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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97화 (196/221)

제197화 - 루미너스가 조금 짜증나긴 해도 그 정도까지 꺼릴 필요가 있나?

막말로 지금 더글라스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모르고 행정상에도 임무 중 순직 처리되었을 텐데.

가족들도 돌아왔는지 모를 테고.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자네는 몰라.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저질러온 사악한 만행……. 나는 늘 빵을 사 가야 했지…….”

빵? 으음. 무슨 짓을 당했는지 몰라도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보니 어지간히 싫은 모양이군.

“뭐, 아무튼 알겠어. 어째서인지 당신과는 목적이 일치하는 것 같군.”

“……어인을 제거한다는 자네의 진심은 알겠네. 이번에도 같은 일을 할 것 같군.”

더글라스는 샤를과 악수했다. 살아 돌아온 더글라스라니. 샤를은 들으면서도 살짝 떨떠름한 기분이었다.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의 행운이다.

어쨌든 그와 악수를 마치고 난 샤를은 선술집 주인을 심문해서 얻은 정보를 그에게 들려줬다.

“이 어인들을 잡을 때, 어인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협력하고 있는 선술집 주인을 찾을 수 있었지.”

그 선술집 주인은 그런 식으로 일반인들을 유인하고 술에 곯아떨어지게 만든 뒤 강제로 어인으로 사람을 변형시켜왔다.

“그럼 어인이 된 뒤에 반항하지 않나? 너무 강압적인 방식인데.”

“어인이 되고 나면 사고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되지. 인간이 어인에게서 혐오감을 느낀다면, 어인은 인간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끼게 되지.”

또한 어인은 수몰왕의 권능으로 인해 그에게 복종하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일단 어인으로 변형되게 되면 그 즉시 괴물이 되고 말아버리는 거다.

샤를은 섀터섬 지하에 있는 레비아탄의 시체를 떠올렸다. 그 배 속에서 자라고 있던 기이한 살점 기둥을 다이너마이트로 폭발시키고 나자 레비아탄의 시체는 그대로 무너져 내려서 더는 그 등뼈에서 정수를 추출할 수는 없게 되었을 터였다.

그런데도 어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레비아탄의 정수 말고도 다른 방법으로 어인을 늘릴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하면 샤를이 섀터 섬에서 벌인 일은 헛된 일이었나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선술집 주인의 말로는 샤를이 섀터 섬에서 레비아탄의 시체를 날려버린 뒤로 정수를 수급하기가 어려워져서 어인들의 수가 그렇게 크게 증식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니 어인의 수가 지금 많아보여도 어부형제단의 원래 어인 증식 계획 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것이 샤를의 분석이었다.

“그렇군…. 벌써 그 정도나 정보를 갖고 있었나? 우리도 알고 있는 게 있다네.”

“뭐지?”

“놈들의 위치 말이야. 로렌이 어인들의 시체를 제물로 삼아서 세레스에게 공양하면 세레스는 그 시체의 기억 일부를 추출할 수 있다네.”

“……그렇군.”

도덕적 비도덕적 따질 것 없이, 그 방식의 효율성에는 인정하는 바였다. 생각해보니 어인에게 도덕 따질 필요가 있나 싶고.

“그 정보에 의하면 놈들의 배 이름은 인빅타 호였고, 그건 오래된 해적선이라고 하더군.”

그것까지는 샤를도 알고 있었다.

“인빅타 호는 저주를 받아서 바다 위를 영원히 떠돈다더군. 그래서 어느 항구에도 내리지 않는다고 하네.”

“저주?”

“뭐, 자세한 연원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늘 인빅타 호의 주변에는 해무(海霧)가 끼어있고 살아있는 자들은 그 해무 근처에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키를 꺾게 되지.”

“흐음. 그래서 들키지 않았던 건가.”

사실 메트로폴 남부는 이 나라의 해역이다. 해군력 하나만큼은 인정할만하다. 신형 전함 수십 척이 돌아다니는 데도 들키지 않았다는 건 그런 능력이라도 있다는 것.

“그럼 배의 위치를 특정하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닐세. 어인들은 늘 정신파로 소통하거든. 그래서 상당히 멀리 있더라도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지. 음 지도 좀 가져와라, 로렌.”

멀뚱멀뚱 듣고 있던 로렌이 폴짝거리면서 달려갔다.

지도를 가져오자 더글라스가 지도를 펼치면서 말했다.

“이게 바로 메트로폴 남부의 대륙해(大戮海)의 해역이라네. 밑에 보면 군도가 보이지?”

“라플라스 군도?”

“그렇다네. 라플라스 군도의 해역 어딘가를 떠돌면서 어인들과 접선하곤 한다네. 납치한 인간들을 끌고 가는 것도 라플라스 군도고.”

대륙해는 남대륙과 본대륙을 가르는 거대한 바다였다. 그리고 라플라스 군도는 본대륙에 상당히 가까웠다.

이렇게 세계 지도상에서 보면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까진 가깝지 않긴 해도 말이지.

전함이 돌아다니는데 낡은 목조선으로 잘도 돌아다니는 군.

기술의 발전은 놀라워서 전함의 함포 정도면 야생의 영성자를 처치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잠깐…….”

샤를은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가능할지도.

“정확히 인빅타 호가 언제 나타날 지는 알고 있나?”

“어인 하나를 세뇌해서 알아보려고 하는 중인데 말일세.”

“그걸 알아내고 나면 내가 몇몇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 같네.”

“호오.”

“계획을 일러줄 텐데. 음. 당신이 싫어하게 될 수도 있는데 괜찮은지?”

“무슨 계획이지?”

흥미롭다는 듯 듣던 더글라스는 샤를이 서두를 꺼내자마자 얼굴이 팍 죽었다.

“루미너스한테 도와달라고 할 거야.”

*

“뭐? 협조?”

루미너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솔직히 말해서, 샤를과 루미너스는 데면데면한 상태였다. 서로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는 정도.

하지만 이번에 샤를이 루미너스에게 협조해달라는 건 규모가 컸다.

“그러니까, 전함을 빌려달라고?”

“음. 그렇게 되는 건가? 그냥 내가 지정하는 해역을 수색해달라고 하려는 데.”

“그게 빌려달라는 거지. 전함의 운용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아나?”

“알지.”

진짜로 끔찍하게 비싸다. 아직 드레드노트급이 등장하지 않은 시대라고 해도 전노급 함선을 움직이는 건 더더욱.

“하지만 어인놈들이 설치게 둘 순 없잖아?”

“너무 과해.”

어, 지금 구경이 330mm인 포를 빵빵 쏴댈 기회가 있는데 놓칠 거야?

샤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을 꺼냈다.

“더글라스를 찾았다.”

“뭐라고?”

“당신의 생각대로 안 죽고 소르 이븐에 있었더군.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건지는 모르나, 더글라스의 귀환은 확인했다. 곧 경찰국으로 되돌려주지.”

“……후.”

“거기다, 어인놈들의 전력이 얼마나 될지 모르잖아? 이 기회에 신나게 포도 쏘고, 숙련도도 올리고.”

“훈련은 늘 하고 있어. 크흠.”

“어인들이 늘어나면 좋을 것 없잖아? 메트로폴이 망한다니까 글쎄?”

더글라스를 돌려준다는 말과 어인들이 결국 늘어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식으로 웅변하자 루미너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메트로폴 국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루미너스는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위 계층이었다.

“해군 대령 하나를 소개시켜주지.”

“오?”

“로버트 브로튼 함장은 주문에 대해서도 조예가 있네. 마도사들처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문외한도 아니지. 이 세계 어딘가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도 알고.”

“그를 매수해서 일을 벌이라는 건가.”

“그보다 더 윗선인 고위급 정부 관계자은 그 일에 개입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루미너스는 입을 닫았다. 암묵적인 허락이었다. 샤를은 쾌재를 불렀다.

*

“반갑습니다. 로버트 브로튼입니다.”

“샤를 헥센입니다.”

로버트 브로튼 대령은 서글서글한 인상의 남자였다. 몸에 근육이 조금 있긴 한데 얼굴 인상은 옆집 아저씨같이 푸근하다.

“이야기는 전달받았습니다. 바다 위에서 횡행하는 어인 무리가 있다고요.”

“전부 들었다니 얘기가 빠르겠군요. 협조를 원합니다.”

“좀 고민을 했습니다. 이 일 이후에는 무조건 영창행일 테니까요.”

당연히 그렇다. 명령 없이 교전하는 건 어쩌면 로버트 브로튼의 커리어가 여기서 끝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러 상급자에게 문의한 결과, 이 일은 별문제 없이 무마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수완이 좋으십니다.”

“…….”

예상외로 루미너스의 영향력이 상당한 모양이다.

“그래서, 저희가 상대해야할 적이 정확히 뭡니까?”

“100년 전 가라앉은 배입니다. 저주받은 해적선이죠.”

“100년 전의 해적선이라……. 필시 보통 배는 아니겠군요. 화포가 통할까요?”

“대포 자체는 통합니다. 하지만 그 배와 만나기 전에 짙은 해무가 깔려서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흐음. 그럼 배에 탈 영성자는 몇이나 됩니까?”

“꽤 많을 겁니다. 다섯 정도 되겠군요.”

협력하기로 한 광명 교단의 성녀 소냐 에센리트와 샤를, 플로나 그리고 더글라스와 로렌까지.

“아, 배에는 필요한 술식 방어 체계를 설치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병사들에게는 미리 통보해두죠.”

“그들이 무엇과 싸우게 될지는 알고 있습니까?”

“……미리 언급해둬야겠죠.”

일반인들을 대거 끌어들이는 건 탐탁잖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화포의 보조를 받으면서 싸우는 건 상당한 이점이다.

“병사들에게도 마탄을 나눠줘야겠군요. 음. 준비가 필요하군.”

병사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대량의 마탄을 제조하는 건 샤를에게도 벅찬 일이었다.

그가 사용하는 마탄은 전부 수제 제작품이었으니까.

“이럴 때 쓰라고 돈이 있는 게 아니겠어?”

샤를은 메트로폴 전역에 있는 영성자들에게 엄청난 수의 마탄 제작 주문을 발주했다.

이게 바로 돈의 힘이다.

*

무명 교단과 광명 교단이 합심해서 윈즈 강 전역에서 어부형제단의 영향력을 제거한다.

그리고 샤를을 비롯한 정예는 전부 놈들의 본거지를 치기 위해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간다는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간 샤를을 계속 괴롭혀왔던 귀찮은 트리메스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난 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HMS 아가멤논호는 동방 순항을 목적으로 출항했다. 뭐, 표면적인 이유는 그랬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남쪽 바다를 돌아다니는 미지의 배를 침몰시키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타고 있는 샤를과 일행들도 준비를 전부 끝마친 상태였다.

객실에서 플로나가 샤를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어부형제단만 정리되면 모든 사악한 신들이 없어지는 거죠?”

“그런 셈이지.”

“트리메스가 나타나서 방해하지 않을까요?”

“그건 오히려 원하던 바야.”

트리메스가 개입하는 것? 오히려 원하던 바다. 트리메스를 잡기 위해서 샤를은 여러 조처를 해둔 상태였다.

“나타난다면 해상 어딘가에서 나타나겠지.”

이번에야말로 트리메스를 없앨 계획을 짜고 있는 샤를은 부라토스가 가진 신성의 씨앗을 절대 트리메스에게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들었다.

그가 모든 신성의 씨앗을 모으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 정확히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분명히 그건 위험한 일일 거라고 샤를은 생각했다.

“얼마나 더 가야 하죠?”

플로나의 질문에 샤를이 생각했다.

“음. 아마 7일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해. 그동안 문제가 없다면.”

라플라스 군도의 해역 어딘가에 있을터. 찾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자, 다들 잘 지내고 계십니까?”

로버트 브로튼 함장이 객실로 찾아왔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있었지만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불편한 건 없는지 물어보려 왔습니다.”

“우리는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때요?”

플로나가 대답하자 브로튼 함장은 가볍게 고개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다들 괜찮으시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항해하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바깥에서 천둥이 쳤다.

“비가 올 것 같군요.”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천둥소리가 저 멀리서 들린다. 출항 시작부터 별로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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