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6장. 청문회에 참석하다.
청문회 방송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만 나온다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고만고만하게 진행이 되겠지만, 내가 증인으로 등장한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었다.
내가 탄 차량이 국회에 도착하자,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다른 이들과 달리 경호 차량은 물론이고 방탄 처리된 롤스로이스까지 등장하자 관심이 폭발한 것이다.
이번 방송에 이것저것 할 이야기를 잔뜩 준비해 왔기에 의도적으로 등장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아니나 다를까. TV나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고 있던 이들이 내가 탄 차량 정보를 검색해서 부지런히 올리기 시작했다.
국회로 들어가 대기실에 도착하자, 이번 청문회에 호출당한 사람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모두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들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회장님 또는 회장님을 대신해 출석한 이들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고주몽이라고 합니다.”
나보다 인생 선배님들이라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몇몇 사람들은 그저 못마땅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내가 왜 이 자리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PG의 군본석이라고 하네.”
“아! 군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GO 컴퍼니 고주몽입니다.”
PG 그룹은 대왕 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전자 산업을 이끄는 대기업이다.
재벌 중에서도 욕을 먹기보다는 존경을 더 많이 받는 특이한(특이하다고 말하는 게 이상한 일이지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PG 그룹의 회장이 먼저 아는 척을 해 온 것이다.
‘어라. 이번 비자금 사태에 PG 그룹은 들어 있지 않았는데. 왜 불려 온 거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던데. 언제 자리 한 번 하세나.”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불러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그런데, 고 대표는 오늘 여길 왜 온 건가? 설마 이번 비자금 사건과…….”
“아닙니다. 저는 다른 이유로 부른 것 같습니다.”
“쯧쯧. 보아하니. 선거 전에 정부를 때릴 희생양으로 선택된 모양이군.”
군 회장은 곧바로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챘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적당히 지혜롭게 넘기길 바라네. 그저 연례행사려니 하면 될걸세.”
“네. 회장님. 말씀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보였지만, 군 회장이 옆자리에 딱 붙어서 이야기를 나누니 섣불리 다가오지는 못했다.
본격적으로 청문회가 시작됐다.
증인석에 서는 족족 개떼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데, 국회의원들 목소리가 요란했다.
회장님들은 하나 같이 ‘기억이 안 난다.’와 ‘잘 모르겠다’라는 전형적인 말만 늘어 놓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의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칠어졌다.
지금껏 봐 왔던 전형적인 패턴이고 청문회 장면들이다.
오전부터 시작된 청문회는 오후에 접어들어서야 내 차례가 왔다.
“GO 컴퍼니 고주몽 대표님.”
국회 직원의 안내를 받아, 증인석에 섰다. 거짓말하면 벌을 받겠다는 등의 선서가 이어지고 곧바로 청문회가 시작됐다.
민국당 3선 이정국 의원이 의장 권한으로 오후 청문회 개최를 선언했다.
질문지를 들고 나를 바라보는 의원들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다.
기발한 질문과 호통으로 스타 등극을 노리는 그런 눈빛들이다.
“민국당 최웅선 의원님. 질문하세요.”
부리부리한 인상의 최웅선 의원이 마이크 높이를 조정했다.
“민국당 2선 최웅선입니다. 증인에게 묻겠습니다.”
“네.”
“증인은 국적이 어디입니까?”
아니나 다를까 국적 문제를 들고 나왔다.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뿐입니까?”
“대한민국 외 19개국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최웅선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을 순순히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법 어디에도 다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데, 증인은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가 답할 부분이 아닙니다.”
“증인. 질문에 답하세요. 태도가 불성실합니다.”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제가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증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 질문은 내가 아니라 시민권을 부여한 각국 정부에 따지면 될 일입니다.”
“뭐요?”
“필요하시다면 각국 담당자들과 통화를 하실 수 있도록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증인! 답변은 증인이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답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최웅선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탁탁 치면서 언성을 높였다.
“본 의원이 이미 말했다시피 대한민국 법은 다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현 정부가 법질서를 무너트렸다는 말입니다. 증인. 증인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질문은 대한민국 정부 및 19개 국가 정부에 해야 할 질문입니다.”
“그러니까, 증인의 잘못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잘못했다는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전법인가?
딱히 나에게 잘못이 있다는 것도 아니니 이 부분은 나도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증인은 글로벌 복권에 당첨된 적이 있지요?”
“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 겁니까. 혹시 정부와 모종의 협약이라도 맺은 거 아닙니까?”
와, 예상은 했지만, 질문이 너무 뻔해서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래서 나도 뻔한 대답을 해 줬다.
“UN에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뭐…… 뭐요?”
“글로벌 복권 관련 사항은 UN에서 총괄했습니다. UN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증인. 지금 의원의 말을 무시하는 겁니까!”
“질문에 답했을 뿐입니다. 세금 관련은 UN과 G20 국가 간의 협약사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관련 질의는 제가 아니라 UN에 하는 게 맞습니다.”
“…….”
“필요하시다면 지금 연결을 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UN과 통화해 보시겠습니까?”
UN에 직접 통화하라는 말에 최웅선 의원은 머뭇거리며 답을 하지 못했다.
카메라들이 파바바박! 플래시를 터트렸다.
당황한 최웅선 의원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증인!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다면, 다른 나라 시민권을 포기할 겁니까!”
“네? 질문이 이상해서…… 다시 물어봐 주십시오.”
“그러니까. 다른 나라 시민권을 포기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말했다시피 한국은 다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포기해도 각국 정부에서 쉽사리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아니 왜요!”
“제 시민권을 거둬가면 UN에서 지급된 복권 수익금과 투자금 200억 달러도 토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네?”
최웅선 의원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최 의원님 요청에 따라 시민권을 포기하게 되면 각국 정부가 의원님과 소속 당에 피해보상 소송을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에?”
최웅선 의원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원님이 손해배상을 하실 생각이 있다면, 시민권을 반납하겠습니다. 대략, 우리 돈으로 300조가량이 될 겁니다.”
“컥.”
최웅선 의원이 아무 말도 못 하고 머뭇거리는데, 질문 시간이 끝났는지 마이크가 툭 하고 꺼졌다.
최웅선 의원은 재빨리 의장에게 마이크를 넘겨버렸다.
“질문 끝났습니다.”
이정국 의장은 최웅선 의원을 어이없게 바라보다가 박선혜 의원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박선혜 의원님. 질문하세요.”
최웅선 의원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던 3선 박선혜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증인.”
“네. 의원님.”
“최근 증시가 출렁일 정도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내가 가진 정보에 의하면 그 와중에 주식을 쓸어 담은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요. 혹시 증인이 한 짓 아닙니까?”
박선혜 의원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주가’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네. 맞습니다.”
“그 말은 증인이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주가를 흔들었다는 말이죠?”
이번엔 주가 조작범인가?
“주가는 제가 흔든 게 아닙니다. 이번 비자금 사태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취했냐고 묻고 있지 않습니까!”
“많은 이들이 주가 하락으로 재산을 잃고 방황할까 걱정돼 주가지수를 지켰을 뿐입니다.”
“네?”
박선혜 의원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떨어진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지수를 본래 자리로 돌려놨다는 말입니다. 주식 가치도 사건 전과 비슷한 수치로 지켜냈습니다. 아마 저 때문에 많은 분이 자산을 지켜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제가 잘못한 겁니까?”
“…….”
“그리고 의원님. 대한민국 주가 총액보다 제가 가진 돈이 많습니다. 조작하고 말고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주가 총액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박선혜 의원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조작했잖아요!”
와, 이게 냅다 소리 지르기 스킬인가?
“네. 내려간 주가를 정상으로 올려놓는 조작을 했습니다. 의원님 생각에 그게 문제라면 본래 자리로 돌려놓겠습니다.”
“지금 본 의원을 협박하는 겁니까!”
“조작이라고 하셔서 원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답했을 뿐입니다. 물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혼란과 책임은 제가 아니라 의원님에게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
“주가를 조작할까요? 의원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말씀해주시죠.”
“묻는 말에만 답하세요! 증인은 질문하러 그 자리에 나온 게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
“여…… 여기까지입니다.”
박선혜 의원은 아직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중단해 버렸다.
의원들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다들 자신이 챙겨온 문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시작했다.
서른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일확천금의 벼락부자가 된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이력이 없는 주몽이다.
그래서 실컷 호통이나 치고 이슈나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마디도 지지 않고 또박또박 답을 해대니 다들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크흠. 박선혜 의원 고생하셨습니다. 이인임 의원님. 질문하세요.”
이정국 의장이 곧바로 이인임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민국당 이인임입니다.”
이인임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짧게 묻겠습니다.”
“네. 의원님.”
“정부에서 그것도 청와대 독단으로 시민권을 인정한 것은 법질서에 위반됩니다. 맞습니까?”
“저는 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보다는 의원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예 또는 아니요로만 대답을 하시길 바랍니다.”
“질문에 답을 했을 뿐입니다.”
“예, 아니요로만 답하라고 했습니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했을 뿐입니다. 알지도 못하는 내용에 예. 아니오라고 답을 한다면 위증을 하는 게 됩니다.”
“…….”
내가 위증죄를 들고나오자, 이인임 의원이 잠시 입을 닫았다.
“ST 미디어 그룹을 알고 있습니까.”
“네.”
“최근 ST 미디어 그룹의 주식이 일순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증인과 관련이 있습니까.”
“네. ST 미디어 그룹의 주식은 제가 샀습니다.”
“그 말은 ST 미디어 그룹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는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내가 ST 미디어 그룹의 주인이 됐다는 말에 청문회장이 잠시 술렁거렸다.
그저 현금만 많은 것과 거대 기업의 주인으로 자리 잡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ST 미디어 산하 JTB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죠?”
“네.”
“당시 ST 미디어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보복 조치를 한 것이 아닙니까?”
이인임 의원의 질문에 카메라 플래시가 요란하게 빛을 발했다.
“아닙니다.”
“증인. 위증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세요. 사적인 복수를 위해 ST 미디어 그룹을 손에 넣은 게 맞습니까. 아닙니까!”
“ST 미디어 김한올 회장은 본인이 주식으로 돈을 빌렸고, 그 돈을 갚지 못했습니다. 나는 담보로 잡혀 있던 주식을 넘겨받았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사적 복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네요. 그것도 정부의 도움을 받은 겁니까?”
“그런 적 없습니다.”
“증인은 방송에 나와서 본인 입으로 리벤지 파운데이션을 입에 담았습니다. 일명 복수를 위한 재단이라고 세간에 알려져 있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사안인 것 같은데.”
“제 사후의 일입니다.”
“증인! 똑바로 이야기하세요!”
“주식을 훔친 것도 아니고 당당히 돈을 주고 샀습니다. 그게 문제라면 처벌받겠습니다.”
“강요나 협박에 의한 게 아닌지 의심이 돼서 이러는 겁니다. 대기업의 주식은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ST 미디어 같은 그룹의 주식을 단 며칠 만에 손에 넣었습니다. 이는 정부의 도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일이 있다면 처벌받겠습니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을 의도적으로 몰아가시는 거라면 차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습니다.”
“지금 본 의원의 입을 막기 위해 협박을 하는 겁니까!”
“의원님 말씀대로 문제가 있다면 제가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고, 그게 아니라면 제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법적 도움을 받겠다는 말입니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문제가 있다면 당당히 처벌받겠다고 이야기하자, 이인임은 딱히 할 말이 없어졌다.
이인임은 물론이고 청문회장에 나온 의원들 모두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어디 감히 증인 따위가 의원을 고소하니 마니 한단 말인가.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호통 소리만 들어야 했던 다른 증인들은 숙변이라도 본 듯 아주 시원한 표정들이다.
청문회 자리만 아니었다면 뭐 저런 놈이 다 있냐며 낄낄대며 웃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일반 기업도 아니고 10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이 개인의 손에 그것도 단 며칠 사이에 넘어갔습니다. 결코, 정상적이라 볼 수 없는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습니다.”
“네.”
나는 그렇게 하라고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번엔 민국당 현정숙 의원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재산 규모를 밝혀 주실 수 있습니까?”
“싫습니다.”
“네?”
“싫다고 했습니다.”
“증인. 증인은 질문에 답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의원님이 먼저 자산규모를 말씀해 보시죠. 그러면 저도 알려드리겠습니다.”
“뭐…… 뭐욧!”
“정당한 절차에 의해 저에게 속한 자산입니다. 그걸 호기심 삼아 묻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싶습니다. 아무리 의원님이라고 해도 타인의 개인 정보를 말 몇 마디로 들여다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증인. 입조심하세요!”
“불쾌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
“전 경제부총리 함상호를 미국에서 만났죠?”
“네.”
“시민권과 세금 혜택을 대가로 뭘 줬습니까.”
“네?”
“대한민국 기업은 물론이고 국민 모두 같은 징수체계에 적용을 받습니다. 그런데 증인은 형평성에서 벗어났지 않습니까! 설마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분들에겐 죄송합니다만, 그 혜택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 역시 동일하게 받고 있습니다. 이를 문제 삼고 싶으시다면 미국에 먼저 항의를 하시기 바랍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솔직히 말하세요! 청와대에 얼마를 가져다 바쳤기에 그런 혜택을 약속받은 건지!”
아무말 대잔치의 시작이구나. 그러면 나도 같이 해 줘야지.
“의원님 같으면 얼마를 받아야 그런 혜택을 주실 것 같습니까?”
“뭐요!”
“궁금해서 말입니다. 지금 의원님은 한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및 강대국 정부 전체를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하셨습니다. 외교적으로 상당한 실례가 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책임을 지실지 궁금합니다.”
“그…… 그게 무슨.”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혜택은 한국 정부뿐 아니라 G20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받았습니다. 의원님 말씀대로라면 각국 정부들이 뒷돈을 받았다는 뜻 아닙니까.”
“어…….”
현정숙 의원은 갑작스레 외교적 문제가 등장하자, 멍한 표정이 됐다.
흘러가는 분위기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는지, 이정국 의장에 급하게 의사봉을 두들겼다.
통통통!
“현정숙 의원님.”
“네? 네. 의장님.”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은 삼가십시오.”
“네. 의장님.”
이정국 의장은 나에게도 한마디 했다.
“증인.”
“네.”
“증인도 답변을 신중히 해주길 바랍니다.”
“답변하지 말라는 뜻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에이. 잠시 정회를 하겠습니다!”
이정국 의장은 답답해서 더는 안 되겠는지, 청문회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의원들을 자신의 자리로 불러모았다.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그게…….”
“다들 자폭하러 나왔습니까? 적당히들 해요. 괜히 엉뚱한 질문 던져서 문제만 키우지 말고! 본래 계획대로 정부와 고주몽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면 될 것을 왜 자꾸 문제를 만듭니까! 아무리 청문회가 스타탄생의 장이라지만 반대로 삐끗하면 무능한 국회의원으로 낙인찍힌다는 것도 생각 좀 하란 말입니다. 재선되기 싫습니까? 네?”
“죄송합니다.”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두고 보겠습니다.”
의원들이 자리로 돌아가자, 이정국 의장은 다시 청문회를 속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