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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86화 (185/221)

제186화 - “아니, 저 친구 아직도 집에 가지 않은 건가?”

소장은 인상을 찡그리면서 이어 말했다.

“이놈 묶어서 취조실에 처넣어. 그리고 저 친구는 집에 보내!”

교도관들이 샤를을 잡아서 끌자 그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면서 끌려가 줬다.

“선생님? 왜 아직도 안 가셨습니까?”

“길을 잃어서요.”

“앞으론 그러지 마십쇼. 가족인 줄 알았다가 소장님에게 한 대 얻어맞았지 않습니까.”

그건 속은 당신이 잘못인데……. 샤를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튼, 그들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자마자 엄청난 폭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부둣가에 가서 배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여러 사람이 난색을 표했다.

“아니, 이 기상에 배를 띄우기는 어렵겠는데요?”

“겨우 100m 아닙니까?”

“겨우라니요. 하늘을 보십쇼. 이런 날에는 그냥 죽치고 있는 게 상책입니다. 저쪽에 있는 주점이라도 찾아보는 게 어떻습니까? 숙박은 좀 된다고 들었습니다만.”

샤를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바닷사람들의 말을 따라 움직였다. 비는 미친 듯이 오고 있었고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나가기 힘든 정도였다.

근처의 주점에 들르니 여러 사람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떠들고 있었다.

“주인장. 하루 머물고 갈 수 있습니까?”

“아유, 물론이지요.”

뚱뚱한 주인장에게 말을 건 샤를은,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뚱하게 있었다.

‘이 카오스식 전개는 생각보다 귀찮네. 영문을 모르겠으니.’

제3의 눈을 활용한 신규 주문, 카오스식 전개는 편의주의적 전개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문이었다.

편의주의적 전개를 사용하다가 트리메스에게 카운터 펀치를 얻어맞고 난 이후에 좀 더 개량한 것.

“흐음.”

테이블에 앉아서 얌전히 책을 읽고 있었던 샤를은, 곧 조금 전 그를 내보냈던 교도관을 볼 수 있었다.

“여, 여기 샤를 헥센이라는 분 계십니까?”

고개를 돌려보니 그는 비바람을 뚫고 와서 비에 축 늘어진 신세였다. 샤를은 어떻게 그의 이름을 알았나 생각하다가 교도소 출입 기록에 실명을 쓴 걸 기억해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잘 됐군요. 소장님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또 왜요?”

내보낼 때는 언제고 또다시 부르다니?

“그, 자세한 건 그곳에서 들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여긴 어부들도 들리는 주점이니.”

“고민인데.”

“꼭 좀 부탁드립니다.”

교도관은 주변을 살피며 눈치를 보았다. 그냥 얘기하기는 어려운 얘기라는 뜻.

결국 샤를은 우산을 들고 다시 이 비바람 속으로 나서야 했다.

“좋아요. 갑시다. 무슨 일인지 들어나 보게.”

“감사합니다!”

폭풍 속을 뚫고 다시 교도소까지 간 샤를은 그곳에서 다시 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아, 자네인가?”

“무슨 일이신지요?”

“…….”

소장은 비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면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죄수가 자네와 얘기가 하고 싶다는군.”

“……?”

“자네와 얘기하지 않으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네.”

“굳이 절 콕 집어서 말했단 말입니까? 왜요?”

“혹시 자네, 그 죄수랑 아는 사이인가?”

“오늘 처음 봤습니다만.”

소장은 한숨을 내뱉었다.

“역시 예상하기로 그럴 리가 없지. 저놈은 벌써 15년째 수감 중인 놈이거든.”

“근데 절?”

“그건 나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네. 난 맨 처음에 그 죄수와 자네가 아는 사이인 줄 알았어. 근데 자네를 콕 집어서 봐야 하겠다고 말하니 원.”

“흠.”

“이렇게 급히 자네를 부른 이유는, 혹시 자네가 우릴 좀 도와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네. 자네가 기록에 적은 바로는 탐정이라지? 혹시 이 취조에 힘을 빌려줄 수 있겠나?”

보통이라면, 샤를이 이 제안을 거절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즉흥적으로 소장을 돕겠다고 말한 샤를은, 뭘 해야 하냐고 물었다.

“이놈의 무기를 좀 찾아주게.”

“무기?”

“정신과 의사를 공격했을 때 상처를 보아하니 면도날 정도의 작은 칼날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어. 교도관들이 옆에서 상시 대기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놈과 얘기를 나눠주게.”

샤를은 따로 준비된 심문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마치 경찰이 범죄자를 취조하듯,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자리에 앉자 교도관들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온몸이 완전히 구속되고 들것에 실려서 움직이는 그 노인이 나타났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구속복에, 개구기까지 차고 있었다. 이 깡마른 노인에게 이 정도까지의 구속을 가해야 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교도소에서 이 노인을 관심 있게 관리하고 있다고 봐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가 구속을 풀고 자리에 앉았다.

“크크크. 드디어 앞이나마 볼 수 있게 되었군.”

“날 찾으셨다고?”

“크크크. 그래. 네놈의 얼굴 아직도 난 기억하고 있다.”

샤를은 그와 대체 언제 면식이 있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날 본적이 있다고요?”

“크크. 이제 내 얼굴은 기억조차 못 하는 모양이군. 뭐, 아무튼 좋아.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하나. 자네, 내가 왜 이 감옥에 들어온 줄 아나?”

“아니요. 모릅니다.”

“네놈은 알아야만 해. 왜냐면 이건 네놈이 시작한 일이니까. 그래, 15년 전이었지. 네놈을 만난 건.”

“…….”

샤를은 기억을 더듬을 수도 없는 과거에 이 노인이 그를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흐음.”

그때의 샤를은 지금의 샤를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냉철하고 이기적이며 지극히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사람.

이득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조차 가볍게 죽일 수 있는 사이코패스에 홀로 마도서를 읽으며 이면의 미친 세상을 탐구하던 자였으니. 그런 그 샤를과 만나서 겪었을 일이라면 좋은 일은 아니겠지.

“15년 전. 세인트부즈 사립 고교에서 나는 경비원 일을 하고 있었지.”

고등학교?

‘분명히……세인트부즈 사립학교는 샤를이 다니던 학교였지. 조기졸업하고 대학에 갔을 거야.’

캐릭터 프로필 상에는 그럴 거다.

“15년 전에 네놈이 나를 비웃으면서 나를 패배자 취급한 것을 기억한다. 쓰레기통을 치우는 나를, 그 더러운 혓바닥에서 내민 독설로 비참하게 만들었지. 내가 이 학교의 이전 졸업자라고 말하자, 학교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라고 말이야!”

‘샤를 이 녀석, 개쓰레기였네.’

“그리고 나한테 말했었지. 밖에 나가서 좀 돌아다니고 친구라도 만들라고 말이야.”

그리고 그 노인은 입을 덜덜 떨면서 말했다. 공포로 떨리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희열 같은 것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노인의 주변에 무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적인 감지 능력이 없으면 전혀 드러나지도 않을 만큼 은밀한 형태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난 친구를 만들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샘이야.”

주변을 둘러보니, 교도관들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저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크크크. 샘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하지.”

“저도 샘이라는 친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군요.”

반투명한 사람의 형태를 한 남자는 손에 면도날을 이어붙인 기괴한 단검을 들고 있었다.

샘은 히죽, 웃으면서 피투성이 단검의 면을 핥았다.

샤를은 이 노인이 어떻게 이렇게 구속된 상태에서 물리력을 행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네놈은 샘에게 죽을 거다.”

“글쎄요?”

샘이 걸어오다가, 갑자기 뚝 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당신 친구라는 이, 샘? 별 것 아닌 것 같군요.”

“……뭐냐? 너, 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저건 전문적인 용어로 영령이라고 부른다. 보통 죽은 뒤에 나타나는 것을 통틀어서 칭하지만, 살아있는 존재가 만들어낸 것은 생령이라고 부른다.

“생령이 물리력을 가지고 있는 건 처음 보네.”

실제로 물리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니 샤를이 이번에 각성한 염동력에 가로막히고 말지.

“이, 이건 말도 안 돼.”

“흠. 당신, 혹시 저한테 줄 게 있습니까?”

“뭐?”

“없는 것 같군요.”

자연적으로 영혼을 다루다니,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군. 그렇게 말하면서 샤를은 손을 들어서 무언가를 쥐듯 꽉 쥐었다.

생령이 그대로 짓눌리기 시작하더니 이리저리 돌려서 꼬이기 시작했다.

“음. 예전에 철없을 때 한 말은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당신이 저지르는 온갖 일들이 정당화되는 건 아닙니다.”

당장 멀쩡한 정신의학자를 면도날로 상해를 입힌 것이 그 증거였다. 찌그러진 생령이 완전히 압축되어서 폭발하자 노인은 도저히 이해 못 할 괴성을 내지르면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뭐, 뭐야!?”

“저놈 빨리 제압해!”

구속복을 다시 채우는 교도관들이 샤를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소장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샤를을 바라보았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그리고 그와 한 얘기는 대체 뭐고?”

“그는 앞으로 더는 면도날을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히지 못할 겁니다.”

생령을 소멸시키면서 노인의 정신 어딘가도 망가져 버렸을 거다. 샤를은 슬슬 밖으로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교도소의 모든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보고 있는데도 도저히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들이었다.

폭풍은 어느새 그쳤다. 그날 하루 주점에서 머물려고 했으나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배를 타고 섬에서 빠져 나왔다.

*

사람은 어떤 관성이나 규칙, 규범에 따라 지배당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가끔 의외의 혼돈 속을 걷곤 했다.

평소처럼 늘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서 편의점에 들려서 바나나우유를 산다거나 하는 식의 무작위성.

샤를의 그 무작위성의 혼돈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뭔가…….’

진짜로 뜬금없는 생각이 하나 들었다. 세인트부즈 고등학교의 학생기록부 명단이 보고 싶어졌다.

‘그 노인이 세인트부즈 고등학교의 선배라고 했었지.’

이유는 없다. 그냥 머릿속에 번뜩이면서 일어난 것이었다. 생령을 자신의 호위처럼 사용했던 그 노인은 세인트 부즈 고교의 졸업자라고 했다.

샤를은 세인트부즈 고등학교의 주소를 찾아냈다. 도시 동남부에 위치한 쇼거스 거리 49호였다.

늦은 밤 그곳을 찾은 그는 기묘한 기시감에 붙잡혔다. 분명 처음 보는 곳일 텐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한 것.

‘몸의 기억인가.’

샤를은 안으로 들어갔다. 행정실로 들어간 그는 안에서 학적 기록부를 찾았다.

‘여깄군.’

53번째 졸업자 명단에 샤를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졸업자 명단을 좀 돌려 보았다. 이 세계에서는 사진이 조금 일찍 발명되어서, 과거의 사진이 상당히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넘기던 샤를은 13번째 졸업자 명단을 볼 수 있었다.

‘그 노인이잖아?’

감옥에서 샤를에게 삿대질하면서 생령을 사용해 공격하려던 노인의 얼굴이 보인다. 좀 젊어졌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샤를은 나머지 얼굴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음악가 노인…….’

같은 졸업자 명단에 그 노인의 얼굴이 있다.

‘공원에 있던 그 노인도.’

그의 얼굴도 있었다. 같은 졸업자 명단에 있었던 것이었다.

샤를은 이제야 완전히 별개의 사건이 우연히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

‘이 학교가 뭔가 연관이 있는 거야.’

샤를은 행정관의 13기 졸업생들의 기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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