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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사이비 교주가 되었다-151화 (150/221)

제151화 - 체합타클 박물관은 남대륙 고아 식민지령, 체르노이라는 도시에 있었다.

남대륙 전체로 따져도 최대 규모의 박물관.

식인종들의 제국이었던 스노히 제국을 히스파니아인들이 몰아내고 그간의 역사가 담긴 사연 많은 물건을 이 박물관으로 가져와 보관했다.

“그리고 이 식민지는 우리 나라가 꿀꺽했고. 근데 대체 이건 뭐지?”

샤를은 박물관 주변에 감싸고 있는 시커먼 무언가를, 아무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안개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비학적 생물이나 주문의 효과도 아니었다.

샤를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운명의 일각이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 능숙해서 통찰력이 극에 다른 점술가는, 점을 치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징조를 읽을 수 있게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샤를은 운명 조작 주문을 사용하고 난 이후부터 운명의 일부분을 이런 식으로 읽어내고 있었다.

저 검은색은 불길함. 곧 이 박물관을 중점으로 해서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징조였다.

박물관 전체의 경비는 철저해보였다. 경비원들이 각자 총 한 자루씩을 들고 있었다.

라이스 교수에게 초대장이 있어서 은근히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체합타클 박물관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지인과 편지로 교류를 하고 있었고 초대장까지도 가지고 있었던 것.

어제 하루 지체하면서 자신의 서류 지옥의 깊숙한 곳에 파묻힌 초대장을 구해왔다나.

“어서오게나.”

라이스 교수의 지인은 박물관의 큐레이터 모르켄 셸리라는 남자였다.

셸리? 샤를은 잠깐 갸웃했으나 곧 잊어버렸다.

60대로 되어 보이는 노인이었는데 흰 수염을 길게 길렀다. 젊었을 적에는 여자들을 울리고 다녔을 법하 외모를 소유한,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셸리 선생님.”

“아하하. 라이스 교수. 정말 오랜만이군. 벌써 10년 만인가?”

“그 정도 되었죠. 제 일행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라이스 교수는 차례대로 드레이크, 샤를, 플로나를 소개했다.

“오, 반갑다네. 쟁쟁한 교수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말입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오스구나아아텔의 기록이 담겨 있을거라는 석판을 찾아서 왔습니다. 그 니무스 석판이라는 것 말입니다.”

“호. 그랬었지. 남대륙에는 철기가 발달하지 않아서 도자기 계통의 공업이 발달했다네. 석판쪽의 유물들도 많고 말이야. 석판 계통을 다루고 있는 사람이. 음. 잠시 기다려보게.”

연락을 받고 다른 큐레이터 한 명이 나타났다.

“응?”

“어라?”

그 사람은 샤를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메리 셸리?”

“샤를 헥센 탐정님?”

바이스 산 산장의 생존자인 메리 셸리였다.

“남대륙에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만.”

샤를이 마지막으로 메리 셸리와 소식을 전달받았던 것은, 산장에서의 일이 마무리되고 한참 뒤에, 편지로 메리 셸리의 정신 문제에 대해 상담했었던 것이었다.

그때, 견디기 어려울 정도면 샤를을 찾아오라고 했었는데, 메리 셸리는 찾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끊겼었다.

자살했거나 정신 병원에 입원했으리라 생각했는데, 멀쩡한 상태로 남대륙에서 일하고 있었나.

“뭐야, 자네들 아는 사이였나?”

“예, 전에 본 적이 있죠.”

“그럼 얘기가 빠르겠구만. 이 아이는 내 막내 딸이라오. 켄터 베리 박물관에서도 일한 적 있는 경력 있는 큐레이터지.”

“사실, 큐레이터보다는 작가로 불리는 게 편한데요.”

그때, 드레이크가 막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아, 맞아. 공포 소설계의 여류 작가 메리 셸리. 들어본 적이 있소.”

“감사한 얘기군요.”

메리 셸리의 시선을 끌어간 드레이크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문득 샤를은 이럴 때 일어나던 냉각 패턴이 발동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분명 플로나의 질투가 공간을 얼려버릴 정도였는데, 오늘 플로나는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

‘그, 그런 건가.’

샤를은 플로나의 표정을 보고 왜 그녀가 평온한지 깨달았다. 그건 승리자의 표정이었다.

마치 늑대 무리의 알파가 된 암컷이 고고하게, 패배한 암컷 늑대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그런 표정이다.

‘뭐, 아무튼 좀 다행이군.’

샤를은 사실 메리와는 그냥 접점이 있었을 뿐이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플로나의 투기가 가라앉은 것은 상당한 플러스 요소다.

“자, 석판을 보러 오시려면 이쪽으로.”

“예. 갑니다.”

“나도 가야겠군.”

“우리는 일단 먼저 호텔부터 잡아두고 있겠네.”

“아, 부탁하지.”

드레이크와 라이스는 메리 셸리를 따라가 석판을 보러 갔다.

메리 셸리는 예전부터 비밀 세계와 연관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드레이크와 라이스도 이제 한 사람의 당당한 영성자였다.

그들이 갑작스럽게 위험에 처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플로나가 말했다.

“샤를님 이제 우리는 호텔을 찾으러 가요.”

“어, 음.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 요염한 표정을 짓고는 샤를의 팔짱을 꼈다. 아니, 잠깐만. 전보다 더 심하게 대쉬하고 있지 않아 지금?

*

“이게 바로 기원전 3천년 전에 기록되었다는 석판입니다. 니무스의 석판들이라고 불리죠.”

메리 셸리의 설명에 라이스 교수의 눈이 반짝거렸다.

기록에 따르면 이 니무스 석판에는 분명히 태곳적 남대륙에 관한 기록이 적혀 있을 거다. 고대 스노히 제국의 역사는 수천 년에 달하니 그 기록도 여기 적혀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앞에는 대량의 석판들이 놓여 있었다. 하나 같이 니무스라는 유적에서 출토되었다는 석판들은 일부 모서리가 깨져있었고 반절이나 없는 석판도 있었다.

수천 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볼 때 이 정도라면 보관 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라이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석판은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 석판에 새겨진 문자는 바로 신대문자로군요!”

“예, 편지로 미리 얘기를 들으셨겠죠? 아주 먼 옛적부터 사용해오던 글자라고 하죠. 하지만 지금은 이 문자의 제대로 된 해석이 없다시피 합니다.”

“음!”

드레이크는 알 수 없는 문자를 보면서, 이래서야 석판에 무엇이 적혀 있든 추적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메리 셸리로 향했다. 여류 작가. 거기다 꽤 미인이었다.

아이보리 색 테일러드 수트를 입어서 의외의 매력이 느껴졌고, 청금석 비즈가 달린 귀걸이가 반짝거렸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될지 전략적인 선택지를 찾던 와중에 라이스 교수가 외쳤다.

“그래! 이거야! 이 문자!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네?”

“뭔가?”

라이스 교수는 품에서 아타셰케이스를 꺼내서 그 안에 들어 있던 커다랗고 검은 책 한 권을 꺼냈다.

“드레이크, 자네 기억나나? 헥센에게서 받은 우라가온 해독본으로만 볼 수 있었던 책 말일세.”

“아, 자네가 그토록 해석하고 싶어하던 그 책 말인가?”

라이스 교수가 저택을 팔아서라도 해독본을 원했던 이유는, 우라가온 해독본으로만 읽을 수 있던 서적이 한 권, 그의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라이스는 선천적으로 지적인 탐구를 원하고 즐겼다. 그 이외에는 대부분 가치를 그다지 높게 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해독할 수 없는 책 때문에 샤를의 여정에 끼어든 것이기도 했고.

“이 우라가온 해독본으로 읽을 수 있었던 이 책이, 석판을 해석하는 해독서이라는 것을 알겠는가?”

“해독본으로만 읽을 수 있는 해독서라고? 아이러니하기 그지없군.”

하지만 이 우라가온 해독본은 고 헤르메스 시절 암살단이 사용하던 암호문을 해석하는 것이고, 고 헤르메스 시절과 이 석판들의 간격이 최소 천 년 이상이라는 걸 생각해 볼 때 해독본의 해독본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았다.

“신대문자의 해독본이라니……. 그런 건 처음 들어봅니다.”

메리 셸리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드레이크는 메리 셸리의 태도에서 철벽을 느꼈다.

경험상 이런 여자는 넘어트리기까지 시간을 요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뭐, 안 되면 말고.’

*

샤를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느 호텔을 가도 똑같다. 검은색 촉수 비스무리한 것들이 둥둥 떠있었다.

맨 처음에는 계몽치가 또 미쳐 날뛰어서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이건 조금 더 구체화된 운명의 징조다. 이 촉수들이 호텔의 입구부터 꼭대기까지 듬성듬성 있었다.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는 다면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무 데나 널려 있다.

가령, 승강기에 올랐는데 승강기의 엘리베이터 걸의 어깨에 붙어 있는 검은색 촉수라던가.

방문을 열고 바라보면 아무 것도 없지만 창틀 사이에 검은색의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끼어 떠있다던가.

‘여러모로 남대륙 행이 위험한 선택지였다는 것을 아주 잘 알려주고 있군.’

하지만 샤를에게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상태에서 석판을 빨리 회수하는 건 분명히 필요한 일이었다.

창 밖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예약해둔 호텔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호텔 중에 하나였다.

고층 건물 아래로 보이는 도시는 상당히 활기차고 조밀해보였다. 본토의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이 도시가 고아 식민지령에서도 제일 발전이 잘 된 도시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샤를은 이 도시의 주변을 새겼다. 보통 게임을 하면서 메트로폴 밖으로 나갈 일은 그리 많지 않지만, 다른 도시에 오면 지형부터 확인해봐야한다.

“샤를님, 가져왔어요.”

“고마워.”

조금 전에 샤를은 플로나에게 지도를 가져다달라고 시켰다. 느긋하게 탁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도시의 지도를 꺼내서 읽었다.

도시 중앙에는 고아 식민지령 총독부 건물이 있다.

도시 서쪽에 체합타클 박물관. 동쪽에 차풀테펙 공원, 북쪽에는 치치노아사쿱탈 사원 유적. 남쪽에는 탄치밀코 왕성 터.

‘그러고보니 도시 밖에는 군부대도 있다고 들었어.’

몇 개의 사단이 도시 밖에 있는 주둔지에 있었다고 들었다.

중요한 지역은 하나같이 동그라미 표를 했다. 이 곳들은 오래 전부터 특별한 장소로 존재했던 곳들. 주의해둬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때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보니 플로나가 턱을 괴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샤를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포식자의 눈빛 같군. 샤를은 눈동자를 돌리면서 말했다.

“슬슬 우리도 박물관으로 가볼까?”

“네.”

호텔을 잡고나서 다시 합류하기로 했다. 어차피 샤를은 드레이크나 라이스같은 해석 능력이 없으니 그들을 믿고 일을 맡겨뒀다.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샤를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뭐야?’

잘못 느낀 것이 아니다. 체합타클 박물관이나 샤를의 호텔에서 느낄 수 있었던 불길한 기운이 이 도시 전체에 걸쳐서 퍼져 있었다.

‘증식하고 있는 건가? 아니. 이건 원래부터 이런 거야.’

도시 전체가 사정권에 들어와있다. 샤를은 맨 처음에, 자신이 체합타클 박물관에 방문한 이후로 이 도시 전체에 불길한 기운이 퍼져 있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이 도시는 원래부터 이런 불길한 기운이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오직 샤를만이 이 도시에서 벌어질 어떤 불길한 일에 대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난다. 그러나 아직 그 근원이 뭔지 모를 뿐.

다시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흥분한 드레이크를 만날 수 있었다.

“자네, 아직 석판을 보지 못했지?”

“그래.”

“일단 보고 얘기해보게. 지금 라이스가 획기적인 발견을 했거든.”

니무스 석판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보았다. 샤를은 이 석판에서 풍겨져 나오는 불길한 기운을 명백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느끼고 있던 현상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이게, 그 근원이다.’

니무스 석판에 적혀 있는 글자들이 이상할 정도로 낯이 익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샤를은 알 수 있었다.

‘석판에 새겨진 글자와 같은 문자야.’

“이 석판에 새겨진 문자의 이름이 뭐라고?”

“신대문자라고 하네. 아직 누구도 해석하지 못했는데, 그걸 라이스가 해석본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뭔가.”

드레이크의 말대로, 라이스 교수는 눈에 핏줄이 나도록 해석본을 쳐다보면서 문자를 번역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드레이크는 샤를을 힐끗쳐다본 다음에 말했다.

“잠깐 기다리게나. 여기 분명히 오스구나아아텔의 이름을 봤어! 이 석판은 어쩌면 그녀의 일대기를 서술한 석판일지도 모르네.”

이 석판,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번역을 중지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 석판을 목적으로 남대륙까지 온 거다. 감당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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