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장. 현상, 기억 그리고 가설
평소 세 배에 달하는 식사를 하고 나서야 겨우 허기가 멈췄다.
새벽에 있었던 현상 때문이라고 해도 이건 이해가 안 될 정도의 식욕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그렇게 먹었음에도 부담이 가지 않았다.
그저 적당히 기분 좋은 포만감?
함께 점심을 먹던 로버트가 살짝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소화제라도 준비할까요?”
허겁지겁 며칠 굶은 사람처럼 음식을 흡입했더니 로버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스트레스에 폭식은 좋지 않습니다.”
“크크크. 그게 그렇게 되나요?”
스트레스에 폭식이라. 확실히 연관성 있는 단어다. 하지만 내가 느낀 허기는 스트레스성이 아니라 몸의 변화 때문에 일어난 단발성 식욕이라고 생각했다.
“얼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몸이 축났습니다.”
“금방 복구됩니다. 그날 당첨금을 받으러 갔던 날도 사실 엄청 힘들었습니다. 워낙 긴장해서.”
그때도 시간 역행을 겪고 몸살까지 났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때도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넘어갔었다.
워낙 정신이 없던 날이라 깊이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히 이상했다.
밤새 끙끙거리고 지친 몸으로 움직였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졌으니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건강에 있어선 방심할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나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할 내용이 잔뜩이라고 하니. 엘리스를 들여보내겠습니다.”
“엘리스 말인데.”
“네. 보스.”
“로버트가 들여보냈죠?”
“들여보냈다기보단, 어중간하게 서 있는 게 신경이 쓰여서 말입니다. 미국으로 돌아가든 서울에 남든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요. 잘했어요. 내심 신경이 쓰였는데, 로버트 덕분에 깔끔히 정리됐으니.”
내 말에 로버트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능력이 많은 녀석입니다.”
“네. 성격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엘리스의 말이 떠오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로버트는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리스를 부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 태블릿을 든 엘리스가 모습을 나타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엘리스는?”
“네. 팀원들과 간단히 했습니다. 보고 드려도 될까요?”
“내용이 많은가?”
“방송 후 한국 내 여론과 인터뷰 요청. 그리고 만남을 바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진상은?”
“이진상은 체포되었다가 풀려났습니다.”
이진상이 풀려났다는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제일 로펌에 확인해 본 결과. 집행유예에 벌금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합니다.”
“방송 반응부터 들어보죠.”
엘리스는 방에 설치된 TV 전원을 치고 태블릿을 터치했다. 그러자 태블릿 화면이 TV에 전송됐다.
“지지도? 내가 정치인도 아니고.”
화면에 나타난 그래프를 바라보며 하하 웃어버렸다.
“대중들의 반응을 도표로 나타냈을 뿐입니다. 호의적 반응은 35% 정도입니다.”
“35%면 어느 정도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정적 반응도 30%가 넘네.”
“대왕 전자에 대한 선전포고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내 투자가 공개되었을 때는 47%가 넘는 지지를 보였습니다.”
“대왕 전자와 이진상을 별개로 본다는 거겠지?”
“네. 이진상 개인에 대한 보복으로 기업을 건드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이코는 뭐라고 해?”
“따로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직접 통화를 했지?”
“네.”
“그렇다면 뭔가 느낌이 있었을 거잖아.”
“제 느낌을 묻는 거라면, 대왕 전자를 공격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장에 풀린 지분이 67%가 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외국인 지분도 50%가 넘어.”
“대왕 전자에 대한 공격 선언이 있고 나서, 오히려 값이 올랐습니다. 지분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모두 홀딩에 들어갔고 오히려 유동량이 줄어들었습니다.”
“내 말이 오히려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말이군.”
“네. 보스의 발언은 적대적 인수합병에 준하는 선언이었습니다.”
“바보 같은 짓을 했네.”
“…….”
내 말에 엘리스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이건 내 말이 맞다는 뜻이다.
“쩝. JTB는?”
“정규 방송은 본래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방송국 내부 사정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JTB 방송국 주식 변동도 확인했어?”
“네. -3%로 장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JTB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는 ST 그룹에서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 풀려있던 주식을 이번 기회에 오히려 회수하는 듯 보입니다. 덕분에 ST 미디어 그룹의 지분율이 42%를 넘었습니다. 지배력이 더 공고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재미있는 건 한국 내 기업들이 대왕 전자와 JTB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보고를 듣는 내내 한숨이 나왔다. 밤새 떠들어 놓고 잔뜩 손해만 본 꼴이다. 화가 났다곤 해도 바보같이 타초경사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짓을 해 버렸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제이코의 조언을 또 무시해 버린 꼴이 됐네.”
자신이 벼락부자가 아니라 수행비서 위치였다면 대왕 전자를 공격하느니 마느니 떠들어봤자, 다들 콧방귀도 뀌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돈은 말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근간이 된다.
결국, 시작도 해보기 전에 상대방의 경계심만 잔뜩 올려놓은 꼴이 된 것이다.
지금쯤 제이코도 머리를 감싸 안고 고민에 고민을 반복하고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혈연과 지연으로 끈적하게 얽힌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그에게도 예상 밖의 복병이었을 것이다.
“인터뷰 요청은 뭐지?”
“BBC와 ABC입니다.”
“방송 노출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하자.”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만남을 요청했다는 건 어디지?”
“정부 부처 두 곳과 대왕 그룹입니다.”
“대왕 그룹이?”
“호텔 측을 통해 연락해 왔습니다. 대왕 그룹 비서실장 천기득이라고 했습니다.”
“천기득!”
대왕 그룹의 재상이라 불리는 비서실장 천기득이 직접 만남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살짝 놀라는 마음이 들었다. 대왕맨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입지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다는 말만?”
“네.”
“고민 좀 해보자. 그 사람은 기분 내키는 대로 만날 사람이 아니거든. 어떤 면에선 대왕 그룹 회장보다도 더 껄끄러운 사람이니까.
“그 정도입니까?”
“지금의 대왕을 만들어 낸 1등 공신이라고 보면 돼. 직책은 비서실장이지만 비공식적으론 부회장 대우를 받는 사람이고.”
“실질적 이인자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알겠습니다. 만남에 대비해 최대한 자료를 모아보겠습니다.”
“다른 것들은?”
“일단은 이 정도입니다. 다른 것들은 자료를 보강해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자료 보강?”
“네. 방송에서 발표하셨던 투자 관련입니다. 사이트 오픈 전입니다만, 우리가 이쪽에 머물고 있다는 게 방송에 알려지면서 연락해 오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케이. 준비되면 다시 알려줘.”
“그리고 박산호 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 실장이?”
“여자분을 데리고 왔습니다.”
“아. 정은영.”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박 실장을 불러 달라고 했다. 사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정도는 아니지만, 어떤 사람이기에 이진상이 따로 관리까지 했는지 궁금했다.
밖으로 나갔던 엘리스는 세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대표님. 정은영 대리입니다.”
나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정은영 대리를 바라봤다.
누가 봐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외모다. 엘리스가 북유럽 계통의 인형 같은 외모라면 정은영은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인에 꿇리지 않는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히려 몸매만 놓고 본다면 엘리스보다 정은영이 나아 보일 정도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은영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 반갑습…….”
정은영의 인사에 화답하려는 순간, 정체불명의 기시감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쌍 천만 국민여신. 할리우드 진출 선언!
►국민여신 정은영. 히어로 무비 출연 확정
뭐지? 이 기억은…… 잠깐. 기억이라고? 나는 이런 기억이 없는데.
정은영과 인사를 주고받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 가는 ‘기억’들.
►18세에 아이돌로 데뷔해 연기돌로 전업을 선언한 정은영.
►전업 10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쓰다!
►히어로 무비, 토탈리벤지 세계적 돌풍! 한국의 여신에서 월드 여신으로 거듭나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경험해 본 적도 없는 ‘기억’이 연달아 떠올랐다.
정은영과 인사를 나누다 말고 침묵을 유지하자 방안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은 잠시 긴장한 표정이 됐다.
“보스?”
이상함을 눈치챈 엘리스가 나를 불렀다.
나는 손을 들어 잠시 기다려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10분. 아니 다시 부를 테니 잠시 나가주겠습니까.”
예기치 못한 내 반응에 박산호 일행은 적잖게 당황한 눈빛이 됐다.
방에 들어와 실수한 게 있는가 되짚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다.
박산호는 ‘뭐지?’ 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다가 정은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와 말을 나누다 말고 갑자기 벌어진 일이니 원인이 그녀에게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산호의 시선에 정은영은 크게 당황한 눈빛이 됐다.
무슨 실수를 한 거냐는 듯 따져 묻는 박산호에게 정은영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주몽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엘리스 역시 갑작스러운 반응에 궁금한 눈빛이었지만, 일단 세 사람을 데리고 방 밖으로 나갔다.
나는 방금 떠오른 기억들을 다시 정리해 봤다. 이게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은영의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8살에 아이돌로 데뷔한 적이 없다는 건 분명해.”
내 머릿속에 떠오른 정은영의 정보는 현실의 정은영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이미 사는 환경이 다른데 절대 같을 수가 없다.
“현상을 처음 겪었던 날도 고통과 함께 기억이 밀려들었었고…….”
나에게 일어난 현상을 재차 고심한 끝에 어쩌면 내가 경험한 현상이 ‘시간 역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시간대의 기억이 흘러든 것이라면.”
스스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라 시간 역행을 부정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은영에 대한 기억처럼 나의 죽음도 그저 단편적인 기억에 불과하다면 지금껏 벌어진 일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봐야 했다.
“죽음. 기억의 전이.”
첫 번째 현상이 연구소에서 죽음 이후에 벌어진 일임을 상기해 보자.
양자물리학이니 뭐니 하는 것들엔 상식조차 부족한 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로 인한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니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죽은 게 아니라, 다른 시간의 또는 다른 세상의 내가 죽은 거다?”
양자물리학은 모르지만, 평행세계 정도는 알고 있다. 물론 증명된 바 없고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나는 시간 역행이 아니라 평행세계 또는 우주론을 기반에 두고 ‘현상’을 유추해 봤다.
“그렇다 해도 첫 기억은 내 삶의 연장선에 있었어.”
다른 세계, 다른 모습으로 사는 ‘나’의 기억이 전이 됐다고 가정을 해도 첫 번째 기억은 분명히 내가 겪은…….
“아니지. 어쩌면 그것조차 다른 시간, 다른 세계의 내가 겪은 일이라고 봐야 지금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어.”
그렇다면 두 번째 현상에서는 왜 첫 번째처럼 곧바로 기억이 흘러들지 않았던 걸까. 왜 지금에서야 그것도 특정 인물을 본 다음에야 기억이 되살아 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 역행보다는 기억 전이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선 고개가 끄덕여졌다.
“죽음, 현상, 전이의 단계로 나누어본다면…… 다른 정은영의 기억을 가진 나는 다른 시간 또는 세계에서 죽임을 아니 죽었다는 의미가 되나?”
나름대로 개연성을 맞춰 보고자 머리를 쥐어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모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상식이 됐든 가설이 됐든 뭐하나 확실하게 맞아떨어진다고 장담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일어난 현상을 처음부터 차분히 정리했다.
혼란스러운 상태로 생활을 이어가는 것보다 나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가설’이라도 정리를 해 놔야, 현상과 기억 전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 역행이 아닌, 다른 세계 또는 시간대의 내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첫날 그리고 새벽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즉각적이든 조건식이든 기억이 흘러든다.”
현상을 겪은 뒤 정은영을 만나기 전에도 로버트, 엘리스 등 다른 이들을 만났지만, 그들에게선 ‘기억’의 흔적이 없다. 오직 정은영만이 기억을 상기시켰을 뿐이다.
“기억 속에 그들에 대한 정보 또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겠지.”
제이코 등과 인연이 된 것은 글로벌 슈퍼 복권이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세계의 내가 같은 경험을 했다면 모를까.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을 살았다면 죽을 때까지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대왕 전자 이진상 상무의 수행비서로 삶을 이어온 나와 달리 전혀 다른 인생 또는 직업을 가진 ‘나’의 기억.
최대한 끼워 맞춘 짜깁기 가설이지만, 일단 이렇게라도 정리를 하고 나니 머리가 조금은 편해졌다.
“세 번째 현상이 또 일어난다면 가설을 좀 더 명확히 세울 수 있게 되겠지. 아, 기억뿐 아니라 신체적 변화도 동반한다는 걸 깜빡했네.”
더 튼튼하고 건강한 신체. 그리고 나에겐 없었던 민첩성까지.
“신체 변화에 대한 기록도 남겨둬야겠군. 성격적 변화도 체크를 해야 할까?”
기억이 흘러들고 몸에 변화가 생기는데, 과연 성격이라고 그대로일까?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타고난 천성까지 변할 리는 없겠지만, ‘다른 내’가 살면서 느낀 또는 경험하면서 만들어진 성향은 어떤 식으로든 형체를 드러낼 것이다.
“뭐든 대비하는 게 좋겠지.”
만약 나의 이 가설이 조금이라도 신빙성 있다면, 현상과 더불어 벌어지는 기억 전이 또는 변이가 앞으로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 기억과 달리 왜 조건식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일회성인지 아니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억’인지 먼저 검증이 필요했다.
나는 곧바로 TV를 틀고 셀럽이나 정치인 또는 기업인들을 찾아 채널을 넘나들었다.
기억 전이에 대한 가설은 아직 증명할 수 없지만, 정은영에게 확인한 조건식 ‘기억’은 일회성이 아님을 확인했다.
“단편적이지만…… 아, 단신 뉴스 개념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겠군.”
모든 이들의 정보가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기억’들은 현재보다 미래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은영처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어느 시간대에서나 같은 삶을 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당장 방금 확인한 TV 속 인물들만 해도 몇몇은 기억과 같은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 말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무기를 손에 넣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내심 두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묘한 기대감을 감출 수가 없다.
“이거 좀…… 쩌는데.”
나도 모르게 히죽거리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지금처럼 현상과 변이, 기억 전이가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남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