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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58화 (157/221)

제158화 - 샤를은 시간을 건너뛰어서 고대 스노히 제국의 궁정에 도착해 있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도약의 아스트롤라베가 들려 있었다.

이제 필요 없어졌으니 심상 세계에 집어넣고 주변을 둘러본다.

‘여긴…….’

거대하기 그지없는 복도는 코끼리 세 마리가 동시에 걸어도 자리가 남을 만큼 넓었고 그 바닥에 모두 붉은 비단이 깔려 있었다.

-와 쭈인 여기 멋지다?

-그러게.

천장 위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전부 어떤 신을 찬송하는 듯한 모습으로, 색깔이 있는 것들은 전부 보석으로 박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사치인데?

현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기록이 있기 전에 만들어진 불가사의로, 고대에는 그 피라미드 전체가 금으로 장식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시문두하의 궁성은 그것과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사치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없지?’

이 드넓은 궁성은 그만큼이나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텐데도 아무도 없었다.

조금 걷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모든 빗자루와 먼지떨이 등이 하늘을 저절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저 날아다니는 도구들 말이야. 너 같은 과 아닐까?

-이거 완전 실례 아님? 나랑 저런 지능도 없는 주전자 비스무레한 것들이 같은 과라고!?

-아. 죄송. 죄송.

그것들은 먼지가 생긴 곳을 자동으로 치우고 있었다.

압도적인 사치와 신비롭기 그지없는 분위기에 취해서 샤를은 계속 앞으로 걸었다.

-쭈인 위를 올려다 보셈. 개쩌는거 하나 있다.

-뭔데?

그 앞에 천장에, 거대한 유리 돔이 있었는데, 그 유리돔 바깥 사이로 광활한 우주가 보였다.

별빛이 반짝이는 우주 사이로 황금빛 드래곤이 스으윽 지나가면서 태양을 잠깐 가렸다가 사라졌다.

조금 더 걷자, 궁전 중에서도 깊은 곳으로 향할 수 있었다.

-쭈인. 저거 뭐임? 자는데?

“드르렁. 퓨후후후후.”

그곳에 누군가 잠을 자고 있었다. 아주 깊은 잠에 빠진 듯, 샤를이 나타났음에도 전혀 반응이 없다.

-음.

그 남자는 상반신을 탈의한 채 머리에는 터번 같은 것을 쓴 미남자였다. 터번에 깃이나 바지의 장식들이 너무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남자의 옆에는 부채가 허공을 날아서 저절로 그에게 바람을 불어주고 있었다.

-황제?

딱 보아도, 황제 같았다. 이 곳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다. 여태까지 사람을 한 명도 마주친 적이 없으니, 아마도 이 자가 시문두하일 지도 모른다.

-쭈인이 암살 의뢰를 받고 온 시문두하가 저 사람이라고?

-그, 그런 것 같긴 한데.

너무 무방비하게 잠들어 있어서, 이자가 시문두하일 거라고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하지만 내 감에 의하면, 저 존재는 내 타겟이 맞아.’

샤를은 총을 꺼내서 당장 시문두하의 머리에 박아넣었다.

탕! 탕!

확인 사살하는 방식으로, 머리에 한 발 더 박아넣는다.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고 뇌수가 흘러내린다. 눈앞에서 잠들어있던 황제는 그대로 죽어버리고 말았다.

‘죽었어? 죽었다고? 너무 쉬운데?’

시문두하가 이렇게 약한 존재일 리가 없다. 샤를이 그렇게 판단한 순간, 갑자기 부르지도 않았는데 상태창이 떠오르면서 알림 메시지가 떴다.

[사망하셨습니다.]

[운명의 셉터 효과로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갑니다.]

“뭐!?”

그렇게 외친 순간, 샤를은 순식간에 되돌아와 있었다. 그는 도약의 아스트롤라베를 쥐고 복도 한가운데 서 있었다.

“!?”

그는 압도적으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유물의 효과에 당한 상태였다.

-와 쭈인 여기 멋지다?

-잠깐, 너 기억 못하냐?

-응? 뭐가?

-우린 여기 한 번 왔었잖아.

-뭔 소리야 처음 왔잖아!

파기나레코르의 말에, 샤를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건, 환상인가? 그럴 리가 없다.

상태창의 알림 메시지에 의하면, 아무래도 과거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이 저택에 도착한 직후로.

샤를은 무언가에 홀린 듯하면서 걸었다. 조금 더 걷자, 파기나레코르가 말했다.

-쭈인 위를 올려다보셈. 개쩌는 거 하나 있다.

샤를이 그 말을 따라 올려다보자 조금 전처럼 태양의 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그 사이로 황금빛 드래곤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이쪽엔 전혀 관심 없는 듯 빠르게 지나친다.

“젠장.”

-왜 그래?

-지금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과거로 돌아왔어.

-음? 구랭? 그렇군.

-반응이 영 별로네.

샤를은 아무래도 시문두하의 죽음이 트리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분명히 내가 시문두하라고 추정되는 자를 죽인 뒤에,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간다고 했었지. 이게 운명의 셉터가 가진 능력인가?’

오스구나아아텔로 행세했던 오스굿이 가진 비장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시문두하는 이걸 탐내서 결국 오스굿에게서 훔쳐내기까지 했다.

‘체크포인트를 지정하는 능력……?’

샤를은 게임 속에서 세이브&로드를 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만약 운명의 셉터라는 유물이 내가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세이브&로드를 사용하는 것처럼 발동하게 된다면…….’

샤를은 떠올렸다. 자고 있는 시문두하는 사실상 무적이 아닌가?

‘죽으면 체크포인트가 되돌아가는 상대를 어떻게 상대하지?’

그런 생각을 하던 샤를이 궁전 중앙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여전히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시문두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왜 깨어나지 않지?’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시문두하는 한 번 죽었고, 세이브 파일을 불러왔다. 그럼 시문두하는 그 충격 때문에 갑자기 깨어나야하는 것이 아닌가?

아, 그러다가 문득 논리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이브 파일의 시점에서는 시문두하가 잠들어 있었으므로 지금도 계속 잠자고 있는 것이다.

‘아니 잠깐만, 이 논리라면 난 왜 과거로 되돌아왔는데도 기억이 있지?’

운명의 셉터 소유자의 시점에서 체크포인트를 로딩하는 것이 아닌가?

‘운명의 셉터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쭈인, 저거 뭐임? 자는데?

-생각 좀 해보자.

샤를은 덜컥 앉아서 팔짱을 꼈다.

1. 시문두하는 잠들어있다. 굉장히 무방비하고 총에 맞아도 죽는 취약한 상태다. 깨어났을 때도 이럴지는 알 수 없다.

2. 시문두하가 죽으면 운명의 셉터 효과로 인해 과거로 시간이 되돌아간다. 체크 포인트는 샤를이 이 공간으로 뛰어들었을 때.

3. 어째서인지 샤를은 운명의 셉터의 주인이 아님에도 그 능력에 당해 체크포인트로 돌아왔는데도 미래의 기억을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온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럼 간단하군. 주변을 둘러보면서 운명의 셉터부터 먼저 찾아야겠어.

운명의 셉터를 훔쳐 지배의 권능을 바르던 뭘하던 소유권을 빼앗아와서 능력을 빼앗아서 능력을 읽어봐야 한다.

‘하지만 시문두하의 주변에는 운명의 셉터가 없었어.’

어딘 가에 숨겨두고 있다. 다른 위상일까? 아니면 궁전 어딘가에 숨겨둔 것일까?

-운명의 셉터부터 찾고 저거 죽이는 거야?

-아마도?

-잘 됐네. 근데 운명의 셉터를 찾다가 깨어나면 어떻게 해?

-그것도 문제네.

샤를은 운명의 셉터를 찾는 도중 시문두하가 깨어난다면 그가 체크 포인트를 다시 지정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잠에서 깨어난 상태로 체크포인트를 지정하면?

다음에 시문두하를 죽인다고 해도 이제 깨어있는 상태의 시문두하와 마주치게 되는 거다.

‘그럼 난 정면으로 시문두하와 맞서 싸워야겠네.’

잠을 자고있는 시문두하처럼 무방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확신할 수 있다. 시문두하는, 지금이 제일 무방비한 상태라고.

그때 정면으로 한 판 붙어야 한다는 거다. 웬만하면 사양하고 싶은 미래였다.

‘그럼, 깨어나려고 할 때 죽여야 한다는 건가.’

어렵다. 주변을 수색하려면 움직여야 하는데 이 궁전은 너무 넓어서 수색 범위가 매우 넓다. 다른 곳을 뒤지다가 갑자기 시문두하가 벌떡 깨어나기라도 한다면?

‘그럼 시문두하가 깨어날 것 같을 때, 죽여줄 사람이 필요해.’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비슷한 역할을 해줄 것이 옆에 있다. 시험해볼 가치는 있지.

-파기!!!

-왜?

-여기서 대기 타고 있다가, 시문두하가 깨어날 것 같으면 머리에 무존자의 창 좀 박아줄래?

-오! 좋아. 두개골을 쪼개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마치 고대의 바이킹 같은 소리 좀 사족으로 안 붙였으면 얼마나 좋아.

샤를은 중얼거리고는 파기나레코르르 내버려 두었다. 석판 조각을 몇 번 얻고 난 이후로 파기나레코르의 능력은 상당히 강화된 상태, 아무리 멀리 있어도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 지는 오래였다.

샤를은 일단 시문두하를 내버려두고 일단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예상했던대로 이 궁전은 엄청난 규모였다. 오른쪽으로 쭉 가자 그곳에 거대한 규모의 도서관이 보였다.

도저히 현대의 도서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도서관. 당연하게도 도서관 사서라던가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가서 책을 한 권 건드려봤다.

『시간 전쟁에 대한 기록서.』

“이게 여기에!?”

샤를은 처음 건드린 책이 아주 오래된, 원시 고대라고 불릴 정도로 끝없는 과거에 일어난 신들의 전쟁에 대한 기록서인 것을 보고 너무 놀라서 숨을 들이마셨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책에 꽂혀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기록들이었다. 이 곳에 있어서는 안 될 기록들이나, 사멸한 것도 존재했다. 예를 들어.

『고대 렘어 개론.』

『글리치 노만의 유물제작법.』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와 대적하는 방법.』

『쉬파하자드 일대기.』

『아문센의 남극 탐험 기록서.』

『마도서 – 사자소생의 서 3장.』

『맛있는 포도를 기르는 방법.』

“뭐야 대체…….”

하나 같이 무시무시한 명성을 지닌 책들이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맛있는 포도를 기르는 방법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책이 거기에 끼어 있었다는 점?

하나같이 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서적들이었지만, 지금 샤를은 운명의 셉터를 탈취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서적에 눈 돌릴 시간은 없다. 도서관을 샅샅이 뒤졌지만, 역시 보이지 않는다.

그럼 동편은 아니다. 서편으로 가야 한다. 빠르게 달려가자 여전히 잠들어있는 시문두하가 보였다.

파기나레코르와 시문두하를 무시하고 그는 재빨리 서편으로 걸어갔다.

서편 입구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있었다.

‘여길 뒤지려면 한참 걸리겠는걸?’

바닥에는 땅이 보이지 않고 금화가 잔뜩 깔려 있었고, 거기에 보석으로 장식된 반짝이는 셉터와 왕관, 금으로 장식된 보물 상자가 깔려있는 형태였다.

어디서 많이 보던 보물 창고 같다는 느낌과 함께 부지의 크기를 확인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데 아까 도서관 크기 만큼이나.’

여기에 파묻힌 것 중에 위험한 유물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 하나하나 배제해가면서 찾아내야 한다는 건데, 현기증이 날 정도다.

-쭈인! 얘 깨어나려고 한다!

-엇!? 당장 죽여!

-핫하! 이미 죽였어!

[사망하셨습니다.]

[운명의 셉터 효과로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갑니다.]

또 시스템 메시지가 뜨고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파기나레코르가 죽여도 과거로 되돌아간다.

샤를은 또 다시 아스트롤라베를 쥔 채 입구에 있었다.

‘하지만 이상해. 대체 난 왜 되돌아왔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거지?’

애초에 운명의 셉터 사용자는 샤를이 아니었다. 그런 데도 샤를은 다시 기억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 당장은 내게 이득이 될 만한 일이야.’

동쪽과 서쪽 입구는 확인했지만, 남쪽의 입구를 아직 확인하지 않았었다.

-와 쭈인 여기 멋지다?

-그러게.

대충 대꾸해주면서 샤를은 또다시 걸었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셉터로 회귀하고 있는데도 시문두하가, 아직도 잠들어있을까?

너무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아서 샤를은 잔뜩 긴장한 채 다시 궁정의 입구로 들어섰지만, 그건 기우인 듯, 역시 시문두하는 계속 잠들어있었다.

‘체크포인트 시점에서 잠들어있으면, 계속 잠들어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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