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63화 (64/224)

063장. 당장, 두꺼비 집을!

오전 업무를 처리하던 김한올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파로 자리를 옮긴 김한올이 김만석 사장에게 눈짓했다.

“그놈이 뭘 준비했기에 목숨까지 운운했는지 확인을 해보자고.”

“네. 회장님.”

김만석 사장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라 재빨리 리모컨을 들어 올렸다.

도대체 무슨 이벤트를 준비했기에, 한성희를 복귀시키고 생방송까지 보장해 달라는 걸까.

미리 알려면 목을 걸어야 한다는 말에 꾹 참긴 했지만, 도저히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주몽의 뒤를 캐자니 독박을 쓸까 무서워 선뜻 움직이지도 못한 채 이틀을 흘려보냈다.

“아직인가?”

주몽이 이야기했던 특별 생방송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듯 보였다. 지금까지는 평소대로 정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 나옵니다.”

화면 하단에 ‘긴급 특별 생방송’이라는 자막이 흘러나오고 곧바로 화면이 전환됐다.

* * *

“선배. 일단 오라고 해서 오기는 했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오늘 누가 잡혀 옵니까?”

봉고차 안에 다닥다닥 붙어 앉은 기자들 틈에서 권태주가 한성희에게 질문했다.

아침부터 검찰청 앞으로 뛰어오라고 하더니 내용은 알려주지도 않고 하염없이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기다려.”

“아니, 아까부터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으니 하는 말 아닙니까.”

한성희는 권태주와 기자들을 쓱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 나 덕분에 대박 나는지 알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거나 이야기해 줘요. 답답해 미치겠네.”

“번호부터 골라.”

“에?”

뜬금없이 번호를 고르라는 한성희의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1번, 2번, 3번. 뭘 고르던 특종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 진짜.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빨리!”

“1번!”

“나는 2번.”

“에이. 그럼 나는 3번.”

“오케이. 1번은 여기 있고 나머지는 다른 차로 옮겨 타. 늦으면 그림 따기 어려우니까 빨리빨리 움직여.”

기자들은 한성희의 지시에 따라 봉고차 세 대에 나누어 탔다.

권태주가 다시 질문하려는데, 한성희가 ‘쉿!’ 하더니 검찰청 쪽을 가리켰다.

1번 차량에 동승한 권태주와 기자들이 한성희의 손짓을 따라 차창 밖을 내다봤다.

검찰청 수사관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각각 차량에 올라타고 어디론가 출동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어? 뭐지?”

“뭔 일 터졌나? 어딜 저렇게 몰려가는 거지?”

기자들이 호기심 섞인 표정으로 한 마디씩 꺼내는데, 한성희가 운전석을 탁탁 두들겼다.

“따라가!”

“네. 국장.”

검찰 차량을 따라 봉고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권태주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아 쫌!”

“우리는 대왕 그룹으로 간다.”

“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2번은 선진. 3번은 진영 그룹으로 이동할 거야.”

한성희의 말에 기자들은 더더욱 모르겠다는 표정이 됐다.

“오늘…….”

“네.”

“그 세 곳에서 비자금 사태가 터질 거야.”

“네에?”

느닷없이 비자금이 튀어나오자 언제 짜증을 냈냐는 듯 기자들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까지 같이 힘을 합친 모양이더라.”

“와우!”

“대왕 그룹 사주 일가가 외국에 있는 비자금을 끌고 왔어. 그런데 그게 덩치가 엄청났나 보더라고. 그냥 제대로 딱 걸린 거지.”

“씨발. 진짭니까? 나 지금 바로 원고 날려도 돼?”

권태주가 스마트 폰을 꺼내 들었다.

“야야! 미쳤어?”

“아니 왜요? 우리 부른 게 기사 터트리라고 부른 거 같은데.”

“멍청하기는. 단신으로 내서 뭐 하려고? 그림을 박아야지.”

한성희의 말에 권태주가 ‘어?’ 하는 소리를 냈다.

“지금 그 말은…… 우리가 대왕 그룹에 들어갈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깁니까?”

“당근이지. 들어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체포 현장도 찍을 거야. 그러니까. 쓸데없이 김 빼지 말고 스마트 폰 넣어둬라. 어설프게 몇 자 써 올리는 놈 있으면 손모가지를 잘라버릴 테니까.”

한성희가 눈을 부라리며 후배들을 노려봤다.

“이거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그림 박고 스토리 채워서 올라갈 때까지 독점이라고. 그런데 어설프게 연기 피워서 개떼들 몰려들면 퍽이나 좋겠다. 그렇지 태주야?”

권태주는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젓더니 스마트 폰을 집어넣었다.

“씨발. 그림까지 딸 수 있으면 당연히 그걸로 올려야지.”

“일 끝나면 고기에 술까지 거하게 사야 한다. 기자 생활하면서 이런 기회 거의 없다는 거 알고 있지?”

“말이라고. 술이든 고기든 팍팍 사 줄 테니까. 정보나 더 꺼내 봐요.”

“이 자식이 날로 먹으려 드네. 대왕에 도착하면 어련히 알아서 쏟아질까.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에이 진짜.”

권태주는 안달 난 표정으로 몇 번이고 재촉했지만, 한성희는 그저 씩 웃음만 날렸다.

“국장.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기는 검찰 쫓아가!”

권태주가 뜨악한 표정으로 한성희를 바라봤다.

“에? 지금 대왕 그룹 로비를 뚫고 검찰 수사관 뚫고 그렇게 들어가자는 겁니까?”

“무슨 소리야. 알아서 길 비켜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달려!”

“제기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일단 알았수다. 야, 가자!”

권태주가 차에서 내리자 한성희도 촬영팀과 움직였다.

한성희는 스마트 폰을 꺼내 하 PD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 네. 국장.

“준비됐지?”

― 걱정하지 말고 화면이나 따요. 신호 들어오면 바로 화면 전환할 테니까.

“오케이!”

* * *

김한올 회장과 김만수 사장의 고개가 약속이나 한 듯 갸우뚱거렸다.

“뭐야? 저 화면은?”

긴급 생방송이라는 자막과 함께 정규 방송이 멈추고 화면이 전환됐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그림이 튀어나왔다.

거칠게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헉헉대는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그…… 그러게요.”

김만석 사장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그때 흔들리는 화면 속에서 목소리 하나가 날아들었다.

― 더 빨리 뛰어! 엘리베이터 잡아야 해!

― 헉헉. 뛰고 있어요!

흔들리던 화면에 로비로 보이는 공간이 나타나고 엘리베이터가 잡혔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카메라가 안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성희 얼굴이 앵글에 잡혔다.

상당한 거리를 달렸는지 연신 가슴이 오르내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 국민 여러분. JTB 긴급 생방송 한성희입니다.

한성희는 이마에 맺힌 땀을 쓱 닦아내며 카메라를 뚫어지게 노려봤다.

― 저는 지금 대왕 그룹 본사에 나와 있습니다.

김한올 사장이 이건 또 무슨 개소리냐는 듯 황당한 표정이 됐다.

“아니, 이 시간에 대왕 그룹이 왜 나와?”

“그건 저도 잘…….”

― 오늘 이곳 대왕 그룹 본사에서 사주 일가가 긴급 체포될 거라는 첩보를 입수한 보도국은…….

“저…… 저게 지금 무슨 소리야? 사주 일가가 체포된다니!”

김한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 첩보에 의하면 사주 일가가 대규모 불법 자금을 조성했고, 그 자금을 비밀리에 국내에 들여왔다고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대규모 비자금이 발각된 겁니다.

― 저는 지금 검찰 수사관들을 쫓아 이동 중이며…….

“저…… 저…… 저 미친년이 지금 누굴 건드리는 거야!”

“어…… 어떻게 하죠? 대왕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뭐가 어떻게 해! 당장 두꺼비 집을…… 미쳐버리겠네.”

마음 같아선 방송을 멈추라고 지시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 고주몽의 경고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두꺼비 집 관리 잘하라던 말이 바로 이 상황을 두고 한 말이었던 것이다.

“지시를 내려도 보도국에선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김만석 사장은 두꺼비 집이 됐든 뭐가 됐든 방송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런 지시를 내렸다간 당장에 한성희가 그 사실을 폭로해 버릴 것이다.

이미 한 차례 선례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또다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JTB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한성희와 카메라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다시 뛰기 시작했다.

―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사주 일가가 회의실에 모여 있다고 합니다. 아! 앞에 검찰 수사관들이 보입니다.

한성희는 수사관들 틈바구니에 끼어 회의실 내부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 대왕 전자 이광수 사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검사의 체포 영장에도 불구하고 고성을 지르며 불응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정당한 법 집행에 불응하는 사주 일가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계십니다!

이광수 사장의 모습이 보이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과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가 화면을 자글자글하게 만들었다.

― 속보입니다! 대왕 그룹 외에 선진그룹과 진영그룹도 체포 영장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두 곳 모두 불법 자금, 세금 포탈, 외국환관리법 위반…… 아! 2차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대왕 일가에 살인 혐의자가 있다고 합니다.

김한올과 김만석은 입을 쩍 벌리고 한성희의 외침에 넋 나간 표정이 됐다. 그때 한성희가 또다시 긴급 속보를 전했다.

― 국민 여러분. 세 곳 그룹 외에도 이번 사태에 다른 그룹들 역시 관여됐다는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검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왕 일가의 비자금에 타 그룹의 비자금이 섞여 있다고 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대왕이나 선진, 진영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재벌들 모두 이번 일에 엮여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억!”

한성희의 속보에 김한올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회…… 회장님!”

“고주몽 그놈이. 그노오오오옴이!”

김한올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성희가 말한 다른 그룹의 비자금에는 김한올 자신의 돈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대왕 지주회사의 주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말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몰빵을 한 상태다. 대박을 노리고 크게 준비를 했는데, 모조리 공염불이 될 판이다.

김한올은 급히 전화기를 꺼내 들더니 천기득에게 연락을 했다.

“처. 천 실장. 나 김한올이요.”

― 네. 회장님.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 미안합니다만, 지금 통화를 하고 있을 분위기가 아닙니다.

“내 돈! 내 돈은!”

― 무슨 돈을 말하는 겁니까?

“이진상 상무가…….”

― 이 상무요? 잠깐. 지금 그 말은 지주회사 설립에 뒷돈을 담갔다는 말입니까? 감히!

“지금 그게 중요하오! 내 돈은 어쩔 것이오!”

김한올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 그걸 왜 나에게 묻습니까! 이진상 상무와 거래를 한 모양인데. 이 상무에게 물어야지!

“…….”

정확히는 주몽의 요청이 있었고, 천기득이 이진상을 꼬드겨 김한올을 엮어낸 것이지만. 알게 뭔가. 이진상은 이미 잡혀 가 버렸는데.

스스로 고백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김한올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천기득이 다시 입을 열었다.

―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이미 압수수색으로 명단이 검찰에 넘어간 상태입니다. 어쩌면 회장님에게도 연락이 갈지도 모르겠군요.

“천 실장. 지금 나 보고 죽으라는 말이요?”

― 후우…… 이것 보시오! 이딴 방송을 터트린 게 누군데 그런 소릴 하는 겁니까! JTB 방송. 김 회장 손아귀에 있는 방송국입니다. 그런데 그걸 하나 컨트롤 못해서 이 지경을 만들어요? 솔직히 말해 보시오. 대왕을 엿 먹이려고 일부러 그런 것 아니요?

“무…… 무슨!”

― 흥! 이번 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감히 대왕을 건드리다니. ST 미디어가 얼마나 튼튼한지 모르겠지만, 대왕과 싸워서 버틸 수 있는지 한번 두고 봅시다.

천기득은 되레 JTB 때문에 모든 게 엉망이 되었다며 오히려 복수를 천명했다.

“그…… 그건.”

― 싸움을 먼저 건 것은 당신이니까. 결과도 당신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요.

천기득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김한올은 들고 있던 전화기를 TV 화면에 냅다 던져버렸다.

“당장 두꺼비 집 내려!”

“회장님. 애들이 우리 말 안 듣는다니까요!”

“아 쫌!”

김만석은 김한올 회장의 억지스러운 외침에 그저 한숨만 푹푹 내쉬더니 슬그머니 회장실을 나가버렸다.

답도 안 나오는데 옆에 붙어있어봤자, 되레 화풀이만 당할 게 뻔했다.

“야! 어디가. 일을 해결해야 할 것 아냐!”

회장실 안에서 김한올의 외침이 흘러나왔다.

“자기도 못 하면서 맨날 나한테만 지랄이야. 에이. 이놈의 집구석 때려치던지 해야지. 진짜 못 해 먹겠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