오기로 했는데…….”

“네? 아니 그 아줌…… 큼. 국장이 왜 여길 와요?”

“커험. 딱히 여길 오기로 한 것은 아니고 말입니다.”

“네?”

“그게 저와 약속이 있었는데. 그게 깨지는 바람에…….”

한 국장과 제이코가 이 밤중에 약속이 있었다고? 노총각, 노처녀가 야심한 밤에?

내가 의심 섞인 눈으로 바라보자, 제이코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둘이 만납니까?”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그런 관계는 아닌데 야심한 밤에 남녀가 약속을 했다…….”

“그냥 가볍게. 서로를 위하는…….”

제이코는 대충 넘어가 달라는 듯 코끝을 찡그렸다.

“아니.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인데. 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한 국장이 여길 왜 오냐고요.”

“보스가 외출하면…….”

“문제가 생긴다?”

“네. 특종이 터질 거라고 은근히 기대하더군요.”

“아이고 머리야.”

내가 머리를 감싸 안자, 제이코가 죄송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지 말라고 하겠습니다.”

“아니요. 그런다고 멈출 한 국장도 아니고. 국내 문제에 국한해서 공개하도록 하죠. 어차피 여기 클럽이든 저 방에 있는 강간범이든 간에 마무리는 지어야 하니까. 다른 쪽에 특종이 넘어가는 것보단 내 방송국에서 터트리는 게 백배 나은 일입니다.”

“하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밖으로 나갔던 로버트가 손님들을 모시고 모습을 나타냈다.

“회장님. 저 왔습니다. 그런데 미팅 장소가 클럽이라니. 깜짝 놀랐지 뭡니까.”

신당 대표 김덕영이 모습을 드러내고, 천기득 회장과 정진호 회장. 한중근 회장과 한성희 국장까지 우르르 방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김덕영은 뭔가 기대하는 눈빛이었지만, 대충 소식을 전해 들은 천 회장 일행과 한 국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여러분.”

시선이 집중됐다.

“새로운 작전이 하나 있는데…… 참여해 보시렵니까?”

“네? 작전이요?”

김덕영은 그게 무슨 소립니까?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작전에 참여했던 천 회장 일행은 단박에 눈을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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