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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94화 (193/221)

제194화 - 평범해 보이는 얼굴의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권총을 뽑아 들었다.

“꽤나 고전적인 수법 아니냐.”

말미잘 어인이 자신의 얼굴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촉수 덩어리를 돌려서 그 남자에게 말했다.

“겁이 없는 놈이로구나.”

“너, 어부형제단 내부에서는 무슨 직급이냐?”

“호오. 우리 교단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니. 이봐, 저놈을 산 채로 잡아라.”

그 옆에 있던 덩치 큰 넙치 어인이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덩치를 비교해보면 권총을 들고 있다고 해도 평범한 얼굴의 남자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빵!

“후후. 총알 따윈.”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정강이를 부여잡고 쓰러진 넙치 어인이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총알 따위가 뭐?”

“네놈, 영성자였구나.”

“그래.”

“그럼 네가 소문의 괴인 로렌이냐?”

“뭐? 그건 또 누구야?”

남자가 고개를 갸웃하자 말미잘 어인은 자신의 얼굴 촉수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닌가 보군. 어쨌든, 우리 어부형제단의 행사를 막은 것은 극도의 중죄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데려가서 어인으로 개조라도 할 테냐?”

“쓰읍. 개조라니. 말은 제대로 해라. 더 위대한 존재로의 도약이다. 그런 것도 모르다니 쯧쯧.”

“이 어인 놈이 적반하장이네? 너도 한 방 맞아봐라. 빵!”

총구에서 불이 뿜어진다. 말미잘 어인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여서 총알의 범위를 피해냈다.

“후후후. 권총은 나약한 자들의 물건…….”

탕! 탕! 탕!

“아직 내 말이 안 끝났어!”

말미잘 어인이 괴성을 내지르면서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격투의 공방이 벌어졌다.

말미잘 어인은 인간을 초월한 속도로 주먹을 권각을 휘둘렀지만, 그 남자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인다.

“대충 이 정도군.”

남자는 대충 상대방의 실력을 가늠한 모양인지, 주먹을 뻗었다.

말미잘 어인이 그걸 막아내려는 순간, 닿은 부위에서 시작해서 그 어인의 전신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우, 우오? 우오오오오옷!?”

나선형으로 뒤틀리는 그 모습은 실로 기괴하다 할 수 있었다.

“흐음? 이게 이렇게 되는 건가?”

그 남자가 중얼거리는 모습은 심히 공포스러웠다.

뒤에서 뒤척뒤척 일어나던 덩치 큰 넙치 어인은 한쪽 발이 날아가 있었다.

눈앞의 평범한 남자에게 얻어맞은 말미잘 어인이 나선형으로 뒤틀리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렸다.

“뭐, 뭐, 뭐지!?”

도망치려고 난간에 손을 댄 넙치 어인이, 또다시 난간에서부터 올라온 기괴한 와류에 휩쓸려 꽈배기처럼 몸이 나선형으로 꼬였다.

이건 그냥 그냥 염동력 응용이었다. 힘을 사방에서 가하면서 나선으로 뒤틀면 이런 식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게 된다.

그 남자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곧이어 나비들이 날아올라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후. 잠복하다가 겨우 잡았네.”

“저, 저기 당신은……?”

그 모습에, 요트의 선주인 브런트가 떨면서 물었다.

“내 이름은 샤를 헥센입니다. 음. 무명교단의 교주라고 해두죠.”

“대, 대체 지금 이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내가 환각이라도 본 겁니까?”

자신에게 적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브런트가 샤를에게 물었다.

“아쉽게도 그렇진 않습니다. 이들은 실재하는 위협이지요.”

잠시 뒤에 샤를은 브런트의 협조를 받아 이 어인 놈들을 반대쪽 부두에 있는 브런트의 창고에 가둘 수 있었다.

“그, 그러니까. 그 어부형제단이라는 사교도 놈들이 이 윈즈강 전체를 잠식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마, 맙소사. 당장 여길 떠나야겠어.”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무명교단에 가서 무명교를 믿고 그들의 보호를 받으십시오.”

샤를의 말에 브런트가 고개를 덜덜 떨면서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샤를은 그간 브런트에게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결과 아직 어부형제단이 완전히 이곳을 장악한 것 같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브런트를 보내고 난 뒤, 샤를은 아직도 꽈배기 어인의 형태인 채인 두 놈을 향해 말했다.

“얘들아? 안 자는 거 다 안다.”

“크르르르.”

“텔레파시로 말해. 쓸 수 있다는 거 다 아니까.”

[네놈. 대체 누구냐?]

“난 너희들에게 궁금한 게 더 많은데? 좀 정보 좀 불어봐라. 로렌은 뭐냐?”

[넌 로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건가?]

“이상한 소리 할 때마다 딱밤 한 대 추가.”

샤를은 염동력으로 일으킨 딱밤을 말미잘 어인에게 갈겼다. 그의 얼굴이 튕겨진다.

[크윽. 우리도 누구인지 잘 모른다. 온 몸에 비늘이 있는 녀석이라는 것 정도밖엔….]

“그럼 어인이야?”

[아니, 인어로 보인다.]

“인어라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태 어인들은 그 로렌이라는 자 때문에 낭패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명 교단도 모르고 있는 걸 보면 별개의 제삼자로 보인다. 야생의 영성자라는 것. 거기다 인어인가.

“어쨌든 그건 됐고. 일단 너희 상급자가 누군지 얘기 좀 들어보자.”

[닥쳐라. 누가 그런 걸 얘기할 줄 알고?]

“너희 어육으로 만든 육포 본 적 있냐? 대답 안 하면 그렇게 될 거야.”

싱긋 웃는 샤를은 새삼 인상 좋아 보였다.

*

강변의 나루터에 있는 건물이 윈즈강 한쪽에 세워져 있었다.

오래된 건물로 보이는 데 건물 한쪽은 물 깊은 곳과 연결되어 있다.

본래는 요트가 있어야 할 곳이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 안에서 부글거리는 거품이 올라오더니 잠시 뒤에 로렌 헥센이 나타났다.

“푸하앗.”

폐에 갇힌 숨을 뱉어내고는 자신이 가져온 굴비처럼 엮인 어인들을 들어서 건물 한쪽에 가져다 뒀다.

“잘했다. 꽤 많네! 오늘은.”

“응.”

더글라스는 로렌을 보면서 하품을 하며 어인들을 슬쩍 쳐다봤다.

“난 잘란다.”

“정리 도와줘.”

“가위바위보.”

가위, 바위, 보. 로렌은 가위를 냈고 더글라스는 주먹을 냈다.

“수고해라.”

더글라스가 자신의 배를 긁으면서 사라지자 로렌이 화가 난 듯 뺨을 부풀렸다.

결국, 죽은 어인들의 시체를 냉동 창고로 옮기는 건 그 혼자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로렌은 낑낑대면서 시체들을 끌었다. 수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

그런 로렌을 보면서 더글라스는 소르 이븐에서 있었던 온갖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존나 많은 일이 있었지.”

*

지하에서 그 싹퉁바가지 없는 여자를 구한 뒤에, 더글라스는 이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깨어난 뒤에 그는 특이한 건물 속에 누워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말을 하진 못하고 정신파로 대화하던 로렌 헥센의 인도를 받아, 그는 그곳으로 향했다.

-여기 우리 엄마가 있어.

“엄마라고?”

-엄마가 너 구해오랬어.

“맙소사.”

로렌 헥센의 인도를 받아 도착한 곳은 거대한 조개껍데기의 내부……같았다.

그곳에 놀랍도록 아름다운 인어가 있었다. 하반신은 물고기였으나 상반신은 사람의 형상이었다. 상상처럼 벌거벗고 있지는 않았으나 걸친 게 별로 없어서 생각보다 야시시한 복장이었다.

“다, 당신은 누굽니까?”

-난 세레스에요. 인어죠.

“여, 여긴 대체?”

-소르 이븐의 어딘가입니다.

“그럼 나는 그 이계라는 곳에 오게 된 겁니까?”

-정확해요.

갑자기 나타난 더글라스를 로렌 헥센이 구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쯤 다른 이족들에게 사로잡혀서 노예가 되거나, 실험체가 되거나, 한 끼 식사 거리가 되었을 거라는 말을 덧붙이자 더글라스는 사색이 되었다.

“나, 날 왜 구해준 겁니까?”

-당신이 우리를 도와줄 수 있다는, 그런 점괘가 나왔거든요. 당신이 여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고 싶군요.

더글라스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 사건이 일어난 경위를 말했다.

“음……그러니까. 저는 섀터섬이라는 곳으로 갔었는데 ……거기서 어인들이 있었고 …… 샤를 헥센을 만나서 …….”

대충 그쯤 얘기했을 때 세레스가 손뼉을 쳤다.

-당신과 우리의 연결고리는 바로 그 샤를 헥센인 것 같군요.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갇혀 있었던 우리를 구해준 것이 바로 샤를 헥센이거든요. 로렌의 이복형이기도 하죠.

“예에?”

더글라스가 눈을 깜박거렸다. 이 로렌이라는 녀석은 샤를과는 전혀 달라 보인다. 인간이기보다는 인어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 다리가 있다는 점만 빼면 말이지.

아무튼, 그날 더글라스는 세레스의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소르 이븐을 접수할 생각이라고요?”

-그래요. 이 도시는 아버지의 유산이지요. 그리고 나는 그것의 정당한 계승자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까마득히 오랜 옛날 바다왕이라는 신이 된 세레스의 아버지는 이 소르 이븐의 주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 전쟁 이후 수몰왕이라는 자가 소르 이븐을 접수하고 그곳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다는 것이었다.

-날 도와주면, 당신을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지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뛰어난 존재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영성자도 아니고요.”

비밀 세계에 대해서 이런저런 많은 것들을 알고 있으나, 더글라스는 제대로 된 영성자가 아니었다.

유스티나에게 영성자가 되는 방법의 일부를 전달받았으나 그걸 다 익히기도 전에 유스티나가 실종되었다.

그래서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수습으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무언가 특성이 있죠.

“그게 뭡니까?”

-어떤 운명의 특이점이 당신에게 머물고 있어요. 당신이 가진 그 특이점이 여태 당신을 구한 겁니다.

“…….”

여태 죽지 않았던 이유도 다 그런 것이라. 운명의 특이점인지 뭔지 아무래도 상관없다. 더글라스는 일단 현실로 되돌아가기를 원했다.

그를 기다리는 여러 사람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는 그 뒤로 세레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물을 다루는 주문이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다.

‘토끼같은 마누라와 여우같은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거늘.’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는 걸 보면서 더글라스는 답답함을 느꼈다.

세레스가 가르치는 가르침을 대충 절반쯤 이뤘을 때쯤, 세레스가 말했다.

-이제 현실로 되돌아가도 될 것 같군요.

“예? 저, 뭔가 도와야 한다면서요.”

-현실에 가서 도와줄 수 있죠?

정신이 번쩍 든 더글라스가 고개를 미치듯이 끄덕였다. 보상을 선불로 주겠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수몰왕의 힘이 늘어나는 것이 느껴지고 있어요. 현실로 되돌아간다면, 그의 권속들을 잡아서 처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어인을 처리한 뒤에 그 사체는 로렌이 알아서 해결해줄 겁니다.

“예? 이 녀석도 같이 가는 겁니까?”

“응.”

이 이상한 공간에 머물면서 더글라스는 로렌과 꽤 친해졌다. 그의 딸 또래와 비슷하기도 했고 말이지.

여기 머물면서 제일 많이 변한 것은 로렌이었다.

더글라스와 늘 대화하면서 점점 더 말재주가 늘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그 아이는 괴물에서 점점 더 사람처럼 변해갔다.

-로렌은 인간 세계를 경험해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 아이는 자신의 괴로움을 극복해야 하니까요.

“흠.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어차피 더글라스는 로렌과 함께 다니면서 이 악동 같은 녀석과 지내는 법을 꽤 많이 익힌 상태였다.

-어인의 시체를 처리하는 주문은 로렌이 해결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 뒤, 세리스는 더글라스와 로렌을 현실 세계로 보내주는 포탈을 뚝딱 만들어냈다.

실로 경이로운 능력에, 더글라스는 감탄하면서 그 밖으로 나온 결과, 메트로폴의 윈즈강 어딘가로 나올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일주일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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