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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89화 (188/221)

제189화 - 이고르 위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알 수 없는 기묘한 위화감.

“형님 왜 그러심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봐.”

창고의 물건 재고 수량을 세던 부하가 묻자 그가 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음. 모르겠군.”

“근데 이거 엄청 많지 말입니다. 이 정도면 곧바로 래보 거리에 쳐들어가도 되는 거 아닙니까?”

“닥치고 옮겨. 모든 판단은 이반 형님께서 하실 거다.”

“예입.”

그들이 다시 물건을 트랙터에 옮기는 동안 그 위에서 샤를이 나타났다.

“감이 좋은 녀석이군.”

커다란 나무 상자를 쌓아둔 곳 위에서 샤를은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이 조직의 규모를 파악하고 있었다.

대략 300명 이상. 개중에는 마피아와 테러범들이 섞여 있었다. 상당한 수가 뱀파이어였으나 인간들도 많이 섞여 있다. 샤를이 지켜본 바로는 비율은 반반 정도.

이놈들은 교묘하게 위장한 마장(馬場)에 자리를 잡았는데 남쪽 부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경찰이 아무리 수색해도 찾아내지 못했던 건 바로 이 주변에 걸린 환술 때문이겠지.

어떤 마피아가 가지고 있던 사유 재산이었을 텐데, 조각구원회가 사라진 이후로 이반의 조직이 매입한 것 같다.

말이 있어야 할 마구간에는 말 대신 화기가 잔뜩 담긴 무기들이 담겨 있었다.

상자를 살펴보니 안쪽에 기관단총이 쌓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관단총을 든 공산주의 뱀파이어 마피아? 이거 완전……’

이 모든 단어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는 것조차 놀랍다. 누가 만들어냈는지 몰라도 끔찍한 혼종이로군.

-쭈인. 얘네 죽일거야?

허공에 스르륵 파기나레코르가 풀려나왔다. 이제 파기나레코르는 훨씬 커져서 샤를의 절반 사이즈였다.

-간만이다? 요즘 잠만 자더니.

-지금도 졸린데 그냥 나와본 거야. 재밌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부터 기관단총과 다이너마이트로 무장한 헤르메스의 부하들로 추정되는 공산주의 뱀파이어 마피아를 쳐죽일 거야.

-미친 생각인데? 당장 하자!

그렇게 또 콤비가 결성되고 샤를은 어디서부터 놈들을 처치해야 할지 계획을 점검했다.

-먼저 놈들이 쌓은 화약 창고를 폭발시킬 거야.

-오, 오! 그리고!?

-그다음에는 혼란에 빠진 놈들의 틈에 섞여들어서 놈들의 수괴를 추궁하는 거지.

-도망가버리면 어떻게 해?

-메트로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이상 도망 못 가.

샤를은 손에서 나비 한 마리를 만들었다. 이 나비에는 샤를의 추적과 그 기억 일부가 깃들어 있다.

-이 나비를 이놈을 쫓고 있는 사람들에게 뿌릴 거거든.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샤를은 프레데릭 웹스와 연락을 한 차례 주고 받아서 그도 이반이라는 남자를 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데 경찰이나 재단이나, 동료인 거야?

-음. 동료는 아니고 같은 목표를 가진 협력자라고 하자. 별로 엮이기 싫어.

루미너스는 이전에 트롤링한 것 때문에 샤를은 아직 앙금이 남아있었다. 거기다 프레데릭 웹스도 재단을 위해서 일할 뿐이지 샤를을 진심으로 돕지는 않는다.

-이반을 잡으면 누가 가져?

-그건 잡는 사람이.

잡고 나서 정보 정도는 공유할 테지만. 그 정도뿐이다.

-아주 마음에 드는군. 가자 쭈인!

닥치는 대로 죽이겠다는 말에 희희낙락한 파기나레코르가 말하자 샤를은 손가락으로 창고를 지정했다.

-저기야.

-얍! 무존자의 요술봉!

그런 주문이 있었던가? 샤를은 혀를 차면서 폭발 속성에 치중된 무존자의 창 주문이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화약이라는 건 취급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속으로 폭발하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불꽃이 피어올랐다.

-폭발은 예술이다!

-……어딘가의 폭탄마 같은 소리는 그만하고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놈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해.

-알겠습니다!

불꽃으로 혼란해진 틈을 타서 샤를은 아까 전에 눈여겨보았던 놈을 향해 달려갔다.

‘이고르 위그라고 했던가.’

턱수염이 수두룩하게 나있고 덩치는 산만한 놈. 뱀파이어들 중에서는 가장 영성이 강한 녀석이었다.

“습격이다아아아!”

“화약 창고가 폭발했다!”

“쓰러진 놈은 구하고 얼른 무기 들어!”

그렇게 외치던 이고르는 불꽃과 혼란의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샤를을 보고 훅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품에서 늘 가지고 다니던 기관단총을 꺼냈다. 권총탄을 연사할 수 있는 이 무기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신체를 가진 뱀파이어들에게도 위험한 물건이었다.

“역시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혀, 형님?”

“안뇽?”

샤를이 손을 뻗자 그의 손끝이 기이한 문자로 물들었다.

염동력이 발동되면서 옆에 있던 부하들이 장난감처럼 허공으로 날아가서 벽에 처박혔다.

“……너, 넌 누구냐? 어디 조직 소속이지?”

“조직? 그런 건 없고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죽어!”

타타타타탕!

“오? 되네?”

석판을 소화하면서 얻은 염동력은 극도로 적은 영성의 소모로 엄청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샤를은 연사로 쏘아지는 총알도 막을 수 있나 시험해봤다.

그리고 모든 총알은 마치 결계에 닿은 거라도 된 것처럼 허공에 멈춰있었다.

“이, 이게 무슨.”

“사실 더 효율적으로 막는 방법도 있는데.”

기관단총의 연사 기능은 첫 번째 탄환에 폭발이 가해지면 그 뒤로 가스의 압력을 통해서 순차적으로 발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초탄만 ‘격발’하지 못하게 염동력으로 막는 게 더 효율적이었을 터.

이건 사실 힘자랑이었다.

“일단 맞고 시작할까?”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고르는 혈족의 권능을 사용했다.

눈이 붉어지면서 전신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나는……긍지 높은 혈족! 피의 지배자 일족이다.”

“그래. 그래. 뱀파이어란 말이잖아.”

의외로 비밀 세계에는 인간이 아닌 인외종이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아예 차원 넘어에서온 외계인이나 이족들도 많았다.

이 세계관의 뱀파이어는 다른 뱀파이어와 다를 것이 없다. 빛을 싫어하고 흡혈하지 못하면 힘을 잃어간다.

“은제 무기에 약하지. 너희 얘기를 듣고 바로 준비해온 게 있거든.”

광명교 성수로 축성된, 은으로 된 말뚝을 준비했다. 염동력을 사용해서 허공에 들어 올렸다.

“어리석은…….”

엄청난 속도로 가속한 이고르가 하늘 위로 뛰어올랐다. 덩치를 보니 육체파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덤벼들어 올 줄 알았으나 그대로 옆쪽 건물의 난간에 달라붙었다.

염동력의 사정 권역 바깥으로 도망친 모양.

“그냥 오지?”

도망쳤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곳도 샤를의 권역 내였다. 손을 뻗어서 잡아당기듯 잡자 사정없이 끌려온다.

이고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힘의 차이는 그야말로 압도적.

갑자기 나타난 항거할 수 없는 강자를 보고 그는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다. 갑자기 왜 이런 곳에서 나타난단 말인가?

“그분께서 남기신 일을 수행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의 장난감으로 남진 않을 거다.”

끌려온 이고르의 눈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서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가 샤를에게 저지당했다.

“그것도 예상하고 있었지.”

처음 볼 때부터 온몸에 다이너마이트를 감고 있는 걸 봤다. 손가락을 완전히 부러트린다.

“일단, 좀 맞자. 그리고 얘기를 들어봐야겠어. 뭘 할 생각이었는지.”

*

폭발이 일어났다는 제보를 받고 움직인 루이스 형사는 입을 떡 벌렸다.

마장 근처는 완전히 초토화되어 있었다. 평범한 사업체로 등록된 이곳이 마피아의 근거지일 줄이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루이스 형사 그조차도 놓친 부분이었다.

“빨리 인력 풀어서 이곳 봉쇄해. 시체는?”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근데 한바탕 한 모양인데요? 마피아간의 항쟁일까요?”

“그럴지도.”

루돌프의 의문에 대답한 루이스는 한숨을 쉬었다. 일이 이런 식으로 터질 줄은 몰랐다. 대낮에 빈민가도 아닌 곳에서 폭발과 총격전이 일어나다니.

아니, 애초에 최신형 무기가 수백 정이나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알아는 봤다만.

“일단 뒷정리 시작하고 사망자 신원조사부터 시작해. 기자들 전부 통제하고.”

루돌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도 내일 자 메트로폴 타임지 1면에 나가는 걸 막지는 못할걸요.”

“쓰읍.”

“그런데 기사 하니까 생각난 건데 요즘 벡토 기자님 안 보이네요?”

“모르지. 그 사냥개놈. 없어지니 차라리 낫다. 아주 꼴 보기 싫었으니 속이 다 시원하네.”

루이스는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아예 이대로 영원히 사라졌으면 좋겠네.

“근데요, 저 사람들은 뭡니까?”

양복을 입은 일련의 남자들이 이곳을 돌아다니자 루돌프가 물었다.

“자기들이 ‘재단’ 사람들이라면서 돌아다니는데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사에 방해되지만 않으면 놔둬. 윗선에서 터치하지 말라고 했다. 쓰읍. 무기나 찾어.”

민간인이 여전히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는 것이 별로 좋지는 않은지 루돌프는 구시렁거리면서 사라졌다.

루이스는 그를 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시체만 보면 토하던 놈이 꽤 성장했군.”

바닥에 널린 시체들을 뒤지면서 무기를 빼가는 걸 보니 루돌프도 이제 신참티는 확실하게 벗은 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루돌프의 의견처럼 루이스도 재단이라는 놈들이 나서는 게 별로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일전에 루미너스에게 들은 얘기가 있었다.

『이 사건이 비밀 세계와 연관된 일이라면 조력자를 부를 거다. 그들은 신경쓰지 마라.』

루미너스가 경고한 대로, 재단에서 온 양복쟁이들이 왔고 그들은 사건 현장을 분석하고 있었다.

“샤를 헥센에게서는 이제 연락도 없군.”

루이스는 그냥 단순한 형사의 직감으로 이 사건에 샤를이 연관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따로 그를 찾아가서 추궁할 수도 없다.

*

이고르의 단단한 정신 방벽을 파괴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샤를 스스로도 자신이 가진 주문 능력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트리메스와 싸워도 지지는 않을 것 같다만.

‘문제는 트리메스가 꼭꼭 숨어버렸다는 거지.’

그리고 그걸 위해서 이반을 찾아냈다. 그는 대담하게도 세인트 생시르 거리의 고급 호텔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호텔 입구로 들어선다. 최대한 이반을 손쉽게 생포하고 싶다만, 쉽지는 않을 듯하다.

몇 가지 캐낸 정보로 이반이 최초의 혈족, 즉 최초의 뱀파이어인 것을 확인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뱀파이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과정에서 트리메스의 도움이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뱀파이어는 세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특성이 있다.

‘이고르라는 놈보다 이반이 더 강하겠지.’

호텔의 로비에서 가볍게 직원에게 최면을 걸어서 손쉽게 이반의 위치를 찾아낸 샤를은 느릿느릿한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보통 호텔에는 승강기 안내원이 있었지만, 이 호텔에는 안내원이 지금 없는 모양이었다.

‘승강기에 거울이 없으니 더 느려 보이네.’

느릿느릿하게 올라가는 승강기를 보면서 샤를은 하품했다.

계속 위를 주시하던 샤를은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왜 계속 올라가지?’

승강기가 끝도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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