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38화 (39/224)

038장. 방송국 사고!

위쪽 조정실에서도 난리가 나긴 마찬가지다. 스튜디오에 곧바로 무전이 날아들었다.

― 뭐야. 밑에 왜 그래!

FD 하나가 긴장된 표정으로 하 PD에게 무전기를 건넸다.

“뭔데?”

“조정실에서 긴급호출입니다.”

“하 PD요.”

― 하 선배 저 정진영입니다.

“아. 진영이였냐.”

― 방송 끊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거 대형 사곤데.

“그쪽에서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만, 나 같으면 그냥 두겠다. 어차피 나갈 거 다 나가버렸는데. 여기서 끊었다간 방송국에 쓰레기 날아들 거야.”

― 하! 미치겠네. 그걸 말이라고. 그러게, 국장 좀 잘 말리지.

“자신 있으면 네가 내려와서 말리던가.”

― JTB 뜰 겁니까?

“있고 싶어도 못 있지. 어차피 잘린 건데. 국장 따라가련다.”

― 저도 따라가면 뭐 있습니까.

“웃기는 자식이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국장 치맛자락이라도 잡고 늘어지는 거지. 10년간 죽자고 따라다닌 덕분에 밥은 먹고 살잖아. 이번에도 믿어봐야지. 국장이 다혈질처럼 좌충우돌하는 것 같아도 은근히 여우야. 다 생각이 있으니 사고를 쳤겠지.”

― 진짜. 미치겠네. 방송 끊어요? 아니면 그냥 둘까?

“나는 손 털었으니까. 알아서들 해라. 낙하산 밑에서 계속 빌빌대며 살던지. 아니면 사고치고 나처럼 쫓겨나던지.”

책임은 각자 지자며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을 남긴 채 하 PD는 FD에게 무전기를 넘겨줬다.

그때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사장이 진짜 전원을 내려 버리려 하자, 스태프들이 하나가 되어 사장을 막아섰다.

“뭐야. 이 자식들! 다들 미쳤어? 잘리고 싶냐고!”

사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스태프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하 PD를 바라볼 뿐이다.

“뭐? 나보고 어쩌라고?”

“하 선배 혼자 튀는 건 반칙이지. 빨리 우리 자리도 알아봐 줘요.”

“아우. 이 미련한 새끼들. 지금 뭐라는 거야.”

“밥그릇 챙겨 준다고 하면 사장 잡아 놓고. 아니면 우리가 두꺼비 잡아야지.”

카메라 감독 한 명이 떳떳하게 이직 보장을 요구했다. 하 PD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또 그걸 나에게 확인했다.

“고주몽 씨. 국장 데려가 봤자. 아무것도 못 합니다. 우리 없으면 그냥 얼굴마담이거든요.”

“하하하. 그런가요?”

“그럼요.”

“대신 방송은 계속하는 겁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 PD는 스태프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 들었지?”

“콜!”

스태프들은 사장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곧바로 행동에 나섰고 이들 중 몇몇은 품에 넣고 다니던 하얀 봉투를 즉각 투척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정신 나갔어? 니들 미쳤냐고! 생방송 중에 그딴 짓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사장이 반쯤 정신이 나간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그때 3번 카메라 감독이 다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JTB 사장님. 화면발 죽여주네.”

“뭐?”

사장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감독이 손가락으로 스튜디오 바깥 쪽을 가리키자 사장의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갔다.

모니터용 TV에 어벙한 사장의 모습이 그대로 출력이 되고 있었다. 모니터 상단엔 ‘LIVE’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JTB 사장님. 생방송 출연 중입니다. 한 번 웃어주세요.”

카메라 감독의 말에 김만석 사장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미친…… 단체로 약이라도 한 거냐? 이게 지금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그야말로 대한민국 방송사에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장은 넋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저 방송 중지를 지시하려 내려왔을 뿐인데, 방송이 아니라 방송국이 정지될 판이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스태프들이 문제가 아니라 이젠, 자신의 목이 날아가게 생겼다.

갑작스러운 방송 중지는 방송사고라고 덮어씌울 수 있다. 기술적 문제니 뭐니 가져다 붙일 것도 많으니까.

그렇다면 방송 중지 압박이 내려왔다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방송해 버린 지금, 이 상황은 뭐라고 해야 할까.

훗날, 한성희는 이 상황을 두고 ‘방송국 사고’라고 정의를 내렸다.

방송이 잘못된 게 아니라, 방송국 자체가 잘못된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사건 덕분에 방송국 내의 불의한 압박이나 지시가 내려오면 ‘방송국 사고’ 한번 내 볼까요? 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니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했다고 할 것이다.

아무튼, 방송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될 줄은 나 자신도 다른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인생 자체가 스펙터클해지는 기분이네.”

죽었다 다시 살아난 것도 그랬고, 범인은 상상할 수 없는 큰돈을 얻은 것도 그랬다. 거기다 이젠 방송 중 대형 사고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

“설마. 가는 곳마다 이런 난리가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 * *

“푸하하하하. 이런 미친.”

방송국 근처에 도착한 상선은 배꼽을 잡고 웃어버렸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위에서 급하게 방송을 막으려다 오히려 되치기를 당해 녹다운돼버렸다.

생방송 중에 그것도 TV뿐 아니라, 인터넷까지 실시간 방송이 이뤄지는 중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건 대통령이 나서도 수습 불가다. 막으면 막으려 할수록 더욱 반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고생했어요. 올슨에게 연락처나 하나 남겨주고 그만 돌아가요.”

“아닙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기사는 상선 옆에서 떨어질 수 없다며 직접 차 문까지 열어줬다.

“에이. 왜 그래요. 험한 꼴 보지 마시고. 돌아가 있어요. 스케줄 날아오면 그거나 전해주면 되니까.”

“그. 그래도…….”

상선은 기사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준 뒤, 올슨과 함께 방송국 로비로 올라가 버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기사는 머리를 박박 긁어대다가 급히 전화를 넣었다.

대왕 전자 이광수 사장의 둘째 아들로 알려진 이진형 이사가 전화를 받았다.

“이사님. 저 김 기사입니다.”

― 진선이는?

“그게 말입니다. 지금 방송국에 오셨습니다.”

― 방송국?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주몽이 형을 만나야 한다고 그러면서 차를 JTB 쪽으로 돌렸습니다.”

― 주몽이 형? 그게 누구지?

이진형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는 듯 반문하듯 중얼거렸다.

“오늘은 호텔에서 지내고 내일 본가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 수고했어. 그만 들어가 봐.

“네. 이사님.”

보고를 마친 김 기사는 차를 돌리려는데, 주차장 안에 타이어 마찰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누가 운전을 저렇게 거칠게 하는 거야.”

스스로 베테랑 드라이버라 생각하는 김 기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급 세단 한 대와 시커먼 색으로 선팅된 봉고차 일곱 대가 거칠게 멈추어 서는 게 눈에 들어왔다.

“뭐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들을 지켜보는데, 봉고차 문이 열리면서 험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언뜻 봐도 오십 명은 훌쩍 넘어 보였다.

검은 양복에 장갑을 끼고 손에 흉기를 든 자들. 누가 봐도 조직폭력배다.

그때 지휘 차량으로 보이는 세단에서 젊은 사람이 한 명 내렸는데, 김 기사로선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얼굴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 상무가 여길 왜…….”

로비에 올라온 상선이 어디로 가야 주몽이 있는 곳인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방송국 보안팀으로 보이는 이들이 우르르 달려가는 게 보였다.

“내가 길 찾는지 어떻게 알고. 착하기도 해라.”

상선은 곧바로 보안팀 뒤를 쫓아 달렸다. 저들이 가는 곳에 주몽이 있을 것이다.

방송국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대형 사고가 터졌으니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테고 어떻게든 방송을 막으려면 물리력 행사 말고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방송국 사장의 당황한 얼굴까지 버젓이 방송을 타 버린 상황이니 위에선 아주 난리가 났을 것이다.

보안팀 책임자로 보이는 사내가 패를 둘로 나누며 한쪽은 조정실, 다른 한쪽은 스튜디오로 이동하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올슨. 우리는 스튜디오 쪽이다.”

“네. 사장님.”

보안팀 직원 한 명이 자신들을 쫓아 오고 있는 상선과 올슨을 힐끔 돌아봤지만, 왜 쫓아오냐고 물어볼 여유도 없는지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보안팀과 상선이 스튜디오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쯤, 로비 엘리베이터와 비상구 쪽에서 시커먼 양복을 입은 폭력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폭력배 하나가 얼떨떨한 얼굴로 로비를 지키고 있던 방송국 경비의 얼굴에 야구방망이를 들이댔다.

“지금 방송 어디서 하는 거요.”

“그…… 그게.”

경비가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맞고 불 거요. 아니면 그냥 불고 멀쩡히 집에 갈 거요?”

야구방망이 옆으로 사시미 하나가 불쑥 올라왔다.

“3 스튜디오입니다. 저…… 저쪽.”

경비는 질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자!”

“네. 형님.”

위치를 확인한 조폭들이 스튜디오를 향해 뛰기 시작하자, 진상과 비서 역시 그 뒤를 쫓았다.

“들어가면 방송 장비부터 부숴! 그리고 안에 있는 놈들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진상의 외침에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튜디오에 도착한 보안팀은 곧바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안쪽에서 문을 걸어 잠갔는지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젠장!”

어깨로 문을 부수려 시도도 해 봤지만, 단단한 문은 쉽사리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복도에 비치된 소화기 하나를 챙겨온 보안팀이 문고리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꽝! 꽝!

있는 힘껏 문고리를 내리찍자 유격이 생기며 조금씩 헐거워지기 시작했다.

“더 힘껏 찍어!”

“으랏차!”

꽈지직. 쿵!

문고리가 아래쪽으로 뒤틀리며 잠금쇠 부분이 아예 박살이 나 버렸다.

“좋아!”

덜컹거리는 문을 어깨로 들이받자, 버티질 못하고 터져나갔다. 쿵! 소리를 내며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뒤쪽에서 요란한 구둣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건 또 뭐야?”

보안팀 직원이 깜짝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조폭들 같은데요.”

“안에 있는 놈들과 한 편인가?”

“미치겠군. 저걸 어떻게 막아. 우린 맨손이라고.”

보안팀 직원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쳤다. 상선도 예기치 못한 등장인물에 당혹스럽기 마찬가지다. 조폭들 사이로 절대 잊을 수 없는 얼굴이 불쑥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슨. 안으로.”

올슨이 보안팀 직원들을 밀치고 공간을 만들자, 상선은 재빨리 그 사이로 숨어들었다.

숨을 몰아쉬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이진상이 뭘 보고만 있냐는 듯 조폭 두목을 재촉했다.

“다 밀어버려!”

“네. 형님.”

서로 눈치를 보고 있던 보안팀 직원들을 조폭들이 달려들자 그대로 도망을 쳤다. 이건 막고 말고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 * *

주몽의 유언장 발언 이후, 각국 전담팀은 주몽의 입국 활동 시 어떻게 경호를 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에 들어갔다.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지만, 싫든 좋든 주몽은 자국의 국민이다.

암살 위협을 받고 있다며 방송에 나와 공표까지 했는데 그냥 지켜만 본다? 그것도 웃기는 일이 되는 것이다.

준비 시간이 넉넉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그럴 겨를조차 없이 곧바로 주몽 경호 프로젝트에 들어가야 했다.

다른 나라들이야 주몽이 자국 땅에 없으니 느긋하게 대처를 해도 되지만, 한국은 방송까지 나와 할 말 못 할 말 다 떠들어 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긴급으로 내려온 지시에 국정원 요원들은 방송국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몽 근처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명령이다.

팀이 급히 꾸려져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없진 않았지만, 정보 요원들이다 보니 움직임이 기민했다.

“방송국 주변은?”

급조팀 팀장이 된 양하석이 무전을 날리자, 방송국에 몸을 숨긴 요원들이 보고했다.

― 조용합니다. 오히려 인터넷이 난리군요.

― 스튜디오 쪽도 문제없습니다.

― 주차장 이상 무.

“문제 확인되면 바로 알려. 긴급한 상황이면 선조치 후보고한다.”

― 네. 팀장님.

양하석은 한쪽에 틀어 놓은 TV에 시선을 돌렸다. 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마무리되고 세 번째 안건에 관해 이야기하는 참이다.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양하석과 요원들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저거 지금. 대왕 그룹 저격하는 거 맞지?”

“네. 팀장님.”

“젠장. 돈벼락을 맞았으면 조용히 즐기면서 살 것이지. 뭐 하는 짓이야.”

양하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주몽의 방송 출현에 불만을 토했다. 양하석은 두통이 올라 온다는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댔다.

“카페인 땡기네.”

“커피 한 잔 타 올까요?”

“아니야. 내가 타 먹어. 너희들은 모니터나 잘해.”

양하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 쪽으로 걸어갔다.

“엇!”

모니터 요원이 갑자기 헛바람을 들이키자 양하석이 재빨리 몸을 돌렸다.

“왜?”

“방송사고…… 난 것 같습니다. 한성희 보도 국장이 폭탄을 터트렸습니다.”

“아니 그 여자가 왜!”

양하석은 후다닥 달려와 TV 앞에 섰다.

“사장과 회장이 방송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발언해 버렸습니다.”

요원이 보고하는 중에도 방송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사장의 거친 목소리가 그대로 방송을 타 버렸고 종국엔 바보 같은 표정의 얼굴도 등장했다.

그 와중에도 한성희는 이진성 상무의 수행비서였다는 사람과 인터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인터뷰 중에 흘러나오는 내용이 하나 같이 핵폭탄급이다.

“미친!”

양하석은 재빨리 무전기를 들고 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왕 그룹, JTB 방송과 트러블 발생! 만약의 사태에 대비!”

― 네. 팀장님.

요원들 역시 방송을 확인했는지, 목소리가 다급했다.

― 팀장님! 지하 주차장에 대왕 전자 이진상 상무 출현했습니다.

“뭐?”

― 조폭 50여 명. 흉기 소지!

“빌어먹을! 정신 나간 거 아냐? 고주몽을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냐고!”

양하석 팀장이 기겁한 표정이 되더니 경찰과 국정원에 다급히 지원 요청을 했다.

“윗선에 보고 올려! 대왕 그룹에서 무리수를 뒀다고!”

“네.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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