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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64화 (163/221)

제164화 - 샤를은 늦은 밤, 잠에서 깨어났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 지독한 악몽에 시달렸다.

두통과 이명, 불면증이 심해졌다. 갑자기 속이 메스껍거나, 잠이 쏟아지는 등의 이상한 일들이 근래에 들어서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시험’을 치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니 선후 관계를 따지면 그 시험의 여파겠지.

그때는 단지 피곤한 정도만을 느꼈을 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약한 수준의 정신병을 형성하는 것 같다.

문제는 이 잡다한 부작용들이 계몽 수치와는 전혀 관계없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문글로즈가 낸 나머지 시험에 합격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이 말라 탁자 위에 주전자에 손을 가져다 대서 그대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악몽을 꾼 이후 깨어난 뒤에는 이상하리만치 정신이 멀쩡해져서 도저히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다.

“산책하러 갈까.”

가볍게 옷을 걸치고 하품을 하면서 일어났다. 평소에는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플로나의 시선도 잠들어 있었다.

모자를 걸친 뒤, 은이 장식된 지팡이 하나를 들고 저택을 나섰다. 밤바람이 살살 불어오면서 쌀쌀한 기온을 느끼게 했다.

메트로폴 교외에는 인구수가 적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이런 교외에 살고 있었다.

다들 잠든 시각, 보이는 것은 하늘을 가득 메운 보름달의 달빛이었다.

‘문글로즈, 석판, 광명자, 헤르메스. 그리고 엔딩.’

어쩐지, 이 모든 것들이 엔딩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서로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큰 줄기에서 보면 모든 사건이 필연적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떤 운명적인 연결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평범한 자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어떤 선으로 묶여서.

키워드를 되뇌면서 걷던 중에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 추적해오는 것은 아니었다. 골목 어딘가에서 누군가 얻어맞는 소리였다.

퍽! 퍽!

“사, 살려주세요!”

가볍게 걸어서 골목길로 향한다. 무자비하게 얻어맞고 있는 사람은 40대는 되어 보이는 남자로, 추레한 외모에 낡은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그를 때리는 자는 키가 크고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는 남성이었다.

앞에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부하가 있는 것 같아, 가볍게 등불 주문으로 최면을 걸어서 트랜스 상태에 빠지게 내버려 두고는 무슨 일인지 지켜보았다.

“빚을 질 때, 아무리 필사적이고 절박한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바뀌기 마련이거든. 근데 말이야.”

“사, 살려주십시오.”

쓰러진 남성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정장의 남성은 담담하게 말했다.

“너처럼 빚을 지자마자 안면몰수하는 녀석은 그다지 많지 않단 말이지.”

분노에 찬 일격이 중년 남성의 배에 박힌다. 이런 건 끼어들 가치도 없는, 누구에게나 흔한 일이었다.

샤를은 김이 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를 뜰까 했다.

“뭐? 그림을 그려서 거기서 금화를 빼내 주겠다고? 그게 지금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변명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지, 진짜 된다고. 된다니까!”

샤를은 그러다가 멈춰서 고개를 돌려서 채무자와 추심자를 바라보았다. 흥미로운 대화를 하는데.

“그, 「영매」가 그렇게 말했다고. 분명히 그 염료를 사용하면 그림에 있는 것을 현실로 꺼낼 수 있다고.”

“영매고 뭐고 지랄! 그게 말이 되냐?”

“되. 된다니까. 내가 직접 시도해봤어. 분명히 성공했다고.”

추심자는 채무자를 발로 걷어차면서 말했다.

“그딴 건 검증해볼 필요도 없지. 네가 약을 빨고 환상을 봤는지 알 게 뭐야. 이래서 약쟁이 새끼들은 피곤하단 말이지. 야, 담배 좀 내놔봐라.”

옆에서 트랜스 상태에 빠진 그의 부하에게 손을 내미는 추심자는, 처음 듣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솜털이 쭈뼛 서는 것 같은 감각을 느껴야 했다.

“난 담배는 안 피우는데.”

“뭐, 뭐야? 너 누구야?”

그제야 뒤를 돌아보는 마피아로 추정되는 자는, 샤를을 보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부하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허공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마피아는 뒤로 두 세 걸음 물러났다.

“이, 이 씨발 뭐야? 너, 너도 영성자인지 뭔지 그거냐?”

“의외로 똑똑한데. 어디서 들었지?”

“씨이발. 이 바닥에선 다 알음알음 듣게 되어 있지. 난 너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렇게 손을 드는 마피아는, 샤를의 눈동자를 마주치지도 않고 있었다.

‘호?’

어디선가 한 수 듣기는 한 모양이었지만 그의 몸에 깃든 영성은 일반인 수준이었다.

“저 빚쟁이인지, 약쟁이인지 하는 녀석의 말이 궁금해서 말이야. 저놈을 좀 빌려 갈까 하는데.”

“쓰읍. 데려가슈. 겨우 빚쟁이 한 놈 때문에 영성자랑 부딪치는 건 나도 손해지.”

마피아는 샤를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나 도망쳤다. 자기 부하들도 무시하고 런하는 걸 보면 예상외로 현명한 녀석이었다.

샤를은 나머지 부하들도 밖으로 내보내는 최면을 걸고 쓰러져서 샤를을 바라보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서, 선생님. 살려주십쇼.”

“난, 당신을 죽일 생각이 없어. 대신 몇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을 잘하면 이대로 풀어주지.”

“부, 부탁드립니다. 뭐, 뭐든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좋아. 일단 그 염료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지.”

눈앞의 빚쟁이 남자는 잘나가는 화가였다고 한다.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그림이 잘 팔리지 않게 되었고 영감을 얻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도중 마약에도 손을 대고 또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해결 법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그, 그때 저는 그 영매라는 사람과 만났습니다.”

“영매?”

“예. 죽은 자의 영과 대화하고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점을 치는 아주 신통한 영매였습니다.”

그 영매는 빚쟁이에게 자신이 건네준 염료로 그림을 그리면, 엄청난 영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슨 염료였지?”

“머, 머미 브라운이라고 하는 염료였습니다. 가, 갈색이죠.”

샤를은 눈살을 찌푸렸다. 머미 브라운의 원료는 미라의 가루였다.

근대의 개념은 기묘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믿고 있던 미신과 현대의 경계선쯤 있었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미라’의 재료는 다방면으로 쓰이곤 했다.

화가의 염료로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건축 재료로 쓰이거나 약재상이 미라의 가루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서 팔아치우기도 했다. 그게 또 잘 팔린다.

물론, 미라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이런 가루는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

“저, 저는 머미 브라운으로 그린 그림이 현실로 형상화되는 것을 봤습니다. 제, 제가 직접 겪어보기도 했고요.”

신비학에 정통한 자가 제대로 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미라 가루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약을 먹고 환각을 본 겁니다.

“이름. 영매의 위치.”

“어, 어……. 그러니까.”

“왜? 영매가 자신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고 했었나?”

고문까지 갈 필요 없이 샤를이 인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빚쟁이의 고민은 가볍게 해결되었다.

“아, 아닙니다. 영매는 선데이크 거리에 산다고 했습니다.”

또 거기냐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매에 대한 정보를 듣고 누군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분명히 암흑성도회에 영매가 있었지.’

제롬이 전투로 유명한 반면에, 영매로 일하면서 정치인, 사업가들과 두루 만나면서 그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이 분명, 재클린 즐타레프였나.

“재, 재클린 즐타레프라고 했소.”

“정확히 짚었군.”

“예, 예?”

“아냐, 혼잣말이었어. 이제 가라.”

정보를 캐냈으니 빚쟁이는 도망칠 수 있었지만, 밖에서 대기하던 다른 마피아 놈들이 빚쟁이를 쫓아가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샤를은 별로 그를 도울 이유도 없었고, 돕고 싶지도 않았다.

기괴한 사건에 휘말린 일반인이라면 구해주겠으나, 스스로가 불러온 재앙을 자초한 약쟁이라면 뭐.

단서를 하나 찾은 샤를은 그 영매를 이용해서 어떻게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오전, 샤를은 문데이크 거리에서 빚쟁이가 불러주었던 장소로 향했다.

낡고 허름한 건물이 반복되는 와중에 특이하게도 석재로 건축된 건물을 찾았다. 이곳이다.

영매가 있다는 곳 앞에는 수많은 약쟁이들이 모여서 하나같이 자신의 음울함과 불안감이라는 장작을 모아서 그 위에 대마초의 불길을 피워댔다.

보이는 건 가벼운 대마초뿐이지만, 이들은 이것보다 더 강력한 마약도 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영매가 있는 방 앞에는 떡대 하나가 눈을 부라리며 지키고 있었다.

“영매님께서는 지금 바쁘시다. 다음에 찾아와라.”

“연락을 넣어 봐. 후회하기 전에.”

“어이. 꺼져.”

떡대는 손을 들어서 샤를을 밀치려고 했으나, 샤를은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떡대가 뒤로 밀려났다.

“뭐, 뭐냐?”

“연락 넣어. 마지막 경고다.”

샤를의 말에 섬뜩함을 느낀 떡대는 그에게는 좁아 보이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영매와 무어라 이야기하더니 곧장 밖으로 나와서 말했다.

“들어가라. 영매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영매, 재클린 즐타레프는 긴 곰방대에 담배를 끼우고 뻑뻑 피워대고 있었다.

피부색은 하얗지 않고 제롬과 마찬가지로 구릿빛으로 보였다. 집시 일족인 것 같은 그 여자는 손가락을 뻗으면서 나른하게 말했다.

“여어. 그쪽에 앉으라구.”

손가락 하나하나마다 금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목걸이나 화려한 머리의 깃털 장식은 하나같이 보석같은 귀금속류로 되어 있었다.

보기만해도 엄청난 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손가락이나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이곳의 빈민들과는 다른 느낌이 났다. 확실하게 이 여자는 부자였다.

이른바, 패션으로 힙스터를 소모하는 부자다. 도둑맞은 가난으로 바꿔 말해도 이상할 것은 없어 보였다.

“으응. 날 찾아왔다구?”

“재밌는 염료를 판다더군.”

“맞아아. 나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를 그려낼 재료를 팔지.”

샤를은 이 캐릭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재클린은 암흑성도회에게 부역하고 있긴 하지만 암격사에 대한 신앙은 희미한 편이었다.

그녀가 움직이는 것은 오직 자기자신의 흥미 뿐이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에 가깝다. 암흑성도회의 교세가 제일 세니, 그 쪽과 손을 잡은 거다.

그럼 재클린과 어느 정도 협력을 얻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제거해야 할까?

“미라의 가루는 그 일부고 말이야.”

“다른 서비스는 없어? 강령술도 사용할 줄 아나?”

“강령술? 물론이지. 잃어버린 가족들과 재회는 어때? 미라 가루 같은 것보다는 확실히 비싸지만 말이야.”

가족? 자식을 토막내는 아빠랑 가위로 동생을 죽이는 등의 기묘한 형제들. 그리고 아직 죽진 않았지만, 백치가 된 어머니 정도인가.

“가족은 됐고. 브루클린이라는 사람을 찾는데.”

재클린은 흠칫하더니 말했다.

“서, 성씨는 뭐지?”

“브루클린 즐타레프.”

“너, 너……너는 누구냐?”

일그러진 재클린의 얼굴을 보면서 가학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브루클린 즐타레프는 재클린이 살해한 그녀의 동생이었다.

“글쎄. 내가 누굴까?”

뻔히 샤를의 안색을 관찰하던 재클린의 안색은 분노로 일그러진 상태에서 점점 창백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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