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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04화 (105/224)

104장. 너도나도 작전 개시.

주몽이 RT와 김인선을 데리고 클럽에 들어가고 잠시 뒤, 인근 길가에 검게 선팅된 승합차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 고주몽 확인. 클럽 입성.

― 요원 대기 중.

차 안에 무전 소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팀장님. 지금 투입합니까?”

짐이 헤드셋을 찬 상태로 알렉스를 바라봤다. 그런데 알렉스는 이번 작전에 동참한 CIA 요원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별걸 다 경쟁을 하려 드는군.”

알렉스의 말에 CIA 요원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구경꾼을 자처하던 국가들까지 끼어든 것 같습니다.”

“허.”

알렉스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우리 쪽 보안이 뚫렸다는 말인데……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겁니까.”

알렉스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안합니다.”

CIA 요원은 실수를 인정한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디서 정보가 빠져나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팀장님?”

짐이 다시 한번 알렉스를 불렀다.

“어. 그래.”

“투입할까요?”

짐이 재차 명령을 내려 달라고 하자, 알렉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시작해.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없잖아.”

“알겠습니다.”

짐은 헤드셋을 만지작거리며 현장 요원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작전을 시작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짐이 무전을 날리자, 클럽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현장 요원 세 명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작전의 메인을 맡은 서지은은 개시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동료 요원 두 명을 바라봤다.

레이나와 로즈 두 사람도 무전을 확인했기에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20대 1의 경쟁률인가?”

레이나의 말에 로즈가 피식 웃음을 보였다.

“작전 내용도 웃기지만 이런 작전에 경쟁자가 수십이라니.”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도 쟁쟁한 애들을 붙였을 거야. 닭 쫓던 개가 되지 않으려면 방심하지마.”

서지은의 말에 레이나와 로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그래.”

세 사람이 작전 성공에 의지를 다지며 클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저기 봐.”

레이나가 턱 끝으로 한쪽을 가리키자 서지은과 로즈의 시선이 움직였다.

“러시아 쪽 같은데.”

딱 봐도 슬라브 계통이다.

“저쪽은 두 명을 동원했나 보네.”

“20대 1이 아니라 30, 40 대 1일 수도 있겠는걸.”

나라당 1명씩만 동원해도 20명이다. 그런데 2명 이상의 인력을 이번 작전에 투입했다면 그 숫자는 금세 40명 이상으로 불어난다.

“남자 하나 꼬시는 작전에 무슨…….”

로즈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대화는 미국팀만 나누는 게 아니었다.

맞은편에서 서지은과 레이나, 로즈를 발견한 러시아 팀도 표정이 굳기는 마찬가지다.

“올가. 만만치 않겠는데.”

플로라가 미간을 찡그리자 올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애들 같은데…… 3명이나 동원했네.”

“응. 그것도 각각 스타일을 다르게 해서.”

올가는 곧바로 작전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러시아팀을 지휘하고 있던 니콜라이는 올가의 보고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여간 능력도 없는 것들이 숫자만 많으면 좋은 줄 알고.”

니콜라이는 올가와 플로라에게 재차 무전을 날렸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미국엔 절대 밀리지 마! 슬라이브 혈족의 우수성을 증명해내!”

― 네. 알겠습니다.

― 방해해서라도 미국 쪽이 고주몽에게 다가가는 걸 원천봉쇄하겠습니다.

클럽 헤드라인의 수질 관리를 맡은 이 부장은 ‘어?’하는 소리를 냈다. 가드들 역시 ‘오오’하는 소리를 내며 눈을 반짝였다.

“오늘 무슨 날인가?”

이 부장은 속속들이 모여드는 다국적 미녀들에 절로 군침이 넘어갔다.

나름 예쁘장하게 생긴 외국녀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미녀들 수십 명이 우르르 달려든 것이다.

“야, 재들은 줄 세우지 마. 그냥 들여보네.”

“네. 부장님.”

“그리고 이사님에게 전화 넣어라. 헤드라인 수질이 역대 최고급이라고. VIP들에게 전화 싹 돌리라고 해.”

“알겠습니다.”

가드들은 이 부장의 지시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였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했던 헤드라인은 서른 명 가까운 다국적 미녀들의 등장에 전화통을 붙잡고 VIP 모시기에 나섰다.

클럽 입구에 다다른 다국적 미녀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두 사람 정도라면 서로 모른척하며 각자 움직이겠지만, 숫자도 그렇고 서로가 같은 목표를 두고 움직이다 보니 몰라볼 수가 없다.

고주몽 재산에 대한 처리 협의를 위해 한국에 들어왔던 6개국은 물론이고 한 걸음 물러나서 구경만 하고 있던 13개국까지 이번 작전에 머리를 내민 것이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영국 쪽 요원 엘리자베스다.

“이거야 원. 미국과 러시아는 물량전인가?”

엘리자베스의 말에 혼자 작전에 투입된 여자들이 러시아와 미국 쪽 요원들을 흘겨봤다.

요원들 사이에 빠지직 스파크가 튀었다.

납치, 전투, 제거, 정보획득 등의 작전이 아니라 여자의 매력을 무기로 남자 하나를 꼬시는 작전이다 보니 평소와 다른 경쟁심이 촉발된 것이다.

다들 하나 같이 엘리트 출신의 요원들이다 보니 자존심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이 싸움에서 밀리면 매력 없는 여자라는 소리를 듣게 생겼다.

프랑스 요원 클로이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진정들 하지. 목표엔 가보지도 못하고 여기서 싸움질하다 끝낼 건가?”

여자들 시선이 클로이에게 집중됐다.

“워워. 그렇게 쏘아보지 말자고. 의견을 내려고 그러는 거니까.”

“의견?”

“무슨 의견?”

“생각해 봐. 지금, 이 숫자가 한 명씩 접근을 한다 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

“…….”

“내 예상이 맞다면 서로 접근조차 못 하게 하려고 경쟁만 하다 끝나고 말걸.”

클로이의 말에 몇몇 요원이 고개를 끄덕여다.

자신들이 성공할 수 없다면 방해를 해서라도 작전을 망가트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 의견을 내겠다는 거지?”

“주위 시선을 봐. 예전보다 외국인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여긴 동양이고 한국이라고. 이렇게 많은 수가 따로따로 움직여봤자 파리 떼만 꼬일 거야.”

파리 떼가 꼬일 수도 있다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꽃 한 송이가 아니라 아예 꽃밭이 만들어졌으니 파리뿐 아니라 온갖 벌레가 꼬인다고 봐야 했다.

“벌레도 차단하고 우리도 공정대결을 펼칠 방법이 있어.”

클레이의 말에 요원들이 호기심 섞인 표정이 됐다.

“일단 우리는 모두 같은 모임이야.”

“같은 모임?”

“그래. 예를 들면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동기들?”

“좋아. 그다음엔? 어떻게 공정대결을 하자는 거지?”

“우리 쪽 정보에 의하면 고주몽이 룸을 대여했어.”

클로이의 말에 같은 정보를 입수한 요원들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경쟁자는 우리뿐만이 아니야.”

“G20 이외에 다른 나라도 참가를 했다는 말인가?”

올가가 미간을 찌푸렸다.

“훗. 그럴 리가 있나.”

“그러면?”

“한국 여자들은 여자가 아닌가? 어쩌면 우리보다 더 강력한 적이라고 봐야 할 거다. 이쪽 문화에 익숙지 못한 우리와 다른 존재들이니까.”

“아…….”

“그렇지…….”

요원들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잊고 있었다는 듯 다들 눈 끝을 찡그렸다.

“시나리오가 있나?”

뒤늦게 작전에 투입된 일본의 미사키가 클로이를 바라봤다.

“물론. 파리 떼는 물론이고 한국 여자들도 한 번에 치워 버릴 수 있는 시나리오지.”

“궁금하군.”

“내 시나리오는 이래. 우리는 같은 모임 사람들이고 오랜만에 클럽에 놀러 온 거야. 그리고 우리 중 누구든 고주몽과 링크 라인을 만드는 거야.”

“링크 라인을 만든 다음에 곧바로 배신하면?”

“그게 될 것 같아? 배신하는 순간 공공의 적이 될 텐데.”

“어차피 승자는 한 명 아닌가?”

러시아 요원 플로라가 의미 없는 짓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줬으면 좋겠군.”

클로이는 요원들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의 공조는 룸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하. 그러니까. 같은 모임 사람들로 위장하고 누구든 링크 라인을 만들어서…….”

“그래. 우리가 모두 룸에 투입되는 거지.”

“공정경쟁은 룸까지라는 말이군.”

“안에 들어가서는 어차피 각자 경쟁하는 게 맞으니까. 어때? 내 생각이.”

클로이의 제안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지 요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좋아. 룸까지는 공조하는 거로 하지.”

“저기, 한 가지 덧붙일 수 있을까요?”

말없이 이야기만 듣고 있던 중국 쪽 장신위안이 슬쩍 손을 들었다.

“말해봐요.”

“룸 내부에서 인신공격이나 국적과 관련된 문제는 제기하지 않는 거로 하죠.”

“왜 그래야 하지?”

“그랬다가는 우리끼리 싸우다가 끝날 테니까요.”

장신위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군. 고주몽의 호감을 사도 모자랄 판에 우리끼리 치고받을 수는 없는 일이지.”

크로이와 장신위안의 제안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데, 헤드라인 입구 관리자 이 부장이 ‘하하’거리며 이들에게 다가왔다.

“레이디스. 웰컴 투 헤드라인.”

이 부장은 양손을 펼쳐 보이며 공조 체계에 합의한 다국적 미인들에게 환영 인사를 날렸다.

“노 라인. 다이렉트 인! 클럽 헤드라인. 오케이?”

이 부장은 짧은 영어에 여자들이 호호 웃음을 보였다.

살벌한 표정으로 서로를 노려보던 눈빛을 게눈 감추듯 갈무리한 다국적 미녀들은 이 부장의 환영 인사에 ‘슈어? 리얼리?’등의 말을 던지며 분위기를 맞춰나갔다.

인근에서 작전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각국 지휘부는 요원들의 공조 소식에 다들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왜 다른 나라와 공조를 해!”

“그렇게 자신이 없어? 그냥 혼자서 움직이라고!”

“그러다 뒤통수 맞으면 머저리 소리 듣는다고! 그냥 혼자서 움직여!”

이렇게 반응하는 지휘부도 있고.

“룸까지는 함께 움직인 다라. 프랑스 요원이 쓸만한 제안을 했군.”

“나도 여기가 아니라 클럽에 있다면 파리 떼가 될 판이야.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귀찮은 것들이 달라붙으면 오히려 작전에 방해가 될 테니까.”

이런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 같이 공통으로 떠드는 말이 있다.

“작전에 참여한 타국 요원들 정보부터 확인해! 약점이 될만한 게 있으면 현장에 곧바로 무전 날려!”

“상대를 깎아내릴 수 있는 자료는 뭐가 됐든 다 긁어와.”

“저것들 버진은 아닐 거잖아. 과거에 만났던 남자들 정보를 찾아봐! 과거가 있는 여자는 남자에게 불편한 존재니까!”

이렇게 지휘부가 치정극 분위기로 흘러갈 무렵, 다국적 미녀들을 클럽 헤드라인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데 성공한 이 부장은 연신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 부장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고객 관리를 전담하는 곽 이사에게 찾아갔다.

“VIP 연락은 끝났습니까?”

“그래.”

“물약은?”

“준비해 놨다.”

“히야. 어디서 저런 애들이 떼로 나타났는지. 완전 미스 유니버스 아닙니까.”

이 부장의 말에 곽 이사가 킥킥 웃음을 흘렸다.

“오늘 화끈하게 벌어보자.”

“분위기 보니까. 어학당 다니는 애들이 한국 클럽에서 놀아보겠다고 온 것 같던데…….”

“뭐?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VIP 숫자라 봐야 열도 안되지 않습니까. 후루릅. 우리도 오랜만에…….”

“이 자식이.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외국 애들이라 어디 가서 말도 못 할 거다. 우리도 오래간만에 몸보신도 하고 그러자.”

곽 이사는 가슴을 움켜쥐는 모션을 취하며 징그럽게 웃어 보였다.

“돈도 벌고 뽕도 따고. 오늘 운수 대통입니다요.”

“파리 떼 꼬이지 않게 단도리 잘해라. VIP 손타기 전에 침 묻으면 알지?”

“장사 하루 이틀 합니까. 애들에게 지시해 놨습니다. VIP 방에 밀어 넣기 전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라고.”

“그래. 평소대로. 작전하던 대로만 하자. 문제 일으켜서 VIP 심기 상하면 여러모로 손해니까.”

“그럼요.”

이 부장은 히히거리며 연신 손바닥을 비벼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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