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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102화 (103/224)

102장. 꼼수 부리는 놈들 - 2

떡을 만지면 고물이 묻기 마련이다. 한국말 속담이지만, 비슷한 뜻의 말은 세계 어느 곳에나 존재했다.

그리고 이 속담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던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각국 주몽 관리팀이다.

손에 묻은 고물만으로도 한평생 떵떵거릴 수 있는 돈을 얻을 수 있단 생각에 희망에 부풀었던 주몽 관리팀은 난데없이 벼락을 얻어맞았다.

주몽의 죽음을 확실시하고 뒷구멍 작전을 시작했는데, 작전은 시작도 못 해 보고 욕만 잔뜩 처먹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몽의 귀환과 함께 각국 정부에 ‘자국 시민의 안전엔 관심도 없는 무능한 놈들’이라는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어떻게 자국 시민이 실종되었는데 누구 한 명 나서서 조사하거나, 문제 삼는 국가가 없냐는 주몽의 비아냥이었다.

이번 작전을 승인했던 각국 정부는 앗 뜨거라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무사 귀환 축하!’ 메시지를 발송했다. 하지만 돌아온 메시지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너희가 나 없는 동안에 무슨 짓을 꾸몄는지 다 알고 있다!’

2차 메시지에 각국 정부는 재빨리 반응했다.

‘우리는 모르는 일이었다. 미안하다.’

⇒ 지금 무능하다고 인정하는 거?

‘불법적 행위에 나선 이들을 엄벌하겠다! 그러니까 한 번 봐주라.’

⇒ 꼬리 자르기냐?

‘한국에서의 복수를 적극적으로 돕겠다.’

⇒ 복수는 이미 다 마무리했다. 뒷북치지 마라.

‘우리는 당신의 무사 귀환을 위해 기도회까지 열었었다. 진짜다!’

⇒ 나도 나를 위해 기도했다. 미친 듯이!

각국 정부에서 날아든 메시지를 수신한 주몽이 3차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바보냐? 내 돈 털어먹자고 뻐꾸기 날렸다면서! 제이코가 다 불었다.’

‘…….’

* * *

“정부에선 아직 연락이 없나?”

주몽 ‘재산 강탈 작전’에 선봉장으로 나섰던 알렉스는 초조한 기색으로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오리발 작전 중이랍니다.”

“젠장. 오리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가 이래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자고 그렇게 의견을 냈는데!”

알렉스는 신경질적으로 소파를 걷어찼다.

“일단 좀 더 기다려보죠.”

“기다리긴 뭘 기다려! 당장 짐 싸!”

알렉스는 씩씩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알렉스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던 짐과 샤론은 푹푹 한숨만 쏟아냈다.

“아니 평소엔 그렇게 고주몽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더니, 왜 이번엔 그렇게 반대를 했는지 모르겠다.”

“결과가 말해주고 있잖아.”

짐의 말에 샤론이 어깨를 으쓱였다.

정부가 강탈 작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때 유일하게 반대를 외쳤단 사람이 알렉스다.

물론, 작전 자체를 반대했다기보다 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 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알렉스가 우려했던 대로 고주몽은 살아 돌아왔고 그간 각국 정부가 벌였던 일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다른 이들이 불만을 보였다면 그러려니 하고 말았겠지만, 고주몽은 언제든지 깽판을 칠 수 있는 무지막지한 현금을 쥐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당장 대왕 그룹만 해도 그랬다.

글로벌 전자 기업으로 이름이 높은 대왕이 주몽 손에 들어가리라고 어느 누가 예상을 했냔 말이다.

고주몽의 나이나 사회적 경험이 짧다는 이유로 무시했던 이들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나이나 사회적 경험을 이유로 무시할 대상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 낸 것이다.

그런 놈이 자신의 사후에 대해 어설프게 준비를 했을 리 없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놈들을 대상으로 반격 포인트를 준비해 놓았을 거라는 게 알렉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죽어 시체가 되어버렸을 주몽이 무슨 수로 반격을 하겠냐며 알렉스의 의견을 무시했고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방으로 들어온 알렉스는 심한 갈증이 일자,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절대 그냥 있을 놈이 아니야. 분명히 뭔가 반격을 해 올 거야.”

개인이 정부를 대상으로 ‘협박’ 메시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날리는 놈이다.

예전 같으면 그저 돈만 많은 놈이었지만, 이젠 전 세계 반도체 공급 물량을 임의로 조정할 힘까지 손에 넣은 상태다.

그것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마저 한 손에 넣고 흔들 수 있는 권력자로 성큼 올라섰으니 더 이상 고주몽을 돈 많은 '개인'이라고 치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알렉스는 주몽의 메시지를 일종의 선전포고로 생각했다.

“멍청하게 시간만 보냈다가는…….”

알렉스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CIA에 연락을 넣어.”

“네? CIA요?”

샤론이 눈을 껌뻑이며 알렉스를 바라봤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놈들이 있을 거 아니냐! 한국에 들어온 놈들!”

“아. 네. 잠시만.”

샤론은 곧바로 미국에 연락을 넣었다.

“주한미군 쪽에 대기 중이랍니다.”

“멍청하기는! 당장 이쪽으로 불러.”

“불러서요?”

“감시라도 하라고 해! 세금으로 밥만 처먹고 놀지 말고 일을 하라고 전해!”

알렉스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샤론은 두 말없이 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일전에 내가 말했던 거 있지.”

“일전에 라면 어떤…….”

“주몽 옆에 여자 말이야!”

“아. 네.”

“그 자식 솔로라면서.”

“네. 현재 만나는 여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엘리스 R 고든은 확실히 떨어져 나간 거 맞지?”

“네. 사퇴 처리되었습니다.”

“좋아. 그때 준비했던 측근 작전도 준비한다.”

“지금 말입니까?”

“그러면? 놈이 공격에 나선 다음에 할래? 뭐가 됐든 있는 방법은 다 써봐야 할 거 아냐!”

“하지만, 본국에서 아직 연락이…….”

“멍청하기는. 고주몽을 암살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사람 하나 붙이는 것까지 허락을 받아가면서 일하려면 뭐하러 관리팀을 운영해. 그때 리스트 뽑아 놨던 거 가져와!”

알렉스의 외침에 짐이 후다닥 노트북을 켰다.

“여기 있습니다.”

짐은 리스트를 띄워 노트북 화면을 알렉스 쪽으로 돌렸다. 알렉스는 리스트를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인적사항과 사진까지 꼼꼼히 챙겼다.

“샤론. 전통적인 동양 미인과 동서양 구분 없는 미인 중 어느 쪽이 좋을까?”

“그거야 고주몽 취향을 알지 못하니…….”

샤론은 선뜻 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래. 굳이 한 명으로 국한할 필요는 없지. 동양 미인과 서구적 미인 그리고 동서양 양쪽에서 모두 통할 타입으로 세 명. 국적은 한국과 미국.”

“네. 확인하겠습니다.”

샤론은 세 가지 타입의 여성을 선정하더니 파일을 프린트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세 사람 모두 CIA에서 포섭한 현장 요원들인데…… 위쪽에 보고도 없이 투입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샤론이 슬쩍 알렉스의 눈치를 봤다.

“이봐. 지금 그런 것 따질 때야? 어떻게든 주몽 옆에 사람을 붙여서 그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야 하잖아!”

“네! 알겠습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 놓겠습니다.”

알렉스 팀이 다양한 접근 방법을 논의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그 시각. 다른 호텔에 투숙 중인 운영팀들도 머리를 싸매긴 마찬가지였다.

“니콜라이 팀장. 미국 팀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보고해.”

“네. 감청이 쉽지 않아 처음엔 고생했습니다만, 알렉스가 워낙 소리를 질러대서 지금은 문에 귀만 가져다 대도 다 들린다고 하네요. 현재 알려진 내용을 말씀드리면 고주몽 옆에 여자를 붙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자?”

“네. GO컴퍼니 내부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사적 관계를 이용해 접근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미인계군.”

“네. 그렇습니다.”

“우리도 준비해.”

“네?”

“미인 하면 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잖아.”

알렉스의 미인계는 다른 나라들에 하나둘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상황에 무슨 놈의 미인계냐며 툴툴거렸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게 나쁘다고만 볼 수가 없다.

고주몽 옆에 자신들의 정보원을 붙여 놓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빨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너나 할 것 없이 요원 선정에 나섰다.

정부와 GO 컴퍼니 간에 설왕설래 메시지 설전이 오고 가는 사이 6개국 관리팀에 ‘미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니콜라이는 모스크바에서 쏜살같이 날아온 두 여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인들의 나라 러시아답게 남자라면 눈이 돌아갈 만큼 압도적인 미모를 지닌 요원들이다.

두 사람 모두 현직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부족한 곳이 없었다.

“올가 요원. 플로라 요원.”

“네. 니콜라이 팀장님.”

“고주몽을 손에 넣어라. 아이스크림 녹이듯 놈을 녹여서 너희들 사람으로 만들어!”

영국은 MI5에서 차출한 엘리자베스가 투입됐고, 프랑스는 국내 중앙정보국(DCRI)에서 최고 미인으로 꼽히는 클로이가 바다를 건너 넘어왔다.

중국은 배우이자 모델로 활동 중인 장신 위안(張辛苑)을 강제 차출했고 미인계 작전을 최초로 수립한 알렉스 팀은 각각의 매력과 미모를 지닌 서지은, 레이나, 로즈 세 사람을 투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주몽 옆에서 먼지처럼 떨어지는 정보만 주워 먹어도 각국 정보 분석팀을 동원해 주몽의 꼼수 또는 공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고 혹, 투자 정보라도 얻어내면 그에 편승에 자금을 운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이와 무관하게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몽이 미친 짓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달래기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뭐든 해 보자며 미인계까지 시작한 다른 나라 관리팀과 달리 일본은 고민스러운 표정이 됐다.

“우리도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팀원의 말에 스즈키는 묵묵부답이다.

“팀장님.”

“기다려봐. 우리 마음대로 움직였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땐 또 어떻게 하려고!”

스즈키라고 멍청하게 시간만 보내고 싶겠는가.

일본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나라다. 안 그래도 감정적 대립이 심한 상태인데, 자칫 일이 꼬이는 날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수도 있었다.

‘멍청한 놈들. 일을 처리하려면 깔끔하게 처리했어야지. 왜 살아 돌아오게 만들어서는…….’

주몽 실종 후 의견서를 받아든 다른 나라와 달리 일본 관리팀은 주몽 제거 작전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한국과 연결된 끈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이번 일을 주도적으로 이끈 안태완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일도 있었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자칫 그런 사실이 밖으로 흘러나갔다가는 주몽의 공격 1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본국에서 연락입니다.”

“뭐라고 하나?”

“내각조사실에서 요원을 보내겠답니다.”

“요원? 어떤 요원?”

“미인계에 동참하라는 지시입니다. 미사키 ― 美咲(みさき) 23세. 도쿄대 출신 재원으로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허…… 미치겠군. 다른 건 없나?”

“내부적으로 고주몽의 시민권 박탈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답니다.”

“시민권 박탈? 이제 와서? 무슨 수로?”

“그건 저도 잘…….”

“멍청한 인간들! 애초부터 시민권 따위 주지 말자고 할 때는 나 몰라라 하더니.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들이야!”

스즈키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분통을 터트렸다. UN에서 떨어지는 돈을 받아먹겠다고 혀를 날름거릴 때부터 알아봤다.

“처음부터 안 줬으면 모를까. 줬다 뺏으면 더 열 받는다는 걸 왜 모르는 거야!”

스즈키 자신도 한때 시민권 박탈에 대한 의견을 냈던 적이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천양지차다.

당시엔 그저 돈벼락을 맞은 운 좋은 놈이었지만, 지금은 거대 기업을 다수 보유한 데다 한국 정치까지 관여할 정도로 거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잘못 건드렸다간, 2차 무역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각국 관리팀이 주몽의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측근을 붙이려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CIA 감시팀 보고입니다!”

“내각조사실 감시팀 연락 왔습니다!”

“정보총국에서 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변장했지만, 고주몽 본인이 확실시됨. 경호는 근접 경호 1인. 원거리 경호 확인됨!”

“이동 경로 추적 중!”

“강남 일대 배회 중. 목적지 아직 확인 못 함.”

“클럽 헤드라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 힙합 드레스 샵에서 환복 중!”

“작전에 투입될 진드기 대기 중!”

“헤드라인 확인! 진입!”

“요원 투입해! 우연을 가장하든 옷을 벗고 달려들든 고주몽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다른 나라에 절대 빼앗기지 말라! 자국 미인의 우수성을 증명해!”

평소에도 미인들 많기로 유명한 클럽 헤드라인에 다국적 초특급 미녀들이 우르르 등장하자 클럽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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