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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66화 (165/221)

제166화 - 샤를은 네 번째 석판에 입문하면서 운명 주문에 더욱 친숙해졌다.

아무것도 아닌 사건들이 모여서 파편 같은 이야기들을 형성할 때, 그것이 종국에는 하나의 점으로 수렴되듯 어떤 결과를 형성한다.

그것이 샤를이 느낀 운명 조작 계통의 주문의 진의(眞意)였다.

인형 알료샤와 싸우면서 사용했었던 그 주문을 체스를 복기하듯 되새겨 보았을 때, 네 번째 석판을 소화하면서 얻은 깨달음에 의하면 굉장히 ‘거친’ 방법으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운명 조작 계열 주문을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는 건 지양해야 해.’

거친 방법으로 과거를 수정하고 선을 이어 현재를 수정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과율을 뒤틀어 미래에 간섭할 힘을 잃게 될 것이다.

대신 샤를은 운명 조작 주문을 차근차근한 방식으로 전개하기 위해서 새 주문을 창조했다.

‘편의주의식 전개.’

이 주문은 어떤 이펙트나 효과가 직접 적으로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속 적으로 오랫동안 발현되는 주문이다.

이 주문의 능력은 샤를이 원하는 운명을 만들어가기 위하여 작위적인 우연을 여러 번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샤를이 불면증으로 이해서 잠에서 깨어날 확률,

산책하러 나갔는데 깡패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빚쟁이를 마주칠 확률.

그리고 그 빚쟁이가 영매와 연관이 있고 영매의 위치마저 특정해줄 확률,

영매가 자신의 조카에게 전혀 관심이 없으며 암흑성도회에도 이름만 걸쳐놓은 사람일 확률,

영매의 조카가 암천사의 강림을 유도할 수 있는 열쇠일 확률,

샨티라는 꼬마를 어떤 식으로든 만나서 인연이 엮이게 될 확률.

이런 낮은 확률들을 계산해서 샤를 자신에게 도움이 되게끔 작위적인 전개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여태까지 일어난 사건의 총평.

‘이게 수 싸움인가.’

헤르메스와 문글로즈는 계속해서 수 싸움을 했었다고 했다. 이제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단순히 계략과 계략으로 맞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계략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미래도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자신에게 이롭게끔.

‘헤르메스와 수싸움을 벌이던 문글로즈는 그에게 패배해서 차원의 경계와 경계 사이에 갇히게 되었고 헤르메스는 트리메스 교수라는 자신의 화신을 앞세워 밖에 나와서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다.’

프레데릭이 해준 트리메스 교수의 뒷조사에 따르면,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활동해오고 있었다고 한다.

고민이 깊어진다. 샤를은 이쯤에서 운명의 셉터를 들어서 「체크포인트」를 지정해뒀다. 온갖 주문을 떡칠한 샤를이 죽을 것 같지는 않지만, 보험은 미리미리 들어둬야 한다.

“주무셨어요?”

“응. 조금.”

잠시 생각하는 도중, 플로나가 다가왔다. 그녀는 요즘 샤를의 불면증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아침에 우편물이 왔어요.”

“뭐지?”

“저번에 말씀하신 거요. 뼈.”

“아, 그렇지.”

괴테의 만년필을 개조하기 위해서 뼈를 주문해뒀었다.

괴테의 만년필의 재질 자체가 알고 보니 괴테 본인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괴테의 시체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뼈를 탈취, 오늘 아침까지 배송해온 것이었다.

“좋아. 일단 개조는 다음에 하기로 하자. 오늘은 좀 바쁘거든. 일단 네 무기는 어때?”

“여기요.”

플로나가 꺼내든 무기는 양손으로 쥐어야 할 법한 크기의 투핸디드해머였다.

예전의 보송보송한(?) 느낌의 모닝스타와 다르게 크기도 크고 육중한 느낌이 있다.

전체적으로 오션 블루 색을 띠고 있는 투핸디드해머는, 카터 존스의 인맥을 타고 고용했던 대장장이 엘리엇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엘리엇 씨가 물건을 잘 만들더라고요.”

“그래. 잘 만든 것처럼 보이네.”

뭐, 본인이 만족한 것 같으니 됐다. 샤를은 오늘도 늘 같은 중절모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조금 늦게 올 수도 있어.”

“언제요?”

“음. 보자. 정확히는 모르겠네. 기다리고 있어.”

“네에―.”

샤를은 얌전히 대답하는 플로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길을 나섰다.

새 주문, 편의주의식 전개 주문을 활성화한 뒤에 움직였다.

정보도 대충 얻었겠다, 이미 한 번 만난 인연이 있다. 그러니 저번에 그 아이를 만났었던 곳부터 찾는 것을 시작하려고 했다.

‘음. 그러니까.’

선데이크 거리의 어딘가부터 수색하기로 하고 걷는다.

그리고, 머리 위에 링이 달린 여자와 마주쳤다.

*

거울 속 예언자께서는 익히 메트로폴이 세상에서 제일 위험하고 중요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시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곳에서 거짓 예언자가 강림할 것이다.

거짓 예언자는 사특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다닐 것이고 결국에는 죄악을 불러올 것이다.

세상은 죄악에 뒤덮이고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사라질 것이다.

거울 앞에서 기도하던 루미너스는 눈을 떴다.

“예언자님?”

거울 속에서 예언자가 나타나 말했다.

-가라, 지금 거짓된 예언자가 나타나 모든 일을 망칠 것이다.

-그가 일을 벌이기 전에, 가서 막아야 한다.

「계시」는 수년 만의 일이라, 루미너스는 당황하고 말았다.

“누가 거짓된 예언자입니까?”

-너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

거울 속의 예언자의 환영은 곧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루미너스는 벌떡 일어나서, 지금 추적 중인 사람을 선택했다.

바로 샤를 헥센이다.

“말씀대로라면, 이자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

루미너스가 샤를의 얼굴이 그려진 사진을 들고 일어섰다.

하지만, 루미너스는 알지 못했다. 거울 속 예언자는 어딘가 예전과 비슷했지만 무언가 조금 다른 존재라는 것을.

자신의 책상위에 앉은 루미너스는 자료를 뒤졌다.

경찰국 내부를 조사하다가, 특정 종교에 빠진 인물 몇을 특정해냈다. 그중 중심인물이 될만한 사람을 찾아냈다. 버나드 힙슨.

버나드 힙슨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게 한 결과, 무명 교단과 상당한 커넥션이 있다는 걸 발견해냈다.

버나드 힙슨 뿐만 아니라 연관성이 있는 경찰들은 많다. 루이스 형사는 무명교에 투신하지는 않았지만, 샤를 헥센과 긴밀한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

꽤 많이도 의지했군. 샤를 헥센은 선의를 보이는 것처럼 루이스 형사 주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을 해결해줬다.

처음에는 공개적으로 무명 교단에 방문하려고 했으나, 지금껏 샤를의 외부 출타가 길어지며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샤를이 돌아오고 만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건 체포가 아니다. 공식적으로 샤를 헥센은 체포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 찜찜한 사이비 교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없으니까.

하지만 루미너스는 MI7의 초대 국장이었고 물러난 이후에도 그녀에겐 여러 초법적인 조처를 하고도 면책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긴급체포라던가 말이지.

그중에 하나는 살인 면허다.

조국에 위험이 되거나 분란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자는 죽여도 좋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사용할 생각이었다.

*

빈민가답게 제멋대로 건축된 집 때문에 이 으슥한 선데이크 거리의 골목길은 미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이 도시의 온갖 쓰레기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이런 곳에서 대놓고 사람의 앞길을 막고 있다는 건, 눈앞의 여성이 보내는 선전포고 같은 것이었다.

백색 머리카락에 눈동자. 머리 위에는 영성자만이 볼 수 있는 링이 돌고 있었다.

‘루미너스…….’

풀네임은 없다. MI7의 초대 국장이고,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외의 종이라는 것도 안다.

마총술의 창시자이고, 국가와 나라를 위해 일평생 헌신해왔다. 예언자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계율의 시험자이자, 집행자이기도 했고.

그리고, 우연히 그녀가 이런 장소에서 샤를과 마주치는 것은, 명백하게 이상한 일이었다.

루미너스는 샤를을 바라보면서 맨 처음에는 차분한 어조로 얘기했다.

“샤를 헥센. 맞지?”

“……맞아.”

“이 도시에는 비밀이 너무 많아. 그리고 그 비밀의 한 가운데에 당신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얘기를 좀 나눠 볼까 하는데.”

“난 바쁘니까 내일 하는 건 어떨까?”

샤를의 말에, 루미너스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도망치는 걸 보니 제대로 상대해줄 생각이 없나 보네.”

“내일 보자니깐?”

“생각이 바뀌었다. 곧바로 체포하겠어.”

“무슨 죄로?”

“죄야, 체포하고 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일단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해둘까.”

진짜 미쳤나 싶기도 하지만, 루미너스는 긴급체포에 대한 권한이 있다.

“도망치지 않는 게 좋아. MI7에서 공식적으로 추적하는 게 아니니까, 혐의가 없다면 그냥 놓아줄 수도 있지.”

그럴 리가 있나. 샤를은 루미너스의 말대로 메트로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사건에 간섭하고 있었다.

“날 체포해서 대체 뭘 하려고? 진짜로 궁금한 게 뭔데?”

“그건, 네가 알 필요가 없지.”

“나도 네가 알 필요 없는 얘기를 해볼까?”

생각해보니 열 받네? 샤를은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생각해봤는데 말이지. MI7의 예언자는 누구일까? 헤르메스인가? 아니면 그의 대적자였던 문글로즈인가?”

“……?!”

표정과 감정에 전혀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얼음장 같던 미녀는, 그 말에 단박에 놀란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예언자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잖아. 그리고 MI7을 만든 건 예언자고.”

“아니,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샤를은 눈동자를 돌렸다. 이 여자랑 여기서 붙는 건 별로 도움 되는 일이 아니다. 당장은 샨티부터 찾아내야 하는데.

“역시, 널 잡아다 일단 고문부터 시작해봐야겠다. 물은 답을 알고 있지.”

“응 아니야. 난 바쁘고, 댁과 할 얘기가 없으니까, 잘 있으라구.”

샤를이 곧바로 튀기 시작했다. 이 여자에게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다.

루미너스가 일렁거리는 허공에 손을 뻗자 거대한 장총이 튀어나왔다.

이 골목길에서는 들고 다니는 것조차 어려워 보이는 커다란 총.

루터 식스 요원을 위해 특별히 개조해 제작된 이름 없는 이 소총은 구경이 1인치짜리인 정신나간 대형 탄두를 사용한다.

이미 20mm를 넘긴 시점에서 포와 총을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무기.

샤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도망쳐도 소용없어.”

샤를의 시점에서, 너무 뜬금없이 루미너스가 나타났다.

그간 이 메트로폴에 부임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샤를을 특정해서 여태 조사 중이었고,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체포하려고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메트로폴 경찰국에 박아넣은 스파이에게서 언급이 전혀 없었어. 그렇다는 것은 루미너스는 이미 메트로폴에 심어둔 무명 교단의 신도들을 전부 알아내고 무력화했다는 말이지.’

제거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신앙이 사라졌다면 진작 알아챘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미리 알아채고 모든 일에서 배제했다는 것.

‘루미너스 혼자만 이곳에 온 건 정말 대화를 하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지.’

뜬금없이 체포 얘기를 했지만, 처음부터 샤를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랬다면 다른 경찰 병력과 함께 왔겠지. 아니면 자기 부하인 소수의 영성자들인 자들을 끼워서 소규모로 오던가.

샤를을 보자마자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일지도 모른다.

고위급 영성자 특유의 직감에 기인한 판단이라고 하면 이상하진 않겠지만, 뭔가 석연찮은 것들이 느껴진다.

“근데 여긴 선데이크 거리인데. 어디서부터 냄새를 맡고 쫓아온 거야?”

-쭈인! 머리 하얗고 링달린 미친 년, 계속 쫓아오는데? 저기 건물 옥상에 있어.

“썩을.”

-아! 총 쏘려고 한다.

샤를은 곧바로 몸을 낮췄다.

탕!

엄청난 폭음과 함께 탄환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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