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95화 (96/224)

095장. 그래서 문제입니다.

이것도 전쟁이라면 전쟁이다.

패배했다면 모를까, 일단 이겼으니 땅이든 뭐든 챙길 건 챙기는 것이 도리다.

국내 대기업 지주회사 설립건 이후로 고만고만하게 투자 라이프를 이어가고 있던 미국팀은 간만에 신이 났다.

언론 3사 사주들이 살인 공모, 교사 혐의로 체포가 되자 떨어진 주식을 쓸어 담았다.

대왕을 비롯한 나머지 세 개 그룹 역시 ‘대놓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그룹 소유주에 테러를 가한 놈들을 가만둘 리가 없지 않은가.

살인 공모에 참여했던 언론 3사는 대왕, 선진, 진영 그룹의 공격에 단박에 휘청거렸다.

거기다 검찰의 연이은 압수수색과 세무조사가 뒤를 이었다.

예전 같으면 사주를 지키기 위해 대동단결을 해야 하느니 마느니 지랄을 떨 인간들도 이번 사건엔 행여 불똥이 튈까 몸을 사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직 검사 앞에서 대놓고 살인을 고백해 버린 상황이다. 어설프게 누명이니 억울한 일이니 하면서 주둥이를 놀렸다간 도매금으로 같이 쓸려나갈 것이다.

처음엔 함정수사니 뭐니 떠들어 대는 놈들도 있었지만, 폐차 직전으로 부서진 방탄 롤스로이스와 피투성이 모습으로 쓰러진 내 모습이 공개되자, 그런 말들도 쏙 들어가 버렸다.

GO 컴퍼니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설사 똥 싸대듯 신나게 써 갈겼던 가짜 뉴스와 나는 물론이고 가족까지 쓰레기로 몰고 갔던 기사 작성자들 역시 천문학적인 소송에 연타로 뺨을 맞았다.

몇몇 눈치 없는 놈들이 언론의 자유니, 표현의 자유니 하며 개소리를 지껄였지만, 싸지르기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그간의 전횡이 먹힐 리가 없다.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언론조작과 살인 공모, 범죄 은폐, 조작 행위로 엮어 넣었다.

소설과 기사의 차이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기레기들 전부가 고소, 고발을 당했다.

기성 언론은 물론이고 받아쓰기로 클릭 수 높이기에 여념이 없던 인터넷 언론사는 물론이고 인터넷에 악플을 달며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기던 인간들까지 모조리 고소해 버리니 이번 사건에 연루돼 소송을 당한 기자 수만 해도 수백 명이 넘어갔고 고소된 네티즌만 해도 수천 명에 달했다.

제일 로펌은 물론이고 국내 실력 좀 있다는 로펌 전체가 고용해서 전쟁을 벌이니 그야말로 언론 초토화 악플러 삭초제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혹자는 대한민국 언론의 붕괴라는 개소리를 지껄였지만, 대다수 국민은 법전에도 없는 그들만의 특혜를 주장하며 ‘기자’라는 명찰만 믿고 마음껏 헛소리를 지껄인 대가를 이제라도 치를 수 있게 되었다며 환호하고 손뼉을 쳤다.

역사와 전통? 대한민국 여론을 지배하는 거대 언론?

과거 한때 정부와 대통령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텨냈던 이들이었지만 이번엔 상대가 달랐다.

정권은 5년만 버티면 그만이지만, 나는 죽어 나자빠져도 무한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내가 없어도 GO 컴퍼니와 복수 재단이 지옥 끝까지 쫓아가 끝장을 내 버렸을 테니까 말이다.

이번 일에 티끌만큼이라도 관련이 있다는 게 확인된 자들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여·야 정치인들과 이들의 권력에 빌붙어 출입국 기록을 조작했던 장관과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국정원 2차장과 그를 라인 삼아 줄을 잡았던 이들도 맷돌에 갈려 콩국물이 됐다.

특히, 국회의원 신분을 앞세우고 거대 정당이라는 명판을 앞세워 법질서를 우롱했던 이들 역시 철퇴를 두들겨 맞았다.

사건과 관련된 의원들 이젠 전직 의원들이라 불러야 할 이들도 모조리 구속됐고, 그간 의원 배지 때문에 건들지 못하고 있던 비리 정치인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선거 참패와 의원직 상실은 산소 호흡기를 떼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와중에 의외의 결과를 맞이한 이들이 있었는데, 바로 인천지검장과 검찰국장이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이번 일에 연관됐던 두 사람은 마치 거대음모와 범죄를 파헤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적진에 달려 들어간 열혈검사로 인식이 됐고 그게 또 인기를 얻은 것이다.

내 사람이 된 이상, 최대한 신변을 지켜주고 엉뚱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여론몰이를 한 점도 있지만, 국민이 보기엔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그런 검사가 된 것이다.

덕분에 자리를 내놓고 야인으로 돌아갈 것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번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오히려 승진하게 생겼다.

물론 이 모든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익현 차장검사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부패한 재벌가를 단죄한 검사로 이미 이름이 높았었는데, 정치인과 언론인 정부 고위 관료까지 연결된 ‘글로벌 게이트(글로벌 복권 당첨자 살해 공모 및 재산 강탈 음모 사건을 줄여서 글로벌 게이트라고 불렀다)’를 시원스럽게 해결해 버리니 하나같이 검찰의 차기 총수감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익현 차장으로선 자신이 꿈꾸던 자리에 누구보다 가깝게 다가갔다고 할 것이다.

세간에 ‘고주몽 실종 사건’ 또는 ‘고주몽 살해 음모’라 명명된 이번 사건은 내가 방송에 나와 ‘복수’ 운운했던 말들이 그저 말장난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셈이 됐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방귀 좀 뀐다는 놈들 뇌리에 '고주몽 저건 벌집이야. 그것도 그냥 벌집이 아니라 꿀이라곤 들어 있지도 않은 말벌집!' 이런 사고가 송곳처럼 박혔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적들의 목과 전리품 챙기기를 마무리 지은 나는 조용히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맞은 적도 없는 칼자국까지 만들어가며 한판 연극을 벌였지만, 언제까지 병원에 누워서 환자 놀이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안태완의 신병은 결국 확보하지 못했다는 말이군요.”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눈치가 빠른 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칼을 꺼내 들고 휘두르는 사이 안태완은 한국이 아닌 외국으로 나간 상태였다.

검찰은 안태완의 신병을 구속하기 위해 급히 흔적을 뒤졌지만, 소리소문없이 말 그대로 종적을 감춰버렸다.

“청와대에선 뭐라고 합니까?”

여·야 정당은 물론이고 거대 언론사와 국정원 거기다 청와대 안보수석까지 얽힌 일이다. 청와대도 이번 사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박산호 부장이 대답했다.

“공식적인 답변은 내놓았지만, 대표님에겐 아직 이렇다 할 메시지가 없는 상태입니다.”

성역 없는 수사. 관련자들의 엄벌이라는 뻔한 소리만 늘어놨을 뿐, 그 이상의 반응은 아직 없다는 소리다.

“하긴 망연자실하기도 하겠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한 안보수석이 살인 범죄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난리가 났을 텐데, 청와대 압수수색이라는 치욕까지 당했으니.”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익현 차장은 철갑탱크처럼 청와대를 밀고 들어가, 안보수석실은 물론이고 업무 관련자들까지 싹 털어버렸다.

안 그래도 식물 정부니 허수아비 정부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던 이번 정권은 글로벌 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망조가 들어버렸다.

레임덕이니 뭐니 떠들 필요도 없는 사망 정권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나라 곳곳에서 ‘탄핵’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올 정도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 결과가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온갖 미친 짓을 벌여도 콘크리트 지지층이 흔들림 없이 표를 지켜줬는데 이번만큼은 표심이 완전히 돌아서 버렸으니 말입니다.”

“일단 알았습니다. 청와대에서 연락이 오면 바로 보고해 주고 다음 일정 갑시다.”

“김덕영 당 대표와 원내대표, 당 지부도 인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선거 전후로 얼굴 한 번 못 봤네요.”

“하하. 네. 대표님께서 면회 사절이라고 못을 박으셔서.”

“가 봅시다. 거기 휠체어 좀 줘요. 아무리 우리 쪽 사람들이라고 해도 조심할 건 해야죠.”

“네. 대표님.”

나는 칼 맞은 환자 코스프레를 하고 박산호가 미는 휠체어에 앉아 회의실로 향했다.

“대표님!”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병원에 더 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신당 지도부 인사들은 하나 같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들의 자리가 그들의 향후 정치 인생이 나의 안전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 당연한 반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 대박을 터트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입에 담기 민망한 일이지만, 이게 모두 대표님 덕분입니다.”

김덕영의 말에 지도부 인사들 모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불행이 이들에겐 행운으로 돌아간 셈이니 좋으면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그런 입장이 된 것이다.

“듣기로 신당의 의원들은 80%가 초선이라고 하던데, 국회 업무를 보는 데 문제는 없겠습니까?”

신당의 구성인원은 모두 세 부류다.

김덕영처럼 내 사람으로 시작한 이들이 첫 부류고 철새 소리 들어가며 당적을 옮긴 이들이 두 번째. 마지막으로 정치에 뜻을 둔 초보자들이 마지막 부류다.

본래 예상대로라면 20석에서 최대 30석 정도를 예상했는데, 나에 대한 납치살해, 재산갈취 등의 음모가 드러나고 신당이 지역구 의원이 되면 천문학적인 자본을 지닌 고주몽의 투자 지원이 있을 거라는 말까지 더해지자, 경험이라도 쌓겠다고 찾아왔던 신인들이 대거 당선이 돼버렸다.

물론 그 중엔 기존 정치인들 밑에서 보좌관 생활을 하며 나름 경력을 쌓은 이들도 있었지만, 신당의 당선자 반수 이상이 초짜 신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당이 기존 여·야 정당들처럼 오랜 역사와 정치적 유산을 지니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당 대표부터가 외교부 소속 공무원이었을 정도로 정치 쪽엔 신인이나 마찬가지니 당 전체가 신인이라도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그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김덕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신인들이 문제라도 일으킨 겁니까?”

“문제라면 문제인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김덕영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이젠 전직 부총리 명찰을 떼고 현직 의원이 된 함상호가 대신 입을 열었다.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의욕이 넘친다고 할 수 있고, 반대로 표현하자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날뛴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함상호의 말에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왔다.

“한마디로 질서가 없다는 말이군요.”

“하하. 그렇게 표현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리 신인이 많다고 해도 신당이 초짜들로만 구성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컨트롤이 안됩니까?”

내 질문에 전직 외교부 장관 명찰을 뗀 육성철 의원이 입을 열었다.

“컨트롤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당규입니다.”

“당규요?”

“네. 신당에 속한 의원들은 모두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습니까.”

“네. 그랬죠.”

“계약서에 따르면 당규에 벗어나지 않는 정치 활동은 완벽히 보장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군요.”

“정치적 자율을 보장하는 당규가 이들의 욕심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욕심을 부추겨요?”

“임기 동안 바른 정치 활동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면 속된 말로 로또 이상 가는 대박이 터지는 셈입니다.”

“아아. 은퇴축하금 말이군요.”

“네. 거기다 정치활동비도 충분히 지원을 해주니, 하고 싶은 게 한둘이겠습니까. 자신의 지역구 일은 물론이고 법안 발의까지 임기 동안 최소 10개씩은 만들어낼 판입니다. 다음 선거에 얼굴이라도 내밀려면 뭔가 성과가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과거 어떤 의원은 삼선 의원 명찰을 달고도 그 오랜 세월 법안 두어 개 슬쩍 건드린 게 전부인 사람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를 지지하는 지역 유권자들이 묻지마 투표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신당의 당선자들은 그런 지지층 자체가 없다.

말 그대로 운빨 터져서 국회에 입성한 그야말로 행운아들이란 소리다.

선거 때마다 이런 행운이 매번 찾아오진 않을 것이니 이번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소리다.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어 재선 가능성도 열어놓고 최대한 성과를 만들어서 다음 선거의 공천권 획득을 선점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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