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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214화 (213/221)

제214화 - 300년 전의, 개판 난 메트로폴은 곧 진정되었다.

샤를은 부하들을 시켜서 메트로폴 전체에 있던 계몽주의자를 처리하게 시켰다.

300년 전의 영성자들과 합심해서 계몽주의자를 죽이자 몇몇 계몽주의자는 세가 불리한 걸 인식한 뒤에 메트로폴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샤를이 직접 추적해서 마지막 한 놈까지 처리했다.

그 뒤, 놈들의 시체는 뼛조각 하나하나까지 무명 교단에서 회수했다.

또한, 화신체인 히드라의 처리도 있었다.

분신이었던 샤를과 백기사의 조합을 통해서 히드라를 처리하긴 했지만 완전한 죽음에 이르지 않아서, 샤를이 직접 인과율의 창으로 심장에 구멍을 내서 없애버렸다.

더는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이 공간은 이제 완전히 다른 세계선으로 분리되었으므로 샤를 일행은 딱히 이곳에서 얻을 것이 없으리라 판단하고 현대로 돌아와 차원문을 닫았다.

그동안 문글로즈의 배신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그는 얌전히 샤를이 하는 일을 도왔다.

가면을 역으로 되돌려 트리메스를 처리하겠다는 샤를의 계획은 정확히 적중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역으로 소년 트리메스의 기억과 정신이 넘어간 결과, 기존의 트리메스가 가지고 있던 것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예컨대 트리메스가 물건을 보관하고 다니던 아공간의 경우 그녀가 죽고 나자 곧바로 시공간의 틈으로 빨려 들어가서 영영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많은 전리품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4대 성물 중 하나인 화천지옥검을 회수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샤를은 4대 교단의 모든 성물을 손에 넣은 셈이었다.

또 하나 더, 마지막 석판은 분명히 트리메스에게 깃들어 있을 터였다.

그러나 트리메스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석판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히 해둬야 할 부분이 있었으므로, 샤를은 세인트 생셔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온 뒤에 파기나레코르를 불러냈다.

-파기.

-왜?

-일단 영체화는 좀 풀어봐.

파기나레코르는 늘 그렇듯 생글생글 미소를 지으면서 영체화를 풀었다.

“뭔데?”

“이제 나머지 얘기도 듣고 싶은데.”

“어떤 게 궁금한데?”

“석판. 정말 네가 만든 게 맞아?”

전부터 고민하던 것이 있었다. 이 석판……. 파기나레코르가 만들었을까?

“네가 만들었다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첫째로, 기존에 렘 노인에게 이 석판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

과거의 기록을 보면서 생각한 게 있다.

사이먼이 손을 뻗어서 석판을 부숴버렸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이먼이 석판을 부순 게 아니다. 렘 노인이 석판을 부순 거다.

문글로즈의 이야기에 따르면 렘 노인도 석판을 어쩌다가 얻게 되었을 뿐이고 누군가에게 받지도 않았다.

사용하다 보니, 너무 위험한 물건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중에 조각내려고 한 것도 그렇고.

“렘 노인은 계시의 석판을 어쩌다 얻었을 뿐이고 정작 어딘가에서 ‘계시’를 받지는 않았지.”

석판의 정식 명칭은 계시의 석판이다. 계시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다.

계시라는 것은, 인지를 초월한 지식을 깨우쳐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

렘 노인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 결과, 계시의 석판을 완전히 부숴버리는 것을 택했다.

다른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위험한 물건을 만들고 그냥 아무 데나 내버려 둘 리는 없다. 그러니 처음부터 렘 노인의 손에 들어가게 설계해두고, 렘 노인이 결국 석판을 조각내 버릴 것까지도 설계였다고 치면 그런 단어가 온다.

왜?

“굳이 그렇게 조각낼 필요가 있었냐 하는 거지.”

“음. 하지만 내가 널 여기 데리고 왔는걸? 그건 사실이야.”

“그럼 이계 어딘가에서 조각난 하나를 네가 손에 넣은 뒤, 나를 향해 던졌을 수도 있지.”

석판 조각을 게임 중이었던 샤를에게 보낸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사악한 4대 신이 그걸 발견하고 쫓아왔던 거다.

“네가 만든 게 아니라는 건 더 있어. 이렇게 조각내서 아무 데나 보낼 필요가 없어.”

용사를 소환한 마법사가, 용사의 검을 대충 7조각으로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처음부터 완성된 검을 줬겠지.

“그리고 또 하나 이유. 이 석판의 힘이 너무 강해.”

석판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7개째의 석판을 손에 넣고 그것을 소화하는 순간 샤를이 신이 되는 것은 확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신보다 더 강한 능력을 발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 하나. 물어볼 것. 그래서 결국 선각자는 누구지? 헤르메스는 선각자가 아니잖아?”

샤를이 파기나레코르라는 관리자에게 선택받았다면, 헤르메스는 선각자에게 선택받은 것. 그럼 결국 배후에 누군가 또 있을 것이다.

“자. 질문이 너무 많으니까 첫 번째부터 대답해 줄게. 맞아. 나는 사실 석판을 만들지는 않았어. 그걸 이용하긴 했지만.”

“그럼 대체 석판의 정체는 뭐지?”

“그 석판, 읽어봤어?”

“아니……. 조각 하나가 없으면 중간 내용이 달라지니까.”

“짠. 여기서 힌트! 그 석판을 완전히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미 있다고?”

“사실은 진작에 석판의 내용 전부를 읽을 수 있었어. 음. 힌트는 여기까지.”

“……!?”

“음. 보자, 작년 겨울부터 말이야.”

샤를은 기억을 되짚었다. 작년 겨울? 그때라면 아마 메트로를 타고 남대륙 전체를 순방했었을 때였다. 고대의 신인 시문두하를 처치했었지.

그리고나서…….

“신대문자를 익혔던 때인가?”

“응.”

“그럼…….”

샤를은 언제든지 석판의 원문 전체를 볼 수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그가 당황하여 생각을 되짚자, 곧 떠올랐다.

“그렇군……. 석판을 조각내던 렘 노인과 제자들이 나타나던 그 환영.”

“응. 그 환영을 볼 때 첫 번째에는 석판이 멀쩡했었잖아.”

“맞아, 그랬었지.”

심지어 샤를은 그 순간의 시간을 멈춰서 캡쳐한 것처럼 주변을 돌아볼 수도 있다.

그걸 떠올렸을 때, 샤를의 머릿속에는 유레카가 떠오르는 듯했다.

“아무튼, 그 석판은 내가 만든 게 아니야. 그것에 대한 궁금점이라면, 아마 석판을 다 읽고 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럼 다음 질문은?”

“지금 선각자의 정체 말이지? 음. 나도 몰라.”

“뭐?”

“몰라. 예전엔 당연히 알고 있었지. 하지만 우리 둘의 견해차가 갈라지면서 얘기를 안 한 지 벌써 수만 년은 됐을걸? 적이랑 어떻게 대화를 해?”

그 뒤로 둘은 만난 적이 없어서 상대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 어딨는지도 모르는 상대로 여태까지 싸워온 거야?”

이거 완전 쉐복 아니냐.

“응. 하지만 실체가 없진 않잖아? 어딘가에 선각자는 분명히 있고 세상을 멸망시킬 거다……라는 것이 중요한 점이지.”

“그럼 선각자의 위치는 헤르메스를 족치면 알 수 있겠다는 뜻이겠군.”

“정답!”

파기나레코르는 싱글벙글 웃었다.

“광명자가 죽었으니 헤르메스는 이제 메트로폴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걸?”

“그건 이미 알고 있어.”

샤를이 그 이상할 정도로 하얗던 공간을 넘겨받았지만 그가 넘겨받은 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공간의 경계가 붕괴하고 있다.

이계와 꿈이, 꿈과 현실의 간격이 이전보다 훨씬 느슨해지고 있다고 할까.

“그리고 헤르메스와 싸우기 위해선 석판 7개를 전부 모을 필요가 있겠지.”

“맞아!”

샤를은 일단 나머지 석판을 얻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아무튼, 대충 알려줘서 고마워. 언젠가 네가 전부 다 말해주는 날이 오겠지.”

“응. 응.”

파기나레코르는 손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샤를은 파기나레코르를 내버려 두고 고민했다.

‘석판은 분명히 혈족을 통해 계승된다고 했지.’

석판을 보유한 자가 사망하게 되면 피로 이어진 다른 자에게 석판이 넘어가게 된다.

여기서 문제. 트리메스에게 자식이 있었는가? 지금 트리메스의 정신은 본인의 것이 맞지만 신체는 보슈 백작 부인의 것이다.

트리메스의 자손에게 넘어가게 될지, 아니면 보슈 백작 부인의 혈족에게 넘어가게 될지 생각한다면 당연하게도 후자 쪽이 맞다.

기존의 트리메스의 신체는 공허 속에서 사멸했을 테니까.

‘애초에 트리메스가 자식을 낳지는 않았을 거다.’

300년을 산 악마가 누군가와 자손을 낳았을까? 그랬다면 어렸을 적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자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진 않았겠지.

보슈 백작 부인은 트리메스를 연모하고 있었고 한때 연인이 된 적도 있었지만 둘 사이에서 자식이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대신 아이 둘을 데려다 키웠는데 법적인 입양은 아니었고 그냥 데려다가 키운 것 같다.

개중 하나가 에드먼드 피셔. 살해당한 배우다.

그리고 또 한 명이 기자인 리암 벡토. 그는 영성자도 아닌 주제에 암흑성도회의 사건에 껴서 보슈 백작 부인의 편에 서 있다가 살해당하고 만다.

‘그럼 가장 가까운 혈족은…….’

보슈 백작 부인은 젊었을 적, 트리메스와 연애를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조금 지나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다.

입양한 아이들은 그때 이후로 만나지 않게 된 것 같고.

아마도 보슈 백작의 권고에서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귀족가의 일이란 냉혹하므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플로나를 시켜서 유마를 불러오게 했다.

이 석판 조각이 옮겨가는 것은 촌수가 가깝다고 해서 가는 게 아니라 무작위에 가까웠으므로 나머지 가족들도 다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보슈 백작 부인의 가족사에 대한 정보를 가져와 줘.”

“알겠습니다. 형님.”

유마는 재무관리를 하면서 정보의 부족에 통감했다. 그래서 그는 일전에 샤를에게 일러서 자체적인 정보기관을 보유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대형 신문사, 탐정, 상단 등의 사람들을 정보원으로 사용하는 그 기관은 비밀 세계와 관련 없는 정보를 순식간에 물어왔다.

“여깄습니다.”

“고마워.”

첫 페이지를 읽는다. 보슈 백작 부인의 남편, 보슈 백작은 아직 살아 있었다.

현재 보슈 백작 부인은 ‘실종’상태이고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찾고 있다고 한다.

보슈 백작과 백작 부인의 슬하에는 2남 2녀가 있었으나 3명은 병으로 죽고 한 명만 살아남아서 이제 성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름은 로버트 비텐하임 보슈.

그는 메트로폴 교외의 이네스 천문 연구대에서 수습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천문학자인가?’

계시의 석판 조각은 그 전달이 랜덤성이 짙긴 하지만 후손이 있다면 그 혈족 후손으로 이어지곤 했다.

로버트를 찾아가 보고 그에게 석판 조각이 없다면 다른 자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샤를은 나갈 채비를 마치고 차를 끌고 오라고 하려다가, 문득 하늘이 어둡다는 걸 느끼고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먹구름이 형태로 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단지 그뿐이라면 문제가 없었으나 메트로폴 중심부에만 끼어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평범한 먹구름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무언가로 변할 것 같은 조짐을 느꼈다.

‘아무래도 석판 회수를 서둘러야 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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