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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80화 (81/224)

080장. 미친놈인데 돈이 많아.

청문회 1일 전.

며칠간 두문불출하던 내가 소집 신호를 내자, 로버트와 제이코, 김덕영과 박산호가 내 앞에 자리를 잡았다.

엘리스와 정은영이 수첩을 들고 배석했지만, 나는 두 사람을 내보냈다.

지금, 이 시각부턴 이 공간에 들어와서도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서도 안 될 사람들이다.

로버트는 담담한 표정으로, 제이코는 고민이 가득한 눈빛으로, 김덕영은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는 듯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일하게 박산호만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보스…….”

제이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이코. 잠시만요.”

나는 손을 들어 제이코의 입을 막았다.

“내가 먼저 이야기하죠.”

“네. 보스.”

제이코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시할 사항과 앞으로 나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네. 보스.”

“이야기하기 전에 한마디 하겠습니다. 앞으로 그게 무엇이 됐든 내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이건 경고입니다.”

싸늘하게 흘러나오는 내 말에 제이코의 낯빛이 시커멓게 죽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로버트를 바라봤다.

“로버트. 경호팀이 아니라 정보팀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수준을 생각하십니까?”

“내가 절대 죽지 않을 정도입니다.”

경호팀이 아니라 정보팀을 만드는데, 정보의 깊이나 가치보다 내 ‘죽음’을 논하니 로버트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눈을 껌뻑였다.

“정보의 가치가 보스의 안전에 집중되겠군요.”

“내 적이나 잠정적으로 적이 될 소지가 있는 자들의 모든 정보를 취합하세요.”

로버트는 정보팀 신설의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는 어떻게 잡을까요?”

“CIA나 MI6 급의 자금 지원을 해 드리죠. 최고의 팀을 만들어 주세요.”

“그 정도면 못 할 게 없겠습니다. 최고의 팀을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경호팀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단순 경호가 아니라, 전쟁이라도 치를 수 있는 그런 팀을 원합니다.”

“PMC입니까?”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 지시에 따라 전쟁도 마다하지 않을 그런 팀이 필요한 거니까.”

평소와 다른 내 모습에 로버트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보스.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결정이라…… 네.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목표를 알려주십시오.”

“네버 다이. 언터쳐블.”

“푸하하하하.”

절대 죽지 않는, 그리고 건드릴 수도 없는 존재를 이야기하자 로버트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고, 제이코와 다른 두 사람은 긴장된 표정이 됐다.

“그리고 제이코.”

“네. 보스.”

“엘리스 돌려보내세요. 그 외엔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한차례 추궁을 당할 준비를 하고 있던 제이코는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내 말대로 하세요.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네. 보스. 그리고 죄송합니다.”

“박산호 부장.”

“네. 대표님.”

“정은영 씨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습니까?”

“네?”

박산호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나를 바라봤다.

“관련 정보는 로버트에게 확인하고 정은영 씨 내 옆에서 치우세요. 그리고 국내에서 채용된 인원은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어야 할 겁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네? 아. 네…….”

박산호는 정은영과 관련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중대한 결점이 발견되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녀를 데리고 와서 비서로 채용시킨 사람이 바로 자신이니 그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김덕영 씨.”

“네. 대표님.”

“정치하고 싶다고 했죠?”

“…….”

“내가 도와주죠.”

“저…… 정말입니까?”

김덕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 눈이 커졌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나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네. 아무래도…… 인지도도 그렇고. 혹시, 생각해 둔 당이 있으십니까?”

“아니요. 기존 정당은 배제할 겁니다.”

“그 말씀은…….”

“신당으로 가죠.”

창당하겠다는 말에 김덕영은 입이 살짝 벌어졌다.

“저기. 대표님. 당을 만드는 것은 등록만 하면 되지만, 당이 있다고 해서 당선율이 높아지는 건…….”

“아아. 걱정하지 말아요. 당선될 수밖에 없는. 그런 판을 깔아 줄 테니까.”

내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자, 김덕영은 언제 불안한 표정을 지었냐며 단박에 웃는 얼굴이 됐다.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네. 하지만 그 전에 명심할 게 있어요.”

“네. 말씀하십시오.”

“신당은 기존 정당과 달리 금전적으로 여유가 넘치는 당이 될 겁니다.”

내 말에 김덕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현금 부자가 만드는 당인데, 그 정도야 당연한 일이다.

“지원적인 측면에 있어선 어느 당도 따라 올해 수 없을 겁니다. 이건 단순히 활동비를 지원하는 정도를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어디까지 생각을 하시는 건지.”

* * *

“대표님. 신당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지방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입당 권유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 말씀에 호응하는 자치단체장이 있다면 결국, 기존 정당을 탈당하는 순서를 거쳐야 할 텐데, 정당들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어떤 생각이신지 궁금합니다.”

“신당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들의 외침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요? 안 그래도 그 부분을 마저 이야기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내가 신당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자, 기자들은 조심이라도 가까이 마이크를 가져다 대려고 발버둥을 쳤다.

“기자 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니. 몸들 바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웃음 띤 얼굴로 가볍게 인사말을 건넸다.

“신당 이름을 물어보셨는데, 아쉽게도 아직 이름은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신당의 성격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말씀을 드릴 수 있겠군요.”

“성격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성격입니다.”

나는 질문한 기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입당 조건입니다.”

“누구나 전화를 주라고 하셨는데요.”

“하하하. 네. 누구나 전화는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당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저 역시 그분들과 함께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표님. 조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한성희 국장이 큰소리로 외쳤다.

“과거는 중요치 않습니다. 정확히는 묻지 않겠다는 말일 겁니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신당에 들어오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에 사인해야 합니다. 절대 비리를 저지르지 않겠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비리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각서라도 받겠다는 말입니까.”

“각서. 네. 비슷하겠군요. 하지만, 각서보다는 더 강력한 서류가 작성될 겁니다. 변호사 입회하에 공증까지 마칠 생각이니까요.”

각서는 법적으로 강제력이 약하다. 하지만 변호사까지 불러놓고 공증을 하겠다는 말은 법적으로 효력을 가지는 문서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신당에서 활동하게 될 당원들은 노후를 보장할 생각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노후 보장이라뇨?”

“말 그대로입니다. 비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면 국회의원이 됐든 시장이 됐든 도지사가 됐든 그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야 합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기자 한 명이 의구심 가득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켰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할 테니까요. 아마 천문학적인 소송이 될 겁니다. 저도 그렇고 국민도 그런 사람이 멀쩡하게 돌아다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기존의 정치인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만들 신당의 정치인들은 말 그대로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게 될 겁니다.”

당에서 당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말에 다들 황당한 표정이 됐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국민을 위해 봉사한 사람은 임기를 마침과 동시에 축하금이 주어질 겁니다.”

“축하금이요?”

“네. 비리를 저지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했음을 축하하는 일종의 은퇴자금입니다. 죽을 때까지 넉넉하게 쓰고 즐길 수 있는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어설프게 몇 푼 받아 챙기려다 문제가 생기면 소송에 얻어맞고 은퇴 축하금마저 날아갈 겁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게…… 지금 말이…….”

“됩니다. 당규로 제정을 하고 당에 가입한 당원은 그 조건을 받아들인 사람만 활동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시 말해서 머저리 같은 짓만 하지 않으면 부와 존경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기자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당규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까 첫 번째 조건이라고 하셨는데, 두 번째 조건도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것도 말씀해 주십시오.”

“이거 어쩌죠. 그건 당내 보안 사항이라서 말입니다. 언제고 준비가 되면 정식으로 공표를 하겠습니다만, 오늘 이곳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군요.”

“대표님! 세간에선 돈과 권력을 모두 손에 넣으려고 한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안됩니까?”

“네?”

“부와 권력을 모두 손에 넣으면 안 되냐고 물었지 않습니까.”

내 반문에 질문했던 기자가 머뭇거리는 표정이 됐다. 그러자 그 틈을 노리고 한성희가 끼어들었다.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 이미 넘치도록 충분한 부를 보유하고 계신데, 권력까지 손을 대는 이유가 있습니까?”

나는 한성희 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10조가 넘는 투자금입니다. 어쩌면 더 많은 자금이 투자될지도 모르는 연구사업이죠. 나는 내 돈이 남들 잔치에 국숫값으로 전락하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은 기존 정치인과 정당을 신뢰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다른 기자 하나가 질문을 끼워 넣었다.

“기자님은 믿습니까?”

“네?”

“방금 질문하신 기자님은 믿냐고 물었습니다.”

“대표님. 질문은 대표님이 아니라 기자인 제가…….”

“대한민국에 기자만 질문하라는 법은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

“답해 보세요. 기자님은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을 믿습니까?”

“미…… 믿습니다!”

우물쭈물하던 기자는 뒤늦게 믿는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누구도 그 기자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기자님. 대답이 너무 늦었습니다.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군요.”

나는 기자를 향해 웃음을 보였다. 그런 내 모습에 화가 났는지, 기자가 악을 쓰듯 질문을 던졌다.

“이미 가진 돈만으로도 대표님을 건드리기 어려운 지경인데, 권력까지 손에 넣고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휘두를까 걱정을 하는 겁니다. 국민의 이런 우려를 무시하는 겁니까?”

“그게 싫으면 표를 던지지 마세요. 뭘 복잡하게 고민합니까.”

“…….”

싫으면 표를 주지 말라는 내 말에 질문했던 기자는 물론이고 다른 기자들 역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그럼 길 좀 터 주시겠습니까?”

기자들은 아직 질문이 남았다며 소리를 질렀지만, 우르르 달려와 기자들을 밀어내는 덩치 큰 경호원들 때문에 연신 뒷걸음을 쳤다.

“국민의 알 권리를 벌써 이렇게 힘으로 막아서는 겁니까!”

말 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그 기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그 질문할 권리는 누가 준 겁니까?”

“당연히 언론인으로서…….”

“그러니까. 언론인에게 질문할 권리를 준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겁니다.”

“국민이…….”

“거짓말하지 마시고.”

“…….”

국민을 들먹이던 기자는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기자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하신 겁니까!”

“그럼 답해 보세요. 당신에게 질문할 권리를 준 사람은 누굽니까?”

“국민이!”

“나도 국민입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그런 권리를 준 적도 없고 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

질문한 기자는 물론이고 다른 기자들 역시 황당한 표정이 됐다.

“다른 기자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권리 누가 준 겁니까?”

“…….”

“직업 정신이라고 말을 했다면 이해했겠지만, 권리 운운하는 건 너무 멀리 나갔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 삼아 자신들 뉴스 클릭 수 높이는 게 당신들 아닙니까.”

“지금 언론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겁니까?”

기자 하나가 눈을 부라리며 나를 노려봤다.

“그 말은 언론이 나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말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어디 소속이시죠?”

“…….”

“소속을 밝히세요. 나와 싸우자고 마음먹었다면 언론인 정신! 기자 정신을 가지고 소속을 밝히시길 바랍니다.”

“조성일보입니다만.”

“네. 알겠습니다. 한번 해 봅시다. 조성일보가 망하나 내가 망하나.”

“뭐…… 뭐요?”

“싸우자면 못할 것도 없죠. 내가 죄를 지었습니까?”

“…….”

“아니면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으면 법을 어기는 겁니까?”

“…….”

“그것도 아니면 감히, 졸부 따위가 언론에 반항하니 버릇을 고쳐 놓겠다 뭐 이런 의미?”

“…….”

“조성일보 사주분? 지금 방송 보고 계시면 정신 바짝 차리세요.”

내가 대놓고 전쟁을 선포하자, 조성일보 기자는 물론이고 다른 언론사 기자들까지 모두 합죽이가 됐다.

의사당 앞 주몽의 기자 인터뷰는 또 한 번 파란을 일으켰다.

창당까지 선언한 사람이 언론과 전쟁 선포라니.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 와우. 씨발.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냐.

▷ 언론과 전쟁 선포를 했다고? 미친 거 아냐? 대통령도 두들겨 맞다가 나가떨어지는데?

▷ 고주몽은 대통령이 아니란 게 문제다. 그리고 막말로 고주몽 말이 틀린 것도 아니잖아? 우리가 언제 질문할 권리를 저놈에게 줬다는 거지?

▷ 나도 그따위 권리 준 적 없는데. 누구냐. 저놈에게 질문할 권리를 준 국민이!▶ 그런데, 조성일보랑 고주몽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려나?

▷ 언론이 이기지 않을까 싶다. 조성일보가 거론됐다뿐이지, 저건 대한민국 언론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발언이었어. 정당까지 만들겠다는 놈이 저건 아니지.

▷ 언론이 이기려면, 고주몽이 꼬투리를 잡혀야 하지 않나? 그런데 뭐로 잡을 건데.

▷ 돈 많은 거?

▷ 겁도 없이 언론을 건드린 거?

▷ 푸훗. ST 미디어도 그러다가 넘어간 거 아냐? 이거 도돌이표 찍는 분위긴데.▶ 아, 그리고 보니. ST 미디어가 방송 꺼버리려고 했었지! 맞네.

▷ 다른 건 모르겠고. 고주몽 저놈. 미친놈인데 돈이 많아. 그게 팩트다.

▷ 미친놈인데 돈이 많다는 것에 한 표.

▷ 두 표요!

▷ 나도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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