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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패선-275화 (275/325)

< 제 85장. 진명마가(眞明魔家). -03(11권 끝) >

지금까지 억눌러두었던 분노를 폭발시키며 반천우가 주먹을 내질렀다.

그야말로 섬전과도 같은 일격이었다.

터어어엉!

벽우진이 움직일 예상 경로까지 파악해서 내지른 공격이었기에 이번에는 역시나 피하지 못했다.

호신강기로 그의 일격을 막아냈던 것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그는 예상했다.

‘애초에 목적이 마음대로 날뛰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우우웅!

반천우의 전신에서 마기가 넘실거렸다.

마공을 극성으로 일으키자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마기가 표출되었던 것이다.

그 상태로 반천우는 벽우진을 향해 쌍권을 폭우처럼 내질렀다.

콰콰콰쾅!

호신강기가 있다면 부수고 일격을 꽂아 넣겠다는 듯이 무식할 정도로 정공법을 펼치는 공격에 벽우진의 신형이 흔들렸다.

호신강기로 맹공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충격까지 완벽하게 해소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쩌저적.

반천우의 공세가 효과를 보는지 호신강기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단순하지만 무지막지한 힘이 실리자 벽우진이 호신강기도 버텨내질 못했던 것이다.

‘내가 이겼다!’

빠르게 커지는 균열에 반천우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부수느냐, 버티느냐의 승부에서 결국 무게추가 자신에게 기울어짐을 확인할 수 있어서였다.

쩌어엉!

이윽고 그의 주먹질에 벽우진을 보호하고 있던 호신강기가 깨져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의 틈을 반천우는 놓치지 않았다.

좌권이 호신강기를 부순 순간 우권이 벼락같이 벽우진의 안면으로 향했다.

우선은 건방진 얼굴부터 아작 낼 생각이었다.

터어어엉!

하지만 득의양양한 표정은 얼마 가지 못했다.

이번 일격으로 피를 토하며 나뒹굴 거라 생각한 벽우진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주먹은 벽우진의 얼굴 앞에 막혀 있었고 말이다.

‘호신강기가 이중이었다고?’

상상조차 못한 일에 반천우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그는 순간적으로 멈칫거렸다.

놀라서 다음 공격을 이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벽우진의 백옥같이 새하얀 손이 뱀처럼 미끄러지며 반천우의 가슴에 닿았다.

뻐어어엉!

소리 없이 다가온 손이 반천우의 흉부에 닿은 순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동시에 반천우가 무기력하게 날아갔다.

갑작스러운 폭발과 충격으로 인해 속절없이 밀려났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인지 아니면 노린 것인지 그가 날아간 방향에는 진명마가의 마인들이 있었다.

“크아악!”

“뭐, 뭐야!”

난데없이 날아온 반천우에 휩쓸린 마인들이 비명을 질렀다.

찰나에 생사가 갈리는 전투 중에 갑작스럽게 난입하자 당황한 것이었다.

그리고 몇몇은 반천우와의 충돌로 인해 죽지는 않았지만 전투불능에 빠졌다.

워낙에 반천우의 기운이 강력했기에 단순한 충돌만으로도 피해가 엄청났던 것이다.

“이 노옴!”

하지만 반천우는 그런 부하들의 상태에 일체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이 꼴사납게 밀렸다는 점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곧 분노로 이어져 무시무시한 살기를 폭발시키며 벽우진에게 달려들었다.

쿵쿵쿵쿵!

무지막지한 마기에 반천우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지축이 뒤흔들렸다.

동시에 반천우가 마기에 반 이상 잠식되었다.

상반신과 어깨, 그리고 팔만 보일 뿐 나머지는 타오르는 듯한 검은 마기에 집어 삼켜졌다.

‘압도적인 내공으로 찍어 누르는 쪽인가.’

아직 거리가 상당함에도 불타오르는 듯한 마기로 살갗이 저릿저릿했다.

그뿐만 아니라 반천우는 상대를 겁박하는 마안(魔眼) 역시 극성으로 펼치고 있었다.

비록 도공을 익힌 벽우진에게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갈가리 찢어 죽여주마!”

“마기가 짙어지는 만큼 정신줄도 놓는 모양이야. 한 방 맞았다고 빼액 소리 지르는 꼴이라니.”

“닥쳐라!”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반천우가 주먹을 내리찍었다.

마치 망치처럼 강기를 크게 일으키고서 벽우진을 짓뭉개버리겠다는 듯이 크게 휘둘렀던 것이다.

콰아아앙!

거대한 검은색 강기가 벽우진의 머리를 강타했다.

아니, 강타한 것처럼 보였다.

“뭐,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이 자리에서 죽을 테니.”

쩌저적.

벽우진을 내리찍었던 거대한 강기가 반으로 갈라졌다.

별다른 반격을 한 것도 아닌데, 단순히 충돌했을 뿐인데 좌우로 갈라지는 모습에 반천우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수많은 격전을 치러왔지만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반천우는 경악한 얼굴로 벽우진을 쳐다봤다.

“어떻게···!”

“약한 놈들한테는 통할지 몰라도 나한테는 소용없다. 이런 허약한 공격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충격에서 빠져 나온 반천우가 재차 쌍권을 내질렀다.

평생 동안 고련한 진마파천권(眞魔破天拳)을 극성으로 펼쳤던 것이다.

이윽고 벽우진이 서 있는 곳에 폭격이 쏟아졌다.

강맹하기 짝이 없는 권강이 속사포처럼 작렬했던 것이다.

콰콰콰쾅!

그야말로 공력을 있는 대로 쏟아부은 공격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렸다.

말 그대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이었다.

“허억! 헉!”

반 각 만에 자신이 지닌 공력의 7할을 쏟아부은 반천우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벽우진이 서 있던 자리를 쳐다봤다.

이 정도라면 제아무리 잘난 척을 하는 패선이라도 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피하지도 않고 직격으로 맞았으니 죽지는 않았더라도 상당한 부상을 입었을 터였다.

“네깟 놈이 아무리 잘나 봤자지.”

쿠르르릉.

여진이라도 있는 것처럼 잘게 떨리는 지면의 느낌을 올올히 느끼며 반천우가 히죽 웃었다.

아직까지도 반응이 없다는 건 한 가지를 뜻했다.

그렇기에 반천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숨통은 붙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군.”

쌔애애액!

반천우의 동공이 일순 확대되었다.

동시에 그의 전신이 다시금 마기로 뒤덮였다.

짙은 먼지구름을 가르며 날아오는 수많은 강환들을 본 순간 머리보다 본능이 먼저 반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벽우진이 날렸을 것이 분명한 수십 개의 강환들이 그의 전신을 때렸다.

콰콰콰쾅!

방금 전 반천우가 일으킨 폭격 못지않은 폭발과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혈전을 치르던 진명마가의 마인들과 곤륜파의 무인들이 일순 뒤로 물러났다.

지진이라도 난 것 마냥 대지가 크게 흔들리자 싸우기 보다는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

괜히 무리해서 죽거나 다치는 것보다는 일단 진형을 구축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크아악!”

한편 벽우진의 강환세례에 당한 반천우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뛰쳐나왔다.

몸의 반 이상을 뒤덮고 있던 마기는 어느새 희미해진 상태였고 살기를 줄기줄기 내뿜던 마안 역시 기운이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직 벽우진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스르륵.

마치 귀신처럼 반천우의 뒤에 모습을 드러낸 벽우진은 그대로 뒷목을 잡았다.

하지만 반천우도 만만치 않았다.

천년마교를 떠받치는 여섯 개의 기둥 중 한 곳인 진명마가의 주인이라는 자리를 괜히 따낸 것이 아니라는 듯이 벽우진의 손이 닿는 순간 곧바로 반응했던 것이다.

창졸간에 몸을 돌린 반천우가 그대로 손날을 크게 휘둘렀다.

쌔애애액!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반천우의 수도가 벽우진의 옆구리로 파고들었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마기가 다시금 격렬하게 피어올랐다.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막대한 공력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퍼석.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려고 했던 반천우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

그가 날린 일격이 너무나 허무하게 바스러지는 광경에 얼이 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벽우진은 그가 놀라거나 말거나 뒷목을 잡아서 그대로 내리찍었다.

짐짝 다루듯 땅바닥에 메다꽂았던 것이다.

“커헉!”

안면에서 올올히 느껴지는 흙의 거친 감촉도 감촉이지만 늑골에서 느껴지는 고통 역시 상상을 초월했다.

명천진마기(明天眞魔氣)가 육신을 휘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도대체 왜?’

다른 마가들과 달리 진명마가의 가주지공은 공방일체의 완벽한 무공이었다.

공격과 동시에 방어도 되는 상승마공이 바로 명천진마기였다.

그런데 늘 그의 육신을 보호하는 명천진마기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음에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이 반천우는 믿기지 않았다.

‘···일단은 빠져나오는 게 먼저다. 큭!’

짐짝 다루듯이 이리 찍고 저리 내리 찍는 벽우진을 향해 이를 갈며 반천우가 단전의 공력을 가일층 끌어 올렸다.

우선은 벽우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였다.

스스스스.

이윽고 반천우의 육신에서 명천진마기가 불꽃처럼 일어났다.

그러더니 뱀의 혓바닥처럼 넘실거리며 벽우진에게 뻗어갔다.

은밀히 다가가서는 한순간 폭발적으로 크기를 키워 벽우진을 집어삼켰다.

“크큭!”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기에 반천우가 히죽거렸다.

아무리 마공과 상극이라 할 수 있는 도공을 익혔지만 그래 봤자 곤륜파의 무공이었다.

천하일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진명마가의 무공과 비교하면 격이 떨어질 게 분명했기에 반천우는 자신했다.

이번 반격이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압도한다!’

반천우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방금 전까지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이제부터는 다를 터였다.

그리고 자신이 당한 것 이상으로 벽우진에게 수모와 굴욕을 줄 생각이었다.

“일단 두 다리부터 자르고 시작해볼까.”

“꿈은 꿈속에서 꿔야지.”

“···어?”

기분 좋은 상상에 히죽 웃던 반천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동시에 그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명천진마기에 잡아 먹혔던 벽우진이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되돌아와서였다.

심지어 벽우진의 기운에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듯이 힘없이 바스러지는 명천진마기의 모습에 반천우가 입을 쩍 벌렸다.

“일단 두 다리부터 아작 내볼까.”

충격에 휩싸인 반천우를 보며 벽우진이 씨익 웃었다.

그러나 웃고 있는 얼굴과 달리 벽우진의 수족과도 같은 무형지기는 단숨에 반천우의 양쪽 발목을 움켜잡았다.

“큭!”

소리도, 기척도 없이 다가와서는 번개같이 움켜쥐는 무형지기에 반천우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완벽한 공방일체의 마공답게 기습과도 같은 공격에도 반응했던 것이다.

다만 그가 놓친 게 있다면 벽우진의 무형지기는 다른 이들이 다루는 무형지기와는 격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푸푸푹!

두 개뿐이던 무형지기가 일순 열댓 개로 늘어났다.

나눠진 것도 아니고 갑자기 생겨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 무형지기는 사정없이 반천우의 몸을 꿰뚫었다.

“컥!”

금강불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단하고 질긴 그의 육신에 상처가 생겼다.

수십 개의 강환에 폭격을 당했음에도 자잘한 타박상에 그쳤던 육체에 처음으로 심각한 상처가 생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퍼퍼퍼펑!

보이지도 않는 무형지기가 반천우를 훈련용 목각인형처럼 두들겨 팼다.

전후좌우 할 거 없이 모든 방향에서 쉴 새 없이 반천우를 때렸던 것이다.

우우웅!

끊임없이 이어지는 난타에 명천진마기가 반천우를 보호하기 위해 저절로 일어났으나 호신강기가 펼쳐지는 것보다 벽우진의 무형지기가 훨씬 빨랐다.

또한 위력적이었다.

뻐어엉!

거기에 벽우진의 발길질이 이어지자 반천우는 또 다시 비참하게 바닥을 구를 수밖에 없었다.

“쿨럭! 켁!”

“주군!”

한순간에 처참한 몰골로 변한 반천우의 모습에 진명마가의 장로들이 황급히 몸을 날렸다.

지금까지는 반천우의 자존심 때문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았으나 상황이 심각하자 그들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반천우의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그의 목숨은 더욱더 중요하기에 십여 명의 장로들은 전력으로 벽우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장문인!”

그 모습에 현주혜 역시 땅을 박찼다.

벽우진이 걱정되어서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대결에 장로들이 끼어드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 제 85장. 진명마가(眞明魔家). -03(11권 끝) > 끝

ⓒ 윤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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