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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200화 (199/221)

제200화 - ‘이런 적은 처음인데.’

염동력이나 주문 자체가 안 먹히는 적은 처음이다. 그의 근처에 어떤 영향이 미치기만 해도 완전히 무효화 된다.

샤를이 제3의 눈으로 바라보자 능력의 근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라토스의 목걸이에 걸린 진주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진주 목걸이가 유물인 것 같군.’

주문 효과를 완전히 무시하는 걸 보면 보통 유물은 아닌 것 같다.

“죽어어어!”

도끼가 날아오자 샤를은 뒤로 물러나면서 백기사를 꺼내려고 했다가 멈췄다.

‘생각해보니 소환 자체도 나비 주문을 변형해서 만든 거잖아.’

하지만 부라토스에게 닿기만 해도 저 진주 목걸이의 효과 때문에 무효가 된다.

하지만 자체적인 강화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해수 두꺼비의 육체 능력을 받고서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것은 문제가 없다.

‘신체 능력까지 무효로 하지는 못하는군.’

부우웅.

머리 위로 지나가는 도끼에서 섬뜩한 핏빛 광량이 깃든다.

엄청난 신체 능력이었다. 샤를은 여러 캐릭터를 플레이하면서 몇 차례나 이런저런 근접 전투를 벌여왔지만 이렇게까지 분노한 부라토스의 근접 전투는 처음 겪어본다.

무자비한 격투가 벌어진다. 샤를은 특제로 제작된 지팡이를 들어서 도끼를 이리저리 빗겨 쳤다.

부라토스가 뒤로 무기를 들어 힘을 모으더니 큰 동작으로 점프해서 달려들었다.

샤를이 그 도착지점을 파악하고 뒤로 빼니 부라토스의 무기가 벽면에 그대로 박힌다.

“크흐흐. 문명인들이 야만인보다 무례하다는 말 들어봤느냐?”

부라토스는 재빨리 벽면에 박힌 무기를 뜯어내면서 말했다.

“야만인들은 무례할 수가 없지. 내 앞에서 그런 소리 하는 놈들은, 모조리 두개골이 쪼개졌으니까. 이 문명인 놈아.”

“응, 부랄머리”

“개자식아!”

‘아 이거 재밌는데?’

조금 더 어그로 끌어보고 싶다. 어쩔티비 저쩔티비 죽이고 싶죠? 응 못 죽이죠? 또 빡치죠? 아무고또 못하죠?

쾅!

“이크.”

진짜 죽을 뻔했다. 원거리에서 도끼를 날리는 데 무슨 레이저처럼 날아오나.

그 덕에 입속에서 머물던 어그로성 발언은 다시 들어갔다. 생각해보니 이놈을 굳이 도발할 필요가 없다.

‘더는 도망칠 생각이 없나 보군.’

샤를은 그러다가 날아오는 촉수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전투에 여러모로 방해되는 요소가 많다.

주변에서 꿈틀거리는 촉수가 샤를을 향해 뻗어왔다.

이 촉수들에는 그래도 충분히 염동력 같은 힘이 통한다. 강한 힘을 투사하면서 촉수들을 마구 비틀어서 뜯어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놈에게 직접적으로 가하는 능력만 안 통하면 다른 방법이 많지.’

샤를은 달려드는 부라토스를 피해 도망치면서 바닥에 붙은 촉수들을 염동력으로 싹 다 밀어버렸다.

그리고 배를 뜯어냈다. 배에 붙은 나무 파편들을 뜯어내서 창처럼 가공했다.

“허튼 생각을 하는군!”

“이거나 먹어라!”

손을 뻗어서 염동력을 조정하자 창처럼 갈려진 배의 파편들이 미친 듯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개틀링건을 난사하는 것처럼 쏘아진 다발들이 부라토스를 향해 날아간다.

“소용 없다!”

놈이 근육을 부풀린다. 전신이 시커멓게 물들더니 고속으로 쏘아진 나무창을 죄다 튕겨낸다.

그렇게 튕겨내면서 검을 날리거나 도끼를 휘두른다.

고속으로 전투를 하던 샤를은 자신이 이 배의 하층 갑판을 거의 다 뜯어냈다는 걸 파악했다.

갑판 바닥을 뜯어내자 더 끔찍하게 많은 촉수들이 득실거렸다.

“흐흐. 멍청한 놈. 날 도와주는구나.”

“이 아래에 뭘 갖다 놓은 거냐?”

“네놈을 죽이고 나서 가르쳐주지!”

부라토스가 도끼를 들어 올리자 엄청난 힘이 응집되었다.

‘이거 위험한데.’

도끼가 휘둘러지면서 무시무시한 파동이 쏘아지자 샤를이 허공에 강한 염동력을 형성해서 방패를 만들었다.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일면서 샤를의 양옆으로 파동이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배의 옆면이 완전히 터져나간 상태였다.

‘이걸 직방으로 맞으면 진짜 위험하겠는데.’

-파기!

-왜!?

-지하로 내려가서 아래 뭐가 있는지 나 대신 확인해줘. 촉수는 보이는 대로 제거하고.

-명령을 받들겠습니닷!

샤를은 간만에 모노클을 꼈다. 그림자 속에서 알료샤의 가위검을 꺼냈다. 가위검은 자체 복구 능력 때문에 이런저런 긴 싸움이 있었어도 원상 복구된 상태였다.

가위검이 미친 듯이 날아다니면서 부라토스의 배를 찌르려고 날아갔으나 그의 장검과 도끼가 맞부딪힌다.

“재밌는 장난감을 쓰는구나!”

그 틈에 권총을 들어서 마탄을 쏴 갈겼다.

팅! 팅! 팅!

관통 강화가 걸린 마탄조차 그대로 튕겨내 버린다니. 방어력이 너무 높다. 하지만 무적은 아닌 듯, 맞은 부위의 피부가 점점 옅은 색이 되었다.

-쭈인! 좀 내려 와봐야 할 것 같은데?

-나 지금 바빠!

날아오는 장검을 보고 곧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간격 계산을 잘못해서 옷깃 한쪽이 잘려나갔다.

이 검, 날아오면서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것 같다. 날아오기 전에는 기다란 롱소드 형태였는데 지금은 커틀러스 모양이었다.

벽면에 박힌 검을 빼앗으려고 했으나, 갑자기 장검이 저절로 날아서 부라토스에게 돌아간다.

-여기서 어인 비스무리한 걸 만들고 있는데?

-뭐?

-거기다 막 서로 합치는 것 같아. 여기서 촉수도 튀어나오고 막 그래. 중요한 것 같은데.

-일단 이놈부터 처리하고.

주문이 통하지 않고 총알까지 튕겨낼 정도로 단단한 놈이라.

그러다가 샤를은 문득 놈의 주변에는 주문이나 다른 능력이 통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운명의 셉터를 꺼내 들고 허공을 날아다니는 알료샤의 검과 싸우고 있는 부라토스에게 겨눴다.

“너, 얼마나 빠르냐?”

“뭐?”

운명의 셉터의 능력을 발동시켜서 부라토스 주변의 공간을 미래로 날려버렸다. 놈은 이제 10초 뒤의 미래에 나타난다.

샤를은 빠져나간 엄청난 영성의 소모에 혀를 내두르면서 부라토스가 있던 공간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마탄을 띄워놨다.

끝나는 순간 모든 마탄의 뒤쪽에 있는 화약을 점화시켜서 염동력으로 퍼부을 것이었다.

정확히 10초 뒤, 셉터의 효과가 끝나자 허공에 나타난 부라토스를 향해 샤를이 일괄적으로 마탄을 격발시켰다.

하나하나에 무존자의 창과 같은 위력이 깃들어 있는 마탄들이 미친 듯이 쏘아졌다.

점의 연결이 아니라 면을 뒤덮는 수준의 화력.

투두두두두!

부라토스는 순식간에 양손의 모든 무기를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두른 무기들이 주변의 투사체를 튕겨냈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탄환이 쏟아졌다.

이윽고 튕겨내는 데 실패한 탄환이 부라토스를 꿰뚫었다. 한 발, 두 발 검게 변한 신체의 방어력으로 막아냈지만 소용없어졌는지 부라토스의 전신을 꿰뚫었다.

사방으로 피가 튀면서 피로 뒤덮인 부라토스가 풀썩 쓰러졌다.

사선에서 벗어나게 장애물 뒤에 있던 샤를은 부라토스의 완전 침묵 끝에 그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신체에서 회수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음?”

신성의 씨앗이 없다.

‘뭐지?’

그러고보니, 샤를은 문득 뭔가 모자란다는 걸 깨달았다.

‘이 녀석, 성물을 가지고 있지 않잖아.’

부라토스가 속한 어부형제단의 성물은 바로 메달이다. ‘삼천성의 메달’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세 개의 별이 그려져 있는 메달의 능력은…….

“죽음에서의 귀환…….”

부라토스의 시체가 스르륵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물처럼 흐물흐물해지더니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하부 갑판으로 도망쳤나!?’

메달의 효과는 당장 부활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부활 중인 부라토스를 한 번 더 죽이면 된다.

샤를은 더 아래쪽에 있는 갑판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파기나레코르가 둥둥 떠 있었다. 주변의 촉수들은 무존자의 창 주문으로 떡칠되어서 죄다 오징어구이가 되어 있었다.

-쭈인! 왔구나, 이것 좀 봐.

-이게…뭐지?

샤를로서도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처음 보는, 끔찍하게 생긴 살점 덩어리가 있었다.

원형을 알아볼 수 없는, 생물의 내장 비스름한 게 그곳에 있었다.

맨 위를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보이는데 위쪽에 있는 구멍을 통해서 그 기관으로 들어가면 아래쪽에서 어인이 되어서 나온다.

나온 어인은 그 밑에 있는 반죽 같은 것에 들어가면 키메라 어인이 되어서 나오는 형식이었다.

“어인 공장 뭐, 그런 건가?”

육성으로 욕이 나올 정도다. 역시 사악한 신을 믿고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미친놈들이었다.

샤를은 무존자의 창 주문을 통해 불꽃을 피워 올려서 그대로 그곳을 파괴했다.

그 생물 공장 비스름한 것의 근처에서 기다란 촉수가 뻗어 나오면서 샤를을 공격했지만, 그가 손을 들고 쥐어짜 버리자 그대로 염동력의 와류에 휩쓸려 찌그러진다.

샤를은 어인 공장을 형체도 남기지 않게 파괴했다. 그러자 그 중앙에 있는 어떤 형태가 보였다.

‘일각 고래?’

기이한 형태의 고래를 개조해서 이런 어인 공장을 만든 것 같아 보인다. 샤를은 그 고래마저도 그대로 완전히 불태워버렸다.

비참한 의식의 소체가 되어있던 생물이 죽어버리자 곧이어 이 함선 전체에 걸쳐 있는 저주가 해제되기 시작되었다.

해무가 사라지고 있다. 해무가 사라지자마자 브로튼 함장과 연결해 주었던 나비가 그의 목소리를 이어서 샤를에게 들려주었다.

-지금 해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기이한 고물선 같은 건 이제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제가 신호하면 날려버리세요.

샤를은 이 지하의 어인 공장을 파괴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아예 배까지 날려버릴 생각을 했다.

‘하지만 부라토스는 대체 어딨는 거지?’

여기가 마지막 층이다. 분명히 여기에 있어야 할 텐데. 완전히 사라진 것 같다. 여기서 놓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신호하면 포격해서 없애버리세요.

샤를은 플로나와 다른 동료들에게도 나비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했다.

원격으로 명령을 끝마친 샤를은 위로 올라가서 배에서 탈출하려고 했다.

그때, 배의 밑바닥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해수가 쏟아진다.

동시에 온갖 물고기들로 이뤄진 거인의 팔이 나타나서 샤를을 향해 뻗어왔다.

-네놈! 끝장을 내주마!

부라토스의 정신파가 날아온다. 그 거대한 팔은 반응할 틈도 없도록 샤를의 다리를 잡아서 낚아챘다.

-어랏? 쭈인!?

당황한 파기나레코르를 보면서 샤를은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벗어나려고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잘 됐어. 브로튼 함장에게 배를 박살 내라고 해. 파기 너도 대피!

-알았어!

여기서 부라토스를 끝장내고 놈의 메달과 신성의 씨앗을 회수한다.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갔지만, 샤를은 주변을 염동력으로 둘러쳤다.

수면 위쪽에서 폭음이 들리는 것과 함께 샤를은 무한할 것 같은 깊은 심해로 끌려들어 갔다.

‘어디까지 끌고 들어가는 거야?’

염동력으로 역장은 쳤지만, 밑으로 끌려들어 갈수록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샤를의 염동력은 석판을 각성하면서 얻은 능력이었다. 겨우 이 정도로 약해지지 않는다.

샤를은 제3의 눈을 통해 아래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라토스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전신에 기이한 심해 생물들이 달라붙어서 이전보다 더 기괴한 형태로 변해 있었다.

‘도망칠 생각은 없나 보군.’

아무래도 한 번 더 죽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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