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글로벌 벼락부자, 역대급 깽판을 치다-31화 (32/224)

031장. 고 대표 방송에 나가다.

방송 50분 전.

클로징 멘트를 마친 한성희 국장이 곧바로 대기실에 찾아왔다.

대기실 안으로 들어온 한성희는 내부를 둘러보더니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경호원들이 정말 많으시네요. 한성희입니다.”

한성희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하하. 그렇게 되었습니다. 고주몽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가볍게 손을 잡고 흔든 뒤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정말 젊은 분이었군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스물아홉입니다.”

“만으론 스물일곱이겠군요.”

“굳이 따지자면.”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뉴스를 마치고 바로 찾아온 것은 몇 가지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네. 말씀하시죠.”

“고주몽 씨도 아시겠지만, 방송 자체가 워낙 급하게 잡힌 데다, 사전 준비가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해합니다. 저희 쪽에서 실례를 한 부분도 있으니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실례랄게 있나요. 오히려 JTB에 이런 기회를 줘서 오히려 고마운데요.”

한성희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방송을 이끌어갈 준비가 부족했고…….”

무슨 말을 하려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진 모르겠지만,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인터넷 방송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터넷 방송이라면. 너튜브나 이런 인터넷 매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아무래도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궁금한 점도 많을 것 같고. 고주몽 씨도 본인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한성희의 말에 손을 들어 올렸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허락하시는 건가요?”

“보아하니, 국장님이 질문하기 불편한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대신하려는 것 같은데. 아닌가요?”

“호호호호호.”

내 말에 한성희 국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스마트하시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점도 없지 않죠. 예전엔 독한 질문도 잘한다며 나름 이름을 날렸지만, 요즘엔 저도 늙었다는 걸 실감할 때가 많거든요.”

“기자들 보다, 네티즌들이 더 예리하고 야무질 때가 많다는 건 저도 인정하죠.”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한성희가 ‘오케이 딜?’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런 문제는 저 혼자 결정할 게 아니어서 말입니다.”

“아, 물론이죠. 하지만 저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생각은 짧게, 결정은 단호하게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바로 비서팀에 한성희 국장의 제안을 설명했다.

엘리스가 눈을 반짝이며 의견을 내려 하는데, 로버트가 그녀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네?”

“옵서버.”

로버트는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엘리스는 아쉬운 얼굴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자신은 그저 지켜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잠시 깜빡한 것이다.

그런 엘리스의 모습이 한성희 국장의 눈에 들어왔다.

뭔가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그녀를 보며 한성희가 몸을 일으켰다. 한성희가 엘리스 쪽으로 다가가자 곧바로 로버트가 막아섰다.

“다가오지 마시오.”

특파원 생활을 오래 했던 한성희기에 언어적 소통에 어려움이 없다.

로버트의 말에 슬쩍 손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얼이 좋아서 방송 출연을 제안해 볼까 한 겁니다.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한성희의 말은 비서팀과 의견을 나누고 있던 나를 자동으로 호출했다.

“불가합니다.”

“단호하시네요. 여자친구분?”

은근슬쩍 나를 떠보는 느낌이다.

과거보다 조금은 유해진 느낌이었는데 기자의 본능은 여전한 모양이다. 하지만 정확히 헛다리 짚었다.

“직원입니다.”

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부정했다.

엘리스와 이성적 관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장착한 스펙만 본다면 매력 덩어리로 보일 수도 있다. 눈 돌아가게 예쁜 얼굴. 맑고 깨끗한 금발에 쭉 빠진 몸매.

천재 코스프레를 하며 어린 나이에 변호사가 되었고 로펌에서 능력자로 인정까지 받았지만.

글쎄…….

예쁘고 돈 많고 능력 있다고 해서 마음이 끌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느끼고 바라보는 엘리스는 ‘잘 꾸며진 마네킹’ 정도다.

내 표정이 너무 리얼해서일까.

잠시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던 한성희가 ‘흐음’ 하는 소리와 함께 관심을 끊었다.

“결정은 하셨을까요?”

“몇 가지 조건만 만족한다면 그렇게 하죠.”

“그래요?”

나름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고 생각했는지 한성희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떤 조건인지 말씀해주시죠. 최대한 맞춰 드릴게요.”

“실시간 채팅이 올라오면 우리 쪽에서 시청자 질문 몇 개를 선정하겠습니다.”

“질문의 선택권을 가져가겠다는 거군요.”

“몇 가지입니다.”

한국 네티즌들의 상상력이나 집요함은 바퀴벌레 저리 가라다.

튀어나오는 질문 중에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나 역시 한성희처럼 시청자를 핑계 삼아 하고 싶은 말을 하려는 거다.

“좋아요. 다른 조건은?”

“방송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한성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편성된 방송 시간은 한 시간으로 이야기가 됐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간을 늘려 달라니.

이건 시청률이나 기타 상황을 떠나 방송국 편성에 문제가 생긴다.

“질문을 선택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군요.”

한성희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신, 오늘 밤 JTB 시청률을 폭파해 드리죠.”

내가 시청률 운운하며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이야기하자 한성희가 궁금한 표정이 됐다.

“뭔가 대단한 것을 준비하신 모양이네요. 혹시, 다른 대기실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초청 손님이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가볍게 웃어줬다.

“특종. 좋아하시잖아요.”

“특종 좋아하죠. 고주몽 씨 말대로 시청률이 폭발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습니다. 최대한 조율을 해보겠습니다.”

한성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건은 여기까지?”

“네. 여기까지입니다. 국장님은 더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아니요. 저도 이 정도면 충분하군요.”

한성희는 방송에서 보자는 말을 남기고 대기실을 떠났다.

방송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긴장감이 밀려들었다.

“청심환이라도 하나 드시죠.”

김덕영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청심환을 건넸다.

“네. 그거라도 먹어둬야겠네요. 이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긴장되네요.”

“방송이란 게 좀 그렇다더군요. 오죽하면 카메라 울렁증이라는 말까지 생겼겠습니까.”

“그러게요.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울 수 있을지 알았는데. 하하.”

청심환을 삼킨 나는 심호흡을 하며 굳어진 몸을 풀었다.

대기실 문이 열리고 FD 한 명이 얼굴을 내밀었다.

“5분 전입니다! 스튜디오로 이동하시겠습니다.”

“보스. 가시죠.”

“네. 가죠.”

로버트와 경호원 두 명이 앞장을 서고 나와 비서팀 그리고 다른 경호원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덩치 큰 외국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오자 안내를 맡았던 FD가 긴장된 표정이 됐다.

“이쪽으로…….”

FD의 안내를 받으며 보도국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스태프들의 시선이 약속이나 한 듯 우리 쪽으로 몰렸다.

작은 목소리로 ‘저 사람인가?’, ‘진짜 한국 사람이었네.’ 등의 말이 흘러나왔다.

FD는 작은 리시버 하나를 가져와 내 귀에 꽂아줬다.

방송에서 볼 때는 앵커와 데스크를 중심으로 보이기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데스크를 제외하고도 그 외 공간이 상당했다.

나처럼 귀에 리시버를 꽂고 있던 한성희가 다가왔다.

“방송은 처음이시죠?”

방송만 처음일까. 방송국도 처음 왔다.

“네. 처음입니다.”

“후후. 그냥 사랑방이라 생각하세요. 옹기종기 모여서 친구랑 이야기 나눈다 생각하면 됩니다.”

말은 쉽다. 온갖 조명과 카메라가 즐비한데 사랑방 취급하라니.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스탠바이! 3분 전!

“방송 시작하고 5분 정도? 그 뒤에 고주몽 씨를 소개할 겁니다. 그때 여기 FD 신호에 맞춰 안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네.”

― 스탠바이! 2분!

시간을 알리는 PD의 외침이 이어지자, 한성희는 앵커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 스탠바이! 1분!

― 5. 4. 3. 2. 큐!

시그널 뮤직과 함께 한성희 뒤편에 생방송 타이틀이 출력됐다.

“JTB 특별 생방송 G20 글로벌 복권 당첨자와 이야기하다의 진행을 맡은 한성희입니다.”

한성희는 능숙한 실력으로 오프닝을 알렸고, 그와 동시에 스크린에서 G20 글로벌 복권에 대한 정보가 책장 넘기듯 펼쳐졌다.

UN에서 복권을 발행하게 된 이유를 시작으로 세계인이 동참한 구매 열풍 그리고 당첨자가 나오기까지의 스토리가 이어지더니, 마지막 순간 스크린 가득 ‘886조 3천억’이라는 글자가 프린트됐다.

FD가 잠시 뒤 등장할 시간이라며 위치를 지정해 줬다.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데 카메라 한 대가 나를 찍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장면부터 방송에 내보낼 생각인 듯 보였다.

PD가 큐 사인을 보내자 한성희가 곧바로 멘트를 쳤다.

“세기의 행운아. 글로벌 복권 당첨자 고주몽 씨를 이 자리에 모시겠습니다.”

FD가 슬쩍 내 등을 밀었다.

스튜디오를 가로질러 데스크까지 걸어간 나는 지정된 좌석에 몸을 붙였다.

한성희와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본격적으로 방송이 시작됐다.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글로벌 복권 당첨자. 고주몽입니다.”

“이런, 그건 제가 이미 소개를 했는데 말입니다.”

“하하. 그랬던가요? 아무래도 방송은 처음이라 긴장이 되네요. 실수가 있어도 잘 이끌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호칭을…… 국장님이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하하. 네. 오늘은 그렇게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네. 한 국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웃음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자, 귀에 꽂고 있던 리시버로 PD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 좋습니다. 그렇게 차분하게 이어가시면 됩니다.

“와우. 실시간 채팅창이 터질 것 같습니다.”

한성희가 인터넷 창을 들여다보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만큼, 오늘 주인공으로 나오신 고주몽 씨에게 관심이 지대하다는 거겠죠?”

한성희는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듯 가벼운 멘트로 대화를 시작했다.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한성희 덕분에 간간이 남아 있던 긴장감도 완전히 사라졌다.

내가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것으로 보이자, 한성희는 본격적으로 진행에 나섰다.

“막상 자리에 모시고 나니, 어디서부터 질문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모시기 전까진 묻고 싶은 게 가득했는데 말입니다.”

한성희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시청자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볼까 합니다. 저 한 사람이 질문하는 것보단, 국민 여러분의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벌써 질문이 올라왔네요.”

한성희는 뉴스 진행자가 아닌 마치 예능프로의 MC처럼 방송을 이끌었다.

딱딱한 뉴스 형식보다는 예능 형태로 끌어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을 한 모양이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네.”

“결혼은 하셨나요?”

“하하. 첫 번째 질문치고는 너무 평범한데요.”

“그럴 리가요. 대한민국. 아니 세계를 포함해서도 가장 돈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 되었지 않습니까. 당연히 미혼 여성분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죠.”

“아직 미혼입니다.”

“여러분 고주몽 씨는 미혼이시라고 합니다.”

뻔한 질문과 뻔한 답변이 한동안 이어졌다.

전파 낭비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그런 문답 시간이다.

한성희도 허락된 전파 낭비는 여기까지라는 듯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조금 자극적인 질문들이 올라왔네요.”

한성희는 잠시 말을 멈추며 정면 카메라를 바라봤다.

“고주몽 씨가 죽으면 그 돈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상속세만 해도 일 년 치 국가 예산과 맞먹는 돈이 나올 것 같은데.”

“자극적인 질문이라고 하시더니, 무서운 질문이었군요.”

“답변해주시겠어요?”

“지금 제가 죽는다면…… 당연히 가족들에게 상속이 되겠죠.”

내 답변에 마치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다시 질문이 날아들었다.

“제가 알기로 고주몽 씨는 20개국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통합시민권이라고 하던가요?”

“네. 맞습니다.”

“아, 여기서 시청자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잠시 풀고 넘어가야겠군요. 방금 통합시민권이라고 했는데 그건….”

한성희는 글로벌 시민권. 일명 통합시민권이 무엇인지를 짤막하게 설명했다. 시민권을 받게 된 내막이나 통합시민권이 가지는 힘의 민감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채팅창이 한 차례 시끄러워졌다.

이중국적을 넘어 다국적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며 실정법 위반이라는 말까지 쏟아졌다. 이것을 보면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의 국적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임이 분명했다.

한성희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질문을 이어갔다.

“다시 질문을 이어가 보죠. 상속세는 어느 나라에 내야 할까요?”

“하하. 이거 쉽게 대답할 질문이 아니군요.”

나는 난감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제가 보기엔 전혀 어려운 질문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런가요? 한 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한국이죠. 상속받을 사람이 한국 사람이니까요. 고주몽 씨가 글로벌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건 살아 있을 때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성희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보다는 남아 있는 사람의 국적이 중요치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네요.”

내가 일부 긍정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질문은 여기서 이렇게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네. 고주몽 씨.”

“저는 재산을 상속할 생각이 없습니다.”

“네?”

한성희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정정하겠습니다.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정도의 재산은 당연히 상속할 겁니다. 하지만 금액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속세로 소란이 일 것 같지는 않군요.”

“지금 그 말씀은 이미 유언장이 만들어졌다는 말씀인가요?”

한성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네. 제가 방송에 출연을 결심한 것은 모두 세 가지 이유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유언장 공개입니다.”

“이건 생각지 못한 내용이네요. 유언장이라니.”

“한 국장님만 그러겠습니까. 아마, 제 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귀를 세우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너무 이른 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미국에 있을 때 재미있는 제보를 받았거든요.”

“제보라면 어떤…….”

“어떤 분께서 ‘상속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신다는.”

한성희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질문 과정에서 자신이 이미 밝혔듯이 고주몽의 상속세는 일 년 치 국가 예산이다.

그런데 누군가 상속세에 관심을 보였다는 말은…… 그 누군가가…… 아니 어쩌면 국가가!

한성희는 예능 MC의 가면을 벗어 던지고 날카로운 기자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입에 담기도 조심스럽습니다만, 혹시 암살 위협입니까?”

“아마도?”

의문부호가 붙은 대답이었지만, 그 한 마디의 파급효과는 절대 작지 않았다.

JTB 특별 생방송 시청률이 무서운 속도로 치솟기 시작했고 인터넷 채팅창은 당장이라도 터져 나갈 듯 맹렬한 속도로 스크롤 됐다.

특히, 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대화 맥락을 살펴보면 누가 봐도 그 암살자가 '정부'를 지칭하고 있다는 걸 모를 수 없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국적 박탈이라는 미친 짓을 한 인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던가, 그런데 이건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폭탄이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누구야? 어떤 놈이 또 헛짓거리를 벌인 거냐고!”

“대통령님. 일단 진정을 하시고….”

“내가 아무리 레임덕이라도 그렇지. 이건 아니잖아!”

이명환 대통령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식물 대통령이니 뭐니 해가며 까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것들이 국군통수권자를 아주 물로 봤어! 당장 고주몽 관리팀 소환해! 어디서 어떻게 얻은 정보인지 무조건 알아내서 내 앞에 가져와!”

“네.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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