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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68화 (167/221)

제168화 - “그건 뭡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루덴펠트 백작이 말했다.

“재앙의 날, 그분의 천사가 강림해 세상을 어둠에 뒤덮으리라. 그리하여 산자와 죽은 이 모두 아름다운 어둠을 숭배할 것이며 세상에는 태양도 달도 그분의 막강한 권능에 무릎 꿇으리라.”

“암세천경 6장 3절에 나오는 말이군요.”

암세천경은 암흑성도회의 마도서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신이 강림할 것이라는 계시가 담긴 예언서였다.

지침이자, 규칙이었으며 동시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원론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전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암천사를 소화하는 주문이 깃들어 있지요.”

여기 있는 암흑성도회의 간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암천사를 소환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영적인 순수함을 지켜진 제물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그런 순수성을 지닌 존재는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미 검증이 끝났을 텐데요.”

소환에 필요한 제물은, 너무도 끝없이 순수한 영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티 없이 말끔한 영성이 필요한데 보통 인간은 어디에나 얼룩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건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갓 태어난 순수한 아기라고 하더라도, 어미의 자궁을 뛰쳐 나와 세상의 얼룩에 묻는 순간 영적인 순수함을 잃고 만다는 것이, 암흑성도회의 간부들이 모여서 실험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는 세상에 존재함에도 이 영적인 순수함을 계속해서 지닌 소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간부들이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웅성거렸다.

“여길 보시지요.”

검은색 관 안에는 작은 소녀가 있었다. 다들 신기하다는 듯 바라본다.

“샨티라는 이름의 이 집시 소녀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빈민가의 꼬마지만, 그 오물 속에서도 진주 같은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제롬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곧바로 샤를에게 두 번째 연락을 넣었다.

-샤를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연락하는 도중에도 루덴펠트 백작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 아이를 빙의체로 삼아, 소환술을 펼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빙의체에 신성의 씨앗을 투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

“우리 교단을 이끌 종신(宗神)이면서 동시에 그분의 은총을 받은 암천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 무슨!?”

파격적이다 못해 광기가 느껴지는 그 제안에, 준비되지 않은 자들은 오히려 두려움을 느꼈다.

종신이란, 그들이 여태까지 바라왔던 초인을 의미했다. 신성의 씨앗은 그 격이 너무 높아 스무 개로 분산해서 받아들여야 할 정도라고 판단한 암흑성도회의 영성자들.

그 판단이 있기 전에는 그들에게도 한 명에게 신성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이론이 있었다.

신성의 씨앗을 완벽하게 흡수한 단 한 명의 초인. 이론적으로만 존재해왔던 영성자의 등급이기도 했는데, 그걸 주장한 자의 선두에는 바로 루덴펠트 백작이 있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아름다운 어둠을 불러올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남자와 여자, 노인과 어린아이, 불신자와 이교도. 그 모든 존재가 그분의 권능과 영광을 깨닫고 숭배할 게 될 것입니다. 영원한 안식이 세상을 덮으리라!”

암흑성도회의 간부들은 루덴펠트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20명의 간부가 서로 신성의 씨앗을 쪼개어 나눠 갖는다. 이 계획이 한순간에 어그러지니 다들 당황한 기색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 된다는 얘기인가? 아무리 가장 순수한 영성체라고 해도.”

“그걸 왜 지금 와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얘기하는 것이오? 오늘 치를 의식은?”

“신성의 씨앗을 불결하고 더러운 빈민가의 꼬마에게 심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루덴펠트가 한 말을 일단 검증부터 해봐야 하오! 그의 말만 듣고 믿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

“아닐세. 신성의 씨앗을 홀로 흡수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가 우리 교단에서 꿈꾸는 종신이 아닌가? 종신이자 최상위 등급의 소환물인 암천사의 화신이 동시에 한 몸에 공존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니.”

“그런 존재의 탄생이라면…… 신성의 씨앗을 일분일초도 낭비할 수 없다네. 루덴펠트의 말이 옳아.”

“아니, 자네들은 신성의 씨앗을 이식받을 기회를 포기하겠단 말인가!? 루덴펠트의 리스크 높은 제안만을 믿고서!?”

혼란한 와중에, 루덴펠트 백작은 자신의 지팡이로 바닥을 소리 나게 내리쳤다.

“진정하시오!”

“크흠. 크흠.”

“이 안건은 즉시 표결에 부치겠소. 매우 중요한 일이니 이 안건이 통과되기 전에는 그 누구도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소이다.”

이런 주먹구구식 긴급 안건은 암흑성도회가 있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사안의 긴급성을 인식한 암흑성도회의 간부들은 각자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한 사람만이 초조하게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

부스스스.

“끄으.”

머리 위로 먼지가 떨어진다. 다이너마이트를 인지하자마자 곧바로 긴급하게 회피했지만 완벽하게 피해내진 못했다.

‘브로치의 효과가 끝났군.’

에메랄드 브로치의 약점 하나. 단일 공격은 손쉽게 막지만 폭발형 및 범위형 다타 공격에는 순식간에 횟수가 소모된다.

필시 여러 번의 사격 끝에 유물의 방어 기능을 인지한 루미너스가 그것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바꾼 전략이겠지.

-샤를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지?

-신성의 씨앗을 쪼개려는 도중, 루덴펠트 백작이 난입해서 다른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순수한 영성을 지닌 아이, 샨티라는 집시 꼬마를 납치한 일입니다.

-납치!?

-예. 그리고 곧이어 이 아이를 제물로 사용, 암천사의 빙의체로 삼아서 천사를 소환하는 소환술을 사용하겠다고 하더군요. 그 안에 신성의 씨앗까지 투여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샤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완성된다면 종말 그 자체일 것이다.

샨티의 몸을 집어삼킨 암천사 자체만으로도 재앙인데 그 암천사가 암격사가 현실에 내린 신성의 씨앗을 흡수?

‘위대한 존재’는 대부분 현실에 튀어나올 수 없으나 암천사까지는 어찌어찌 소환 가능한 라인의 안쪽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일을 처리할 것인지 간부끼리 투표에 부치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 것 같나?

-원래 암흑성도회의 의사소통 시간은 상당히 긴 편입니다만 이번에는 의례적으로 빨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만일 내가 도착하기 전에 그들이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면, 그 즉시 의식을 막거나 샨티를 죽여라. 필요하다면 골레릭과 유스티나를 사용해도 좋아.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샤를은, 가진 유물을 잔뜩 꺼냈다. 이렇게 된 이상, 단숨에 몰아쳐서 끝내버릴 셈이었다.

다이너마이트 폭발이 일어났는데도 선데이크 거리는 음산할 정도로 고요했다.

시체를 확인하러 오지도 않는 것을 보면 루미너스는 샤를이 겨우 이 정도로 죽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터였다.

“루미너스!”

“…….”

샤를이 크게 소리쳐서 적을 불렀다.

“난 너와 싸우고 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이 세상이 멸망하고 말 거다!”

“그래서?”

어디서 들려왔는지 알 수 없는 목소리. 끝까지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난 그 사건을 막으러 가야겠다. 그러니 더는 날 방해하지 마!”

“구치장에 가지 않으려는 면피용 문구치고는 꽤 대의적인 핑계인걸? 난 세상을 구해야 해─라니 말이야.”

“난 경고했다.”

바닥에서 빛으로 이뤄진 수만 마리의 나비들이 미친 듯이 허공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샤를은 백기사를 소환하는 대신, 다음 수호자를 소환할 생각이었다. 심상 세계에서, 샤를은 그 ‘숲’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오스굿에게서 받은 석판은 심상 세계에서 거대한 숲을 만들어냈다.

이 석판에도 수호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샤를은 숲을 한참이나 뒤지다가, 곧 무언가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사슴만큼이나 거대한 늑대였다. 털이 온통 회색인 늑대.

늑대는 샤를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엎드렸었다. 보자마자 샤를을 주인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회색 늑대에게는 다른 수호자들과 다른 능력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적을 추적하고 사냥하는 능력이었다.

크라켄을 소환했다간 개판이 될 것이 분명했으므로, 샤를은 그 회색 늑대를 나비로 구현해냈따.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해야 해.’

샤를이 소환한 회색 늑대가 움직인다.

회색 늑대가 추적을 시작하는 동안 샤를은 자리를 떠서 제롬이 말한 곳으로 이동하려 했다. 동쪽으로, 상당히 멀리 있다.

‘수해 두꺼비의 강화를 받아도 도착하려면 너무 오래 걸려.’

샤를은 티마이오스의 정다면체를 꺼내서 그곳에서 저번에 새로 계약해뒀던 정육면체를 펼쳤다.

안쪽에는 거대한 나무이자 동시에 거인이기도 한 나무 거인이 있었다.

-…계약자…여, 나를…불렀는가?

-동쪽 거리로 이동할 ‘이상한 통로’를 만들어줘.

-그 요청은…이루어…졌다.

나무 거인이 바닥에 구멍을 뚫자 아래쪽에 거대한 나무뿌리가 보였다.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나무뿌리 밑에 알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괴담이 있는 데 그건 바로 이 나무 거인이 사용하는 ‘이상한 통로’를 일반인이 발견한 것이 원조였다.

안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루미너스의 탄환이 악착같이 날아올 거라는 예감을 느꼈다. 샤를은 눈을 찌푸리고 뒤로 고개를 젖혔다.

수해 두꺼비의 신체 강화가 아직 남아있으므로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속도였다.

“악착같네.”

자기 자신의 위치를 대놓고 노출하면서도 샤를을 막아서려는 그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샤를의 눈앞에 있던 이상한 통로는 루미너스가 발사한 폭발성 탄환에 의해 망가져 버린 상태였다.

‘운명의 셉터를 꺼내서 써봐야겠군.’

그걸 사용하면 이 이상한 통로를 복구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샤를의 바람은 곧 배신당했다. 시간이 모자랐다.

그때, 멀리서 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샤를님. 당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제롬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샤를은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하늘길이 열리면서 거대한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이 번개처럼 쏘아지면서 메트로폴 어딘가에 떨어졌다. 소환된 거다. 암천사가.

“……썩을.”

지상에서, 소녀의 형상을 띤 무언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자는 메트로폴의 어디에 있건 누구든지 관측할 수 있었다.

거대한 열 두 장의 날개를 펴고 자신의 손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끝없는 어둠의 셉터를 형상화한 채.

루미너스는 샤를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자 그제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뭐지……저건?”

욕을 한 사발 쏟아붓고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들어라, 그것은 세상에 환희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 날개를 펼친 자는 그 이름이 ‘암흑’이었으며, 영원한 어둠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 세상 모든 땅에 대한 권력이 주어졌으니, 세상의 모든 고통과 근심을 죽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끝내 세상은 안식을 찾게 될 것 일지니.』

암천사의 권능으로 강력해진 존재가, 신성을 씨앗까지 흡수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진 신격을 얻은 그 존재는 셉터를 높게 치켜들었다.

『죄악에 가득 찬 이들이여, 너희의 영혼은 그분의 강림에 바쳐질 것이니라. 안식의 화로에서 불타올라 그 죄가 사해지고 난 뒤에는 모든 평안의 첨병이 될 것이다.』

“저, 저게 뭐, 뭐냐, 뭐, 뭐.”

루미너스가 겁에 질려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권총을 들어서 자신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어둠의 셉터로 인해 지상의 영혼들이 마구잡이로 수확되었다. 하늘 높은 곳까지 치솟은 그 영혼은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질렀지만 하나같이 지옥에 빨려들어가는 죄인처럼 거부할 수 없는 중력에 이끌려갔다.

수확된 영혼을 모은 천사의 날개가 하늘을 뒤덮자 밤이 찾아왔다.

세계는 비가역적 종말에 도달했다.

그리고 저 너머에서 아득히 오래된 시공을 초월한 존재가 눈을 반짝거렸다. 거대한 손이 펼쳐지고 물리 세계로의 진입이 정당화된다.

‘아, 이거 엔딩 91이잖아. 자살 마렵네.’

샤를은 권총을 들어서 자신의 입에 넣었다. 공포에 떨고 있는 루미너스 씹련을 외치면서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사망하셨습니다.]

[운명의 셉터 효과로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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