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42화 (43/224)

042장. 여러분. 누가 쓰레깁니까!

한성희가 입을 열었다.

“법으로 금지된 폭력조직을 방송국으로 데리고 왔고, 방송 장비와 스태프들의 안전을 위협했습니다.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이진상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자리에서 체포해도 문제가 없겠군요.”

“물론이죠. 그게 다 사실이라면 말입니다.”

이진상은 어깨를 으쓱이며 ‘사실’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인지 모르겠군요. 이 스튜디오 안에 있는 관계자, 방송을 본 시청자까지 모두가 증인입니다. 박 경장님. 제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앉아 있던 박경도 경장은 자신에게 질문이 날아들자 “네? 아. 그게.”라고 하면서 머뭇거리는 표정이 됐다.

“경찰 쪽 의견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 게. 사실. 이라면. 당연히. 체포를.”

경찰청사람 모드로 또박또박 어색하게 말을 이어가는데, 이진상이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네. 이 상무님.”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고 했는데. 증거 있습니까?”

“네?”

대화를 주고받던 한성희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이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제가 동원했다는 증거 말입니다. 문자를 보냈다거나, 전화를 걸었다거나. 아니면 그들을 동원하기 위해서 돈을 줬다든가 하는 ‘증거’ 말입니다.”

이진상의 말에 한성희가 살짝 흥분한 목소리가 됐다.

“생방송 중에 난입했고, 그 과정에 스튜디오 문이 파손됐습니다. 그리고 이진상 상무님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파를 탔죠. 당시 내용을 확인시켜 드리죠.”

한성희가 하 PD에게 눈짓하자, 스튜디오 안에 이진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뭐 하고 있어. 다 때려 부수라니까!

소리를 과하게 증폭해서인지 노이즈가 심했지만, 이진성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본인 목소리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증거가 명확한데도 증거를 운운하시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한성희의 말에 이진상은 하하 웃음을 보였다.

줄기차게 올라오던 채팅창이 잠시 속도가 느려졌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렇게 여유만만인지 지켜보는 중이다.

“한국 사람은 말입니다.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습관적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겁니까?”

“예를 들면, 죽어버리고 싶다. 죽여버리고 싶다. 죽겠다. 죽는지 알았다. 죽을 뻔했다.”

이진상은 죽음과 관련된 말들을 연속해서 내뱉었다.

“한 국장님도 한두 번은 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방송을 보고 계시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그건…….”

한성희가 당황한 눈빛으로 입을 여는데, 이진상이 더 빨랐다.

“저도 그런 습관이 있습니다. 물론 좋지 못한 습관임은 인정합니다만,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살인죄니 자살 방조니 하면서 체포를 하는 예는 없지 않습니까. 박 경장님 내 말이 틀렸나요?”

“그건. 아닙니다.”

“입회한 경찰분도 그렇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이 상무님은 물리적 폭력을 동원한 상태였습니다.”

“물리적 폭력이요? 그럴 리가요. 스튜디오 문을 파손했다고 하는데, 그건 한 국장님의 오해입니다.”

“오해요?”

“당연하죠. 문을 부순 것은 내가 아니라, 방송국 보안팀이었습니다. 그들이 그러더군요. 스튜디오와 조정실로 들어가 방송을 막으라고. 얼마나 크게 소리를 치는지 로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습니다.”

“그…… 그런.”

한성희가 다시 한번 당혹스러운 표정이 됐다.

“그리고 법적으로 금지한 조직폭력배라고 하셨는데. 함께 온 사람들은 폭력배가 아닙니다.”

“이번엔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노동자들이 모여서 시위를 하면 그들도 조직폭력배입니까?”

“네?”

“과거 방송국 관계자들도 파업하고 떼로 모여서 시위를 하던데, 그러면 방송국 관계자들도 조폭이 되는 겁니까?”

“이 상무님! 본질을 호도하고 계십니다.”

한성희가 답답한 목소리로 이진상의 말을 부정했다.

“한 국장님이 제 체포와 관련된 사항을 묻기 위해 경찰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한 국장님이 아니라 경찰이 내려야죠.”

이진상은 박 경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박 경장님 말씀해 보시죠. 그들이 모두 조직폭력배입니까?”

“그…… 그건.”

박 경장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진상이 벌인 일은 특수손괴죄(特殊損壞罪)에 해당한다. 다중 또는 단체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자는 미수라도 처벌을 받는 게 맞다.

마음 같아선 당연히 조폭이 맞고 당신은 은팔찌를 차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카메라 너머에 있는 선배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신호도 주질 않고 있었다.

“오늘 저와 함께 왔던 사람들 역시 누군가를 갈취하거나 괴롭히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방송국 보안팀이 조직폭력배처럼 문을 부수고 방송을 막으려 하기에 나는 그걸 막기 위해 도움을 받았을 뿐이죠.”

“…….”

“…….”

이진상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스튜디오 안이 잠시 침묵에 잠겼다.

“내가 위협, 협박, 폭력을 일으켰다고 했습니까? 그럴 리가요. 방송을 막으려던 보안팀을 쫓아낸 것은 맞습니다만 누구 한 명 다친 사람이 있습니까? 부서진 장비는요.”

이진상은 박 경장에게 다시 시선을 맞췄다.

“박 경장님?”

“네.”

“제가 ‘체포’ 될 사항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박 경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항목만 따지자면 어디 한두 가지겠는가. 하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자신이 왜 여기에 앉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

“흉기를 소지한 것은 어떻게 할 겁니까? 특수손괴죄에 해당하는데 말입니다.”

한성희가 분통 터지는 표정으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제가 묻고 싶군요. 저기 서 있는 외국인들. 덩치는 물론이고 손에 들고 있는 쇠파이프까지. 저들이야말로 조폭들 아닙니까? 위협은 제가 느꼈고, 폭력에 노출된 사람도 저였습니다. 함께 온 직원들은 회사 상무인 저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를 했을 뿐입니다.”

이진상은 경호원들의 삼단봉을 쇠파이프로 오도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방송국에. 그것도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 조폭과 함께 난입. 방송을 방해하고 출연자들을 협박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전 국민이 보고 있는데 말입니다.”

이진상의 말에 한성희는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 어거지도 이 정도면 끝판왕이라 할 것이다.

“…….”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물리적 파손이나 인적 피해를 준 적이 없다는 것이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도 누군가를 피습하거나 방송을 방해하기 위함이 아닌 의견을 내고자 찾아왔을 뿐입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제 생각을 이야기 한 것이기에 서로 간의 의견이나 해석이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겠습니다.”

“방송이 끝난 뒤엔 체포에 응하겠다는 말씀인가요?”

“경찰이 그렇게 하겠다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응해야겠죠. 하지만, 지금은 저에게 조금이라도 시간을 줬으면 좋겠군요.”

“이진상 상무가 일반인이었다면 어떤 변명을 했어도 체포가 되었을 겁니다.”

한성희는 능구렁이 같은 이진상의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하. 저라고 특별하겠습니까. 그저 방송이 진행 중이고 또 제가 관련 당사자다 보니 경찰분들도 잠시 유예를 인정해주시는 거겠죠. 거기다 제가 긴급체포를 당할 정도로 위험하거나 긴박한 상황도 아니지 않습니까.”

카메라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기조실 직원들 역시 '어라?'하는 표정이 됐다. 망나니 이진상이 사고를 치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인터뷰를 보고 있었는데, 자신들 예상과 달리 이진상이 멋들어지게 방어를 해낸 것이다.

“실장님. 지금 우리가 보는 사람이 이 상무가 맞는 겁니까?”

“어? 어.”

“실장님. 방금 비서실에서 오더 내려왔습니다. 일단 지켜보라고 하십니다.”

“지금 상황에선 막으라고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변호사는 오고 있어?”

“네. 경찰이 우리 쪽 눈치를 보느라고 고민하는 것 같은데, 방송 끝나면 분명히 문제를 삼을 겁니다.”

“직접적 위해를 가하진 않았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법무팀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실형은 힘들 테고 벌금 정도로 마무리될 거다.”

“그렇긴 하죠. 그나저나 충격입니다. 이 상무가 저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까? 입만 열면 욕에 하는 일이라곤 돈 쓰는 것 밖에 할지 모른다고 소문이 파다했는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이게 어떻게 된 건지…….”

기조 1실장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진상의 논리정연한(그렇게 보이는) 그러면서 설득력 있는(상식 운운하는 부분에서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언변에 인터넷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냐?

▷ 나도 내가 들은 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 저게 말도 안 되는 억지인 거는 알겠는데. 또 말이 안될 건 뭐냐?

▷ 말이 안 될 게 뭐냐니. 이진상이가 말장난 치는거잖아!

▷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다 알고 있음. 그런데 저 입을 막을 수 있는 사람. 손들어봐.

▷ 일반인이라면 벌써 체포되고도 남지. 협박죄든, 손괴죄든 다 걸리거든.

▷ 그런데 왜 안 잡아가?

▷ 하지만, 이진성 말대로 직접적 피해를 주진 않은 상태라 잡아가도 실형보단 벌금으로 끝날 거다. 대왕 법무팀이 멍청하게 보고 있지도 않을 거고.

▷ 나 지렸다. 저런 식으로 설명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경찰 식은땀 흐르는 것 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게 한국의 현실을 알려준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내 말이 틀려?

▶ 그런데 저게 틀린 말도 아니잖아. 상식적으로.

▷ 이게 상식 운운할 일이냐? 누가 봐도 억지잖아!

▷ 뻔뻔하네. 어떻게 저렇게 말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 이미 이 방송이 비정상이다. 여기서 상식을 찾냐?

▷ 이거 비정상 회담인가요?

▶ 보안팀이 문 부셨다고 했지? JTB 완전히 젓갈 돼버렸네. 이거 빼박캔트야.

▷ 결론은 이진상 무죄 선언?

▷ 경찰도 그렇다고 하잖아.

▷ 와. 이거 법정 드라마였냐?

▶ 미치겠다. 새벽에 출장 잡혀 있는데, 잠을 잘 수가 없어!

▷ 너만 그러겠냐? 방송 본 사람들은 전부 토끼 눈으로 출근할 판이다.

네티즌들은 황당해하면서도 이진상을 체포할 사유가 없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상의 말이 거짓임을 증명하려면 누군가 피해를 보았거나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선 그 어떤 것도 증명해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성희와 이진상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

고소, 고발해서 법정 싸움으로 끌어갈 수는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 이진상을 체포할 일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진상 저 머리 좋은 미친놈은 변호사를 했어도 이름을 날렸을 놈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내가 예상했던 것과 어긋난 결과가 나오게 생겼다.

회사 이미지를 엉망으로 만들어서 주식값을 떨어트리고 그걸 주워 담으려는 계획이 아닌가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반전이 일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진상을 개진상, 멍청이 정도로 알고 있던 나상선도 꽤 놀란 표정이다.

설마 이런 식으로 문제를 봉합해 버릴 줄은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엘리스 반응이 궁금하네.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성격이 아닌데.’

김덕영을 통해 이진상과 한성희의 말을 전해 듣고 있던 엘리스 역시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누가 봐도 이진상이 잘못한 상황이 분명하지만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가니 섣불리 건드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로이어 고든. 제 체포 건에 대해 더 할 말이 있습니까?”

이진상은 느긋한 표정으로 엘리스를 바라봤다.

“없습니다.”

엘리스는 깔끔하게 손을 들어버렸다.

이곳이 법정도 아니고 이진상 말대로 ‘증거’가 불명확한 상황에 계속해서 체포를 요구할 수는 없었다. 억지를 부려봤자 이쪽 이미지만 망가질 것이다.

“그럼 이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보면 되겠군요.”

이진상은 카메라를 보며 씩 웃어 보였다.

▶ 와. 존나 밉상인데. 때릴 수가 없네.

▷ 때리진 말고 이진상처럼 앞뒤 딱딱 맞춰서 염장을 질러. 화나서 미쳐버리게.

▷ 냉수 먹고 왔다.

▷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진상은 아무 죄가 없다는 거야?

▷ 지금껏 뭘 들었냐.

▷ 법적으로 문제로 삼고 들어가면 재판으로 갈 수는 있지만,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움.

▷ 반박이 가능하다고 해도 대왕 그룹이랑 싸움이 되겠냐?

▶ 엘리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 와, 이 상황에도 포커페이스 유지하는 거 봐라. 엘리스 변호사 맞네!

이진상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하지만 말이 될 것 같은 소리에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한성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방송을 방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진상 상무님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는 말씀이군요.”

“물론입니다. 이런 문제는 한쪽 이야기만 들어선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좋습니다. 힘들게 직원들까지 동원해 찾아오셨는데. 말할 기회를 드려야겠죠.”

한성희가 비꼬는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이진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심적, 물적 피해를 본 분들께 먼저 사과 말씀드립니다.”

이진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한성희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 말은 잘못을 인정한다는 걸로 들어도 되겠습니까?”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이진상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상이 의외의 모습을 보이자 다들 얼떨떨한 표정이 됐다.

“하지만.”

이진상은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하지만’을 덧붙였다.

“회사의 기밀을 내다 팔고, 외국으로 도주. 약에 빠져 살았던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을 지겠지만, 성실의무를 져버리고 회사에 피해를 준 부분에서도 책임을 묻겠습니다.”

이진상은 정면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과거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모아 이런 방송을 한 이유! 저는 그걸 알기에 이 자리에 달려왔습니다.”

이진상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왕 전자, 아니 그룹의 주식 가치를 떨어트리고 평가 절하된 만큼 이득을 볼 생각이었죠? 그렇지 않습니까? 고주몽 씨.”

왓? 이 개새끼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그건 내가 아니라 네 계획이잖아!

예고도 없이 날아든 돌멩이에 뒤통수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대왕 그룹, 대왕 전자의 주식은 국민주라고 불릴 만큼 대한민국에서 인기가 많다. 그런데 그 주식의 가치를 떨어트려 이득을 보려 했다는 말이 튀어나오자. 방송에 호의를 보이던 대부분 사람이 순식간에 적으로 돌아섰다.

▶ 이게 무슨 소리임?

▷ 고주몽 저 새끼가 한강 다리 번개팅을 주선했다잖아!

▷ 와 나. 그러니까. 지금, 이 방송이 주가 떨어트려서 대왕 전자 날름 잡아먹을 계획?

▷ 가진 돈을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 저…… 저 개자식을 봤나.

▶ 이 상무가 미친놈처럼 달려올 만했네!

▷ 이진상 졸라 멋짐!

▷ 고주몽 저거 검은 머리 외국인이었어?

▶ 이 상무님 아니셨으면. 어쩔 뻔?

▷ 역시 후계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봄.

▷ 젠틀맨이라고 했는데 아까는 아무도 안 믿어줬으면서.

▷ 사과드립니다.

▷ 죄송합니다. 사과 드십시오.

▷ 이 상무. 인정!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저 정도 능력이 있으니까 상무를 하는 거지!

이진상은 곧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하나의 기업이 완성되고 자리 잡기까지 짧게는 십수 년. 길게는 백 년의 세월이 걸립니다. 대왕 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과 역사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그 안에는 수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 애환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크나큰 가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기업은 주머니에 돈 좀 있다고 해서 쇼핑하듯 사들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것도 다수의 피해를 강요하는 이런 행위는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진상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하지만 누구나 솔깃하게 만드는 말장난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이진상은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극적 대 반전을 성공시켰다.

다 차려진 밥상에 절묘하게 구정물을 부어버린 것이다.

“어…… 이게 무슨.”

내부 고발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방송에 데리고 나온 나까지 순식간에 방사능 급 쓰레기로 전락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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