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78화 (79/224)

078장. shut up!

[전화 주세요.]

TV에서 흘러나오는 주몽의 목소리에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멍’한 표정이 됐다.

정당이 홈쇼핑 상품도 아니고 저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란 말인가!

“전화…… 주세요? 저건 또 무슨 개 소리야!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당장 알아봐!”

대통령의 외침에 청와대 비서진들이 사방으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놀람이 10에 6~7 정도라면, 총선을 준비하고 있던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그야말로 10중에 10. 제대로 싸대기 맞은 표정이 됐다.

주몽이 정당을 만든다는 말도 황당했지만, 대한민국 그룹 4개가 개인의 손에 들어갔다는 부분에서 더 경악했다.

“지…… 지금 저 졸부 자식이 뭐라고 한 거야?”

“대왕이…… 뭐가 어떻게 됐다고?”

“고주몽이 투자금을 어떻게 한다고?”

“당장 긴급회의 소집해! 청문회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 모이라고 해!”

주몽의 폭탄 발언에 여의도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사방에서 야단법석이 나든 말든, TV 속 주몽은 히죽거리는 얼굴로 폭탄 하나를 더 던져버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여러분. 투자받고 싶으시죠? 훌륭한 제안서에 입당 원서를 제출하시면 지역평가에서 가산점 드립니다. 그러니까. 아시죠?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저…… 저게 지금 무슨.”

주몽을 찾았다가 정치 혐오 발언만 실컷 듣고 돌아왔던 함상호 전 부총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총리님. 저런 말은 없었지 않습니까.”

“정치 쪽엔 관심이 없다면서요!”

어제부로 함상호와 마찬가지로 야인 신세가 된 외교부 장관 육성철과 법무부 장관 나관형도 어안이 벙벙했다.

청문회장은 더 이상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소란스러워졌고, 의장은 의사봉을 휘둘러 긴급 정회를 아니, 폐회를 선언했다.

의원들은 카메라에 찍히든 말든 스마트 폰을 꺼내 통화를 시작했고, 다급히 청문회장을 빠져나가는 이들도 확인됐다.

폐회가 선언되자 나는 천기득, 정진호, 한중근과 함께 청문회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기자들과 카메라 역시 청문회장과 의원들이 아닌 나를 쫓아 움직였다.

“JTB 한성희입니다. 저는 지금 국회의사당 앞에 나와 있는데요, 오늘 청문회장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글로벌 복권 당첨자로 알려진 GO 컴퍼니 대표 고주몽 씨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대왕은 물론 선진과 진영 그리고 ST 미디어의 소유주가 되었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보도국 책임자로 인사발령을 받았지만, 한성희는 언제부터인가 스튜디오보다 현장을 쫓아다니는 기자로 변신을 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고주몽 대표는 청문회장에서 창당을 선언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으며, 이는 국민뿐 아니라 기성정치인들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심각한 표정과 웃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이 뒤섞여 기묘한 얼굴이 된 한성희가 연신 입을 털어댔다.

“저는 이곳에서 GO 컴퍼니 대표 고주몽 씨를 기다리는 중이며, 모습을 나타내면 직접 인터뷰를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 와 씨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 그러니까. 3대 기업 사주들을 모두 감방에 처넣고, 고주몽이가 날름 집어삼켰다는 거냐?

▷ 응. 귓구멍 잘 뚫려있네. 나도 같은 소리로 들렸다.

▷ 일전에 방송 보니까, 대왕 일가랑 원수 사이 같던데, 복수 재대로 해 버렸네. 졸라 멋지다고 해야 하는 거냐, 무섭다고 해야 하는 거냐?

▷ 돈도 많은 놈이 기업까지 소유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

▷ 몰라서 묻냐? 고주몽 언터쳐블 된 거지. 거기다 창당까지 한다며?

▷ 언터쳐블은 무슨. 사주 일가 싹 잡혀 들어가는 거 안 봤냐? 고주몽도 삐끗하면 끝장이지.

▷ 그래. 우리나라에서 밥그릇에 제일 민감한 놈들이 정치인들인데 잘도 놔두겠다.

▷ 쯧쯧쯧. 생각 좀 해라. 숨만 쉬어도 돈 버는 놈이. 뭐가 아쉬워서 잡혀갈 짓을 하냐?

▷ 그런가? 하긴. 비리를 저지를 이유가 없네. 다 가졌는데, 뭐하러 약점 잡힐 짓을 하겠어.

▷ 약점이 있어서 잡혀가겠냐. 그냥 잡아넣고 약점을 만들겠지.▶ 너무하는 거 아니냐? 돈에 권력까지 손에 넣겠다는 거잖아. 이건 아니지.

▷ 안될 건 또 뭔데? 이참에 개돼지 운운하는 놈들 싹 엎어버리면 속 시원하겠다.▶ 입으로만 개돼지 운운하는 놈들이랑, 우릴 진짜 개돼지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놈이랑 같냐?

▷ 입만 터는 놈보다 이밥에 고깃국이라도 먹여주는 놈이 백배 좋다.

▷ 어이, 탈북자는 빠져.

▷ 수령님 등장이냐?

▷ 가즈아! 코인으로 개돼지 탈출!▶ JTB도 ST 미디어 거라며.

▷ 응. 김한올 회장 털린 것 같음.

▷ 너도 복수 음모론자냐?

▷ 복수 했다에 한 표!

▷ 나도 한 표!

▷ 기존 정치인들 난리 났네. 고주몽이가 돈으로 다 발라버릴 텐데, 몇이나 살아남으려나.

▷ 바보냐. 쌍팔년도 아니고. 돈 준다고 표 주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지역에 투자를 받으려면 그 지역 정치인들이 고주몽에게 고개 숙이는 수밖에 없음. 콧대 높이다가 옆 동네 투자 들어가면 국회의원 배지 백퍼 날아감.

청문회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설왕설래 의견을 내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 지금 의사당 밖으로 나오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마이크를 잡고 있던 한성희는 물론이고 다른 방송국 기자들과 카메라 역시 이동을 시작했다.

“고 대표님!”

“인터뷰 좀 해주시죠!”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의사당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던 나는 바글바글 몰려있는 기자들을 발견했다.

“대왕 천기득 회장도 함께 있다!”

“선진과 진영 회장도 있어!”

내 뒤로 함께 걷고 있던 세 사람을 발견한 기자들이 연신 소리를 질러댔다. 그리고 그 기자들 틈에 섞여 손짓하는 한성희를 발견했다.

“저 아줌마는 보도국을 맡겨놨더니, 아예 밖에서 사네.”

“총 회장. 이대로 가면 뒷말이 무성할 것 같은데, 한 마디 해주고 가는 게 어떻겠소.”

천기득 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안에서 못한 이야기가 있으니, 그렇게 하죠.”

내가 인터뷰를 승인하자, 경호원들이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 * *

청문회 5일 전.

제이코와 로버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마주했다.

요 며칠 주몽의 상태가 정상 범주를 벗어났다 싶을 정도로 히스테릭해졌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스트레스 때문인가 싶었지만, 그렇게 단순 치부하기엔 점차 선을 넘고 있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제이코의 말에 로버트가 ‘흠’ 하는 소리를 내며 팔짱을 꼈다.

“로버트!”

“내 생각을 묻는다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싶은데.”

“환경에 적응해?”

“외출이 있기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긴 했다만.”

“무슨 이야기? 질질 끌지 말고 바로 이야기해.”

“하이에나든 사자든 뭐가 됐든 간에. 육식 동물을 피해 도망 다니던 톰슨가젤 아니 그냥 초식동물이라고 하지.”

“초식동물이 육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건가?”

“내 생각을 묻는 거라면.”

로버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보스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야.”

“제이코. 너야말로 자꾸 망각하는 것 같은데. 보스는 평범 이하의 삶을 살았어. 거기다 나이도 이제 겨우 29살이라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했다고 보기 힘들다. 아니, 나이를 떠나 누구든 그럴 수밖에 없지. 수많은 당첨자가 비극적 생을 마감했다는 걸 모르는 건가?”

“복권 당첨자의 저주를 이야기하는 건가? 그들과 달리 보스 옆에는 사람들이 많아.”

제이코가 어이없는 반응을 보였다.

주몽 옆에 아무도 없다면 모를까. 자신은 물론이고 주몽을 돕는 이들이 탄탄히 버티고 있다.

당첨자의 저주 따위가 끼어들 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가끔은 감당할 수 없는 돈이 오히려 비극을 부르기도 하지.”

“보스는 잘 이겨내고 있어. 아니,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 중이라고.”

“쯧쯧. 성공한 사업가일수록 정신적 불구자라는 말도 못 들어봤나?”

로버트는 그렇게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라고 했다.

“멍청한! 그래서 이대로 지켜만 보겠다고?”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내 인생을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보스 한 사람에게 달려있으니까. 보스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수십 개 나라가 좀비 떼처럼 달려들 거야. 보스의 돈은 물론이고 우리 역시 틈바구니에 끼어 조각조각 찢겨나가겠지.”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이거 왜 이래. 이런 일은 나보다 로버트 네가 더 재주가 많잖아. 나는 싸움닭이라고. 이런 일엔 재주가 없어.”

제이코의 말에 로버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다.”

“뭐지?”

“엘리스를 보스 옆에 붙인 이유가 뭐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당연히 능력이 출중하니.”

“Don't be so ridiculous!”

로버트 입에서 거친 소리가 흘러나왔다.

“실력? 웃기지 마. 세상에 변호사가 엘리스 하나뿐이라면 모를까.”

“…….”

“외출이 있던 날. 보스와 두 여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 눈치챘지?”

“그래.”

“누구보다 보스의 심기를 관리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보스의 스트레스를 높인 다라. 이게 두고 볼 일인가?”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거야?”

제이코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로펌 변호사이기도 하고 제이코 네가 보증을 했기에 대충 넘어갔지만, 더는 안 되겠더라고. 나도 어지간하면 네 사람은 뒤져보고 싶지 않았지만.”

“뭐?”

제이코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언성을 높였다.

“제인 고든. 아니 정확히는 네 동생 제인 코엔이라고 해야겠지?”

“…….”

“조카딸을 보스에게 밀어 넣은 이유는 굳이 묻지 않겠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를 보스 옆에 둔 것은 명백히 네 실수다.”

로버트는 으르렁거리는 눈빛으로 제이코를 노려봤다.

“로버트. 오해다. 그건…….”

“shut up!”

로버트는 어느새 팔짱을 풀고 위협적인 기운을 풍겼다.

“그것뿐만이 아니더군. 은근슬쩍 엘리스 이야기를 반복하며, 보스의 관심사로 만들고자 노력을 하더군.”

“로버트. 그건…….”

“보스를 네 조카딸의 보호자로 만들 생각이었나 본데, 욕심이 지나쳤다.”

“나는…… 돈으로 엮인 사이를 넘어서…….”

“가족으로 만들고 싶었다? 개소리는 거기까지만 듣도록 하지.”

“…….”

“돌려보내. 엘리스든 정은영이든 둘 다 보스의 비서로는 낙제야.”

“정은영?”

로버트의 입에서 엘리스는 물론이고 정은영까지 튀어나오자 제이코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로버트는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자신의 스마트 폰을 탁자에 올렸다.

“뭐지?”

“들어봐.”

로버트가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목소리 하나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목소리다.

“정은영?”

“그래. 정은영.”

“뭐라고 하는 거지?”

로버트도 그렇지만 제이코 역시 한국어는 알지 못한다. 녹음파일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김덕영이 이 파일을 확인하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더군.”

“무슨 내용이기에?”

제이코가 답답한 표정이 됐다.

“평소엔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그걸 꼭 물어봐야 아나?”

“…….”

“정은영은 보스에게 구함을 받았다고 은혜를 갚겠다고 하지.”

“그런데?”

“그건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입바른 소리였단 말이지. 쉽게 이야기하면 신데렐라를 꿈꾸는 음흉한 여자다.”

“굳이 정은영이 아니더라도 옆에 있다면 그런 꿈 정도는 누구나 꿀 수 있는 것 아닌가?”

“쯧쯧쯧. 내가 겨우 그 정도 일로 정은영을 들먹였을까?”

로버트는 다른 녹음파일을 틀었고 김덕영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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