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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62화 (63/224)

062장. 본 게임 시작!

“누구라고?”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 임수호 검사입니다.”

이광수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목소리를 높이려는데, 검찰청에서 나왔다고 신분을 밝힌 검사가 영장을 꺼내 들었다.

“대왕 전자 이광수 사장님. 이진성 상무님. 이진형 이사님. 이순영 재단장님. 이순희 사장님. 불법 자금 형성, 세금 포탈 및 외환 거래법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회의실이 한순간 정적에 잠겼다.

“뭐?”

“체포 영장 그리고 압수수색 영장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검사는 손에 들고 있던 영장을 이광수 코앞에 내밀었다.

“감히 누가 누굴 체포해!”

이광수 사장이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검사를 노려봤다.

그때 검찰청 직원들 뒤로 카메라 셔터음과 화려한 플래시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검찰 수사관들 뒤로 기자들이 붙어있었다.

“저건 또 뭐야! 보안팀! 뭐 하는 거야!”

이광수가 발악하듯 소리를 지르자, 그 장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또다시 플래시가 폭발했다.

그리고 셔터음 사이로 어디서 들어봄 직한 목소리 하나가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국민 여러분. 지금 현장에서 생방송으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합동 조사팀은…….”

JTB 한성희 국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방송 카메라 앞에서 빠른 목소리로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체포에 불응 시, 강제연행될 수도 있습니다. 협조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불응하시겠습니까.”

이광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영장을 든 젊은 검사는 당당하기만 했다.

검찰총장이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이럴 수 없거늘 피라미 같은 검사 하나가 대왕 그룹의 주인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있었다.

“감히!”

이광수가 분을 참지 못하고 다시 소리를 질렀다.

검사는 피식 웃더니 동석한 수사관들에게 고갯짓했다.

“뭐야. 어딜 만져!”

“이거 안 놔?”

“너희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나 대왕 백화점 이순희야!”

고함이 터지고 거칠게 손을 쳐 내는 등 한동안 소란이 일었지만, 건장한 덩치의 수사관들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5분도 되지 않아 지목된 이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수갑이 채워졌다.

파파파파팡!

기자들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연신 플래시를 터트렸고, 한성희 국장과 JTB 방송팀은 생방송으로 체포 장면을 내보냈다.

“국민 여러분, 재계 1위 기업인 대왕의 사주 일가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체포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보고 계십니다!”

손목에 채워진 수갑과 한성희의 외침 소리에 이씨 일가는 하나 같이 모멸감을 이기지 못하고 턱을 부르르 떨어댔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가족의 체포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이진선과 이연주 앞에 검사가 다가왔다.

“이진선 씨?”

“네?”

“이진선 씨 맞습니까?”

검사는 재차 이름을 확인했다.

“네. 제가 이진선입니다. 그런데 왜…….”

이진선은 기가 눌린 표정으로 검사를 바라봤다.

“당신을 살인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

“네? 그게 무슨!”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변명할 기회가 있으며 구속 시 적부심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진선아. 너 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이연주가 당황한 눈빛으로 이진선을 바라봤다.

“나도 몰라. 내가 살인자라니…….”

“검사님.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것 아닌가요? 진선이는 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한국에 들어왔어요.”

“맞습니다. 이진선 씨에 대한 살인혐의는 미국 경찰의 요청에 의한 겁니다.”

“말도 안 돼.”

“살인죄만이 아닙니다. 미국의 첨단 기술 연구소에 테러를 가한 혐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사의 말에 이연주는 황망한 표정이 됐다.

“뭐…… 뭐라고요?”

“뭣들 해? 어서 체포하지 않고.”

“네. 검사님!”

수사관들은 곧바로 이진선의 팔목에 수갑을 채워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희희낙락 웃음을 주고받던 이씨 일가는 이연주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수갑 찬 신세가 되었다.

“아니라고. 내가 살인자라니! 난 아니야!”

한쪽 구석으로 물러나 조용히 사태를 관전하고 있던 나는 이진선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보스. 신경 쓰지 마십시오.”

등 뒤에서 로버트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연구소에서 벌어졌던 총격전 영상까지 모두 확보가 끝났습니다. 살인죄는 당연하고 미국 자산에 피해를 준 것까지. 빠져나갈 구석이 없습니다.”

로버트가 아직 경찰이었던 때, 나의 요청으로 연구소 화재, 폭발사고를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엔 내가 워낙 정신이 없어서 대충 소식만 전해 듣고 말았는데, 로버트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굳이 내 부탁이 아니더라도 이진상, 이진선 두 사람의 동선이 연구소 사태와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경찰’로써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적잖은 시간이 들긴 했지만 폐허가 된 연구소에서 일부 자료를 확보했고, 파일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그 안에는 연구소 내부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그저 지나가듯 묻고 그 뒤론 거의 잊고 지냈지만, 로버트는 은퇴하면서도 자신의 후임자에게 단단히 요청했던 모양이다.

사건과 관련해 놓치는 것 없이 조사를 마치라고.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에 1억 달러를 지불한, 나의 안전과 관련된 일이라는 말에 후임자는 두말없이 조사팀을 운영했고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한국에 들어와 방송국에서 이진선을 만났고 ‘사이코패스’임을 이야기하자 로버트는 곧바로 미국에 연락을 취했다고 했다.

그 결과 이진선 신변에 대한 구속 요구가 미국으로부터 날아든 것이다.

나에게 손끝 하나 대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로버트의 말은 그저 하는 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경찰국은 물론이고 FBI에서 보스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싶답니다.”

“네? 감사장을요?”

“보스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파고들 일 없이 사고로 처리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랬나요.”

“물론, 보스의 안전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에 제가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한 점도 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증거를 찾아낼 때까지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보스가 경찰국에 지원한 1억 달러가 큰 힘이 됐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지만 예산이 부족한 곳은 하던 일도 대충 마무리 짓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예산이 넉넉하면 지나칠 일도 다시 한번 살펴볼 여유를 갖게 되죠.”

원래는 불행한 사건, 사고 정도로 묻힐 일이었는데, 나 때문에 이진선의 범죄 행위가 발각됐다는 말이다.

미국에서의 일은 잘 마무리됐다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던 이진선에겐 날벼락이겠지만, 내 입장에선 그야말로 고소미 씹는 기분이다.

나를 개밥에 도토리 취급하며 마루타로 만들었던 놈 아닌가.

이진상에 이어 이진선까지 악연이 있는 놈들을 한 번에 쓸어버린 셈이니 내심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 사건으로 추산된 피해액만 해도 엄청나다고 하더군요. 그거 보상해 내지 못하면 살인죄에 테러 혐의, 보상 불이행으로 100년은 족히 두들겨 맞을 겁니다.”

“휴우. 100년이라. 엄청나네요.”

한국에선 사람을 죽여도 끽해야 20년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사건에 따라 형량을 추가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심할 때는 100년이 아니라 수백 년 형을 받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거기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진선의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이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면 내국인 법에 적용을 받겠지만, 당당한 미국인으로 살아왔으니 당연히 미국 법에 두들겨 맞은 수밖에 없다.

완전히 빼박캔트다.

“대머리 바이킹. 아니 이진선과 함께 다니던 사람은 어떻게 됐죠?”

“올슨 역시 조금 전 체포가 됐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알아보니 나름 유명한 청부업자더군요.”

대머리 총잡이까지 모두 잡혔다는 말에 내심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씨 일가야 손발 다 끊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이진선과 대머리 총잡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하던 놈들이라 은근히 신경이 쓰였었다.

막말로 미친 척하고 너 죽고 나 죽자고 달려들면 그야말로 골치 아픈 일 아닌가.

“로버트. 고생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로버트는 내 어깨를 두들기며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보는 것만으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마음이 든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다.

이씨 일가를 따라나섰던 천 실장이 회의실로 돌아왔다.

함께 작전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지만, 막상 눈앞에서 일가가 모두 체포되는 모습을 보니 내심 착잡한 모양이다.

스마트 폰을 꺼내 어디론가 통화를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선진과 진영도 마무리됐다는군. 그리고 오는 중에 ST 미디어 김 회장에게 연락이 왔네.”

“크흐흐. 뭐라고 하던가요?”

“노발대발하길래 한 마디 해 줬네. 그쪽도 한동안 정신이 없을걸세.”

“그럼 본 게임을 치를 시간이군요. 제이코. 시작하세요.”

“네. 보스!”

제이코는 곧바로 투자팀에게 연락을 넣었다.

“조나단. 지금이다. 계획대로 진행해.”

GO 컴퍼니 투자 운용팀 팀장 조나단 캘트는 연락을 받자 곧바로 작전에 들어갔다.

“천 실장님. 계좌 확인하시고 지주회사 마무리 지으시면 됩니다. 선진과 진영에도 연락 넣어주세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군. 일 끝나고 보세.”

* * *

◉◉ 증권거래소.

“이봐. 이거 누가 넣은 거야?”

“뭘 말입니까?”

“어떤 미친놈이 하락장에 돈을 밀어 넣었는데…… 이게 규모가 상당한데. 레버리지를 어디까지 당긴 거야?”

“하락장이요? 진짜 미친놈이네.”

한국증시는 최근 호재를 맞은 상태다. 외국인 투자도 안정적이고 내수 시장도 별다른 문제 없이 성장했다.

거기다 글로벌 복권 당첨자의 20조 투자 공약으로 인해 관련 테마주까지 급등하면서 그야말로 돈 잔치가 벌어지는 중이다.

당연히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올라가고 주가지수도 상승선에 있다. 그런데 하락에 투자라니.

이건 그냥 돈을 날리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혹시나 하는 놈들이 한둘입니까. 911이나 모기지 사태 때 소발에 쥐잡듯이 돈 번 애들이 있다 보니, 잊을만하면 한 번씩 이런 놈들이 튀어나오곤 합니다. 그냥 무시하세요. 증거금으로 박은 돈 그거 순식간에 증발해 버릴걸요.”

“쯧쯧. 그러게 말이다. 주식이 공인된 도박이라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예나 지금이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놈들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커피나 한잔할까?”

“좋죠. 선배님이 사시는 겁니까?”

“짜식. 돈도 많이 버는 놈이 꼭 커피값은 나보고 내라더라.”

“하하. 저는 곧 죽어도 공짜가 좋습니다.”

“너 그러다 머리 벗겨져.”

두 사람이 흰소리를 주고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직원 한 명이 뛰어들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큰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직원은 대답보다 TV 리모컨을 먼저 찾았다. 그리고 JTB에 채널을 맞췄다.

“긴급 특별 생방송? 이게 뭐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송을 지켜보던 거래소 직원은 잠시 뒤 얼굴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이…… 이게 지금 뭐야? 대왕 그룹 사주 일가가 전원 체포됐다고?”

“대왕뿐만이 아닙니다. 선진과 진영 그룹도 사주 일가가 모두 체포됐습니다.”

“아니 왜!”

“불법 자금, 외환 거래법 위반이랍니다.”

“비자금?”

“네. 비자금 사태가 터졌습니다.”

“이런 젠장. 하필이면 지금!”

커피나 즐기며 하루를 마감하려던 거래소 직원들이 재빨리 책상으로 달려갔다.

“아씨! 미…… 미쳐버리겠네.”

사무실로 달려 들어왔던 직원이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또 왜!”

“대왕과 두 개 그룹만이 아닙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진 모르겠지만, 다른 그룹도 이번 비자금 사태에 연루되었답니다! 거기다 사…… 살인죄도 포함됐답니다.”

“돌아버리겠네. 지수 확인하고! 그룹들 주가 변동 체크 해! 지금 당장!”

“저기 선배님. 이거 이렇게 되면 아까 그 미친놈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돈벼락을 맞은 거지. 빌어먹을.”

선배의 말에 후배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거 아무래도 정보를 알고 있는 놈들이 사고를 친 거 같은데요.”

“그걸 말이라고 해! 금융감독원에도 연락 넣어!”

“네!”

“으악! 공매도 날아듭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어요!”

“제기랄!”

* * *

GO 컴퍼니 투자 운용팀. 당장이라도 지시가 떨어지면 전투에 나설 것처럼 긴장된 상태로 자신의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스탠바이 상태로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조나단은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눌렀다.

“조나단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조나단은 자신의 팀원을 쓱 둘러봤다.

각 파트 팀원들 역시 조나단을 바라보며 지시를 기다렸다.

“1팀은 자금이동 시작해! 2팀은 주가지수 확인 들어가! 내가 신호 주면 계약 청산하고 이번엔 상승장에 걸어! 3팀은 하락장 청산할 때까지 매도치고 청산 끝나면 곧바로 주식을 쓸어 담는다! 목표 지수는 3포인트! 시작해!”

“옛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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