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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215화 (214/221)

제215화 - 한 천문학자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새로운 망원경은 더 많은 별을 관찰하게 해준다.

로버트 비텐하임 보슈는 천문학자였다. 대학에 진학한 뒤 아버지의 명령에도 거부하고 원하는 진로를 선택했다.

그의 아버지는 가문의 대를 잇기를 원했으나, 로버트의 학구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일로 인해 가족들과 사이가 나빠진 그는 아예 저택 밖으로 나와서 방을 구해 따로 살았다.

근래에 들어 그의 어머니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근심이 있었지만, 그가 나서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가족들은 그가 돌아가면 오히려 탐탁잖아 할 것이니까.

별을 관찰하던 그는 근래에 들어서 기후가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기상청에 아는 사람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이상 기후는 메트로폴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다른 곳에서는 정상적인 기후라고 했다.

잔뜩 끼는 먹구름은 하늘을 가렸으나 간만에 날씨가 온순해져서 그날 밤에는 별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로버트는 기이한 것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별 탈 없을 별 하나가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밝아지고 있었다.

또 다른 초신성인가 싶어 로버트는 그걸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최신형 망원경을 이용해 관찰하게끔 천문대에 제안서를 써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조금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찌뿌둥했던 몸이 젊었을 적처럼 활력이 돌았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도 명료해지고 모든 생각이 명쾌해져서 통찰력이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천문대의 허가를 받고 망원경을 이용해 하늘을 관찰했다. 다행히 그날도 하늘이 멀쩡했다.

“뭐지 저게?”

로버트는 처음으로 그렇게 말했다. 새로운 초신성이 아니라, 무언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가까이 관찰하니, 그것이 별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게 그것이 더 밝아지는 별이라 판단했지만, 로버트에겐 그 별에서 다른 것이 겹쳐 보였다.

단순한 재앙의 별이 아니다.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자, 그것의 형상이 보통의 별이 아니라 수많은 촉수가 달린 거대한 이형의 생물이라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얘기를 제출하자 다른 천문학자들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이보게 로버트, 그게 무슨 소리인가.”

“촉수가 달린 거대한 생물? 무슨 외계인인가 보지?”

어째서 이런 명징한 징후를 보고도 다들 안도하는 것이지?

별의 밝기는 점점 밝아질 것이고, 앞으로 30일 이후에는 북극성보다 더 밝아질 것처럼 보인다.

이후에도 저것이 매우 위험한 생물이고 지구로 곧장 날아오고 있다고 제출했으나 사람들은 그의 우려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로버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신문사에 기고를 원했으나, 겨우 몇몇 황색 언론들만이 혹했을 뿐이지 주류 신문사에서는 로버트의 말을 허구라 일축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그를 찾아왔다. 악수한 뒤에 그 남자가 한 말은 특이하다면 특이하겠다.

“하늘에 거대한 외계인이 있단 말입니까?”

그 직설적인 말에 로버트가 한숨을 내쉬었다.

“허무맹랑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내 말은 확실한 사실이오.”

“크기는 얼마나 됩니까?”

“태양만큼이나 되는 크기요. 최소 100만km의 지름이라고 보오.”

“대비를 해둬야 할 필요가 있겠군요.”

“저런 거대한 생물이 날아오는데 어떻게 대비할 수가 있겠소? 내 계산에 의하면 저 하늘의 거대한 괴수는 곧 지구에 떨어질 거요. 우린 모두 죽겠지. 이제부턴 죽기 전까지 즐기면서 사는 게 좋을 거요.”

“그건 생각을 해봐야겠죠. 못 막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로버트는 콧방귀를 끼고 난 뒤에 말했다. 재앙을 어떻게 막아?

“그런데 선생은 누구시오?”

그 미남자는 모자를 벗고 말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샤를 헥센이라고 합니다.”

“외계인 얘기에 혹해서 오셨소?”

“원래는 다른 의도로 왔습니다만, 선생은 그 세계의 사람들과는 전혀 연관이 없나 보군요.”

샤를은 슬쩍 그를 살피고 영성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보슈 가문과는 거의 의절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는 것도 미리 파악해둔 상태였다.

“그게 무슨 말이신지…….”

“아무튼, 그 별에 대해 궁금한데 좀 더 얘기해주실 수 있습니까?”

로버트는 이 남자를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를 안으로 들이기로 했다. 일단 이것들을 보여주면 그도 놀라게 될 것이다.

로버트는 인쇄기를 사용해서 그들이 관측한 별의 사진을 인화한 것을 샤를에게 보여주었다.

“자, 보이시오? 다른 별들과는 다르게 그 끝의 불길이 여러 방향으로 뻗고 있소. 그 불길 하나하나가 거대한 촉수로, 몸통에 붙어 지금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는 거요.”

그의 말을 들은 샤를이 사진을 보았다. 사진은 그의 말대로 조금 이상했지만 멀리서 찍은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아 말 그대로 흐릿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사람의 시점이었고 샤를의 시점은 그들과는 달랐다.

샤를은 그 인화된 사진 위에 거대한 종말의 짐승이 보이는 듯했다.

크기는 태양처럼 크고, 위세는 하늘을 뻗어 모든 것에 닿을 법한 형태.

머리는 까마귀를 닮았으나 몸통은 커다랗고, 그 주변으로 수천 가닥의 촉수가 넘실거리는 그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영성조차 없는 일반인이 이것을 관찰해낸 것인가? 그건 샤를이 짐작하는 대로, 그의 내면에 계시의 석판 조각이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제 눈에도 당신이 말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렇죠? 이런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천문학자라는 자들은 내가 헛것을 본다고 욕을 하더군요.”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헛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낮은 화질의 사진에서는 그 생물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렵죠.”

“……당신도 내가 헛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거요?”

“아니요. 나도 당신의 말이 맞다는 걸 믿습니다.”

샤를의 말에 이상함을 느낀 로버트는 말을 돌렸다.

“근데 조금 전에 내게 말한, ‘다른 의도’로 왔다는 건 무슨 말이오?”

“나는 당신의 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 말에 로버트가 반색하여 물었다.

“그, 그분은 찾았습니까?”

“찾긴 했으나 안타깝게도 시신이 되었습니다…….”

로버트는 그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별로 사랑받고 크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그의 어머니인 것을.

“어쨌든 고맙습니다. 장례식을 치러야겠군요. 시신은 어딨습니까?”

“시신은 보슈 백작가로 이송했습니다.”

죽은 트리메스의 시체는 샤를이 회수해서 보슈 백작가로 이송했다. 혹시 죽은 신체로 무언가 할까 봐 여러 주술적 처리를 해뒀지만.

로버트는 저택으로 돌아가 홀대받는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의 장례식에는 참석하겠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 당신에게 볼일이 있습니다.”

“예? 제게는 무슨 볼일입니까?”

“근래에 들어서 이상한 걸 보지 않으시는지 묻는 겁니다.”

“이상한 거라니, 내가 미쳤기라도 하라고 하는 거요?”

“아뇨. 흠. 일단 설명을 해야겠군요.”

샤를은 보슈 백작 부인의 일을 각색했다.

보슈 백작 부인은 무도한 강도들에게 살해당했고 그 시신은 강바닥으로 던져졌다고, 겉으로는 그렇게 사건이 종결되었으나 실제로는 달랐다고 했다.

영성자들에 대해 설명하고, 비밀 세계의 일과 그 일에 얽혀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식으로 날조해서 설명을 끝마쳤다.

“그 위험한 보물에 엮여서 돌아가셨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게 뭡니까?”

“설명하긴 어려우나 그 보물은 지금 당신에게 있습니다. 보유한 자의 혈족을 통해서 자동으로 계승되기 때문이죠.”

“그럼 내 안에,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든 그 무언가가 깃들어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샤를의 말에 로버트는 반성했다. 얼마 전부터 몸이 개운해지고 생각이 맑아지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 기이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저는 그 물건을 회수하러 왔습니다. 당신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 가져가십시오. 제가 원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로버트는 순순히 대답하자 샤를은 그를 죽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석판을 회수할 수 있을지 떠올렸다.

보통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면 석판을 끌어낼 수 있었으나, 그 방식대로 계시의 석판 조각을 끄집어낸다면 상대방이 죽어버리고 석판 조각이 사라진 정신의 틈으로 공허가 스며들게 된다.

그럼 공허 한쪽이 열리게 되니 샤를로서는 별로 원하지 않는 선택지였다. 안 그래도 지금 현실과 공허의 경계선이 붕괴하고 있는 참인데.

대신 샤를은 세레스가 살아있는 채로 자신의 석판 조각을 그대로 끄집어낸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어떻게 했나 나중에 알아봤더니, 강한 권능으로 석판 조각을 정신에서 분리하면 된다.

“으, 으으? 으으!?”

로버트의 내면에서 석판을 분리한 샤를은 그대로 그가 흡수해냈다.

로버트는 탈력감을 받았지만, 이전처럼 강제로 추출한 것이 아니라 곧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지금, 샤를은 세레스와 마찬가지로 반신급이었으니 권능을 사용해서 타인에게서 석판 조각을 꺼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로버트에게서 석판 조각을 회수해 7번째 석판 조각을 모조리 몸에 받아들인 뒤, 샤를은 전신에 힘이 충만해진 것을 느꼈다.

이제 진짜 신위를 손에 넣게 되었다. 신성의 씨앗 같은 변칙적인 방법이 아니라 석판 조각을 통해서 모든 석판을 채워 넣었다.

‘결국, 석판을 읽진 않았지만.’

아직도 샤를은 석판 조각의 비문을 읽지 않았다. 그의 감이 왜인지 모르게 그 신대문자를 ‘지금 읽어선 안 된다.’라고 했다. 그래서 7번째 석판을 온전히 모은 뒤에야 석판을 읽어볼 짬을 낸 것.

로버트와 헤어진 뒤, 돌아온 샤를은 로버트가 넘겨준 인화된 사진을 보았다.

‘종말의 짐승이라…….’

샤를은 그간 헤르메스의 기록이 담긴 서적들을 모았다. 물리 세계나, 이계나 할 것 없이 넘나들면서 기록을 모아댔다.

그리고 헤르메스가 남긴 고서에서 종말의 짐승에 대해 찾아볼 수 있었다.

저건 고 헤르메스 시대나 렘 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신화적인 괴물로, 헤르메스가 신이 되던 시절, 기존의 신들이 사역하던 생물이었다.

‘헤르메스의 내장을 쪼아먹는 생물이라고 했었지.’

신이 되는 과정에서 헤르메스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게 되었는데, 기존의 다른 신들에게 붙잡혀서 사슬에 묶인 뒤에 까마귀에게 내장을 뜯어먹혔다고 했다.

매일 뜯어먹히고, 신체를 재생하고의 반복이 이어짐에, 기회를 잡은 헤르메스는 자신의 사슬을 끊어내고는 저 신화 속의 까마귀를 잡아다가 벌을 주고, 자신의 사역마로 만든 뒤, 그 형벌을 그에게 가했던 신들의 신체를 뜯어서 줬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러니, 로버트가 말하는 ‘재앙의 별, 종말의 짐승’은 결국 헤르메스의 첨병인 셈이었다.

하지만 샤를도 생각한 것은, 저걸 어떻게 막지? 라는 것과 동시에 막막함이었다.

결국, 석판의 원문 전부를 읽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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