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84화 (85/224)

084장. 초대장이 아니라 사망예고장!

당내 지휘부를 구축하기 위해선 전당대회를 열어야 했지만, 신당은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차후, 제대로 된 대회를 통해 인선을 정하기로 했고, 전(前) 경제부총리 함상호가 임시직으로 당 대표 자리를 맡기로 했다.

여·야에서 건너온 몇몇 의원들이 자리를 탐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티 나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주몽이 은연중 함상호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말입니까?”

연락을 받고 찾아온 함상호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 함께 가주셨으면 하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함상호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현 정권에서 밀려난 사람입니다. 대표님과 함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게 의미가 있습니까?”

함상호가 신당의 대표가 됐다는 사실은 이미 대외적으로 모두 알려진 상태다.

“음…….”

“저는 청와대는 물론이고 그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미국이라면 모를까. 한국에 대해선 익숙지 않은 사람들뿐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함 대표님이라도 저를 도와주셔야지 않겠습니까.”

“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 아저씨 보게. 그래서 뒤에 숨어서 구경만 하겠다고? 그건 안될 말이지. 총알받이를 해야 할 사람들이 뒤에 있고 내가 선봉에 서면 본말이 전도되는 거라고.

“그럼 미국인들을 데리고 청와대에 들어갈까요? 그쪽 관련 정보는 개뿔도 모르는데 우르르 몰려가서 시위라도 해요?”

“하하.”

함상호가 어색한 표정으로 웃음을 보였다.

“거기다, 청와대에서 제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을 했겠습니까. 당연히 신당과 관련된 내용이 오갈 것이 분명합니다. 함 대표님이 당연히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렇군요.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네?”

“대통령이 무늬만 대통령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정책 운용하는데 여야가 모두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하셨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일부 사안에…….”

무늬 취급할 정도는 아니라며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나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

“집권 3년 차에 지지율 20%면 거의 망한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크흠.”

얼마 전까지 그 망한 정권의 부총리였던 함상호였기에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듣기 거북한 모양이다. 나는 함상호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의석수 확보에 성공한다면 말입니다.”

“네.”

“캐스팅 보트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 총선의 목표 의석수는 20~30석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 이상도 손에 넣고 싶었지만, 선거라는 게 언제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다.

현재, 여야의 의석수는 반반 치킨이라고 할 정도로 팽팽한 상태다.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우리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법안 통과를 위해선 신당의 지지와 표가 필요해질 테니까 말이다.

일명 ‘치킨 무’ 작전이라고나 할까.

“그렇게만 된다면야 바랄 나위 없겠습니다.”

“대통령과 손을 잡아보면 어떻겠습니까.”

“대통령과 말입니까?”

“되는 일 없이 청와대에서 허송세월만 하는 것보다, 와일드카드라도 한 장 들고 있는 게 대통령도 좋지 않을까 하는데.”

“신당을 와일드카드로 사용하겠다는 말씀이군요.”

“물론, 우리가 의석수를 어느 정도 확보했을 때 이야기지만, 대통령으로서도 나쁜 제안은 아니지 않습니까.”

“흐음.”

“그러니까. 옆에서 서포트 좀 잘 부탁드립니다. 신당 대표가 대통령을 밀어주겠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서로 협상만 잘 이뤄진다면 이번 선거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말입니다.”

“도움이라면 어떤…….”

협상이야 어떻게 잘 진행이 된다고 해도 대통령은 엄연히 대한당 출신의 정치인이다.

현실적으로 그가 대한당을 배신하고 신당을 도와줄 방법은 없다고 봐야 했다.

자칫 어긋난 행동을 했다간, 지금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진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하. 그 부분은 돌아가는 분위기를 봐서. 그때 이야기를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함상호 대표가 돌아가자, 박산호 부장이 곧바로 다음 스케줄을 이야기했다.

“대표님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네. 잠시만요.”

나는 책상 서랍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다.

청와대 안보수석 겸 대한민국 기득권의 메신저 안태완이 보내준 초대장이다.

처음엔 안보수석과 직접 이야기를 하게 되는가 싶었는데, 대뜸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메신저가 아니라, 이 나라 기득권을 주장하는 그들이 직접 만나보겠다고 손을 내민 것이다.

입맛에 맞는 정책을 얻어내기 위해 정권을 만들어낼 정도의 존재들.

그들의 대척점에 있는 함상호조차도 정체를 확신할 수 없다고 한 그들이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함상호는 이들을 두고 대한민국을 좀먹는 적폐로 이야기했지만, 원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를 최대한 나쁜 놈으로 치부하기 마련이다.

기득권의 초대장과 관련해 많은 의견이 오고 갔지만, 결론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 보지 않고선 그들의 정체가 뭔지, 뭘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쪽 말만 듣고 전체를 판단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내부 회의 결과 그들이 적인지 아니면 협상을 통해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선 만남 이후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출발하죠.”

“네. 대표님.”

주몽이 탄 차는 자유로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 소로로 빠져나갔다. 외길을 타고 그렇게 20분 정도 들어가자, 작은 산골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 장소를 안내하는 초대장이 없었다면 누구도 찾아오지 못할 장소다.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맞나요?”

“네. 초대장에 적힌 주소는 이곳에 맞습니다.”

“흠.”

차창 밖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겉보기만 마을이지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 걸 보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목적으로 만든 장소로 보였다.

보안 측면에선 나쁘지 않았지만, 안전을 확보하기엔 상당히 동떨어진 장소다.

마을을 둘러보던 경호팀으로부터 ‘이상 무’라는 보고가 날아들었다.

‘이상 무? 말 같지 않은 소리 하고 있네. 사람이라곤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데, 이게 정상일 리 없잖아. 로버트가 자리를 비우니 벌써 티가 나는 건가.’

로버트는 정보조직 창설을 위해 한국을 나가 있는 상태다. 곁에 있을 땐 몰랐는데, 막상 로버트가 자리를 비우니 경호팀의 움직임이 예전과 차이가 났다.

경호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주변을 살피고 상황을 파악하는 부분이 부족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박산호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일단 이곳을 떠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대표님. 약속 시각이 넘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죠. 내가 보기에도 이건 좀 이상하군요.”

나 역시 찜찜한 기분이 들어 그렇게 하자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마을로 이어지는 외길에서 차량이 올라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모습을 나타낸 차들이 하나같이 SUV나 승합차 위주였고 유리도 까맣게 선팅이 돼 있어 안을 살필 수가 없다.

차량 종류만 따져봐도 대화나 나누고자 달려오는 차들이 아니다.

“대표님. 아무래도 초대장은 함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젠장. 대화고 뭐고 필요 없다는 건가? 안보수석을 통해 초대장까지 보냈길래 얼굴 정도는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이런!”

스마트 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누르던 박산호가 다급한 음성을 뱉었다.

“또 뭡니까?”

“전파 차단입니다.”

그러니까. 통신이 끊겼다는 말인가? 아니 이 새끼들 정체가 뭐야? 뭐 하는 놈들이기에 시작부터 이 지랄을 떨어!

박산호가 당황한 만큼 나 역시 크게 당황을 했다. 비명횡사 당하지 않겠다고 이것저것 일을 벌이고 있는데, 뭔가를 해 보기도 전에 뚝배기가 깨질 상황이다.

길이라도 넓으면 도망이라도 치겠는데, 애초부터 이곳은 들어오는 길도 하나뿐이고 그것도 외길이다.

그래도 이 나라 기득권이라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갖출지 알았는데, 완전히 뒤통수 맞아버렸다.

“초대장이 아니라, 사망예고장이었네.”

나의 중얼거림에 박산호가 이를 악물었다.

“대표님. 절대 차에서 내리지 마십시오.”

“무작정 싸우지 말고, 저쪽에 책임자가 있다면 대화를 해 봐요.”

“알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산호지만, 얼굴은 죽거나 나쁘거나, 둘 중에 하나라는 표정이다.

미국도 아니고 한국 땅에서 이런 일을 당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평소 잘 돌아가던 머리도 덜컥 멈추어 서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내가 타고 있는 차가 대전차 로켓도 막아낼 수 있는 최강의 방탄 차량이라는 정도랄까?

* * *

전 정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야 정당은 그야말로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속된 말로 표현하면 총칼 없는 내전(內戰)이 치러지는 중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고대로부터 내전을 종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의 적이다.

고주몽이라는 느닷없이 튀어나온 글로벌 복권 당첨자라는 현금 부자가 이들 모두에게 심각하리만큼 위협적인 적으로 등장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 최대 기업이라는 대왕 그룹을 손에 넣은 것은 물론이고 ST 미디어 그룹과 진영, 선진 그룹까지 주몽의 손에 들어갔다.

그걸로 끝이었다면 새로운 재벌의 등장, 협조 또는 협력 관계의 제 정립 정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졸부 놈이 정치권에 침을 뱉었다.

10조에 이르는 투자금을 미끼로 총선 판도를 흔들었을 뿐 아니라, 오랜 세월 이 나라의 언론을 좌지우지했던 조성일보와 일전을 예고한 것이다.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는 남들 모르게 자리를 함께했다.

여든 야든, 정치는 자신들 손에서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야 할 소품인데, 이걸 건드리려는 놈이 튀어나오니 멍청하게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선 서로를 역적이라 부르며 멱살을 잡아도 뒤돌아서면 룸에서 파티를 벌이는 인간들이니 이번 만남 역시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간 두 집단 사이에 입을 맞추고 말을 맞추고 행동강령을 주고받았던 것과는 달리 오늘의 만남은 침침하고 어둡기만 했다.

정국을 이끌어 가기 위해 쇼를 하는 것과 달리 ‘리얼리티’를 표방한 주몽의 등장은 심대한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저 개돼지의 인기를 바탕에 두고 갑툭튀한 놈이라면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었지만, 이 미친놈은 그냥 미친 게 아니라 돈 많은 미친놈이란 게 문제였다.

다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지랄을 떠는데, 이 미친놈은 돈을 쓰지 못해 환장한 놈이었다.

줄줄이 세워진 맥주잔 위로 1온스 위스키 잔이 세워졌다.

말석에 앉은 의원 한 명이 테이블에 머리를 박자, 위스키 잔이 와르르 쏟아지며 폭탄주가 완성됐다.

평소라면 환호를 하고 손뼉을 칠 상황이지만, 오늘만큼은 다들 침묵이 오갔다.

대한당 대표 류전국이 잔을 받아들고 입을 열었다.

“회장님.”

조성일보 회장 방석직이 류전국에게 시선을 맞췄다.

“졸부 놈을 이대로 지켜만 보실 겁니까?”

류전국은 미사여구, 뱅뱅 돌리는 말 다 떼버리고 다이렉트로 오늘 안건을 입에 담았다.

재미있는 것은 오늘 참석한 사람 중에 가장 상석에 앉은 사람이 조성일보 방석직 회장이고 좌우엔 센터미디어의 이병석 회장과 동양일보 회장 김성일이 앉아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간다는 여·야의 당 대표들이 센터미디어와 동양일보 회장 옆에 마치 편을 가르듯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방석직 회장은 피식 웃음을 보이더니 잘 말아진 폭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이보게. 류 대표.”

“네. 회장님.”

“뭐가 그리 겁나는가.”

방 회장의 말에 류전국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회장님. 대한민국 국민은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짓에 환호하고 웃기는 일에 허리를 숙이며 누가 주인인지조차 가늠 못 합니다.”

주몽을 이대로 놔두었다간, 국민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 될 거란 이야기다.

“환호라.”

방 회장은 쯧쯧 혀를 찼다. 그리고 류전국 대표를 바라봤다.

“류 대표.”

“네.”

“그런데 왜 지켜만 보고 있는 건가?”

“네?”

“자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나. 말도 안 되는 일에 손뼉 치는 것들이 이 나라 국민이라고.”

“…….”

“정치가 장난인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런데 서른도 채 되지 못한 졸부 하나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이유가 뭔가.”

“…….”

“돈? 그래. 무시할 수 없지. 그래서 뭐?”

방 회장은 싸늘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봤다.

“우리가 돈이 많아서 이 자리에 있는 건가? 아니면 류 대표가 그 졸부처럼 부자여서 여당을 이끌고 있냐는 말일세.”

“아닙니다.”

“그래. 당연히 아니지. 류 대표가 그 자리에 있는 것도 민국당 문 대표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당연히 회장님의 은혜 때문입니다.”

여·야 대표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핏덩이 같은 놈이! 감히 조성일보에 헛소리를 해대는데 그걸 지켜만 보고 있어!”

“송구합니다.”

“죄송합니다.”

여·야 대표가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좌우에 앉아 있는 센터와 동양의 회장들이 번갈아 입을 열었다.

“왜, 맞서 싸우려고 합니까. 그럴수록 놈의 명성만 올라갑니다.”

“하룻강아지는 상대를 해주는 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 치워버리는 게 답입니다.”

이병석 회장과 김성일 회장의 말에 류 대표는 물론이고 민국당 문 대표와 각계각층의 지도자들 모두 움찔한 표정이 됐다.

“그놈이 타고 다니는 차가 뭐라고 했지?”

“방탄 롤스로이스입니다.”

모임 중간쯤에 자리를 잡은 안보수석 안태완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것참. 한국에서 방탄 차량이 무슨 필요가 있다고.”

방 회장은 끌끌 혀를 차더니, 안보수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안 서방.”

“네. 장인어른.”

“초청장은 보내 놨겠지?”

방 회장의 말에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이 모임의 정회원 자격을 가진 이들 모두가 불편한 표정이 됐다.

“회장님. 설마, 그 천둥벌거숭이를 모임에…….”

“쯧쯧쯧.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나.”

“네?”

“안 서방. 자네가 설명하게.”

방 회장의 지시에 안태완이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여기 계시는 분 중 초대장을 받아 이 자리에 오신 분이 있습니까?”

“…….”

“그런 의미입니다.”

안태완의 말에 민국당 문지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리벤지 재단이니 뭐니 하면서 공개적으로 복수를 천명한 놈입니다. 자칫 잘 못 건드렸다가는…….”

“공해상에 발견이 될 겁니다. 출국과 관련된 서류는 외교부에서 준비해 둘 것이니 걱정들 하지 마십시오.”

안태완은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듯 이야기했다.

“공해라 해도 놈의 시체가 발견되면 소란이 일 겁니다. 최대한 한국과 관련이 없는 쪽에서 발견이 되어야지 않겠습니까.”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국정원 2차장이 입을 열었다. 2차장의 발언에 안태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2차장님. 혹시 바라는 공해가 있다면 추천해 주시죠. 그에 맞춰 준비해 놓겠습니다.”

“서해는 어떻습니까.”

“서해라면 중국 쪽이군요.”

안태완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2차장을 바라봤다.

다들 각자 지원받는 스폰서들이 따로 있는데, 중국 쪽을 들먹이는 것을 보니 2차장 쪽은 미국에 선을 대고 있는 게 분명했다.

조성일보 회장의 사위로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안태완 역시 남들 모르는 자신만의 스폰서를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2차장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나라보다는 그쪽이 좋지 않겠습니까? 미국 시민권자가 중국에서 목숨을 잃었다면 뉴스 만들기에도 적절할 것 같은데. 안 수석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 시민권자의 중국 방문 중 사망이라. 외교부 출입국 기록은 상해 쪽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안태완의 말에 2차장은 자신의 의견을 받아줘서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좋으니 자신이 도울 일 있으면 따로 연락을 주라는 듯 긍정적인 눈빛을 날렸다.

안태완은 2차장의 시선을 확인하더니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씩 웃는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쯤 시작했겠습니다.”

안태완의 말에 다들 기대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범 무서운지 모르는 하룻강아지는 더 이상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겁니다. 고주몽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이번 총선에 대해서 의견을 나눠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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